[Startup’s story #306] 당뇨 환자도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을 만드는 회사
국내 당뇨 환자 수는 무려 500만. 그리고 당뇨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당뇨 환자는 5년 사이 50만 명이 증가했다. 그리고 ‘당뇨 예비환자’의 수는 국민 3명 중 1명으로 650만 명에 달한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문제다. 국민 1/4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당뇨 예비환자는 식습관을 바꾸지 않는 이상 당뇨로 발전하게 되고 이는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렇기에 당뇨환자와 당뇨 예비환자에게 음식조절은 중요하다. 하지만 당뇨환자들이 먹는 음식은 일반적으로 맛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병을 완화시키고, 병으로 발전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고단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당뇨환자에게 먹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당뇨 식이요법 전문 연구 기업 닥터키친이 그곳이다.
닥터키친은 짜장면을 비롯해 전문 영양사와 호텔 출신 쉐프가 협업해 370여 개의 요리를 개발했다. 이들은 당뇨에 관한 전문성과 빠른 성장 속도를 인정 받아 지난 8월,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14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
대기업 전무, 컨설턴트, 사모펀드 팀장을 거쳐 창업자로 나섰다. 사업을 결심한 계기와 목적은 무엇인가.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좋은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창업 분야를 당뇨 식단 쪽으로 잡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컨설턴트 시절에 메디컬과 F&B 분야의 기업들과 일한 경험이 있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다. 두 번째로 고객의 일상과 직결된 필수재를 다루고 싶었다. 개인은 물론 사회적 측면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하고 싶었고. 또 큰 외삼촌이 당뇨 환자다. 가족 모임 때마다 음식을 가려야 하는 불편함을 보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최근 국내에 쿡방, 먹방 등이 열풍이 불면서 음식 조리 기술이라든지 맛을 내는 측면에서는 발전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만성 질환 환자를 위한 식이 관리 측면에서는 관심과 노력도가 떨어진다. 실제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출산, 육아, 취업 부분에서는 다양한 지원 혜택이 제공되지만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에 관해서는 개인이 모든 부담을 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 비즈니스가 도움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재 당뇨 환자들이 식이와 관련해 겪고 있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
당뇨는 1형, 2형으로 나뉘어 있다. 1형 당뇨는 췌장에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다. 어려서부터 소아 당뇨를 겪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반면 2형 당뇨는 유전적인 특성에 후천적 식습관을 더해져 발병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 환자의 95%가 2형 당뇨를 앓고 있다. 당뇨병이 원인이 먹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고 먹지 말아야 하는 지에 대한 기준을 알기 어렵다. 명료하게 정리해 놓은 자료도 많지 않고, 그 자료가 제공된다고 해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식단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알려졌다시피 당뇨는 합병증 발병률이 40~50%다. 식이 관리가 잘되면 합병증 발병률이 훨씬 줄어든다.
평균적으로 당뇨 환자들은 어떤 식사를 하고 있나.
현재 병원의 내분비 내과는 수가체계 때문에 개인 환자 각각에 대한 깊이 있는 식이 관리를 해줄 수 있는 구조가 안된다. 예를 들어 진료를 3분 보나, 30분 보나 병원 측 수익은 같다. 특히 대형 병원의 경우 수익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환자의 진료를 봐야 하는데, 환자가 정성껏 식사 일지를 써온다고 해도 검토해줄 시간이 없다. 영양사도 구조적으로 할당된 업무량이 많아 일일이 관리해주기가 어렵고. 재료 선택과 조리법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도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 환자들 열에 아홉명이 자신이 식이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고 응답한다.
이 문제를 닥터키친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나.
아트(Art)와 사이언스(Science),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봤다. 음식은 예술이자 과학이다. 당뇨 환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맛없는 식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끌고 가야 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고통도 심하다. 이를 위해 당뇨 전문 영양사 3명과 유명 호텔 쉐프들이 협력해 370개 요리의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 중에는 짜장면, 라면, 디저트 등 당뇨 환자가 먹지 못하는 요리도 포함되어 있다. 영양뿐 아니라 식감, 플레이팅 등을 함께 고려했다.
당뇨 식단에 대한 교육 컨텐츠도 만들고 있다고.
병의 특성에 알맞은 영양 교육 컨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의 강점은 수많은 상담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뇨 식단에 관해 정말 별의별 문의를 다 받는다. 그 문제를 고객과 함께 해결해나가면서, 실생활과 밀접한 노하우를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이를테면 홍삼이 당뇨에 좋다고 하지만, 홍삼 제조원에 따라 성분이 모두 다르고 개중에는 더 좋은 것과 덜 좋은 것이 존재한다. 외식할 때부터 장 볼 때까지 모든 노하우를 닥터키친 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당뇨 식이와 관련된 책도 출판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임신성 당뇨 환자와 관련된 100 페이지짜리 책을 만들었다. 기본적인 상식부터 각종 오해들, 요리 레시피, 장 볼 때 식재료를 고르는 법, 외식이 가능한 음식 종류까지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여러 대형 병원에서 주최하는 식이 요법 강의에도 출강하고 있다. 가려운 걸 긁어주기 때문에, 환자들의 호응이 좋다.
앞으로의 컨텐츠 개발 방향성은 어떻게 되나.
자체 연구 결과에 기반해 식이진단 툴을 개발하고 있다. 당뇨환자의 식이요법 실천율과 향후 당뇨병의 추이를 예측하는 프로그램 ‘DDRT(Diabetes diet risk test)’의 베타 버전 개발을 마친 상태로,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 내분비내과와 협력해 진단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병에 걸렸을 때 가장 고통받는 것은 빈곤 계층이다. 양질의 식사는 물론이고, 약을 구매할 돈 조차 넉넉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 끼에 8천 원에서 1만 원대의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도 있지 않을까.
전기차와 가솔린차의 경제성을 따져보면, 전기차가 초기 비용은 비싸지만 유지비까지 다 따져보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나면 초기 구매 비용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닥터키친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식사를 하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추후 치료 비용이 들지 않게 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이다.
외식을 하면 한 끼 당 7천 원 이상씩은 하지 않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타사의 다이어트 도시락의 경우 한 끼당 1만2천 원~1만8천 원 사이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상담이라던지 혈당 목표를 잡아서 러닝 메이트처럼 고객과 함께 식이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걸 정산해봤을 때 높은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취약 계층에 대한 문제는 우리에게도 고민으로 남아있다. 만성 질환자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같은 민간 기업을 지원해 저변을 취약 계층까지 넓힐 수 있도록 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해준다면, 우리도 수익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참여할 의향이 있다.
완조리 도시락이 아닌 반조리 상태로 배송하는 것은 가격 때문인가.
기업 입장에서는 완조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다. 완조리 제품이 유통기한도 더 길고, 식자재 상태에도 덜 민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우리 제품만 먹으며 살 수 있겠나. 환자 스스로 식이에 대한 관리 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런 이유로 반조리 제품으로 시작을 했다. 하지만 바쁜 직장인 고객들로부터 완조리 도시락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아서 곧 해당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해외의 경우 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력 사례가 있나.
미국 당뇨병 협회(ADA, 이하 ADA)에서는 의사, 민간 기업, 제약 회사, 정부 관계자가 함께 협력하고 있다. 국내는 환우회, 의사회가 따로 분리되어 있다. ADA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성 질환자를 위한 식이 연구를 하고, 레시피를 무료로 공개하거나 교육을 시켜준다. 물론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당뇨가 오래된 사회 문제이고 그 심각성이 우리보다 더 높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히 능동적으로 국가와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좀 더 규모를 키우고 실력을 갖추면, 보건복지부나 건강관리공단과 협업할 기회가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충주시와의 업무 협약도 그 계획의 일환인가.
그렇다. 충주시와는 총 3개 기관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충주시는 충청북도가 바이오 메디컬 분야로 특별히 육성하기 위해 오성 바이오단지를 비롯해 여러 노력을 쏟고 있는 지역이다. 충주시는 당뇨 특화 도시로 선포된 이래로 카톨릭 대학교, 질병관리본부와 십여 년 동안 당뇨를 연구해왔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자 당뇨 바이오 사업단을 출범했다. 우리는 당뇨 바이오 사업단, 농업 기술센터, 보건소와 협약을 체결했다. IT 관련 부분, 각종 식재료 연구와 수급, 레시피 개발 측면에서 힘을 더할 예정이다.
현재 매출이나 고객 수 수치 현황은 어떻게 되나.
우리 제품이 상용화된 것은 봄부터다. 이후 매달 매출이 30%씩 늘고 있고, 지금은 월 1억 가까이 된다. 내년에는 월 수 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닥터키친의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을 하고 싶다. 가까운 중국만 해도 1억 명의 당뇨 환자가 있다. 우리는 단순한 식품 제조 회사가 아니라 당뇨 환자들의 식생활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식습관을 추적해서 개인 맞춤화된 식단과 가이드라인을 주는 데이터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 단순한 식사 요법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말이 붙을 수 있도록 빅데이터 분야로도 사세를 넓혀갈 계획이고. 실물 커머스와 데이터가 우리 사업의 두 개의 큰 바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