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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즈 B컷 스토리 #13] 사라짐을 기록한 동물도감 ‘성실화랑’

‘멸종’이란 두 글자는 동물의 한 개체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짐을 뜻한다. 하지만 지닌 의미만큼 우리의 마음 속에 깊이 와 닿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북극곰, 호랑이, 팬더 등이 머릿속에 가벼이 스쳐 지나가지만, 우리의 생각 이상의 많은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일반적인 동물도감은 이 동물이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살며 무엇을 먹는지를 이야기한다. 반면 성실화랑의 동물도감은 조금 다르다. 일반 동물도감엔 없었던 새로운 개념으로 독자들에게 여운을 전달한다.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알리고, 나아가 그들의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인 브랜드. 성실화랑의 김남성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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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화랑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성실화랑은 2010년 멸종위기동물도감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2년 8월 본격적인 브랜드 론칭해 아트북, 아트프레임, 스마트폰 케이스 등 다양한 제품들과 기업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전시회 등을 통해서 동물들이 처한 멸종위기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는 디자인 브랜드다.

멸종위기 동물도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지금의 성실화랑을 만드는 첫 걸음이었다. 창업 초반, 외주 디자인 업무를 맡으며 정신없이 보냈다. 어느 날 문득, 창업을 결심한 계기를 잊고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일을 찾기 위해 10년 간 몸담고 있던 대기업 생활을 뒤로 하고 창업을 결심했지만, 진짜 나만의 일이 없었다. 그래서 팀원들과 함께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 때만해도 브랜드 런칭은 생각도 못했었다. 단순히 우리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 목표였다.

콘텐츠의 주제는 사내 모든 직원들이 좋아하는 동물이었다. 처음에는 ‘우리만의 스타일로 동물을 하나씩 그리면 나중에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접근으로 시작했다. 특정 컨셉이나 동물을 정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강아지, 소, 닭, 돼지 등을 많이 그렸다. 우리가 그린 동물들이 하나 둘씩 많아지고 평소 그리지 않던 동물들을 그리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 와중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조사를 할수록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결국 멸종위기동물을 주제로 한 도감제작에 첫 발을 내딛었다.

동물의 사진이 있는 일반적인 동물도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멸종위기동물 그래픽 아카이브’라는 책 제목 그대로 멸종위기동물을 성실화랑의 느낌으로 그렸다.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나 사진들이 있는 일반적인 도감과는 달리 우리만의 일러스트 색으로 그래픽 작업을 했다. 우리는 동물도감은 물론 아트프레임, 포스트카드, 스마트폰 케이스 등 모든 제품에 동물의 멸종위기 등급을 함께 들어가도록 디자인했다.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등급 (절멸(EX), 자생지 절멸(EW), 심각한 위기종 (CR) 등 )을 표시해, 단순히 멸종위기동물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싶었다. 동물들은 모두 정면을 보고 있다. 초상화처럼 그려내기 위해 무덤덤한 표정으로 정면을 보도록 포맷을 정했다.

초상화 같은 동물의 모습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인가.

사람도 죽기전에 초상화와 영정사진을 남기듯, 사라질지도 모르는 동물들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도록 디자인했다. 의도적인 귀여움을 넣거나 캐릭터 같은 느낌보다는 그래픽으로 그릴 수 있는 최대한 사실적인 모습을 담고자 했다.

크라우드펀딩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주 업무가 디자인이기에 홍보나 PR은 여전히 어렵고 생소하다. 예산을 짜고, 광고를 집행해보았던 경험이 전무했다. 많은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지만 사실상 우리가 영업과 홍보를 먼저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혹자는 책 팔다가 굶어 죽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자신감도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이전에 비해서 사람들이 책을 많이 보지 않고, 특히 동물도감 같은 그림책은 조금 더 가볍게 느껴질 수 있기에 적극적인 홍보가 첫 단추라고 생각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우리가 다양한 홍보활동을 할 수 있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며 좋았거나 혹은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면.

펀딩 참여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댓글과 문자메시지로 참여자들과 1:1로 이야기하며 확신과 보람을 얻었다. 아카이브북을 펀딩한 이유를 직접 듣거나, 추가됐으면 하는 부분을 듣고 추후에 2권을 만든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도 고민할 수 있었다. 또한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아카이브북을 통해 생겼다는 부분에서 뿌듯했다. 지금까지 수 차례의 전시회와 콜라보레이션을 경험했지만 외부의 의견을 다이렉트로 듣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더욱더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된다. 처음 시도해보는 다양한 홍보활동은 재미있지만 어렵기도 했다. 펀딩 참여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때도 스팸성 광고처럼 보일까 노심초사 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사려깊은 답장을 받아서 고객의 마음을 한 층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은 엉뚱한 질문이지만, 멸종위기동물이 많아질수록 성실화랑의 콘텐츠는 많아지는 것인가.

지금도 이미 수 만종이 있고 개중에는 중복적인 종들이 많다. 예를 들어 나무늘보도 두 발가락, 세 발가락을 가진 종에 따라 나뉜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종이다. 최소 만 여종 이상의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다. 현재의 아카이브북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포유류 중심으로 그려졌지만, 추후엔 어색하고 낯선 동물들을 디자인측면으로 풀어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우리에게 앞으로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성실화랑의 목표는.

디자인회사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색깔을 잘 유지하는 큰 규모의 디자인회사도 많지만, 내 기준으로는 자신만의 색과 목소리를 내려면 회사 규모가 너무 커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규모에서만 나올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나는 규모의 성장보다는 브랜드를 더 알리고 멸종위기동물 관련 콘텐츠들을 더 다양하게 만들고 싶다.

미래의 성실화랑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직도 많은 분들이 멸종위기동물이 얼마나 많은지, 환경보호에 우리가 얼마나 힘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성실화랑만의 색깔을 가진 그림으로 다양한 디자인제품과 콜라보레이션, 전시회를 통해 우리들이 어떻게 환경을 바라봐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디자인을 통해 지금보다 더욱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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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석 : 유지석 現 와디즈 컨설팅/크라우드산업연구소 연구원

와디즈는 생소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와디즈 투자인사이드’를 신설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외부 전문가 혹은 필진이 플래텀에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고문의 editor@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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