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11] 3천만 인도인을 사로잡은 한국 벤처, ‘밸런스히어로’
“올해 인상에 남는 재미있는 투자는 트루밸런스라는 기업이다. 팀원 모두가 한국 사람인데, 타겟시장은 인도다. 우리가 투자를 했을 때 100만 다운로드 정도였는데, 지금은 3000만 다운로드다.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다.” –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대표
인구 세계 2위의 나라, 인도.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인도를 빼놓고는 글로벌 진출을 이야기할 수 없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미 다양한 수치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DC는 인도의 모바일 앱 시장이 2015년 17억 달러(한화 약 1조9천억 원)에서 2020년 50억 달러(한화 약 5조8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보급 속도도 재빠르다. 2017년 인도는 스마트폰 보급량이 1억86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인도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시장이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정책 지원과 해외로부터의 자금 유입, 청년들의 창업 열기 등 인도는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는 국가다. 이 가능성의 땅에서 ‘스마트폰 잔액 확인’ 서비스로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한국인 창업가가 있다. 밸런스히어로의 이철원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출시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3천만 명이 넘는 인도인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인도 구루가운에 있는 이철원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도는 여전히 국내 창업가들에게는 미지의 국가다. 왜 인도였나?
내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인도와의 연은 2001년도에 시작됐다. 당시 SK텔레콤의 자회사인 무선인터넷 솔루션 기업 와이더댄의 아시아 태평양 사업 팀장을 맡아 통신연결음 서비스인 컬러링 서비스를 납품하는 일을 했다. 첫 창업은 2006년이었다. 엑세스모바일이라는 와이더댄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나름 비즈니스를 잘 했는데, 2012년도에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했다. 새로운 사업 검토를 2013년부터 했고, 애플리케이션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3, 4개월 정도 테스크포스를 만들어서 어떤 앱을 어떤 시장에 내놓아야 할지 검토했다. 그렇게 설립한 것이 밸런스히어로다. 2014년 7월에 설립했고, 작년 1월에 트루밸런스의 베타 버전을 내놨다.
트루밸런스는 어떤 서비스인가.
인도에서는 사용자의 90%가 선불 형식으로 휴대폰 요금을 지불한다. 트루밸런스는 휴대폰의 잔액과 데이터 사용량을 실시간 확인해주는 앱이다. 데이터 연결이 안 된 상태에서도 잔액을 확인할 수 있고, 앱 내에서 잔액을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현재 3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90%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라면 트루밸런스 이전에도 있었을 법한데.
기존 인도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USSD 코드(비정형 부가 서비스 데이터)를 통해 잔액을 확인했다. USSD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통신 사업자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용자가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면 잔액 정보를 문자로 보내준다. 이런 방식의 잔액 확인은 피처폰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것인데, 이 잔액 정보를 스마트폰 앱상에서 구현해서 보여준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USSD를 통해 제공하는 정보를 끌어다가 시각화하는 원리인가.
그렇다. 모든 통신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이용한 거다.
트루밸런스 출시 이후에 인도에 후속 주자들이 나왔나.
비슷하게 만들어 내놓은 서비스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경쟁 앱들은 개발자 적 관점에서 만들어서 UI 등 여러 부분이 조악했다. 우리는 선두주자로서 초기 사용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규모 면에서 크게 차이를 벌려둔 상태다. 현재는 휴대폰 잔액 확인이라는 영역에서 독보적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우리의 경쟁사로 보진 않는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의 밸런스히어로의 경쟁사는 어디인가.
결국 핀테크 분야에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인도에는 잔액 충전 서비스를 기반으로 해서 결제 분야로 진출한 기업들이 많다. 우리 역시 잔액 확인에서 잔액 충전으로, 잔액 충전에서 모바일 결제로 넘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 회사들을 최종적인 우리의 경쟁사라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현재 인도 최대 모바일 결제 기업인 ‘페이티엠(Paytm)’, ‘모비퀵(Mobikwik)’, ‘프리차지(Freecharge)’ 등이다.
핀테크 분야로의 진출은 곧 앱의 수익화를 의미한다. 수익화 과정에서의 예상되는 어려움은 없나.
향후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광고와 충전 모델이다. 현재 우리가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가 200만 명 정도다. 나는 트루밸런스 앱이 수익화에 상대적으로 탁월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잔액 확인이라는 유틸리티 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기 때문에 리텐션 율이나 활성 사용자 수가 높다. 실제 트루밸런스는 인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성장 속도를 가진 앱이다. 동시에 트루밸런스는 커머스나 결제, 충전 등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가 있다. 성공한 유틸리티 앱이 광고 비즈니스로 수익을 내는 것은 이미 검증된 모델이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광고는 우리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즉각적인 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우리 서비스 성격을 해치지 않는 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도입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형태인가.
앞서 언급했듯 잔액 충전과 이에 기반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최종적으로는 중국의 알리페이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모바일 하나만으로 모든 일상적인 소비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려고 한다. 잔액 충전 기능을 기반으로 사용자 수를 어느 정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식료품점, 식당, 오토릭샤 회사 등 서민들이 자주 가는 상점들을 중심으로 가맹점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페이티엠과 같은 1위 모바일 결제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무엇을 밸런스히어로의 강점으로 내세울 것인가.
현재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대부분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계층만 사용할 수 있다. 우린 이처럼 일정한 경제력을 갖춘 계층을 ‘인도 원(one)’ 사용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실 인도에는 신용카드가 없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훨씬 많다. 인도 13억 인구 중 인도 원 사용자는 1억 명 정도다. 나머지 12억 명은 신용카드가 없는 ‘인도 투(two)’ 사용자다. 스마트폰 전체 사용자를 따져보면 3억 중 5천만 명 정도만 인도 원 사용자고 나머지 2억5천 명이 인도 투 사용자다. 트루밸런스는 이러한 인도 투 사용자 층을 공략할 예정이다. 트루밸런스는 가맹점을 통해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도 잔액을 충전할 수 있게 한다.
인도 투 계층이 그렇게 다수라면, 페이티엠과 같은 모바일 결제 기업 역시 이들을 확보하려고 하지 않을까?
맞다. 페이티엠도 인도 원 사용자는 이제 거의 다 확보를 했다. 앞으로 인도 투 계층으로 사용자 풀을 넓히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우리는 전략적 측면에서도 다르다. 페이티엠이 ‘서플라이어 푸쉬(supplier push)’ 전략이라면 우리는 ‘디맨드 풀(demand pull)’ 전략으로 나간다. 이를테면 페이티엠 측은 가맹점을 먼저 확보하고, 상점들이 사용자에게 페이티엠 앱을 깔아보라고 권유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잔액 확인, 충전이라는 유틸리티 앱으로 사용자를 먼저 확보하고, 이들이 가맹점 측에 트루밸런스 결제를 받아달라고 요구하는 흐름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다. 이미 사용자 수는 확보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 훨씬 빠르게 서비스가 확산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트루밸런스를 사용할 경우, 가맹점 입장에서는 어떤 이익을 얻나.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다.
인도 시장 이야기를 해보자. 인도의 모바일, 그중에서도 핀테크 산업의 성장 속도는 어떠한가.
굉장히 빠르다. 매달 1천~1천5백만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넥스트 차이나라는 말을 부인할 수 없을만큼 경제 성장 속도도 빠르다. 핀테크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리는 추세다. 신용 카드, 온라인 뱅킹 등 기존의 레거시(legacy) 금융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계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와 송금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페이티엠의 경우 알리바바가 9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0%를 취득했다. 2위 모바일 핀테크사인 프리차지 역시 1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개인적으로 세계를 상대로 스마트폰 앱 비즈니스를 하려는 국내 창업가라면 인도 시장에 꼭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견제 분위기는 없나.
반대다. 오히려 인도는 해외 기업에게 상당히 개방적이다. 특히 2014년 선출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과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만 살펴봐도 상위 30개 앱 중 약 30%만이 인도 기업의 앱이다. 나머지는 중국, 유럽 쪽 앱이 차지하고 있다.
모디 정권은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라는 창업 지원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해외 기업에게는 어떤 혜택이 돌아가고 있나.
라이센스 취득 부분에서 지난 9월부터 인도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 조건 차이가 철폐됐다. 인도 기업과 동일한 조건으로 해외 기업 역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예이고, 외국 투자 제한 조치 철폐 등 외국인 창업가가 사업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다.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 : 스타트업 창업 등록 모바일 앱을 통해 하루 만에 완료 / 신생 스타트업 3년간 소득세 및 세무조사 면제 / 스타트업 투자자 수익 3년간 면세 혜택 / 1조8천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기금 조성 / 스타트업 특허 출원 비용 80% 인하 등.
인도라는 생소한 시장에서, 잔액 확인 모바일 앱이라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창업가에게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일이라는 건 어떤 가치가 있다고 보나.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의 가장 큰 판단 기준은 들어가려는 시장이 1년에 15% 이상 씩 성장하는가 여부다. 그 시장 전체 크기가 크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면 굳이 1등을 안 해도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인도는 15%가 아니라 연간 150%씩 성장하는 시장이다. 특히 스마트폰 앱 비즈니스에서는 인도를 뺄 수 없다. 사실 국내 스타트업이 들어갈 수 있는 블루오션 시장은 인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은 굉장히 어려울 거다. 근래 이야기하는 게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시장인데 좋은 시장인 것은 맞지만 인도에 비하면 큰 시장이라고 볼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돌파구로 내다보고 있는 분위기다. 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은 아직 떨어지는 편인데.
맞다. 인도가 낯설어서 그럴 거다. 하지만 현재 인도는 정확히 한국의 초기 앱 생태계 시장과 유사한 양태를 보인다. 메신저, 커머스 앱 정도가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이미 검증된 배달의민족, 직방 등의 모델을 가지고 오면 엄청난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고 본다. 인도는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전초 기지이기도 하다. 유럽, 미국 측 자본도 많이 들어와 있고 훨씬 글로벌 주류 시장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시장이다. 생각보다 장벽도 높지 않고. 인도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게 맞다고 본다.
현재 밸런스히어로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인도 직원 30명, 한국 직원 30명 총 60명으로 이뤄져 있다. 인도 본사는 델리 근처의 구루가운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판교와 비슷한 도시에 있다. 현재 디자인과 상품 개발 관련 업무는 한국에서, 마케팅, CS 등 운영 업무는 인도 현지에서 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선후배들과 공동 창업을 했다. 우리 회사를 소개할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절박한 중년 벤처’라고 한다. 좋게 말하면 전문가 벤처다. 내가 89학번이고, 공동 창업자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15~20년 동안 경력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국내에 UX를 처음 도입한 PXD 이재용 대표가 CCO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총 140억 원가량의 투자를 국내 벤처 투자사로부터 유치했다. 인도 현지 투자 유치 계획은 없나.
다음 라운드 정도에 인도 현지 혹은 글로벌 벤처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단기 목표는 잔액 확인에 그쳤던 트루밸런스 서비스를 잔액 충전, 모바일 결제 분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규모 면에서 인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 현재 3천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내년 말까지 1억 다운로드를 목표로 한다. 중장기적으로도 잔액 충전을 매개로 한 결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의미 있는 사업자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밸런스히어로의 성공 사례를 보고 뛰어난 국내 스타트업들이 인도라는 시장에 도전해봤으면 한다. 밸런스히어로도 변함없이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