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09] 굴러다니는 공 하나가 유기견 문제를 줄인다.
“스스로 굴러다니는 공 하나로 유기견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다소 거창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김인수 패밀리 대표는 이를 확신한다. 김 대표를 비롯한 4명의 개발자는 자신들의 기술로 사회를 이롭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다니던 회사를 뒤로하고 반려동물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펫토이를 만들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애완견 장난감 고미는 사물인터넷과 구형로봇 기술이 결합 돼있어 개가 놀고 싶을 때 제품을 건드리면 스스로 움직이는 펫토이다.
반려견이 분리불안 장애 없이 건강하면 유기견이 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고미가 힘이 되면 좋겠다는 김인수 대표를 만나봤다.
김인수 패밀리 대표
펫토이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네 살 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엔 일을 마음 놓고 할 수 없다. 아기가 불안해 울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플라스틱 공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 그걸 쳐다보는 걸 보더라. 분리불안 장애를 심하게 앓는 아이들이 전체 어린이의 5%정도 된다고 했다. 반려견의 경우엔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그렇다. 분리불안 장애를 앓는 개들은 집안을 어지르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주인이 올 때까지 하울링한다. 이런 개들은 결국 유기견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분리불안 장애를 겪지 않고 스스로 뛰어놀 수 있는 건강한 반려동물이 많아지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 시작이다.
펫토이 제품도 있지만 사료 급식기도 있다. 어떻게 응용 되나.
주인은 집을 나서면서 반려견이 집에서 혼자 뭐하고 놀까, 밥은 먹었을까 고민한다. 고미를 사용하면 첫 번째 고민은 어느정도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에 사료 급식을 생각했다. 우리의 급식기는 반려견 혼자서도 배고플 때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주인이 밥 나오는 시간을 정해 스위치를 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했다. 사람들은 배가 고플 때 밥을 먹지 않나. 동물도 똑같아야 한다고 봤다. 고미로 놀다가 밥을 먹고 싶을 때 먹게끔 하는거다. 이후 유아용 장난감 영역으로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고미의 기능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해 준다면?
고미 내부엔 센서가 있어서 개가 공을 물거나 때리면 스스로 굴러다닌다. 특히 가지고 노는 강아지 패턴을 분석해 고미 스스로 업데이트를 한다. 견종별, 성별로 수집해 펫 데이터를 구축한다.
카피캣, 혹은 짝퉁 양산의 위험도 있다.
많이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린 오히려 그런 제품들이 나왔으면 싶다. 카피캣이 나오는 이유는 돈 되는 유행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하드웨어는 쉽게 베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등 소프트웨어의 측면은 결코 따라잡기 어려울 거다.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에게 고충이 있다면.
개발을 마치고 중국 공장에 물건을 주문해보니 불량률이 80%였다. 50%라고 해도 말이 안 되는데 말이다. 사업 못 한다고 봤다. 현재는 15%까지 줄어든 상태다.
불량률을 어떻게 줄였나.
현지 공장에 찾아가는 것 밖에 대책이 없었다. 중국에 가서 아직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는데 집에 가면 안된다며 새벽 1시에 그들을 잡았다. 그렇게 같이 밤을 수개월 새고 나니 불량률이 많이 줄었다. 여전히 이 과정이 힘들다.
현재 사업 성과가 궁금하다.
선주문량이 4,500개정도 된다. 일본 소프트뱅크 플러스 스타일에 우리 제품이 3월까지 판매될 예정인데, 이를 합치면 1만 개 정도 된다. 플러스 스타일은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잘 팔릴 것 같은 제품을 일본에 가장 먼저 소개한다는 가치 아래 만들어져 있는 쇼핑몰이다. 그 외에 일본 내 펫보험 1위 업체와 협업이 진행중이다.
일본쪽과 협업이 활발하다.
일본에는 사람의 실손 보험과 같은 ‘펫 보험’이 있다. 반려 동물이 다치면 동물병원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도코모가 올해 초 펫보험 자회사를 설립했고, KDDI의 자회사 중에도 보험사가 있다. 이렇듯 일본은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다.
우리와 협업중인 일본 내 펫보험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은 사형, 그리고 독방에 가두는 것’이라고 하더라. 일본이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1인가구가 늘면서 애완 동물이 독방에 갇혀 있는 동시에 병원 방문 횟수가 늘어나는 등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했다.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을 생각하는 우리의 철학이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밖에 스파크랩 데모데이 이후 협의 의사를 밝힌 일본 회사도 있다. 그래서 우선 1차 타겟 국가를 일본으로 잡은 상태다.
제품도 개발해야 하고, 한.중.일을 오가는 사업이라 자본금이 필요할거라 본다. 구체적 투자유치 계획이 있나?
지금은 자금이 아쉬운 상황은 아니다. 기존 투자금액으로도 당분간 충분한 상황이다.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스파크랩 등 여러 스타트업 보육센터를 거쳤다.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운영하는 드림벤처스타 2기, 스파크랩 8기다. 공통점이라면 두 곳 기관 관계자들이 정말 열심히 스타트업을 돕는다는 점이다. 대전 지역은 카이스트, 연구기관 등 산학협력단지가 많아 양질의 인력도 많은 편이다.
대기업과의 협업도 있었다. 조언해 줄 부분이 있다면?
대기업과 협업할 때는 빠른 진행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갖지 말고 여유를 갖기 바란다. 속도와 사업간 차이, 특히 절박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이를 충분히 감안한 상황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유기견 분양,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프로젝트 동참도 검토중이라고.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각한 것이다. 동물보호센터에서 이 캠페인을 많이 진행 하는데, 기술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고미 1+1이다. 미국 탐스라는 신발 브랜드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신발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의 어린이에게 한 켤레를 선물하고 있다. 이들처럼 사업이 안정화 되면 제품이 팔릴 때마다 유기견 보호센터에 고미 하나씩 전달하려 한다. 동물 보호소에 와있지만 고미로 인해 분리불안 장애가 개선된 강아지가 점차 많아지고, 나아가 유기견 발생 빈도가 줄어들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고미 팀원은 어떻게 구성 돼있나.
대학원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올해 5월 통역을 도와준 것이 인연이 되어 관계를 이어온 프랑스 팀원이 합류했다.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한국어 등 4개 국어가 가능하고 국제 경영 마케팅을 전공한 인재다. 이 친구는 우리 회사의 아이템, 만드는 취지 및 사람들이 좋아서 고미를 선택했다고 했다.
단기적 사업계획 및 비전을 말해달라.
일단은 제품을 많이 파는 거다. 제품이 출시된 후 2년 내 전세계에 100만개를 판매하는 게 목표다. 이후 고양이 버전의 고미도 만들어 개와 고양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데이터를 점차 고도화 할 계획이다. 강아지 얼굴인식 기술 등은 이미 개발이 다 끝난 상태다. 반려견을 떠나 보낸 사람들 견주들 가운데 키우던 개와 닮은 개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축하 선물로 화분이나 옷 외에 우리 제품을 주고받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동물이든 아이들이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으니까.
회사는 김인수 대표에게 어떤 의미인가?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는 또 하나의 아들이다. 가정과 창업은 같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듯이 공동창업자들과 창업해 고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 동시에 아이와 고미를 성장시키고 있다. 고미가 고도화되고 아이가 크는 시간을 즐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