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트렌드

[코워킹스페이스 탐방 #8] “시끄러워도 괜찮아” – 패스파인더(Pathfinder)

부산 코워킹스페이스 ‘패스파인더(Pathfinder)’

이스라엘 텔아비브 에하드 하엠 거리에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 이하 라이브러리)’라 불리우는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서관이 있다. 이곳은 우리가 아는 정숙한 도서관이 아니다. 라이브러리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산실로 불리우는 곳으로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창업교육, 창업지원센터 역할을 겸하는 장소다. 그래서 라이브러리는 늘 예비 창업자들로 북적거린다. 라이브러리의 분위기는 이스라엘 사회 전반에서 보인다. 학교의 수업 시간은 물론 실제 학교 도서관에서도 열정적으로 묻고 토론한다. 근간에는 이스라엘의 후츠파(Chutzpah) 정신이 언급된다. 후츠파란 용기, 도전 등 창조를 향한 저돌적인 성향을 뜻한다. 각설하고.

미국이나 유럽, 이스라엘 등지에는 비즈니스 협업 공간, 즉 코워킹스페이스가 활성화되어 있다. 코워킹스페이스의 장점은 스타트업, 프리랜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사무공간과 공용공간, 사무용기기 등의 시설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하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소통하며 새로운 기회를 촉진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다양한 업종의 예비 창업가나 기존 창업가들이 서로 만나 사업 파트너를 만나기도 하고, 각종 최신 비즈니스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코워킹스페이스는 아직 생소하고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근래 몇년 사이 서울을 비롯해 지역에서도 하나 둘 등장하는 중이다. 위워크 등 글로벌 체인을 비롯해 민관 창업지원센터 내 코워킹스페이스 및 사설 코워킹스페이스가 다수 문을 열고 있다. 사설 코워킹스페이스로는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나 스파크플러스, 하이브아레나 등이 있겠다. 코워킹스페이스의 대명사처럼 불리우는 위워크도 지난해 국내에 지점을 열기도 했다.

국내 코워킹스페이스는 각각의 특색과 장점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보이는 전경은 조용하다는 거다. 암묵적으로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소음을 발생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는듯 하다.

반면에 부산대학교 앞 코워킹스페이스 ‘패스파인더‘는 이러한 룰에서 벗어나 있다. 이달 8일 공식 오픈한지 1년이 되는 이 공간은 떠드는 것이 권장된다.

기자가 패스파인더를 찾은 2일, 어떤 팀은 큰 모니터 앞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고, 또 어떤 팀은 문가에서 전략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대학생이 컴퓨터를 열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조용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고, 북적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또 시끄럽다는 느낌은 없었다. 국내 코워킹스페이스에서 보기힘든 풍경이었다. 입주 기업 관계자가 ‘이날따라 조금 더 소란스럽다’고는 말했지만 공간 내 구성원들은 그런 소란스러움에 대한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패스파인더는 4개 스타트업과 1개 창업동아리가 공간을 공유하는 협업 장소다. 칸막이도 따로 없기에 팀의 영역을 눈대중으로 구분하는 이정표는 상단에 붙은 회사로고가 전부다. 심지어 공간을 관리하는 전담 매니저도 없다. 자율적으로 이용하면 된다.

패스파인더의 사용규칙은 단순하다.

-카운터 코인박스에 하루 이용료(5000원)를 넣는다. 

-그 옆에 있는 PATH 태그에 본인을 표현하는 글을 적는다.

-편한 자리를 잡아 앉는다. 

-공간 이용시 편하게 대화하거나 통화해도 됨. 

-커피나 차는 무료. 단, 캔 음료는 코인박스에 해당 금액을 넣을 것.

-회의실 예약은 태블릿으로 예약 후 사용.

-컵은 사용 후 헹굴 것.

-사용 가능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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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는 시간관리 리마인더 어플리케이션 ‘앳(AT)’의 개발사 페이보리 김광휘 대표의 제안으로 설립되었다. 창업자와 예비창업자가 네트워킹하는 공간을 고민했던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있으며 접한 코워킹스페이스를 부산에서도 구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2013년에 창업을 하기 위해 미국에 갔을 때 코워킹스페이스를 많이 접했다. 오픈된 공간에서 주변 팀들과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에도 그런것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창업에 성공하면 그런 공간을 부산에 만들어 후배들이 자유롭게 오게 하고 싶었다. 창업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2015년에 팀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무실이 필요했다. 사무실을 크게 빌리면 로아팩토리와 렌고가 함께한다고 해주더라. 그래서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2013년에 생각한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스타트업 팀도 업무공간으로 쓸 수 있고, 일반인들도 카페처럼 올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고 자체자금과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2016년 1월 8일에 공식 오픈했다.”

그는 패스파인더 내 스타트업 간 협업과 시너지가 있다고 말한다. 페이보리는 앱 개발에 도움을 주고, 법률 관련 이슈는 로아팩토리가 돕는 식이다. 더불어 먼저 투자유치 등을 경험한 스타트업은 다른 스타트업에게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패스파인더는 대외에 공개된 장소이긴 하나, 1년이 지난 현재 주 사용자는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는 4개 스타트업(페이보리, 로아팩토리, 렌고, 부산사람도서관)과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과 동아리 ‘언톡(untoC)’이다. 일반인 사용자의 발길이 많지 않은 이유를 김광휘 대표는 ‘낯섦’ 때문이라고 말한다.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과 일반 방문자가 섞이는 게 쉽지 않더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인이 있는 공간에 낯선 이가 들어온 듯 느낀다고 한다. 시끄럽게 하면 안 될 것 같다고도 하고. 전반적으로 뻘쭘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한다. 이해 된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다들 뭔가를 하고 있는데, 처음 온 사람이 뭔가를 자율적으로 하기 어색할거다. 또, 입주해 있는 4개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이기에 잘 되어야 들어올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고 한다. 오해다. 입주기업의 조건은 별 다른 건 없다. 오픈스페이스게 거부감이 없는, 우리랑 코드가 맞고 협업에 열려있는 기업이면 된다.”

그는 패스파인더 2호점 오픈을 고민하고 있다 말한다. “확정은 아니지만, 패스파인더 두 번째 공간을 생각하고 있다. 2호점은 사무공간 보다는 일반 오픈카페처럼 예비 창업자, 대학생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장소로 꾸미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패스파인더는 코워킹스페이스와는 다르게 공간을 통한 수익모델은 없다. 입장료가 있지만, 일반인이 자주 찾지 않기에 큰 의미가 없다. 게다가 동아리 대학생은 무료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카페처럼 운영한다면 어느정도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그럴 계획은 없다고 한다.

김대표는 “우리는 앱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려 하지 패스파인더로 수익 모델을 만들 계획은 없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혹자는 패스파인더를 ‘부산 스타트업 사랑방’이라고 표현한다. 부산지역 스타트업 대중을 아우르는 대중성을 확보하지는 못 하겠지만, 적어도 부산지역에서 자주 언급되는 유망 스타트업 4사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기에 틀린말도 아니다. 초반 어색함에 대한 부담만 없다면 패스파인더는 현실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부산지역 예비 스타트업이라면 기억해 두면 좋을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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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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