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83] “세상을 더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듭니다” 박성은 오피스 대표
‘워케이션(Work and Vacation)’은 휴가지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새로운 근무 형태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급부상했다. 재택근무가 늘고, 원격 근무가 가능한 디지털 업무 기반이 조성되며 워케이션은 확산하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업무와 성과를 책임 있게 자율관리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장소 제약 없이 유연하게 선택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워케이션 스타트업 ‘오피스(O-PEACE)‘는 제주시 조천읍과 사계리에 공유 숙박과 공유 오피스를 결합한 워케이션 공간을 운영 중이다. 오피스는 제주에서 일하고 살아볼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한다. 특히 직원들이 일하는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를 도입한 기업이나 거점, 위성 오피스와 워케이션 제도를 고려하는 기업, 단기간 집중해 끝내야 할 과제가 있거나 팀빌딩을 위한 워크숍이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도 공간을 제공한다.
사업 가치를 인정받은 오피스는 프라이머 초기 투자를 유치했으며 마이리얼트립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오피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동아시아에 제주 포함 10개 점을 오픈할 계획이며 당장 캄보디아 씨엠립에 3호점이 들어선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성은 대표를 제주 오피스 사계점에서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건축사 사무소에서 시작했다.
돌아보면 사회 초년기때 너무 교만했다. 1년 정도 다닌 뒤 더 이상 배울게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이직을 자주 하곤했다. 심지어 대표보다 내가 더 일을 잘 한다는 건방진 생각도 했다. 나중에 창업을 하고 나니까 내가 얼마나 몰랐는지를 깨닫게 됐다. 당시 직장 상사들이 얼마나 힘들었는 지를 그 입장이 되어서야 절감한 거다. 그래서 나중에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오피스가 두 번째 창업이다. 첫 창업과도 연관성이 있다.
오피스 창업은 이전에 내가 했던 일의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다. 30대 초반에 건축사무소를 열었는데 클라이언트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나이는 아니었던 듯 싶다. 아무도 내게 집을 맡기지 않았다. 그래서 예상과는 다르게 건축이 아니라 인테리어 시공을 주로 하게 됐다. 시작은 결혼한 친구 집 인테리어, 창업한 친구 회사 회의실의 구획을 나누는 거였다. 그 일을 하다 알게 된 것이 아파트 인테리어에 비해 사무실 인테리어를 메인으로 하는 업체는 많지도 않고 비용이 비쌌다. 그래서 우리에게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2013년 즈음 100평 정도 되는 스타트업 사무실 인테리어 요청이 들어와서 운동장 스탠드처럼 계단식으로 된 회의실을 시공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그런 형태의 회의실이 전무할 때였고 그 스타트업이 각광받으며 그 장소도 덩달아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 회사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많이했는데, 기사 배경이 항상 그 회의실이었다. 이후 스타트업들이 비슷한 공간을 많이 의뢰했고 스탠드형 회의실을 만드는 전문 회사처럼 돼버렸다. 그 뒤로 한 40여 개 정도의 크고 작은 스타트업 오피스 공간들을 만들었고, 공공기관 공유오피스, 게임 회사 내 인큐베이팅 센터까지 시공하게 됐다.
7년 간 작게는 10평에서 크게는 500평 까지 인테리어를 하며 크기에 맞는 공간 활용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하게 되었다. 어떻게 사무실 공간을 꾸며야 하는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야 사람들이 일하기 편한지 등 감각이 길러졌다. 건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했는데, 의도치 않게 사무 공간에 대한 디테일이 체득된 거다.
-첫 창업을 마치고 제주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흔한 커리어 패스는 아니다. 제주에는 왜 온건가.
어느 날 번아웃이 와서 찾은 곳이 제주였고, 목적은 일에 매몰되지 않고 쉬는 거였다. 그리고 아이가 셋 있는데, 너른 공간에서 자연이랑 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6년 간 살며 목적은 이룬 것 같다.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는데, 마침 제주도청 임기제 공무원 자리가 있어서 지원해서 다니게 됐다.
-그리고 3년 뒤 오피스를 창업했다.
안정적인 생활이었지만 공직에 큰 뜻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우선 내가 뭘 잘하는지, 내 경쟁력이 뭔지를 고민해 봤다. 그러다 공유 오피스를 제주에 만들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서울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 공유 오피스들이 있었지만 어디에 내놔도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 공유오피스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당시 발리나 치앙마이가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 회자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제주가 적합하다고 봤다. 결정적으로 앞선 창업에서 일하는 공간을 만들면서 축적한 자신감이 있었다. 예비 창업 패키지 제안서를 쓰면서 합격하면 공무원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사업은 공간이 선행되어야 하기에 소프트웨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자본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처음 계획은 작게 만들어서 운영하는 실험단계였다. 한 6개월 정도 해보고 반응이 없으면 피봇하려고 했다. 정부자금으로 3천만 원을 확보했고, 사비 3천만 원, 친구들에게 빌린거 합쳐서 8천만 원으로 시작했다.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에 창업했다. 워케이션이 지금처럼 각광받을지 모르고 시작한 거다.
흐름이 올 거란 생각은 막연하게 하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빨리 올 거란 예상은 못했다. 흐름은 천천히 올거고 우리나라에도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이 숨어 있을 거란 가정만 있었다. 제주에 발리나 치앙마이보다 나은 공유 공간이 생기면 대체할 수 있겠다는 두루뭉실한 계획만 있었다.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나.
처음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며 그마저도 끊겼다. 그런데 얼마 안 돼서 반전이 일어났다. 관광객들은 사라졌지만 재택근무자들이 우릴 찾기 시작한 거다. 초반에는 개발자들이 많이 왔고, 이곳에서의 경험이 좋아 커뮤니티 등에 입소문이 났다. 덕분에 유연근무나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대안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용자가 많이 늘었다.
-여러 커뮤니티에 후기가 많이 보이고 블로그등에도 이용기가 쌓여있다. 홍보는 어떻게 하나.
마케팅 비용은 브랜딩쪽으로 포커싱하고 있고 많이 쓰지도 않는다. 억지로 알리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걸 더 추구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주변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고 다행스럽게도 답답하지 않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계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좀 더 긴 호흡으로 가야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오피스에서 여러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일하는 걸 봤다.
도시에서의 일정을 잠시 끊고 집중해서 일하려고 오는 것 같다. 워케이션 느낌보다는 집중해서 IR 자료 등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제주에 사는 IT 개발자 모임’과 같은 주제로 네트워킹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근무하는 개발자들이 여기서 우연히 조우해서 정담을 나누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제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고객 대부분이 외지에서 온다. 로컬에서도 오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 타지에서 이사 온 사람이더라.
-제주 조천읍과 사계리 해안도로 앞에 지점을 두고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애월이나 함덕, 성산, 중문 등 인프라가 잘 조성된 곳들은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비싸고 일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힘들다. 조천과 사계는 오지도 아니고 많이 알려진 데도 아니기에 오피스의 콘셉트와 좀 더 맞다고 봤다.
원래 생각은 조천에서 숙소를 많이 확보해 워케이션 타운을 만드는 거였다. 그러다 마이리얼트립에서 투자를 받은 뒤 사계점을 단일 건물로 규모있게 조성하게 됐다. 사계점은 조천점보다 좀 더 숙소가 많다. 20개의 객실이 있고 공유 오피스도 조천점보다 3배 정도 더 큰 환경이다. 좀 더 쾌적하게 사람들이 일을 할 수도 있고 팀 단위로 올 수도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었다.
-현재 오피스는 전국 지자체에서 견학오는 워케이션 대표 모델이 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늘 지금이 제일 어렵다. 특히 현재 제주가 크게 위축됐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찾아오는 관광객이 적어져서 숙소나 카페, 식당 등이 힘겨워하는 것이 보인다. 줄 서던 식당도 지금 가면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없어지면서 재택근무가 다시 출근 근무로 전환되는 추세다. 진짜 우리 실력을 보여줘야 될 때인 거다.
-거기에 대한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B2B 고정 고객을 좀 더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 기업 복지에 워케이션이 들어가는 트랜드잖나. 그건 출근과 큰 상관은 없을 거다. 워케이션 관련 된 것은 우리가 서비스를 정말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정부가 외국인 인재 도입 정책 등을 펼치고 있다. 워케이션 비자도 도입한다고 한다. 인바운드 쪽 계획은 없나.
동남아시아 관광지와 비교할 때 제주가 불리한 게 날씨 부분이다. 겨울이 길고, 춥고, 바람도 많이 분다. 그래서 겨울은 제주의 비수기로 활기가 확 없어지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국가 사람들이 오피스에 오기 시작했다. 아울러 치앙마이 현지 디지털 노마드와 오피스의 교류를 논의하고 있다.
-동아시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어디를 염두에 두고 있나.
제주를 포함해 동아시아에 10개 지점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발리나 치앙마이는 레드오션이기도 하고 언더독이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고 본다. 우선 캄보디아 씨엠립에 3호점을 열 계획이다. 공유 오피스가 많이 없는 곳이고, 사계와 조천점 느낌과도 맞다. 차츰 늘려갈 예정이다.
-프라이머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고, 마이리얼트립에서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첫 투자자가 프라이머인 것은 의미있다. 나중에 안 건데 권도균 프라미어 대표가 오래전부터 재택근무, 원격근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조천에서 작게 운영하고 있을 때 권 대표가 “한국에서도 워케이션과 재택근무 흐름이 생길 테니 그 흐름에 잘 올라타길 바란다”고 조언해 줬고 시드 투자까지 이어졌다. 전략적 투자자인 마이리얼트립은 팬데믹 이후 생겨난 원격근무와 한 달 살기, 워케이션 카테고리를 우리와 함께 찾길 바랐고 서로 잘 맞는다.
-창업 후 가장 크게 배운 것, 깨달은 것은 뭐가 있나.
하루하루가 챌린지고 늘 부족하다는 걸 깨달으며 일을 하고 있다. 내 의지대로 잘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지만 너무 재미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상황에서 뭔가를 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선례가 없으면 스스로 뭔가를 결정해야하는데, 판단 기준은 뭔가.
희한한 부분이긴 한데, 나는 막막한 상황에서 결정을 잘하는 편이다. 데이터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직관 같은 거다.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그냥 바로 결정하는 데, 경험적으로 잘 된 선택이 많았다. 물론 되게 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끝으로, 오피스는 무엇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하나.
멋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게 정말로 가능하려면 너무나 많은 가정이 필요하기에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우리가 추구하는 건 말할 수 있다. ‘세상을 일하기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게 우리의 포괄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