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명 IT 매체가 바라보는 한국 VR·커머스 산업의 경쟁력은?
23일 중국의 유명 테크 미디어 핑웨스트(PingWest)가 플래텀, 디캠프와 함께 양국 스타트업의 미래를 논하는 ‘SYNC 2017’을 개최했다.
핑웨스트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베이징에 기반을 둔 미디어사로, 2013년부터 샌프란시스코, 베이징, 홍콩, 호치민시, 대만, 런던 등에서 SYNC 테크 콘퍼런스를 헤마다 개최했다. 한국은 본 행사가 열린 8번째 도시다.
오늘 행사에서는 핑웨스트 루어이항(骆轶航 Thomas Y.H. Luo)대표와 한국의 VR, 온라인커머스 스타트업이 함께 패널토론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패널 토론에는 루어이항 대표, 서울스토어 윤반석 대표, 리얼리티리플렉션 손우람 대표, 볼레 크리에이티브의 서동일 대표가 참여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중국 및 실리콘밸리에서 바라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국내 VR시장 규모와 돌파점, 3D 프린팅 시장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 한국 VR, ‘원천 기술력은 0점, 응용력은 100점’
플래텀 조상래 대표(이하 플래텀) : 최근 한중 양국 간 한한령(限韓令) 등 여러 외교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양국 간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는 이러한 장벽들도 허물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자리가 그런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먼저 중국 핑웨스트의 루어이항 대표가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해줬으면 좋겠다.
핑웨스트 루어이항 대표(이하 핑웨스트) : 최근 중국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VR이다. 미국은 VR에 대한 기술적인 우월성을 가지고 있고, 중국은 제조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VR 산업에 대한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볼레 크리에이티브 서동일 대표(이하 볼레) : 한국은 기술 기반 분야가 취약하다. 기본적으로 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인을 찾기가 어렵다. 그게 현실이다. 이처럼 한국은 원천 기술 보유량은 적지만, 이 기술을 응용하는 분야에서는 뛰어나다. 지금까지의 한국은 원천 기술 확보보다는 그것을 활용하며 성장해왔다. 인공지능, 가상 현실 분야 역시 이에 대한 응용 분야에서 빛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리얼리티리플렉션 손우람 대표(이하 리얼리티) : 같은 의견이다. 우리가 가진 장점은 뻔한 이야기이겠지만 사람이다. 한류와 연예인 IP가 핵심 경쟁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이를 활용해 VR 컨텐츠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플래텀 : 핑웨스트 루어이항 대표에게 질문하겠다. 중국에서는 한국 스타트업과 그 생태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관심도는 어느 정도인가.
핑웨스트 : 사실 중국 업체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온 시장은 미국이다. 요즘에는 동남아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 이유는 동남아 시장을 넥스트 차이나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제휴와 협력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최근 정치적 이슈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제휴가 맺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플래텀 : 사실 우리 매체도 국내 소식을 중국어로 번역해 중국 매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과거에 비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 아쉽다. VR 분야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겠다. 한국의 VR은 현재 태동기 수준이며, 주류 시장이 되기에는 여러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본다. 어떤 한계가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리얼리티 : 말씀하신 것처럼 VR 시장이 모바일 앱 시장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작다. 특히 작년 한국의 VR 시장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HMD 디바이스의 정식 출시가 타 국가에 비해 늦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 시장에 VR 컨텐츠를 판매하면서, 한가지 가지게 된 희망이 있다. 시장 크기는 작지만, 그 작은 시장 안에서의 수요는 폭발적이라는 점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양질의 컨텐츠를 내면 잘 팔린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폭발적 성장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있고, 그 힘으로 버티고 있다.
볼레 : 말씀하신대로 2016년 한국의 VR 시장만 두고 보자면, 기기의 보급이 늦어졌기 때문에 소비자 시장 자체가 작았다. 특히 보통 디바이스를 자체 출시하는 시장에서는 해당 디바이스 사업자들이 직접 컨텐츠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다. 예를 들어 닌텐도, 소니 등은 자신들이 기기를 만들기 때문에, 그 기기 안에서 재생될 컨텐츠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디바이스 제작 사업자가 없기 때문에 컨텐츠에 투자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VC 투자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VC들은 VR에 대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VR 산업을 전개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R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한국에 국한된 문제일 뿐 세계적으로 VR 시장은 계속해서 커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처럼 컨텐츠 제작에 특기가 있는 국가일수록 이 디바이스 사업자들의 컨텐츠 쇼핑처로 성장할 수 있다. 작년에 VR 디바이스가 여럿 출시 됐으니 올해에는 이 디바이스가 소비자와 접점을 갖게 되는 원년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들이 탄생할 것이고, 태동기를 지나 직접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플래텀 : 서동일 대표는 창업 전 오큘러스 VR의 창업 멤버이기도 했다. VR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볼레 : 기기의 성능적인 부분보다는 착용 방식이나 착용감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이 이루어질 것 같다. 이를테면 VR 디바이스는 개인적인 기기이기 때문에 위생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과도기에 발생하는 작은 문제이고, 더 중요한 것은 이 가상현실 산업이 우리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가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가상 현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롱 인간이 시간과 공간을 제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IT 기술은 두 가지 테마를 가지고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로는 그 기술을 통해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얼마나 빨리 처리할 수 있는가. 두번째는 그 일을 얼마나 저렴하게 할 수 있는가이다. 인간이 시간과 공간을 제어하게 됨으로써 과연 어떤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기의 단점을 찾기보다는 이 기술이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해보았으면 한다.
플래텀 : 리얼리티리플렉션은 3D 스캐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기술적 우위와 경쟁력을 소개해주었으면 좋겠다.
리얼리티 : 우리는 현실 세계에 있는 사람을 그대로 VR 세계 안에서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기술들을 개발해왔다. 이렇게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아티스트가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VR 3D 스캐닝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것이 우리의 유일한 기술은 아니고, 이미 미국 헐리우드 영화 회사에서는 많이 활용했던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경쟁력은 지역적 장점이다. 한국에 있는 연예인을 VR로 구현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스튜디오로 보내 촬영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지역적 이점을 이용해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팝스타를 스캐닝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중국, 일본의 스타들도 모두 스캔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한국 뷰티 스타트업, 중국의 ‘왕홍’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플래텀 : 커머스와 관련하여 서울스토어 윤반석 대표에게 질문하겠다. 최근 중국에서는 셀럽을 활용한 왕홍 커머스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이 왕홍 커머스와 관련하여 서울스토어는 어떤 중국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나.
서울스토어 윤반석(이하 서울스토어) : 보통은 한국에 있는 인플루언서를 중국 컨텐츠 플랫폼에 진출하게 만드는 방식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역으로 왕홍을 우리 서울커머스 내의 서울언니 그룹 안에 데리고 와서 컨텐츠를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다.
플래텀 : 중국의 광군제 행사를 보면 거대 커머스사들이 자사 플랫폼으로 여러 유통사를 입점시키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또 이 커머스사들이 자체적을 왕홍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서울스토어 : 사실 인플루언서를 우리 서울언니 플랫폼으로 데리고 오는 건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서울언니’라는 IP, 즉 해당 인플루언스가 가진 영향력을 최대한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 인플루언서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그 캐릭터 소비가 많아질수록 우리에겐 유리하기 때문에, 꼭 우리 플랫폼 안에서만 활동해야 한다는 폐쇄적인 정책은 취하지 않는다.
플래텀 : 현재 국내 뷰티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다. 화장품 다음으로는 어떤 아이템이 중국의 젊은 80, 90년대 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서울스토어 : 각 국가에 소득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럽게 내적인, 외적인 체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화장품을 넘어 한국 패션으로까지 그 관심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