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Story #321] ‘내년 누적 거래액 1,500억 기대…한국 최초 상장한 핸드메이드 마켓될 것’
‘또 핸드메이드야? 이 아이템 들고 온 회사는 다 망했어.’
백패커의 김동환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투자 유치는 번번히 실패였다. 유명 회사를 박차고 나온 천재 개발자도, 수십 년 간 커머스 분야에서 일했던 전문가도 성공시키지 못한 아이템, ‘핸드메이드 장터’.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디어스는 지난 3년간 뚝심으로 버틴 결과, 지난 1월 드디어 누적 거래액 200억을 넘기면서 국내 수공예 제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모두가 고전한 아이템을 가지고, 이제는 상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백패커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백패커 김동환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백패커 김동환 대표
■문방구, 팬시점, 온라인 디자인 편집샵…이제는 ‘핸드메이드’ 시대
솔직히 수공예 시장에서 거래액 200억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처음 창업을 결심할 때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나.
시장이 10년 단위로 바뀌고 있다. 80년대에 문방구에서 백 원짜리 모나미 펜을 사는 게 유행이었다면 90년대에는 팬시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2천 년 대 초에는 온라인 디자인 편집샵들이 떠올랐다. 이다음이 수공예 제품 시장이라고 봤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서울 시내에 수공예 장터가 세네 군데 뿐이었다. 그런데 작년 기준으로 서울 시내에서 40개가 넘는 장터가 주마다 열린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공예 산업 시장 규모 자체가 무려 10조 원이다. 현재는 더 커졌을 거라고 본다. 해외에서도 온라인 수공예 시장의 성장성이 검증됐다. 온라인 수공예 거래 플랫폼인 엣시(Etsy)가 10년간 꾸준히 성장해서 재작년 2분기에 나스닥에 상장했다.
처음 시장에 뛰어들 때 국내 경쟁 업체는 없었나.
많았다. 수공예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국가별로 1위 사업자만 살아남는 승자독식 시장이라는 점이다. 공산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의 경우, 주문이 늘면 배송 인력만 더 뽑으면 된다. 또 공산품의 경우 대량 생산되기 때문에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판매될 수 있다. 그러나 수공예 제품의 경우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과 노동력의 한계가 있다. 한 플랫폼에서 잘 팔리더라도, 일손과 시간이 부족해서 다른 플랫폼에 납품하거나 판매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미국, 유럽, 일본, 영국과 같은 수공예 제품이 대중화된 곳에서도 국가별로 각 하나의 서비스만 살아남았다.
다른 곳은 실패했지만, 아이디어스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인터뷰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수공예 제품 매매의 전 과정이 모바일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가장 먼저 시도했다는 점이 유효했다고 본다. 그 전에 나온 서비스들은 모두 웹 기반이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업실에서 분주하게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을 올려두고도 컴퓨터 앞을 지키지 못해서 판매나 고객 응대가 어려웠다. 우리는 최초로 모바일로 셀러(seller) 도구까지 만들어 제공한 기업이다. 안드로이드부터 아이폰까지 직접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물건을 등록할 수 있고, 문의가 들어오면 내부 메신저를 통해 구매자와 상담할 수 있다.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는 ‘대화형 커머스’를 구현한 것이다. 또 대표인 내가 직접 현장을 발로 찾아 뛰어다녔던 것도 도움이 됐다. 공예와 영업의 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 시절, 주말마다 플리마켓에 나가 대신 물건도 팔아주고 얼굴 도장도 찍었다. 그러면서 수공예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체득했다.
먼저 작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가장 바라는 바는 물건이 팔리는 것이다. 생계의 문제가 달린 일이다. 일단 이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애정을 갖고 참여할 수 있다. 그 전에 등장했던 플랫폼들은 그걸 못 보여줬다. 우리 전에 나온 한 서비스는 한 달 만에 작가를 400명이나 모았지만, 결국 판매가 안 돼서 망했다. 투사이드 마켓(Two side market)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실패한다. 그래서 우리는 초반에 무리해서 작가를 많이 모으지 않고 60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전단지를 배포하고, 집집마다 스티커를 붙이는 등 초반에 거래가 일어나게 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이후부터는 작가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이를 따라 좋은 작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균형을 맞춰가면서 거래 규모를 넓혀왔다.
작가 영입의 절차는 어떻게 되나.
몇 가지 채널이 있다. 먼저 작가 본인이 입점을 요청하는 경우, 심사해서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 식으로 영입되는 작가는 사실 많지 않다. 두 번째로는 기존 입점 작가의 추천 전형이 있다. 아이디어스 소속 작가는 한 달에 한 명, 새로운 작가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래서 기존 작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예비 작가들도 많다. 이런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소속 작가들은 자부심이 높은 편이다.
판매자이기도 하지만, 작가이기 때문에 갖는 자기 홍보 욕구는 없나.
많다. 그런 걸 서비스 내에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디어스는 장터이기도 하지만, 서로 관계를 맺고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자신의 프로필을 통해 스스로와 브랜드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풀어낼 수도 있고, 댓글이나 메시지를 통한 대화도 가능하다.
그럼 반대 측면에서 수공예 제품의 구매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초기에는 공산품과 수공예 제품 구매자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아이디어스 내에서의 구매 경험이 쌓이면서, 구매자들 스스로가 다른 점을 느낀다. 공산품의 경우 판매자와 생산자는 다른 사람이다. 또 이미 완제품으로 대량 생산되었기 때문에, 그 제작 과정을 알 수 없다. 수공예 제품 거래의 경우, 판매자가 곧 제작자이기 때문에 제작 과정을 구매자에게 단계별로 보여주는 작가들도 많다. 중간에 ‘끈 색깔을 바꿔드릴까요’, ‘각인을 넣어드릴까요’ 등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서, 제작 과정에 구매자가 자연스레 참여하게 되기도 한다. 또 판매자가 메신저를 통해 구매 감사 인사를 남긴다거나, 직접 손편지를 쓰는 경우도 있다.
작가들의 주요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연령대는 고등학생부터 60대까지 아주 다양하다. 다만 성비로 따졌을 땐 여성 작가가 훨씬 많다. 사업자 등록 비율의 경우, 우리는 입점할 때 사업자 등록을 강제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출이 발생하면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작가가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 수수료 아닌 정액제 시스템…거래 대부분이 작가들 몫
지난해 155억의 거래액 중 대부분이 작가들에게 돌아갔다고 들었다. 수수료 기반의 수익 모델이 플랫폼 입장에서는 더 이득일 텐데.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됐나.
시장 자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현재는 시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우리는 플랫폼에 들어온 작가들에게 월 5만5천 원의 서비스 이용료만 받는다. 이 요금 정책은 한시적이라서 추후에 변동될 수 있다고 미리 공지는 해뒀다. 나도 계속 정액제 기반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회사 재정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나. 수수료를 올리는 시점에 이익도 크게 늘 것이다. 하지만 반발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 수익 구조 변경 과정에서는 작가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예정이다. 예를 들어 배송, CRM 등을 돕는 부가 서비스나 광고 모델 등을 붙일 수 있다. 광고의 경우 올해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제품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 가령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세우는 셀러도 있을 수 있다.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이면, 안 팔릴 거다. 가격은 작가들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마진을 챙기면서 타 작가가 비슷한 제품을 어느 정도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지도 서로서로 살피는 것 같다.
제일 잘 팔리는 품목은 무엇인가.
겨울에는 캔들과 뜨개질 제품이 많이 팔린다. 여름에는 식초 등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식제품이 인기가 좋다. 계절마다 인기 품목이 다르다.
현재 시장을 키우는 중이라고 언급했는데, 시장이 완숙한 단계에서 대기업이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는 없나.
대기업은 시장 검증이 끝나면, 당연히 들어온다. 우리도 이미 두 번의 인수 협상을 거절했다. 이미 카카오에서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라는 선주문 맞춤 생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샵윈도 내에 수공예 제품 섹션이 있다.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수공예 제품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어떻게 견제할 생각인가.
아까 말했듯, 수공예 제품의 특성상 제한된 시간과 노동력으로 인해 대량 생산할 수 없다. 한 작가가 여러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싶어도, 여력이 안되는 것이다. 다른 기업에서 아이디어스 내의 작가들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만, 작가들이 옮겨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디어스 내에서 받은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에도 정신이 없다. 수수료도 없고, 플랫폼 내 SNS 기능을 통해 자신의 팔로워들과 소통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이동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한 작가의 경우 이 분을 따라다니는 팔로워가 아이디어스 내에만 7천 명 정도다. 이 분은 이 팬들만 잘 관리해도 생계에 전혀 문제가 없다.
거래액 규모가 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없었나.
딱 한 번 작가가 주문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서 배송 사고가 난 경우가 있었다. 새로 입점한 작가님인데 한 달 만에 2,3천 만 원 매출을 올렸지만, 결국 제시간에 물건을 다 만들지 못해 배송을 하지 못했다. 과한 욕심이 화를 부른 경우다.
■ 한국 최초의 상장한 수공예 마켓될 것…내년 거래액 1,500억 기대
앞서 미국의 엣시(Etsy)의 상장 사례를 이야기 했다. 한국에서도 수공예 거래 플랫폼이 상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이미 두 번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상장 말고는 방법이 없다. 수공예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당연히 상장이 가능할 것이다. 공예 전공자가 매년 2만 명이 배출되고 있고, 현재 일반 회사에 취업한 공예 전공자들까지 치면 10만 명이 넘는다. 그들에게 우리가 5만5천 원의 이용료를 받는다고만 쳐도, 연간 600억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셀러 10만 명이면 충분히 상장할 수 있지 않겠나.
오프라인 사업 계획은 없나.
하고 싶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 우리도 오프라인 진출 검토를 많이 해봤는데, 비용 뿐 아니라 잘 모르는 분야이다 보니까 상당히 어렵더라. 간접적으로는 오프라인 행사의 수공예 제품 페어라던지, 팝업 스토어 쪽으로 작년에 학습을 많이 했다. 확실히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는 아니더라. 하지만 여전히 진출 계획은 있다. 적절한 시점에 전문 인력을 모시고 올 예정이다. 교육 과정을 만들어서 공예법을 가르쳐준다든지, 전시회를 연다든지, 공방 등을 만들 계획도 있다. 10년 쯤 내다본다.
해외 진출 계획은.
결국 글로벌 진출을 해야 한다. 국내 경제 규모 내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해외 진출은 역직구 형태로 한국 작가들의 제품을 미국, 유럽, 중국에 있는 고객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미 엣시에 입점해 있는 한국 작가들이 많다.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에는 법적 이슈가 있었다. 지난 1월 28일부터 시행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 관리법(이하 전안법)’에 직격타를 맞았다. 손에 닿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국가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입법 취지는 좋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도입하는 법인데, 대기업이 아닌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에게는 타격이 크다. 대기업은 소품종 대량 생산을 하고, 이미 사내에 인증 기관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플랫폼 내 작가들의 경우 팔찌 하나를 팔더라도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같은 품목이라도 원단의 색이나 부자재 종류가 바뀌면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천만 원이 드는 작가도 있더라.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우리뿐 아니라 직구, 오픈마켓, 동네 보세 가게까지 몇백만 명의 셀러가 영향을 받는 법안이다 보니 반발이 굉장히 심했다. 그래서 두 개 조항이 1년 뒤로 유예됐다. 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국가 기술 표준원에 계속 문의해보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스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단기적으로는 수공예 시장을 국내에서 대중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에 훌륭한 작가들이 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수치적으로는 올해 내로 매출 기준 300~500억 정도, 내년에는 1,500억을 기대한다. 상장을 향해 달려가겠다. 지켜봐 달라.
입점 작가 중 한 명이 그려준 김동환 대표의 초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