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인도네시아 진출 방안 #9] 사례로 살펴보는 스타트업 진출 – (1) OKHOME
인도네시아에 대해 플래텀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진출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어떻게 현지에 적응했는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스타트업 두 곳의 인터뷰로 ‘성공적인 인도네시아 진출 방안’ 연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로 ‘맨땅에 헤딩’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오케이홈(OKHOME)’ 이야기입니다. 김대현 대표와 최진석 공동창업자의 이야기는 참조할 만한 사례라고 봅니다.
OK HOME 초기 창업팀. (왼쪽부터) 조송민 개발담당, 김대현 대표, Ferny 매니저, 최진석 공동창업자
먼저 두 분의 이력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대현(이하 김): 대학 재학시절에는 학문의 길로 가려고 했지만, 졸업할 즈음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전략 컨설팅 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제 꿈을 이루는 데 더 맞는 방향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라 여겼고, 대학 선후배 관계이자 엔테테인먼트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최진석 공동창업자와 동남아에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진석(이하 최): 저는 김대현 대표와는 다르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문은 저의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웃음) 운좋게 대기업 오퍼를 받아 사회 생활을 시작했지만, 3년 정도 일한 뒤 김대현 대표가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경영전략팀으로 옮겼어요. 그곳에서 신사업, 투자, 컨텐츠 및 브랜드 기획 등 업무를 접하게 되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이후 동남아 시장의 잠재성에 매력을 느껴 김대표와 의기투합해서 사업을 시작했고요.
그 정도 이력이면 어디든 가서 편하게 일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스타트업을, 그것도 해외에서 하려고 결심을 했나요?
김: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그것이 꿈과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에요. 저희들의 꿈은 ‘한국의 미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내수시장의 근원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미래는 젊은 청년들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해외에 아무 기반이 없는 우리가 해낸다면, “저 친구들도 해냈는데 우리도 못할 것이 없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해외진출을 생각했다면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적응을 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시아 지역을 생각했고, 선진국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개발도상국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시장 크기와 성장성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잘 할 수 있는 곳인지를 고려했어요. 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가 후보가 되었고, 최종 결정을 위해 각 나라에서 2개월씩 살아보면서 시장조사를 하기로 했죠.
그 결심을 하고 첫 번째 도착했던 나라가 인도네시아였는데요. 체류하면서 그곳에서 사업을 해야하겠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우선 인도네시아의 시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중국과 인도의 시장 안정화에 따라 인도네시아에 많은 VC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선택의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한류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인 부분도 있었고요. 그중에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몇 달간 체류하면서 교류한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상성이 잘 맞았고, 우리가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온디멘드(On-demnadn) 홈클리닝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왜 그 분야를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했나요?
김: 첫 번째는 시장규모가 크다는 점, 두 번째는 ‘입주 가정부’ 중심의 청소시장에 최저입금의 상승으로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점, 세 번째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사업을 통한 인니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는 향후 사업확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어요.
익숙하지 않는 지역에서 어떻게 보면 익숙하지 않는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사업을 준비했나요?
김: 기본적으로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빠르게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규모가 커진다면 어려운 일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기조는 유지할 계획이고요.
구체적으로 사업 초기 준비하고 시작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수요와 공급 측면 두 가지로 설명을 드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요측면에서 저희가 인니에 대해 6개월 간의 시장조사를 하며 현지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는 하지만 절대적으로 이해가 부족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시작해 봤어요. 평균적으로 한인들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라면, 현지인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가설)과, 창업자가 한국인이니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한인을 만족시킨다면 현지인도 만족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청소에 있어서는 인종/문화에 따른 차이점보다 개별 고객의 특성, 예를 들어 도우미가 있는지, 아이가 있는지, 청소에 대한 민감도는 어느정도인지 등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 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로컬 시장으로 확장하며 더 검증해보아야 합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청소 서비스의 핵심 가치인 청결함과 시간 준수라는 기본적인 부분에 집중하였습니다. 청소 퀄러티를 위해 저희 둘이서 한국에서 정규 청소 커리큘럼을 수강하고 자격증을 획득한 후 인니에서 직접 청소를 하며 인니의 집 구조에 맞춰 어떤 세제와 청소도구들을 쓰는게 더 효율적인지를 확인하며 매뉴얼을 작성하였습니다. OKHOME에서 청소를 맡아주시는 분들은 컨설턴트라고 호칭하는데요. 사업 초반에는 직접 OKHOME 컨설턴트에게 청소 교육을 하는 한편 직접 고객 집에 함께 다니면서 추가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이렇게 교육받아 좋은 퀄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설턴트가 현재 신규 컨설턴트들의 교육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OKHOME 컨설턴트는 기존의 가정부나 도우미와는 다르게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고객의 청소를 컨설팅하는 이들이에요. 이와 같은 호칭은 고객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동시에 컨설턴트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주었습니다.
인니에 시간약속에 대해 조금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지속적인 교육과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할 시 벌금과 같은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모든 컨설턴트들이 시간약속을 잘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사업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 아무래도 사람 문제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인도네시아에 아무런 연고 없이 시작했던 사업이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만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서 로컬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 인력소개 에이전시를 찾아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어려움 끝에 다행히 지금의 파트너를 만났어요. 그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몇 번이나 집에 찾아가고 가족 회의까지 참석해 저희 사업에 대해 설명한 끝에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파트너는 20년 가까이 현지에서 인력파견업을 하는 사람이에요. 처음에는 한국인이 자카르타까지 와서 청소 사업을 한다고 해서 사기를 치려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분도 결국 ‘더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한다’는 저희 비전에 깊이 공감하였고 지금은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동남아 시장 전반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대정부 업무에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유독 외국인 투자자나 창업가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가 많아요. 법인 설립, 비자 발급, 사업 허가 등 한국에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일에 어마어마한 자원을 쏟아 부어야 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이 법인을 설립하려면 반드시 투자청(BKPM) 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저희 서비스가 합법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회사법과 시행령까지 공부해서 담당자의 승인을 얻어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허위신고 등 편법을 쓰면 다소 쉽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저희 팀이 다소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모든 부분을 있는 그대로 허가받고 진행하려고 했어요.
그 힘든 부분은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었나요?
최: 진심으로 다가갔을 때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어요. 저희가 겪었던 문제 대부분이 사람 문제, 특히 문화 차이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많았는데요. 처음에는 상대방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진심을 다한 결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직설적인 한국인들과는 다르게 현지인들은 자기 속마음과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부정적인 대답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많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하게 말하고 한번 한 말은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현지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일례로, 저희가 사업허가를 받기 위해 담당 공무원과 미팅을 할 때, 저희 비스니스 모델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며 ‘우리는 인도네시아 법규를 지키고 싶다. 어떻게 하면 현지 법규를 잘 준수하며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알려달라. 요구하는 부분은 최대한 다 맞추겠다’ 라고 하니 담당 공무원이 ‘당신들처럼 이야기하는 외국인은 처음이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타 부서 공무원 미팅까지 주선하여 사업 허가를 승인해 준 적이 있습니다. 경쟁업체라 하더라도 월급이 높으면 이직하는 것이 일쑤라는 현지 직원들도 저희가 진심으로 대하니 신뢰를 주더라고요. 주문이 저조해 회사가 어려울 때에도 ‘내가 그만두면 우리 한국인 친구들 불쌍해서 안된다’ 라며 한 명도 떠나지 않고 열심히 일해 주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요.
회사 이름이 OKHOME 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김 : 고객이 오케이 하실 때까지 멋진 홈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해 드린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오케이’ 와 ‘홈’ 이라는 단어는 여러 문화권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저희 주요 고객층인 주부들이 저희 이름만 듣고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쉽고도 직관적인 명칭을 생각했어요. 다행히 현지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단어다 보니, 저희 서비스를 쉽게 설명할 수 있었어요.
고객과의 접점이 많은 서비스이기에 다양한 요구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나요?
최: 서비스 퀄리티 제고와 고객 커뮤니케이션 측면에 가장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였어요. 오케이홈의 모든 서비스 항목은 매뉴얼화 되어 있는데요, 저희 서비스 직원들은 6가지의 전용 세제를 포함한 20여 가지 청소 도구들을 상황에 맞춰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훈련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저희 직원 교육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 드렸지만, 저희 서비스 직원들은 감히 자카르타 최고의 서비스 컨설턴트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만큼 치열한 경쟁과 혹독한 훈련을 받은 정예들입니다.
고객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홈클리닝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들과 대비하여 고객 접점이 매우 많고 고객간 편차도 심한 서비스입니다. 집집마다 환경이 다르고 고객들도 원하는 바가 달라요. 아무리 매뉴얼을 잘 만들어도 고객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추가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최적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객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저희가 기본적으로 서비스해 드리는 내용 외 고객이 추가로 요청하시는 부분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인도네시아어 외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하여 저희 직원과 고객이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고요. 조금만 있으면 저희 어플리케이션이 런칭되는데, 훨씬 간편하고 효율적인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을 먼저 겪어본 기업입장에서 다음 번 오게 될 스타트업들을 위해 조언해 준다면요?
최: 현재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시장은 과거 90년대 후반의 한국이나 2008년의 중국 상황과 비슷하다고 업계에서 말하곤 해요. 거대한 인구가 거의 한순간에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시장에 편입되었고, 초고속통신망 등 사업 인프라도 많이 개선되었으며, 현지 대기업과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의지도 큽니다. 이미 이커머스와 물류 등 몇몇 분야는 대규모 투자자본의 각축장이 되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어요. 특히 현지 상류층 엘리트들이 유학 생활을 끝내고 돌아와 창업한 몇몇 서비스는 실리콘 밸리의 경험과 네트워크,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대규모 투자 지원 등을 기반으로 크게 성공하기도 했어요. 인도네시아는 ‘30년 동안 계속 유망하기만 했던 시장’ 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는데요, 확실히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어요.
다만 섬나라 특유의 열악한 물류 환경, 낙후된 결제 인프라, 비효율적인 정부 규제 등 뚜렷한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진국 대비 창업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또한 빈부격차가 한국보다 훨씬 크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기에 매스마켓에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소비자 대부분이 시간은 남아돌지만 돈은 궁한 경우가 많죠. 그래서 ‘돈을 내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주는’ 서비스는 현지에서 반응이 썩 좋지 않은 점이 타 시장과 다른 점입니다. 선진국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현지에 그대로 적용했던 팀들 대부분의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현지화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회가 많은 시장이자 리스크 또한 큰 시장이라고 봅니다.
OKHOME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부탁 드립니다.
김 : OKHOME의 비전은 동남아시장에서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이어 나갈 수 있는 것과 동남아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자카르타에서만 서비스를 하지만, 향후 다른 주요 인니 도시들에 서비스를 확장하려고 해요. 그리고 다른 동남아 나라들로도 확장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저희가 타지에 와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한상 선배들이 길을 닦아 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동남아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 간단히 한 가지 씩만 부탁 드립니다.
김: 굳이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과감한 도전 정신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한국에서 보는 인도네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직접 와서 부딪혀서 알게 되는 인도네시아는 많은 차이가 있어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진출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최: 저희 사례를 통해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할 수 있다’ 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외국인으로서 현지에서 사업을 해 나가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박상훈 커머스링크인터네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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