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다른 달에 비해 날 수가 적습니다. 그래서인지 벌써 끝이 보이는 2월이지만, 플래텀 편집부에서 ‘분투’를 주제로 이 달이 가기 전 읽어보시면 좋을 책들을 선정했습니다.
「스탠퍼드 스타트업 바이블」(리샤오라이 저, 나진희 역, 살림출판사, 2017) / 손요한 편집장
미국의 유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이 강의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많은 스타트업 책에서 이야기하는 스타트업의 매뉴얼도, 기업가정신도 아니다. 이 책은 와이 콤비네이터와 성공한 스타트업이 소비자를 모으고, 영업과 마케팅을 진행하고, 자금을 확보하고, 기업문화를 일구고, 새로운 사람을 뽑는 스타트업 비즈니스 전반에 관한 조언을 담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의 허와 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벤처 분야에서 말하는 ‘스타트업’과 ‘단독으로 일하는 것’을 헛갈려 한다. 스타트업은 다르다. 만일 창업가가 하는 일이 고속 성장하는 사업이 아니고 벤처투자 업체가 거기에 참여할 수 없다고 치자. 이런 상황은 많은 창업가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 점을 인정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창업가는 진짜 눈뜬장님이다. 창업가가 해야 하는 일은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어렵다면 어렵다.
「축적의 시간: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식노마드, 2015) / 조상래 대표
현재 우리는 경기 순환 사이클, 산업혁명의 사이클, 강대국의 순환 사이클 측면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우리나라의 기술 산업이 어떻게 해야 지속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에 관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들의 제언을 담은 책이 바로 ‘축적의 시간’이다. 책은 ‘중국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체계적으로 축적하면서 개념설계의 역량을 급속히 향상시키는 중’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면 이러한 배경을 기반으로 지금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어떻게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긴 호흡으로 경험을 쌓아가기 위한 축적의 시간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축적의 시간’으로 정했다.
「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미셸·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저, 박종성 역, 에코의 서재, 2007 ) / 정새롬 기자
올해로 출판 10주년을 맞이한 <생각의 탄생>은, 천재라 칭송받는 사람들의 13가지 발상법을 소개한다. 몇 년 전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는, 이걸 완독하고 나면 천재들의 생각 도구를 적시적기에 꺼내어 사용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초능력은 생기지 않았다. 공식을 안다고 모든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아닌 것처럼, 여전히 쓸만한 ‘생각의 탄생’은 먼 나라 이야기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과제를 앞두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면 가끔 이 책을 들춰보곤 한다. 이 책은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라고 끊임없이 설득하면서도, 언제나 ‘이렇게 수많은 방법이 있으니 상상하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용기를 건네주기 때문이다. <생각의 탄생>은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지식인 100인의 추천 도서 랭킹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 사람은 자신들이 관찰하고 생각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버렸다. 그들은 복잡한 시각적, 물리적, 정서적 관념들을 제거해가면서 결국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이미지들만 남기고 있다. 추상의 본질은 다른 속성에 비추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 특징만 잡아내는 데 있다.
+ 이 책과 더불어 추천하고 싶은 영상 콘텐츠가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앱스트랙트(Abstract)’다. 앱스트랙트는 넷플릭스가 만든 다큐멘터리로, 매 편 한 명의 예술가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어떻게 사고하고 작업하는 지 그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고단한 창조의 과정을 예술가의 덤덤한 코멘트와 함께 지켜볼 수 있어 흥미롭다.
「배민다움 : 배달의민족 브랜딩 이야기」(홍성태, 북스톤, 2016) / 서혜인 기자
이 책은 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가 배민 창업 계기 및 그간 진행해 온 마케팅, 나아가 브랜딩 전개 방식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작은 브랜드가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많은 이에게 인상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밝힌 마케팅 방법과 이유를 읽다 보면 기업, 혹은 개인에 이르기까지 각자 정체성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유익하다. 회사 브랜딩을 고민하는 분, 혹은 개인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배민 사무실에 가려면 롯데백화점 앞의 잠실역 사거리를 지나가야 한다. 그곳은 상습 정체지역인 데다 요즘은 한창 공사 중이어서 더욱 막힌다. 교통지옥인 서울에서 약간의 지각은 양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배민에 갈 때는 1분만 늦을 것 같아도 식은땀이 난다. 회의실 입구에 쓰인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자꾸 떠올라서다.
창의력과 혁신은 반복되는 숙련도와 성실성을 전제로 할 때 나오므로, 창의성에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규율은 오히려 더 중요하다. 《업무의 기술(The Art of Work)》의 저자인 제프 고인스는 ‘창의력과 규율의 역설(paradox of creativity and discipline)’을 설명하면서 예술가에게 규율은 무서운 적이자 좋은 친구이듯이, 창의적인 일을 도모하는 데 확고한 규율은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한다. 배민의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이란 룰은 놀랄 만큼 철저하게 시행되고 있고, 이 회사의 중심 뼈대가 되어 있다.
「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필 나이트 저, 안세민 역, 사회평론, 2016 ) / 이혜령 기자·연구원
‘슈독(Shoe Dog)’이란 신발 연구에 미친 사람을 뜻하는 단어다. 스물 네 살 청년이었던 필 나이트는, 배낭여행 중 일본의 운동회 회사 오니쓰카를 찾아가 대담하게 미국 판매권을 얻어냈다. 이후 오니쓰카가 신발 공급을 중단하자 만든 브랜드가 ‘나이키(Nike)’다. 부모님의 집 지하실에서 시작했던 나이키는,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이 자수성과의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역경과 고난, 이를 극복하고 손에 쥐었던 승리의 순간들을 필 나이트는 이 책 안에 가득 담았다. 창업자뿐만 아니라,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작하려고 하는 모든 청춘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경쟁의 기술은 망각의 기술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육상 경기를 통해 배웠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잊어버려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품었던 의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고통과 과거를 잊어버려야 한다. 우리는 “이제 그만하자”는 내면의 외침, 애원을 무시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잊어버리거나 떨쳐버리거나 무시하지 못하면, 우리는 세상과 타협해야 한다. 육상 경기 도중에 내 마음이 원하는 것과 내 몸이 원하는 것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나는 내 몸에 이런 말을 하곤 했다. ‘그래, 너 참 좋은 의견을 내놓았구나. 하지만 그래도 계속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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