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인도네시아 진출 방안 #10] 사례로 살펴보는 스타트업 진출 – (2) Epin
10회 연재를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조금이라도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기고인데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지난회에 이어 현지에 진출한 스타트업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으로 ‘성공적인 인도네시아 진출 방안’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인도네시아 관련된 이야기들로 찾아 뵙겠습니다.
오늘은 7회 기고에서 다룬 적이 있었던 게임 퍼블리싱 업체 크레온(KREON)에서 분사한 Epin이라는 업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신진세 대표와 유재우 CMO, 윤형철 CTO로 구성된 Epin은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내공을 다져 나가고 있는 기업입니다.
Q. 반갑습니다. 우선 세 분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신진세 대표(이하 신): 저는 대학시절부터 해외에서 근무를 해보고 싶은 의지가 커서 해외 취업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코린도라는 회사를 거쳐, 크레온에서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크레온에서 일하면서 IT 산업 분야에 대해서 큰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되었고,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생각했어요. 그러다 함께 일했던 윤형철 CTO, 유재우 CMO와 분사해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윤형철 CTO(이하 윤): 90년대 말 벤처 붐 시절 문자인식, 보안, 모바일 동기화 솔루션 분야 벤처회사를 거쳤고, 프리랜서 개발자로 멀티미디어와 공장자동화 분야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2013년에 크래온에서 와르넷(PC방) 관리 프로그램 개발팀을 맡게 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신대표와 함께 EPIN을 공동창업하게 되었고요.
유재우 CMO(이하 유): 인도네시아 오기 전에는 한국 화이자라는 미국계 제약회사에서 근무했었고, MBA 졸업 후에 크레온 사업개발팀에 조인하여 3년을 일했습니다. 이후 EPIN 창업팀에 합류했어요.
Q. 해외에 진출한 기업에서 분사가 흔한 경우는 아닌데요. 크레온에서 분사를 하게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신: 2016년 10월에 최종 스핀오프를 결정했습니다. PC방이라는 환경에 온라인 광고 및 콘텐츠 인프라를 장기적으로 확충시켜 나간다면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양질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최초 사업방향은 게임 퍼블리싱에 도움이 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광고 인프라와 콘텐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으로서 방향성을 제고해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크레온은 분사 이후에도 EPIN의 고객사에요. 양사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Q.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분사를 결정할 수 있었을 텐데요.
신: 현지 시장을 보면서 주목한 것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각종 IT 서비스 및 콘텐츠들이 최종유저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모바일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환경과 비교한다면 인도네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온라인 매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온라인 매체의 부족은 IT 서비스 또는 콘텐츠가 인도네시아에 자리를 잡는데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을 합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 이커머스만 하더라도 서비스를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온라인 매체의 부족을 오프라인 광고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옥외광고를 이커머스 업체들이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인도네시아 PC방 광고 플랫폼화를 구현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PC방을 광고 플랫폼화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가맹점의 숫자, 우리 광고를 실어줄 수 있는 컴퓨터의 숫자가 압도적일 때 의미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전체 PC방 숫자를 대략 30,000개 정도로 추산하는데, 그 가운데 18,000개(PC 기준 300,0000대)를 Epin의 가맹점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PC방의 컴퓨터에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슬롯은 크게, 시작 페이지 광고(일 노출 1,500,000), 배너 광고(일 노출 800,000), 잠금 화면 광고(일 노출 1,000,000)가 있습니다. 저희 가맹점 PC방들에 하루에 다녀가는 고객들이 1,000,000명 수준이다 보니 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광고 캠페인, 메시지들을 각인시킬 수가 있지요. 따라서, 온라인 매체를 찾고 있는 광고주들의 수요와 저희 매체의 공급 역량을 잘 매칭 시킬 수 있다면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을 충분히 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프로그램은 PC방의 컴퓨터에 직접 심겨져 있기 때문에 PC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 알 수가 있습니다.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는지,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는지, 어떤 사양의 컴퓨터인지 등등 세부 정보를 알 수 있는건데요. 무작위로 진행하는 배너 광고, 게임 광고와는 다르게 PC방 사용자의 성향과 활동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된 광고를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광고 플랫폼이 시장에 서서히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있어요. 현지 광고주들이 처음에는 저희 매체를 좀 생소해하시지만, Trial 광고 기간 등을 통해서 트래픽을 보여줄 경우 대다수의 광고주가 실광고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저희가 자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안되기 때문에 광고주들의 서비스를 알리는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커뮤니티 서비스, 웹게임 서비스 등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하려해요. 그렇게 하나씩 준비해 가고 있습니다.
Q.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신: 사람에 관한 문제가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저희 사업은 두 가 지 분야로 나뉘어요. 첫 번째가 사업의 발판이 될 수 있는 PC방 가맹점 확보, 두 번째가 그렇게 확보된 가맹점을 가지고 플랫폼화 시키는 부분입니다. 첫 번째 가맹점 확보를 위해서는 PC방 영업사원의 운영이 필요했습니다. 유사한 사업이 인도네시아에 없었던 관계로 인력 파견 대행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시킨 후에 현장에 투입시켰는데요. 일련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PC방 가맹점을 플랫폼화 하는 과정에서는 현지 클라이언트들이 PC방 플랫폼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저희 광고 플랫폼을 구매해주시는 클라이언트는 대개 브랜드 인지도가 필요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PC방에 알려야 하는 큰 기업이에요. JD, 아수스, 토코피디아, 라인 웹툰, 일레브니아 및 각종 담배 브랜드 등이 있는데, 이런 브랜드들의 광고를 집행하는 실무 담당자들은 해외 유학파 혹은 고소득층인 경우가 많아 현지에서 PC방에 한 번도 안 가본 분들이 많습니다. PC방 자체가 자신의 생활권에 한 번도 들어왔던 적이 없기 때문에 PC방 광고라는 것에 대해서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온라인 상에서의 트래픽만을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PC방 환경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의 마케팅이란 어떤 것인지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부러 열악한 PC방에서 미팅을 잡기도 했고요.
Q. 그럼 힘든 부분은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었나요?
신: 정량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곳곳에 적용함으로써 해결했어요. 한국인 관리자 한 명에 수십 명의 현지 직원이 있어요. 현지에서는 관련 업종의 경험 자체가 없는 상황이기에, 한국인 관리자가 빨리 업무를 정리해서 정례화시켜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필요한 일과 필요 없는 일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이기에 빨리 프로세스를 정립시키는 것을 우선시했습니다.
그리고 교육하고 현장에 투입시키기까지 기간이 한 달 가까이 되는데, 그 사이 퇴사율이 너무 높아 비용 부담이 컸습니다. 채용 전에 이런 부분들을 잘 솎아 낼 수 있도록 인성 테스트를 도입했어요. 인도네시아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많이 따왔고, 일부는 저희가 직접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자카르타에서 영업 센터를 처음 만든 이후에는 그 경험을 토대로 다른 도시에 똑같이 영업 센터를 만들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수라바야, 폰티아낙, 메단, 마카사르 등 인도네시아의 2선 도시들에 가서 처음부터 인원을 채용하고, 사무실 세팅, 교육, 현업 투입, 고객 CS 응대 등을 매뉴얼에 맞추어서 반복하다 보니 점점 더 빠른 시간에 더 정확한 업무 세팅을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Q. 규모가 큰 기업 직원에서 초기 스타트업 파운더로 변신을 했습니다. 어떤 변화를 체감하나요?
유: 우선 신경 쓸 것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사업부서 출신이라 이전에는 매출만 신경 쓰면 되었는데요. 지금은 인사, 총무, 노무, 세무 등을 전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이런 관리 업무의 근간이 되는 인도네시아 노동법, 세법 등도 알아야 해서, 작년 말부터는 재무회계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도네시아 말이 부쩍 늘었습니다. (웃음)
특히, 일을 대하는 자세가 다를 수 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사업이기에 ‘수익 극대화’라는 목적을 지향해요. 거의 모든 결정을 할 때, ‘이게 우리 회사 잔고에 도움이 되나?’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력 채용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어요. 크레온은 인니 현지에서 워낙 잘 알려진 회사인 반면, 저희는 아직 인지도가 없어서 애를 먹곤 해요. 혹시라도 인도네시아에서 일할 수 있는 좋은 웹개발자가 있다면 소개해 주셨으면 해요.
Q. EPIN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신: 저희 Epin은 인도네시아에서 콘텐츠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 세상의 와룽(Warung /노점가게) 같은 유통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와룽은 협회도 없고 납세 자료도 없어 정확히 파악은 할 수 없지만, 전국에 몇십 만개가 있다고 해요. 와룽은 보기에는 허름하지만 판매하는 물품은 인도푸드, 마요라푸드, 네슬레, 한국의 미원 등 대기업 혹은 다국적 기업의 제품입니다. 와룽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 간 경쟁도 치열해요. 인도네시아 유통업계에서 와룽이라는 실핏줄 유통망이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좋은 제품이 와룽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인니 전역의 서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EPIN도 PC방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인니 전역의 젊은 인터넷 유저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 한 가지씩 부탁드립니다.
신: 우선 ‘빨리 나오세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고도화된 서비스를 경험했다면, 나머지 숙제는 현지화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특히나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저돌적인 시장 개척 마인드는 동남아시아 환경에서 큰 메리트가 있습니다.
윤: 현재까지는 인도네시아에서 안정적인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선진국에 비해서 어렵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장을 돌아다녀보면 느리고 불안정한 네트웍, 낮은 PC 사양과 비표준 환경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떨어져요. 그런데 인도네시아인들은 그것을 별다른 불만 없이 인내하면서 사용하지요. 한국에서 겪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서 개발을 한다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인도네시아 시장은 사용자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사용하듯 서비스 개발자도 자신이 기대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과 검증에서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유: 인도네시아는 콘텐츠 소비에 있어 글로벌한 트렌드를 따라가며, 2억 5천만 명의 내수 시장과 높은 모바일 집중도를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다만, 시장은 빠르게 포화되고 있고, 정부 규제 등에 의해 하루아침에 서비스를 접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현지화된 사업 전략이 필요해요. 현지화가 중요한 만큼 인도네시아에 직접 오셔서 인니말을 배우고, 현지화된 사고를 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박상훈 커머스링크인터네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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