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스타트업 창업기] ③ 내가 받을 수 있는 돈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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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창업자도 구했고 아이디어를 구현해 줄 수 있는 개발자도 만났다. 이렇게 사업을 시작하나 싶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계획한 최소 1년 동안 사업을 다지기 위해 드는 비용이 있다. 그러나 수중엔 돈이 없다. 그래서 돈을 빌려봐야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빌린 돈은 곧 빚 아니던가. 빚 안지고 떳떳하게 사업하는 것만큼 당당하고 소신있는 건 없다. 이런 생각을 나뿐만 아니라 다들 하는 것 같다.
허나 한편으론 이런 말도 있다. “수중에 5천만 원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세상을 바꿀 원대한 목표를 세운 기업가다. 그런 와중에 사업 운영 자금이 내 돈인지, 남의 돈인지에 따라 사업하는 기분이 달라진다.” 그게 무슨 말인가. “사업을 대할 때의 자신감이 달라진다는 것”이란다.
상황을 가정해봤다. 초기 자금 5천만원으로 시작했다. 그 중 내 돈이 들어간다. 본격적인 수익이 나지 않는 이상 달마다 돈은 빠르게 사라진다. 이때부터 하루하루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확인한다. 돈이 모자라 500만원을, 1천만 원을, 또 1천만 원을 넣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심정이라는 게 이런 기분일까. 회사와 내 스스로를 동일시 한 만큼,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돈과 함께 나 자신도 무너져 감을 느낀다. 절망적이다. 회사를 다닐 때와는 다른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 몰려온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내가 스스로 만든 덫에 시달리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꼭 해야할 필요는 없다.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남의 돈’인 투자를 받을 필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 주머니 사정만 감안한다면 빠른 성장은 더딜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미 창업가의 길로 들어선 이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들은 창업지원기관에서 열리는 피칭 행사나 네트워킹 행사에 가보라고 했다. 많이 말고 몇 번만. 그 자리엔 이미 연쇄 창업자 출신의 엔젤투자자도, 직접 벤처캐피탈을 차린 자본가도 있단다. 맞다. 내가 디캠프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마루 180 등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 참석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투자자를 만나기 위함이다. 이런 행사에서 매체나 온라인에서만 보던 유명한 투자자를 본다.
사실 고민이 많았다. 아이디어만 기획돼 있는 현 상황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그 시간에 차라리 열심히 더 사업 성장 속도를 높이는 건 어떨까? 일단은 사업 기반을 만들기에 초기 자금이 너무 없어서 딱 한달 정도 문을 두드려 보기로 결정했다. 나와 나를 믿고 나온 친구, 그리고 파트타임으로 힘써주는 개발자를 우리 팀에 정식 팀원으로 영입하고 싶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이들이 나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해줄까? 스타트업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자금을 생각해 봤다.
스타트업 데모데이에는 일반 청중도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들도 모인다.
1.엔젤투자
개인들이 돈을 모아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으로 그 대가를 받는 투자형태를 일컫는다. 그렇기 때문에 여럿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 투자클럽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창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천사같은 투자라고 해서 불리는 이름이고, 이렇게 투자하는 사람을 엔젤 투자자라고 한다. 이들의 자본은 엔젤 캐피털이라고 불리우고 우리처럼 아이디어와 기획력은 있지만 제품이 당장 나오지 않았을 때 고려할 수 있는 투자유치 방안이다.
엔젤투자자들 가운데는 사업가로 변신한 연예인들도 제법 있다. 할리웃엔 이미 꽤 많이 형성돼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이들이 성장한 뒤 생긴 투자금 차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지난 겨울 한 스타트업 지원기관에 갔다가 모 스타트업과 미팅 중인 배우 A씨도 봤다.
2. 벤처 캐피탈(VC)
고성장 비상장사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투자사를 위한 투자 수단의 하나다. 이런 관심사를 가진 투자자/투자사가 모여서 만든 게 펀드다. 출자약정(commitment)라는 형태로 그 펀드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게 되는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다.
VC는 펀드 형태로 투자하며, 회사가 아니라 파트너십의 형태를 가진다. 펀드의 존속기간은 약 10년 이내이고 투자자와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보통 3,5,7년 단위로 설정된다. 이 자금으로 VC가 초기 3~5년 간 투자 기회를 갖고 멘토링도 해주고 가이드도 맡는다. 그래서 궁극적으론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한다.
국내 많은 스타트업은 실제로 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는다. 2016년 한해에 투자 받은 스타트업은 총 369건이다. 이는 약 하루에 한 건 씩 투자 받았다는 소리다.
많은 스타트업이 실제로 VC로부터 투자를 받기를 희망한다. 이유야 많다. 하지만 무턱대고 VC를 만나기 전에 체크해봐야 할 것이 있다고 사업 선배는 조언한다. 내 사업과 비슷한 아이템을 바탕으로 하는 포트폴리오를 가진 곳 찾기, 사업 규모와 VC가 맞는 지 확인해보기, 사업과 관계없는 인신 관련 농담에 감정 소모하지 않기, 콜드콜은 적당히 등 이었다.
첫 번째에 관련한 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률이 높아진다는 말인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사전 정보를 최대한 많이 습득해야 여러 모드에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정보를 총 동원해 내 사업과 비슷한 사업에 투자한 곳을 찾아낸다. 그들에게 비슷한 사업과 또다른 차별점을 어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두 번째는 속도다.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받는 곳은 적어도 아주 초기 단계의 기업은 아니다. 그들이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3-5년 안에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사업도 그 안엔 성공하겠지.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괜한 헛걸음을 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콜드콜이다. 콜드콜이란, 쉽게 말해 영업 목적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을 뜻하는데, 스타트업 현장에서 이 말은 내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직접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한때는 아는 분 소개를 통해서 투자자를 만날까 했다. 주위 지인에게 이 얘길 하니 말렸다. 가서 좋은 얘길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봐라. 너도 그 사업이 실제로 잘 될지 안 될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데, ‘잘 될까요?’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대답 하겠니. 그 상황에 놓이면 그 어떤 누구도 말을 못한다.”
정답이다. 그래서 콜드콜은 일단 사업 모델을 증명하기 전까진 자제하기로 했다.
네 번째는 사업과 관계 없는 나쁜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으나 의연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선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로 꽤 많은 비율의 사업가들은 사업아이템과 무관한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예컨대 외모나 결혼 유무 등 사적인 영역이었다. 이것도 사업 속도와 완성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자제하기로 했다.
3.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이하 신보,기보)
최대 1억 원까지 보장해주는 신보&기보 또한 추천 받았다. 그 돈으로 회사가 법인을 세우고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어느정도 기간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전에 신보와 기보에서 동시에 돈을 대출받을 순 없으니 어디서 받을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먼저 신용보증기금에서 운영하는 창업자금정책에는 혁신형 창업기업보증제도, 청년창업특례보증제도, 예비창업자 창업보증 등이 있었다. 창업자금대상은 만 20세 이상~39세 이하의 청년이다.
보증에 필요한 보증료는 지원자금의 0.3%이며, 보증비율은 창업후 1년 이내 또는 보증금액 1억원 이하는 100%, 1억원이 초과하는 경우엔 95%, 보증기간은 신청기업과 은행과의 협의에서 조정 가능하지만 5년 이상 장기 운용을 원칙으로 한다.
두 기금 모두 정부지원이어서 사기를 당할 위험이 없고 문제가 생길 위험도 적다는 게 장점이다. 그리고 사업장에 대해서만 운영, 설비자금을 대출해주기 때문에 법인 아래 대표와 공동창업자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신보 기금은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1년 이내에 창업을 앞둔 사람들이 해당된다. 즉,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시스템이어서 돈 떼일 염려 없고, 제1금융권에서 빌리는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평균 3.5%대) 가 장점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만큼 이용해볼까 하다가 주위에 의견을 구해봤다. 기금에서 돈을 빌려봤던 지인들은 “상환일이 다가올 땐 은행 대출 만기와 같은 기분이 들어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바로 갚기 어려우면 재계약을 통해 기한을 연장할 순 있지만 빨리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 애를 먹었다”, 라거나 혹은 “애초에 좀 더 확실한 기술이 보유되지 않은 이상 대출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대출이 어려운 이유로는, 현재 매출 상승률을 보여 주지도 않고 아이디어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말에도 공감했다.
4. 크라우드펀딩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사업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지분/증권형, 기부/후원형, 대출형으로 각각 기금마련 목적에 따라 형태는 달라진다. 사업이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니 지분을 쪼개 증권 형태로 만들 자신은 없다.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 P2P를 하자니 이자율이 걸리고 신용등급이 낮은 것도 아니다.
그렇게 어떤 크라우드펀딩 방식이 어울릴 지 몰라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지인으로부터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몇가지 방법으로 크라우드 방식을 고려해보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았다. 테스트를 해보니 제품 출시 전 시장성을 검증하거나 홍보마케팅 및 유통 경로 확장을 희망해 자금을 마련하는 만큼 리워드형 펀딩이 알맞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내 사업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인 펀딩 방법은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 엔젤 투자가 좋다고 판단했다.
계획대로 된다면 이 두가지 방법을 통해 자금을 모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남의 주머니에서 돈 꺼내기 어렵단 말이 있지 않나, 내가 딱 그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팀은 자금 마련을 알아보기로 결심한 지 석 달 만에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투자자는 우리의 어떤 점을 보고 흔쾌히 투자금을 지불할 용의를 보였을까?
<④편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