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형 사업기획 시리즈 #2] 초보가 고수처럼 사업전략 구상하기 : 비즈니스모델 패턴 활용법
필자가 스타트업이든 기업이든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조직을 만나면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가 신제품 구상과 신사업 구상을 동일시 한다는 것이다. 제품은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의 일부분일 뿐이고, 거기에 이 제품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적정한 수익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비즈니스모델 구상은 부차적인 일이거나, 차별화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차별화 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은 분명히 시장 파급력이 있다. 하지만 그 시장 파급력을 극대화 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미투(Me Too)제품에 밀려 급속히 경쟁력을 잃지 않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꿈꾼다면, 제품에서 비즈니스 차원으로 생각을 확장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할 때 흔히 쓰는 도구가 비즈니스모델 캔버스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9개의 구성요소를 하나 하나 검토하도록 도와주며, 9개의 요소들이 고객가치 극대화 또는 수익성을 위해 일관화(Alignment)되어 있는지 확인케 해주는 좋은 도구이다.
▲ 알렉스 오스터왈더의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위와 같은 BM 캔버스를 활용하면 자신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지 더욱 명확해지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공급 및 판매 채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수익의 흐름도 정의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사업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사업자라면 이쯤에서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차원의 차별성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왜? 결국 제품만 약간 다를 뿐, 남들과 비즈니스모델은 똑같아요
제품이 다르고, 제품 특성에 따라 고객군의 달라졌을 뿐, 기타 모든 요소들이 유사사업체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하다면 우리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갖춘 것일까? 흔히 말하는 사업의 구조, 메커니즘이 다른, 차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캔버스의 각 요소별로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면, 언젠가는 그런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이 나타날까?
이런 어려움을 느끼는 사업가들에게 필자가 추천하는 가장 손쉬운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 방법은 각 산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소위 잘나가는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을 우리에게 적용해보는 벤치마킹이다. 이른바 비즈니스모델 패턴의 적용이다.
비즈니스모델 패턴의 적용 따라하기
누구라도 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커피샵의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필자가 커피샵을 사례로 든 이유로 첫번째는 너무 흔해서 누구나 잘 이해할 수 있다는것, 두번째는 스타벅스가 국내에서 매출 1조원을 넘겼다는 조금은 씁쓸한 뉴스를 접하고, 기업뿐 아니라 소규모 사업자들 또한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필자는 스타벅스에 전혀 유감이 없다. 단지, 수많은 국내 커피브랜드, 골목상권의 수많은 개성 강한 바리스터들이 스타벅스의 독주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
▶ 지금의 사업구상이 최선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면, 자신의 사업 구상에 하나하나 적용 해보길 권한다.
PART 1. 제품과 서비스 차원에서 차별화된 BM 패턴 적용
1. 번들(Bundled) – 「제품+서비스」, 「서비스+서비스」의 형태
: 커피샵에 번들 패턴을 적용해보면, 커피 + 빵(혹은 디저트), 커피 + 배달서비스 등 커피와 연관된 다른 제품과 묶거나, 연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아이디어가 보완될 수 있다. 이 번들은 가장 흔하게 적용하는 패턴으로, 이미 경쟁사가 실행하고 있는 등 차별성은 매우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BM 아이디어의 기본중의 기본이므로 제품과 서비스 확장 여지를 위해 반드시 고민하는 것이 좋다.
2. Low Cost – 기존 경쟁사 가격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가진 사업구조
: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장하는 디스럽트 이노베이션(Disruptive Innovation)에서 가장 넓게 적용 되는 원칙이 저가(Low Cost)차별화이다. 비싸고 많은 기능을 가진 제품이 고객의 기대가치보다 높을 때(Over Shooting), 고객이 요구하는 기대가치를 충족하는 저렴한 솔루션이 등장하고, 이것이 점진적으로 시장이 주류를 장악한다는 얘기다.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독주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2,000여개 매장을 넘긴 국내 브랜드 ‘이디야’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최근 편의점에서 강화하고 있는 1,000원짜리 원두커피도 이 패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경우, 수익성을 대폭 깎아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디야의 경우, 저렴한 가격구조를 위해 2,000여개 이상의 체인점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 매장 규모의 소형화 등으로 최적화 한 경우이다. 편의점의 1000원 짜리 커피의 경우, 가격만큼이나 품질이 대폭 내려갔으며 편의점 방문 증가를 위한 미끼 상품의 역할도 있다. 결국 지금 비용 구조에 대해 원론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왜 매장이 10평이어야 하나? 나혼자 1평짜리로 할 수는 없나? 아예 무인구조는 가능할까?
3. Bait & Hook – 면도기와 면도날 구조
: 커피샵의 홍수 속에서도 한국시장에서 연평균 70%이상의 성장을 이끌어낸 네슬레의 네스프레소가 있다. 네스프레소는 다들 인지하듯 커피머신과 커피캡슐, 즉 디바이스와 소모품의 제품구조를 가진다(면도기와 면도날 구조). 매력적인 디자인의 커피머신을 비교적 저가로 공급하고 고품질의 커피캡슐을 판매하여, 커피머신을 바꾸는 것과 같은 새로운 투자를 하기 전까지는 캡슐의 지속적인 소비를 이끌어 내는 이른바 Bait & Hook 패턴이다. 그럼 소규모 커피사업자가 이렇게 기계와 캡슐을 개발하란 말인가? 아니다. 응용하란 얘기다. 예를 들어 주위 상권에 사무실이 많다면 그 사무실의 회의실에 커피 보온병(혹은 Cooler)이 설치된다면 이것이 면도기의 역할이 된다. 매일 아침, 점심에 보충되는 커피는 면도날의 역할이 될 수 있다. 이는 정액제 계약 등으로 고객에게 가격적인 혜택까지 제공할 수 도 있다. 개인 단위 고객에게는 드립 커피 장비를 싸게 팔고 그날 그날 다양한 종류의 그라운드 커피만 전문적으로 팔 수 있다.
4. Pay by Others – 돈은 반드시 직접고객으로부터?
: 어떤 커피샵이든 커피 주문과 함께 결제를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반드시 커피를 마시는 그사람이 커피값을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그 커피값을 애인이 부담해줄 수 있다면, 회사의 경우 회사 복지비로 부담할 수 있다면, 만약 커피가 아니라 건강에 좋은 차 종류여서 이를 마시는 부모님 대신에 자식들이 금액을 부담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PART 2.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변화 – 차원이 다른 비즈니스모델로의 진화
1. 공유경제형 비즈니스모델 – 자원과 정보의 공유
: 클레이튼 교수의 디스럽티브 이노베이션(Disruptive Innovation) 이론 중 새로운 차원의 신시장 이론에 해당하는 형태로서 대표적인 공유경제형 비즈니스모델은 에어비앤비, 쏘카 등이 있다. 쉽게 생각해 적용해보면 커피산업에서 유휴 자원과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커피샵의 비어 있는 공간, 수요 예측 실패로 남아 도는 원두, 수요 증감에 따른 서비스 인력, 저녁시간 매장 공간의 공유 등으로 사업의 차원을 바꿔보는 것이다. 반드시 유휴자원 뿐만 아니라 원두, 원부자재 등의 구매 정보를 통합하고 공동구매 및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도 이 형태로 볼 수 있다. 만약 새로운 커피, 기타 음료, 디저트류의 레시피를 공유하고 전문성을 외부에서 소싱하는 형태로 발전한다면 이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형태로도 볼 수 있다.
2. 빅데이터 기반 IoT 플랫폼 – 새로운 고객가치 제공을 위한 통합 정보 제공
: IoT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커피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형태와 커피샵을 운영하는 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서비스이다. 먼저 커피를 구매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건강관리 서비스인 눔 코치(Noom Coach)와 같이 자신의 음식료 습관, 커피의 취향 등을 입력하고 이에 따라 자신에게 최적화된 커피샵과 메뉴를 추천하고 이용하며 포인트도 통합관리되는 개인화된 서비스가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커피샵 운영자를 위한 서비스로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의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주문 습관과 날짜별 수요 패턴을 분석하고 일별 적정한 재고량, 고객에 대한 개인화된 서비스, 업셀링(Up-selling) 기회 포착, 타 매장 대비 영업성과 분석 등에 대한 고도화된 정보서비스 형태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 산업의 수요와 공급을 장악하라
: 세계 의류산업에는 홍콩의 리앤펑(Li & Fung)이라는 자이언트가 존재한다. 리앤펑은 의류 공장 하나 없이 고도화된 SCM(공급망관리)과 40여개국 300여개의 지역사무소, 물류거점 통해 1만 8,000여개의 협력업체를 지휘하여 연간 20억벌의 의류를 납품한다. 이것이 리앤펑 비즈니스모델의 핵심이다. 이를 오케스트라의 편곡자, 지휘자와 같다해서 오케스트레이터라는 비즈니스모델 패턴으로 분류한다. 만약 누군가가 3조원에 달하는 원두커피 시장, 수만개 커피샵의 원두 수요를 파악하고 기존의 공급망보다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 신속한 물류 체계를 구축한다면 그 파급력은 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이다. 다만 이 비즈니스모델은 리앤펑이 SCM을 구축할 때 10년 이상 소요되었듯이 장시간, 막대한 투자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소규모 사업자가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당부의 말
지금까지 필자는 “커피샵”이라는 흔한 비즈니스 형태에 대하여 7가지의 비즈니스모델 패턴을 적용하여 같은 커피사업이라도 그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설명하였다. 그 비즈니스모델이 달라질 때 사업의 성과 또한 극적으로 달라진다. 애초에 생각했던 커피샵의 월매출이 1,000만원 정도가 한계라면 오케스트레이터 BM이라면 1,000억이 넘을 수도 있다. 여러분들이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검토해봐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비즈니스모델에 대하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이에 대한 원인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각 원인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끝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비즈니스 모델? 해봐도 별거 없던데?”
일부 사업자들이 ‘비즈니스모델 =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작성’이라는 인식을 갖는다. 하지만 캔버스는 비즈니스모델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혹시 캔버스에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을 표현해 본 정도로 ‘해봐도 별거 없던데’라는 오해가 생겼다면 부디 생각을 바꿔주길 바란다. 캔버스에 표현 해 봤을 때 무엇이 차별화 되어 있고 경쟁사, 선도업체를 벤치마킹해 가며 고도화 된 전략을 담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위에 제시한 7가지 패턴이 전부일까?”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비즈니스모델 패턴이 존재한다. 다양한 학자, 경영전문가들이 패턴을 제시해 왔고 그들이 제시하는 패턴을 모두 BM Pattern으로 인정하기는 힘들며, 이들 또한 전략 패턴과 BM패턴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20여가지 이상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그 모든 패턴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적용이 가능하지도 않다. 현실적 방법으로는 여러분들의 눈에 띄는 잘나가는 비즈니스 사례가 있다면 이들의 비즈니스모델 특징을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입해보라. 필자가 7가지 패턴을 적용한 것처럼.
“B2B 비즈니스모델은 안되잖아?”
비즈니스모델은 B2C의 전유물이라는 오해가 있으나 오히려 필자는 소재, 부품, IT 서비스 등 B2B산업 영역에서 많은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왔다. 물론 B2C에 적용될 패턴과 B2B에 적용될 패턴이 약간씩은 달라지며, 그 패턴에 해당하는 사례도 달라진다. 하지만 단언컨데, B2B 비즈니스에도 비즈니스모델 혁신은 가능하며, 그에 적합한 패턴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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