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B컷 스토리 #17] – 음악이 들리고 통화가 되는 선글라스, 정글팬써
이어폰 없이 선글라스만 껴도 음악을 들린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놀라운 제품이 실제로 나왔다. 이미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된 골전도 선글라스 ‘정글팬써(zungle panther)’다.
현재 와디즈에서 5,000명이 참여해 7억 4천 만원 펀딩액을 달성한 정글팬써는 골전도 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선글라스다. 별도의 이어폰이나 헤드폰 없이 선글라스만 끼면 음악 감상과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 제품을 만든 정글의 양희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품을 만드는 데 핵심인 ‘골전도 기술’. 이 기술은 어떻게 알게 됐나.
구글 글래스를 통해 처음 접했다. 그런데 열심히 개발해 놓고 사업을 접더라. 그래서 ‘내가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구글 글래스는 저음질과 고음질을 다 깎아서 음역대가 좁다. 통화에만 최적화된 것이다. 이대로 음악을 듣기엔 무리가 있어 따로 개발을 시작했다.
기술을 선글라스에 접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이어팟을 끼면 자꾸 한 쪽이 빠졌다. 그렇다고 헤드폰을 끼면 머리가 아파서 선글라스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장난 식으로 ‘한 번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었는데 생각한 것보다 괜찮아서 회사도 그만두고 시작하게 됐다.
골전도 스피커를 선글라스 안에 삽입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
맞다. 어려웠고 여전히 정글의 과제다. 기술 구조가 복잡하니 생산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계속 방법을 찾으며 발전시키고 있다.
USB 충전 포트 아이디어가 특히 멋지다.
선글라스에 USB 충전 포트를 달아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더 높은 활용도를 위해 USB 단자 부분에 방수를 해야 했는데, 그 당시의 기술로는 고무 패킹을 다는 게 전부였다. 변색도 잘되고, 나중에 접합이 약해져 덜렁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끝까지 붙잡고 늘어졌다. 정확히 우리가 원하는 위치(사진 참고)에 USB를 넣으려면 생각보다 고려할 사항이 많더라. 위치에 따라 나머지 내부 구조가 복잡해지던 탓에, 위치를 0.2-3mm 간격으로 고민을 했다. 결국 성공적으로 끝마쳐 특허도 땄다.
선글라스는 패션 아이템이기 때문에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요즘엔 혁신적이면서도 예쁜 디자인이 많지만, 처음은 최대한 많은 분들이 쓸 수 있는 디자인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중에게 최대한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디자인을 선택했다. 내년에는 해외 레이블, 디자이너와 협업해 다양하게 만들고자 한다. 현재 여러 디자이너들과 컨택 중이다.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많을 것 같다.
팀원들이 다 웨이크보드, 스키, 스노보드, 익스트림 스포츠 등을 좋아해서인지 다들 스트릿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 HUF, 스투시 등 우리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같이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올해 안에 반드시 해외 레이블과 콜라보를 진행할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 얘길 해보자. 크라우드펀딩을 어떻게 알고 진행했는지?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면 세상에 재미있고 신기한 것 없는 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데, 그때 처음 접했다.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크라우드펀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금이 없는데 양산을 하려면 그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미국에서 먼저 진행했나.
제품의 특성 때문이다. 미국인은 선글라스를 매우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제품이 먹힐 것이라 생각했다. 정글팬써가 화제가 되고 여러 미디어에 실리면서 기분이 좋았다. 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제품이 실제로 펀딩 참여자에게 전달되고,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쁠 것 같다.
회사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왜 ‘정글’이라고 이름을 지었나.
특별한 의미는 없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방승태 이사에게 세 가지 조건을 주면서 회사 이름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첫째, 비영어권 사용자가 듣고 검색할 수 있는 쉬운 이름. 둘째, 3음절 이하. 셋째, 검색했을 때 결과값에 우리 것만 나올 수 있는 이름. 그래서 나온 게 ‘정글(zungle)’이었다. 또, 애플이 OS버전을 만들 때 고양이과 동물로 이름 짓는 것처럼 우리도 정글에 사는 동물로 제품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첫 제품이 정글 팬써(panther)다.
처음 창업할 때 팀원들은 어떻게 만났나.
대부분 직장 동료로 만났다. 다들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차라 함께 하게 됐다. 다만 나는 광고기획 쪽을 맡고 있었고 나머지 팀원은 크리에이티브 팀, 마케팅 팀, 재무 팀 출신이다. 다들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처음에 하드웨어를 만들 때 고충이 많았다. 실물 제품 만드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외부에서 능력 있는 분들을 잘 모셔와서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었다.
정글팬써 이후 후속 제품 계획이 궁금하다.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진행하면서 알게 됐는데 안경 수요도 꽤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전화 통화에 초점을 맞춘 인공지능 서포트 기능이 탑재된 안경을 제작해볼까 생각 중이다. 이번에 스냅챗에서 나온 비디오캠 안경에도 관심이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기술력을 갖춘 쿨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웨어러블은 기술력 자체로만 승부를 볼 수 없다. 패션도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이 두개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앞으로 정글이 하고 싶은 것은.
이번에 정글팬써를 만들면서 글로벌 시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았다. 제품만 잘 만들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계속 웨어러블 제품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글 : 유지석 現 와디즈 컨설팅/크라우드산업연구소 연구원
와디즈는 생소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와디즈 투자인사이드’를 신설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