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유튜브를 바꾸다.
우리말로 ‘현지화’ 혹은 ‘지역화’라고 치환해 쓸 수 있는 로컬라이제이션은 특정 서비스를 지역의 문화, 법률, 언어 및 기술 요구 사항에 맞게 개정하는 과정으로, 단일 지역이 아닌 글로벌 서비스를 추구하는 기업에게 시장 진입과 안착을 위한 대명제로 여겨진다.
분당 그린팩토리에서 28일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의 마지막 연사로 11년 간 유튜브 등 구글 서비스의 현지화 실무를 담당한 정금희씨(전 구글 PM)가 무대에 섰다. 정씨는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경력 대부분을 IT기업, 그중에서도 구글에서 쌓은 인물이다. 정씨는 이날 강연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로컬라이제이션 프로그램 매니저(LPM)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했다.
로컬라이제이션이란?
제 커리어의 대부분이 로컬라이제이션 업무였기에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해서 먼저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유튜브는 현재 76개 언어로 출시돼 있습니다. 이 76개 언어는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95% 이상을 커버하죠. 이렇게 한 제품이 개발이 돼서 전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로컬라이제이션이 필요합니다. 제가 정의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은 ‘한 언어로 개발된 제품을 사용하고 판매하고자 하는 타켓 언어시장에 맞게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까지 모든 과정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로컬라이제이션이 성숙한 단계에 들어선 기업은 전과정이 다 자동화된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로컬라이제이션 프로세스를 보여줍니다. 엔지니어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코드를 만들면, 코드에서 기능을 실현하는 것과 언어를 구현하는 텍스트 메시지를 따로 자동으로 추출해 UI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게 되고 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텍스트 메시지는 미리 정해놓은 일정한 시간에 맞춰서 트렌슬레이션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제품별로 미리 할당된 링귀스트들은 트랜슬레이션 프로덕션에 접속해서 자기한테 할당된 번역을 하게 되고, 번역이 완료되면 완료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번역 내용이 다시 엔지니어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엔지니어는 기능을 수렴하는 코드와 번역을 합쳐서 로컬라이즈된 프로덕트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입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런 제품 아키텍처 단계를 미리 염두해 두고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 될텐데요, 이런 프로세스를 갖춰 놓는다면 효율적이고 쉽게 언어를 계속 추가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된 로컬라이제이션 프로세스 / 이미지 =강연 슬라이드 갈무리
인문학 전공자, 글로벌 IT 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다.
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학부에서 영어를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통역대학원에서 통번역으로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좋은 기업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다행스럽게도 제가 헤드헌터를 통해 첫 지원한 회사에 합격이 돼서 뉴욕으로 건너갑니다. 제가 근무한 그 회사는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였어요. 당시 소프트웨어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어려웠던 만큼 많은 배움의 기회가 있었고, 제가 처음으로 IT에 발을 디디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더불어 외국인으로서 일을 하려면 취업비자라든지 영주권이 필요한데 이 회사에서 다 지원해줘서 지금까지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줍니다.
그 회사에서 6년 반정도 근무하고 나서 좋은 기회가 와서 한국으로 왔는데, 4개월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했어요. 일단 미국에서의 일이 글로벌했던 것에 반해 한 언어만을 다루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생각보다 더 한국 기업문화가 저하고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도전해보기로 결심을 하고, 가방 두 개만 덜렁 들고 캘리포니아로 가게 됩니다. 가서 구글을 포함한 세 군데 회사에 지원하게 되는데 운좋게도 다 합격을 했어요. 인문학을 전공했고, 그 바탕 위에 미국 기업에서 글로벌 IT 비지니스를 경험하며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해도를 높았고, 영주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봐요.
구글에서 유튜브를 바꾸다.
세 기업 중 구글을 선택해서 올해 2월까지 11년간 구글에서 재직했습니다. 구글에 있으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맡아왔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 구글 클라우드 그리고 구글 X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공학 프로젝트, 구글글래스, 프로젝트 룬(Loon) 등 좋은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대부분 프로젝트에서 제 역할은 로컬라이제이션 프로그램 매니저(LPM)의 역할이었는데요. LPM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말씀드리려 해요.
저는 LPM을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각 단원들의 역량을 조율하고 화합을 이끌어서 최상의 음악을 만들어내듯이 로컬라이제이션 프로그램 매니저도 회사 내에서 그런 역할을 해요. 최상의 로컬라이제이션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전 과정을 통솔하는 역할이죠. 회사 내에서 여러 로컬라이제이션 관련 부서들이 있는데, 주요 부서는 링귀스트팀, 프로덕트 엔지니어링팀, 마케팅팀이지만, 벤더와 엔지니어, QA 테스터, 법률팀, PR팀, 서포트팀, 오퍼레이션팀 다양한 팀들이 관여하게 됩니다. 로컬오피스에 있는 여러팀들도 관여하게 되는데 이 모든 팀들을 조율하고 코디네이트 하는게 로컬라이제이션 프로그램 매니저의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내어 필요하다면 경영진의 지원까지 얻어내는 일이 LPM의 역할입니다.
제가 구글에서 맡았던 유튜브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LPM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당시 유튜브는 모든 LPM이 기피하는 서비스였어요. 왜냐면 구글이 주먹구구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유튜브를 론칭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품 퀼러티가 굉장히 안좋았습니다. 로컬유저들, 특히 유러피안 유저들이 불만을 많이 제기하고 있었고, 유튜브팀 내에서도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었요. 모든 책임이 다 LPM에게 돌아갔기에 매해 유튜브 LPM이 바뀌고 있었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결과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 생각해서 결단을 내렸어요.
처음에 유튜브를 맡자마자 한게 왜 유튜브가 로컬라이제이션이 힘든지 전체 프로세스를 다 리뷰했어요. 그 과정에서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 파악을 했고, 제 나름의 해결방안도 찾았어요. 그리고 유튜브 경영진에게 그것을 프리젠테이션 했어요. 당시 유튜브 글로벌 마켓을 책임지고 있는 유튜브 경영진들은 스위스 취리히에 있었는데, 직접가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도 경영진들이 저의 의견에 동조해줬고, 제가 제시한 해결책에도 호응해줬어요. 제가 내민 해결책은 ‘지금 인프라스트럭쳐가 너무 나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링귀스트를 데려다가 번역을 해도 로컬라이제이션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인프라스트럭쳐) 개선작업을 해야 되고, 이를 위해서는 전담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골자였어요. 이 방안을 유튜브 엔지니어링 디렉터가 전적으로 동의를 해줬죠. 바로 시니어 엔지니어가 투입됐고, 이후에 주니어 엔지니어가 추가되면서 유튜브 로컬라이제이션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여담이지만, 현재 스위스 취리히에는 규모가 큰 유튜브 인터내셔널 엔지니어 팀이 있는데요. 그 시작은 이 두명의 엔지니어였습니다.
엔지니어가 투입되면서 유튜브의 글로벌 시장의 출시도 매우 빨라집니다. 제가 유튜브를 맡은 5년 동안 출시한 언어가 55개였어요. 이전보다 5배 늘은 수치지요. 이면에는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엔지니어들의 혁신이 있었지요. 이렇게 높은 효율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인프라스트럭쳐 자체를 개선했기 때문이에요. 그러지 않았다면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유튜브 엔지니어들이랑 제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 과정에서 도출된 여러 프로그램이 현재 구글 로컬라이제이션의 표준이 되어 다른 구글제품들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제가 구글에서 일하면서 가장 자부심을 느꼈던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