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의 현주소, 그리고 향후 비즈니스 기회
주말이나 연휴에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시간을 소비할 때, 장거리 이동 시 몸이 피곤하고 잠이 올 때, 회식 후 음주로 인해 운전하지 못할 때, 초보 운전이라 주차를 못해 당황할 때, 대신 운전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면 차가 알아서 운전해줬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상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자율주행 자동차(Autonomous Vehicle)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주행 상황을 판단해 차량을 제어함으로써 스스로 주어진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무인자동차(Unmanned Vehicle, Driverless Car)의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 탑승 여부보다는 차량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주행하는 자율주행 기술에 초점을 맞춘 용어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로 통칭하도록 하겠다.
교통 공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의 시대가 오면 정체 현상도, 교통사고도, 심지어는 신호등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교통현상은 불확정적인 사람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심리현상이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해 통신 정보를 주고받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정체현상을 해소시키고 사고 발생률을 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이렇게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는 과연 언제쯤 도래 할 것인가?
Ⅰ. 자율주행 자동차의 현주소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202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며,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현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를 바탕으로 예측한 시장조사기관 IHS의 자료에 따르면,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전세계 연간 판매량은 2025년경 23만 대에서 2035년 1,1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ABI에 따르면, 부분 자율주행 자동차를 포함한 연간 판매량이 2025년 110만 대에서 2035년 4,2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자율주행 기술수준, 현재 3단계 돌입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에서 구분한 자율주행 기술 단계를 기준으로, 자동화가 되지 않는 0단계를 제외하고는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그림 1] 자율주행 기술 단계 (자료: 미국도로교통안전국, 인사이터스 가공)
1단계는 특정 기능의 자동화 단계로, 이 단계에서 운전자는 특정 주행조건 아래서 개별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상용화 되어있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LKAS) 등의 개별 기술이 이 단계에 속하며, 이미 1단계는 상당 부분 구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2단계는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들이 통합되어 기능하는 단계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LKAS)이 결합해 고속도로 주행 시 차량과 차선을 인식함으로써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자동으로 조향하는 것이 이 단계에 해당된다. 2단계 기능까지 적용된 특정 차종들 역시 도로를 달리고 있다.
3단계는 부분 자율주행 단계로, 이 단계에서는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목적지 경로상 일정 부분의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즉, 도심에서는 교차로나 신호등, 횡단보도 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차량을 제어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일정 구간의 교통흐름을 고려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고 끼어드는 등의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시험 중인 단계다.
4단계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가 가능한 통합 자율주행 단계로, 이 단계에서는 처음 시동을 켠 후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V2X(Vehicle to Everything)가 실현돼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간 통신으로, 보다 넓은 지역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경로로 주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비로소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로 거듭나는 마지막 단계다.
| 주요 Player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황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 선도 기업들은 크게 개발 방향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구글, 엔비디아-아우디, 인텔-BMW, 포드 등의 경우 운전자가 필요 없고 100% 자율주행이 가능한 이른바 ‘무인자동차’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테슬라, 도요타, 닛산 등은 아직까진 운전자 개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우선적으로 부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집중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에 대해 각기 다른 전략을 세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ICT 기업과 완성차 기업이 대부분이며, 협력을 이루는 동시에 서로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표 1] 기업별 자율주행 기술 개발현황 (자료: 인사이터스 가공)
| 기업별·국가별 ‘거미줄 동맹’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앞두고 각국의 정부나 기업마다 상용화나 표준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자율주행 자동차 공동 연구 목적의 컨소시엄이 출범하였으며, 자동차·IT·보험 산업 내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글로벌 연합 컨소시엄은 자율주행 안전규격 및 운전 규정 마련 방안을 논의하고, 미국에서 실증 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완성차 기업으로는 현대차를 비롯한 도요타, BMW, GM, 닛산, 볼보, 폭스바겐 등 12개사이고,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와 미국 물류업체 UPS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대규모 연합 외에도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보다 먼저 성공시키기 위해 파생된 협력 관계 간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완성차 기업은 더 나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위해 반도체와 통신, IT, 정밀지도, 자동차부품 등 다른 산업군의 선도 업체들과 협력 구도를 만든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은 크게 고정밀 지도와 센서, 인공지능(AI) 등으로 나뉘며, 일반적으로 완성차 업계가 핵심 기술 적용을 위해 여러 ICT 업계에 구애하는 현상을 나타낸다.
[그림 2]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협력 관계도 (자료 : 레이몬드제임스리서치, 인사이터스 가공)
| 모빌아이, 최다 기업과의 협력 관계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많은 완성차 기업들이 협력한 업체를 꼽으라면 단연 모빌아이다. 전 세계 신차 중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기능을 가진 차량의 80%는 모빌아이의 기술을 채택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ADAS는 차선이탈 방지나 추돌방지 등 안전과 관련된 기술로 자율주행에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재 시판되는 차량 중 구글이나 엔비디아의 기술을 채택한 사례는 없다. 모빌아이를 가장 강력한 협력 상대로 꼽는 이유는 비용과 효율성 때문인데, ADAS용 자동차 반도체 칩셋 가격이 50달러 안팎으로, 이에 비해 엔비디아 플랫폼은 1만 달러에 육박하며 구글의 기술은 추산이 불가능하다.
| 구글, 독자적인 자율주행 기술 보유
[그림 3] 구글 WAYMO 프로토타입 차량 (출처: 구글)
구글 계열사 웨이모(Waymo)는 IT기업 중 자율주행과 관련해 가장 선두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다 자율주행기술 특허를 보유한 도요타를 비롯해 혼다,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등과 함께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AI)에 비해 고정밀지도 등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비용 지출이 높아, 통신 및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대안으로 5세대 이동통신(5G)이 대두되고 있다. 비교로 모빌아이와 엔비디아는 통신두절상태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제작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 엔비디아, 인공지능 기술로 러브콜 급증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슈퍼컴퓨터를 차량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목적지를 설정 시 자율주행하며, 차선이 없는 비포장도로와 내비게이션에 없는 길도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올해 CES에서 자체 개발한 ‘BB8’와 아우디와 협력해 제작한 자율주행 자동차로 시연하였으며, 볼보 등 일부 업체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구입하여 실제 도로에 투입하기도 했다. 다만 일반차량에 비해 전력 소모가 많고 플랫폼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점이 있어, 2020년까지 개선될 예정이다. 최근 현대차, SK텔레콤 등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Ⅱ. 자율주행 자동차의 향후 과제
<기술적 측면>
| ASCC, LKAS 외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재 상용화된 부분 자율주행 자동차에 장착되어있는 어드벤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LKAS)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로 한 단계 앞서나가기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HDA), 혼잡 구간 주행 지원 시스템(TJA), 자동 긴급 제동(AEB), 자동 주차 시스템(APS) 등 4가지 기술이 주가 되어 개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율주행 자동차가 한층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4가지 시스템은 2017년부터 캠페인(Campaign) 단계로 시작할 예정이며, 추후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 3D 지도 개발 및 데이터 확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자지도’가 키(Key)로 꼽히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자지도 데이터와 위성항법장치(GPS) 연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 IT 업체들은 전자지도 개발 업체들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데이터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기존 전자지도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들은 실제 주행에 안정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대량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내비게이션 지도보다 정밀도가 훨씬 높은 3D 지도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재 내비게이션 지도는 1.75m 정도의 오차를 보이는 반면, 3D 지도는 약 몇 cm에 불과한 오차를 나타낸다. 3D 지도는 지도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제작해야하는 점 때문에, 자동차에 카메라와 센서를 탑재하고 도로를 주행하여 3D 지도를 만드는 기술 개발 경쟁은 물론, 3D 지도 표준화 주도권을 놓고 지도 업체와 측량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 인공지능(AI)기반 음성인식 기술
음성인식 기술은 음성만으로 운전 중 모든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어, 음성명령을 통해 운전자가 직접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는 것보다 주위분산을 낮춰 주행 중 사고위험 또한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 결합되면 시동을 켜거나 끌 수 있고, 각 운전자에 상황에 맞게 주행 정보를 전달하는 등 편의성을 높인 기능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동차 음성인식 상용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이즈 환경, 외부환경, 운전자 음성속도, 음성 발화 위치, 마이크로폰 장착 위치 등이 꼽힌다. 음성인식 오류 빈도수가 높아진다면, 오히려 운전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해 주행 안전성을 해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방향성 이동 전환의 경우 제스처를 취하는 방법이 선호되어, 제스처와 음성을 멀티 인터페이스 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사회적 측면>
| 잇따른 사고 소식, 안전 신뢰도 하락↓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50%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 ‘아직은 이용하기 두렵다’에 응답했다고 전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이용에 대한 의사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는 대단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안전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사고 발생 시 복잡한 처리 과정, 아직 해결되지 않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한계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테슬라S의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던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을 이후로 다시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성에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 시 가장 큰 우려는 ‘시스템 고장’이다. 예를 들어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컴퓨터나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타이어가 터질 경우에 큰 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자체 복구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는 이상, 안전성 문제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또한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성 문제를 높이기 위해, 도로 등의 인프라 구축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자동차와 도로가 서로 통신을 하면서 여러 정보를 교류해야 자동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환경 구축이 핵심이다.
| 해킹으로 인한 보안, 프라이버시 문제 발생
자동차가 하나의 큰 컴퓨터와 같다면, 가장 큰 위험인 해킹 문제를 빠뜨릴 수 없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차량과 도로 인프라를 이어주는 기술인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에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 말인 즉슨 차량의 위치정보가 지속적으로 시스템에 보고되므로 사용자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노출된다는 뜻이다. 차량 내 센서 및 컴퓨터로 수집된 집 주소나 주 이동 경로 등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새로운 형태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야기된다. 또한 차량 통신 기술을 해킹하여 외부에서 원격으로 조종하게 된다면, 테러와 같은 사회 문제에 이용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데이터 공유로 인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해서는 안 될 것이며, 무엇보다 통신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사고 발생 시, 누구의 책임인가?
사고 발생 시 원인이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영상기록 장치에 기록된 데이터 확보와 빠른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찰의 경우, 현재 해당 접근 권한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사고 시 신속한 증거물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원본 데이터 조작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반대로 영장에 의하지 않고 데이터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과잉 규제 여부의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하루빨리 자율주행 자동차의 임시운행 단계부터 사고 원인 규명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한다 해도, 그 다음엔 책임 소재의 주체 여부 문제가 따른다. 예를 들어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골목길을 주행하다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아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냈다고 하자. 사람이 운전하고 있지 않았기에 운전자에게 과실을 물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피해자 부모는 차 소유주 또는 자동차를 개발한 업체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감옥에 들여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 관련 업계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고 책임 주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 ‘트롤리 딜레마’에 빠진 자율주행 자동차
윤리적 문제 또한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자율주행 자동차가 충돌을 피할 수 없다면, 누구를 보호해야 할 것인가. 쉬운 예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트럭과 충돌할 상황일 때, 운전자를 살리기 위해 보도로 방향을 바꿔 보행자 5명에게 돌진할 것인지, 그대로 트럭과 충돌하여 운전자 1명을 희생시킬 것인지의 문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긴급한 상황에서 주인이냐 타인이냐, 무엇을 우선순위로 판단하게끔 프로그램 할지는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단지 기계적 관점에서 생명의 숫자를 판가름하여 조향과 속도를 제어한다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장애물과의 충돌을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 실질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 연방교통위원회(NTSB) 의장 크리스토퍼 하트에 따르면, 인간이 운전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분명 자동차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현저히 줄일 수 있겠으나, 자율주행 시스템은 새로운 류(類)의 위험을 만들 것이다. 모든 위기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뛰어난 프로그램 개발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시도는 좋지만, 그에 맞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서게 되지 않을까?
Ⅲ.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비즈니스 기회
1) 자동차 전장부품(반도체) 산업의 성장
자율주행 자동차의 성장과 함께 늘어나는 다양한 전자장비에 대한 필요성은 전통적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구조에 포함된 소재 부품 업체들에게도 큰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자동차에서 사용되는 전장부품들은 높은 신뢰도를 필요로 하는 극한 환경 및 무오류성, 장수명 등이 요구되므로, 해당 기업들의 경우, 보다 용이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외에도 엔비디아(그래픽 처리기술), 우버(카셰어링), ZMP(일본 로봇제어시스템 회사)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점을 포착하고 새롭게 열릴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운송·물류 산업의 혁신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탈자동차 현상’과 함께 차량 공유 시장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유되는 차량 1대는 개인 소유 차량 약 13대를 대체가능하여, 교통 체증 및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완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차량공유가 확장된다면 자동차 산업이 일종의 ‘모빌리티(이동) 플랫폼 서비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 육상 물류는 운전자에 대한 안전규제로 보통 하루의 절반 이하로밖에 운행하지 못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입되면 24시간 배송이 가능하여 현재 인프라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류량이 2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쉐어링과 자율주행의 결합은 차세대 자동차 시장의 메인 트렌드가 될 것이다.
3) 개인에서 기업으로, 자동차 보험의 변화
자율주행 자동차의 확산은 자동차 보험 업계의 존폐가 달린 문제다. 자동차 보험 시장 내 ‘주행 중 사고는 운전자 책임’이라는 기본 전제 깨지기 때문이다. 향후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된다면 더 이상 운전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책임 주체에 대한 논란이 일게 된다. 보험업계 측에서는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 자동차 제조업체가 배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 자동차 보험보다는 제조물배상책임보험을 통해 교통사고 관련 배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개인 운전자 대신 차량 제조사가 보험에 가입하는 주체가 되면서 보험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