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 전년보다 40%이상 성장하고도 주가가 내려간 기업 이야기

전년대비 46% 성장률을 기록하고도 주가가 떨어진 기업이 있다. 투자자 기대치는 그것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세계 시가총액 10위(약 315조원) 기업 텐센트(Tencent, 腾讯) 이야기다.

IT동향에 관심있는 사람치고 텐센트를 모르는 이는 드물것이다. 텐센트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중국인 55%가 사용하는 위챗(웨이신) 플랫폼. 가장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사업분야는 게임이다. 텐센트는 고유명사처럼 불리우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마지막 이니셜이지만, 근래 TAB로 순서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들릴만큼 성장 그래프가 떨어지지 않는 기업이다.

아울러 텐센트는 공격적인 투자사이기도 하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전기자동차의 대명사 테슬라, 클레시오브클랜 개발사 수퍼셀,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 디디추싱(카쉐어링)과 오포(자전거 공유)가 있다.

텐센트는 그간 다각적으로 사업을 확장함과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재 영입에 힘을 쏟아왔다.

이현주 수석 UX 디자이너(Senior Principal UX Designer, 이하 이 디자이너)도 그중 한 명이다.

중국 최대 어플리케이션 오픈마켓 ‘잉용바오’ 등 서비스의 디자인을 맡고하고 있는 이현주 디자이너는 야후, 알리바바를 거쳐 텐센트에 합류한 인물이다.

이 디자이너의 특이점이라면 중국기업에 근무중이지만 중국어를 잘 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중국 문화에도 밝지 않았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양대 IT 기업에 스카웃되는데 걸림돌이 되지는 못 했다.

21일 심천(선전) 텐센트 본사에서 중국 성장의 단면, 중국 IT기업이 일하는 방식등을 이 디자이너에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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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텐센트 수석 UX 디자이너 / 사진=플래텀

  • -중국,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다. 

중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한국에 비하면 열악하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초고속 인터넷이 확산되었지만, 중국은 나라의 면적이 넓기에 망을 구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중국은 그런 단계를 건너뛰어 무선 인터넷 시대로 바로 넘어갔다. 전국에 기지국을 많이 설치해 무선 인터넷 환경으로 바로 간거다. 그 결과 8억 명이 넘는 무선 인터넷 사용자가 확보된 시장이 되었다. 유선 인터넷 인프라에 집착하지 않고, 모바일 인프라에 집중한 것이다. 그것이 중국 모바일 발전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소매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할수없다. 인구는 13억으로 미국(약 3억 2400만 명)을 상회하지만 소매 인프라는 미국의 1/4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발전한 것이 알리바바, 징동이다. 열악한 소매 인프라 환경이 이커머스 발전으로 이어진 거다.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10% 정도로 낮은 편이다. 발급받기도 어렵고 위조 등 사건도 많다. 그런 환경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중국은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낙후되어 있다. 때문에 에스크로 방식(3자 보증결제 시스템)이 활발하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대중에게 밀접한 결제수단이 된 배경이다. 일반 대중은 이 양대 페이 서비스로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면 큰 어려움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 -중국에서의 혁신은 ‘시장화를 통한 혁신’

세간에 중국 기업은 모방을 잘 하고, 그런 행위에 거부감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이다. 중국에서 후발주자는 선발주자의 서비스를 모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모방을 하더라도 더 잘 만들면 된다는 의식이 있다. 중국에서의 혁신은 ‘시장화를 통한 혁신’이다. 이미 존재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중국 소비자 환경에 맞게 재구성해 성공하면 된다는 방향성이다.

  • -중국 IT기업이 일하는 방식, 텐센트가 일하는 방식

치열한 경쟁과 성과주의가 당연시 되는 곳이 중국 IT기업이다. 대신에 KPI와 IDP 등 자신의 업무 목표와 양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지표로 평가받는 것이다. 일하는 데 있어 여러가지 복지가 제공되기에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자유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이 있다. 남들보다 더 업무성과를 내야 승진도 빠르고 월급도 오르기 때문이다.

일견 중국 IT기업은 한국 기업에 비하면 위계질서가 약한 것처럼 보인다. 커뮤니케이션이나 미팅을 할 때 자유롭고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과 사원이 맞장 토론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도 부하직원의 의견을 잘 듣는편이다. 다만 일처리에 있어서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수평적인듯 하지만 위계질서는 분명히 있다.

텐센트같은 중국 IT기업은 커리어 트랙이 뚜렷하게 이분화 되어 있다. 직급이 높아지면서 직원을 관리하는 트랙과 특정 분야의 전문가 트랙이다. 직원이 선택할 수 있다.

텐센트는 최적의 효과를 내기위해 부서간 경쟁을 불사한다. 위챗이 좋은 예다. 지금은 텐센트의 대표 서비스지만, 론칭당시에는 위챗과 유사한 서비스 2개가 동시에 출시되었었다. 시장에 출시하고 소비자의 반응 등 데이터를 본 뒤 남길 프로덕트를 결정한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기업 관점에서 보면 시간과 자원 낭비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텐센트는 최적의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비효율도 감당하며 부서간 경쟁을 유도한다. 그리고 실패가 용인된다.

  • -마화텅과 마윈이 직원 사기진작을 위해 매년 하는 것.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춘절을 앞두고 연회라는 대규모 연말 파티가 있다. 이 연회가 매우 중요하다. 팀끼리 화합하는 팀빌딩 이벤트도 회사 차원에서 적극 권장한다. 거의 매일매일 이것이 강조되는 문화다. 화합을 목표로 하는거다.

텐센트는 사업부별로 한 두 달 동안 연회 공연 연습을 한다. 중요한 미팅이 있어도 연회 연습을 할 때는 불참이 허용된다. 팀웍을 위한 행사에 회사가 적극 호응하는 것이다.

양사 회장도 연회에 직접 참여해 망가지는 것을 불사한다. 화합을 도모하는 과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마화텅의 경우 지난해 회사 수뇌부와 함께 빅뱅의 노래에 맞춰 군무를 추었다. 연회의 하이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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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차이점

우선 창업자의 성향이 다르다. 마윈이 카리스마있고 외향적인 성격의 리더라면 마화텅은 내향적이고 따뜻한 리더라 평가된다.

그리고 알리바바의 미션이 ‘전세계 어디서든 비즈니스를 편리하게 하는 것’이라면, 텐센트는 ‘인터넷 서비스를 통한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이다. 알리바바가 B2B성향이라면, 텐센트는 B2C를 지향한다. 디자인적으로 볼 때 텐센트가 디테일을 더 중시한다.

기업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HR도 차이가 있다. 알리바바 HR은 업무 효율성과 실행 등에 특화되어 있다면, 텐센트 HR은 직원 애로사항 해결 등 서포터 역할이다. 얼마나 직원을 만족시켰느냐가 그 HR직원의 업무지표가 된다.

  • 조직을 움직이는 여러 메커니즘은 민첩함. 그러나 불확실성이 혼재.

중국 IT기업은 자유 자본주의식으로 시장에 맡기는 것 같으면서도 유교 자본주의에 따른 위계질서와 장유유서가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국가가 개입하는 국가 자본주의 형태도 나타난다. 중국 기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역으로 외국기업에 적용되어 중국 기업이 성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 기술적인 부분에서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한 수 아래일까?

e커머스, O2O는 중국이 한참 앞서있다. 한국에서 e커머스를 이용하려면 공인인증서 라던지 액티브엑스와 같은 장벽을 넘어야 해 불편함이 많다. 중국은 이런 난관이 없다. 자연스럽게 핀테크 분야는 더 발전되어 있다. 근래 한국에서 O2O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2013년에 이미 그런 서비스들이 대중화되고 있었다. 이미 상당부분 중국이 기술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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