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마케팅을 바라보아야 할 자세, ‘그로스해킹’
마케터이거나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그로스해킹’이라는 단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미 개념을 잘 알고 있거나 실제 현업에 활용해보신 분도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국내에서 그로스해킹에 대한 관심은 높다. 여러 CEO들이 앞다투어 그로스해킹을 주창하고 있으며, 그로스해킹에 대한 리뷰나 기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예 그로스해킹팀을 만들고 그로스해커를 채용하는 회사가 있을 정도다.
국내 스타트업이나 마케터들 사이에서 성공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알려진 그로스해킹.. 이 그로스해킹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이 글은 국내 스타트업이 그로스해킹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적은 글이며, 그로스해킹을 책 그대로 이해하고 친절히 설명해주는 글은 이 글보다 더 잘 정리된 글이 많으니 그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그로스해킹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15년 출간된 라이언 홀리데이의 저서 『그로스해킹』을 통해 알려진 그로스해킹은 그로스(Growth)와 해킹(Hacking)의 합성어로 제품 및 서비스의 개선사항을 계속 점검하고 반영함으로써 사업성장(마케팅적 효과)을 촉구한다는 온라인 마케팅 기법이자 철학이다. 국내에서는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드롭박스 등 국내에서도 유명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이끈 마케팅기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존 전통적인 미디어 광고나 프로모션과는 달리 초반에 적은 예산으로 높은 마케팅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 그로스해킹이 마케팅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는 국내 마케터들이 선망하는 외국 스타트업의 마케팅 비법으로 알려진 것도 크지만, 국내 스타트업이 마케팅을 4P(Product, Promotion, Price, Place) 중 Promotion 중심으로 움직여왔던 것도 큰 이유다. 서비스가 론칭되고 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TV 광고에 올인하는 스타트업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배달앱이나 부동산앱, 숙박앱 등 다수의 O2O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빅모델을 활용하여 수십억이 넘는 광고비를 지출해왔다. 많은 언론에서 스타트업의 지나친 마케팅 비용 지출을 문제 삼았으며, 이러한 형태는 시장을 치킨게임으로 만드는 제살 깎기 식 경쟁이었다.
출처 : 야놀자, 여기어때 광고 캡처
물론 유형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가 대다수인 스타트업 입장에서 단기간에 서비스를 알리는 방법으로 전통적인 미디어 광고를 선택한 건, 국내에서 아직 TV 광고만큼 스타마케팅만큼 브랜드 인지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TV 광고 집행 후, 브랜드 인지도나 순방문자수, 포털 검색량 등의 급격한 증가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시장 1위만 살아남아 시장을 독식한다는 승자독식이 모바일 서비스 시장에서도 재연될 것이라는 예상처럼 최대한 많은 미디어를 동원하여 경쟁사보다 인지도를 높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그러나 투자받지 않는 이상 비싼 TV 광고를 쉽게 진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도 TV 광고만을 성장의 모멘텀으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무엇보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 전체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서비스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서비스를 어떻게 잘 포장할지 더 고민했다는 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서비스 개선을 항상 고민했던 기업이라도 시장 자체의 흐름이 전통적인 미디어 광고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광고에 투자했다는 측면도 분명 존재 할 것이다. 이처럼 국내 스타트업 시장 자체가 치열한 마케팅(Promotion) 경쟁에서 제품(Product)이나 서비스 자체의 경쟁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는 것은 분명 필요한 변화다.
그래서 그로스해킹이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 사례들을 통해 그로스해킹을 이해하자
그로스해킹은 스타트업이 마케팅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한 변화를 유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로스해킹을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자세나 철학으로 바라본다면 긍정적인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그로스해킹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두고 객관적으로 서비스의 모든 과정을 분석하여 인사이트있는 분석을 통해 서비스 개선을 진행, 마케팅 효과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마케팅 효과가 영구지속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번 개선하면, 가만히 놔두어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유되어 자동으로 서비스가 성장하고 마케팅 효과가 지속된다는 말인데, 아래 사례들을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Case1) 파일 공유 서비스 ‘드롭박스’
드롭박스의 창업자들은 초기 이용자 집단을 끌어들인 후, 더 큰 성장을 위한 마케팅을 고민하게 된다. 전형적인 마케팅을 할 경우 한명의 가입자를 위해 233~388달러 정도의 높은 광고비를 지출해야 했다. 이 때 드롭박스는 그로스해킹을 실천하였는데, 사용자가 자사 서비스를 알게 되는 경로가 대부분 지인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친구 추천으로 가입하면 두 사람 모두에게 무료로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얻게 되었다.
드롭박스 첫 페이지에 “무료 공간을 가져가세요”라는 작은 버튼 하나를 추가한 것인데 이용자가 친구를 초대하면 초대한 친구 한 명이 가입할 때마다 500mb의 용량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단순한 버튼 하나로 드롭박스는 한달에 28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게 되었다. 소비자가 드롭박스에게 원하는 가치가 저장공간임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가입 할 때 친구를 초대하거나 쿠폰을 주는 등의 형태는 현재 많은 브랜드에서 진행하고 있는 형태인데 드롭박스가 시초라고 할 수 있다.
Case2)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그로스해커들은 유저들이 가입하고 나서 10일이내에 7명 이상의 친구를 추가한 이용자가 가장 활발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활성사용자(Active User)’가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가입한 유저가 7명 이상의 친구를 추가할 수 있도록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기능을 추가하였다. 가입한 유저에게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추천해주어 자연스럽게 7명 이상의 친구를 추가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 기능을 통해 가입자들을 활성사용자로 유도하였고 가입자들 스스로가 주변 지인에게 구전효과를 만들어 전체 가입률까지 높이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페이스북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가 아는 지인과의 소통, 지인의 지인으로 연결되는 소통의 확장이다. 페이스북의 성장을 위해서는 소통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장치가 가장 필요했고, 페이스북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Case3)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에게 숙박을 할 여행자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매물(집)의 퀄리티다. 매물의 퀄리티가 높아야 거래가 더 활성화되고 여행자도 더 찾아오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매물의 퀄리티를 개선하기 위해 작은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호스트가 매물을 등록할 때 전문 사진기사를 파견하여 멋진 집으로 보이도록 근사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였다. 이 이벤트는 거래의 성사율을 높였고, 매물의 단가를 높였다. 특히 호스트(집 주인)의 충성도를 높이게 되었는데, 호스트에게 우리 집을 더 이쁘게 더 근사하게 보여주는 것만큼 더 중요한 가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매물의 사진에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충분히 매물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던 것이다. 이 간단한 이벤트를 통해 호스트들은 매물을 어떻게 하면 더 근사하게 보일 수 있는지를 학습하게 되었고, 이벤트 후에도 호스트가 직접 올리는 사진 퀄리티가 더 높아져 꾸준한 지속효과를 가져왔다. 간단한 이벤트 하나로 서비스를 개선시킨 적절한 사례다.
Case4)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서비스 ’링크드인’
2002년 12월에 론칭된 링크드인은 구인구직 서비스에 SNS 기능을 합친 서비스로서 전세계 200여개 국에서 수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링크드인 또한 초기에 서비스를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존 가입자들의 재방문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가입자들이 자주 방문하여 활동해야 서비스 내에 콘텐츠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메일을 더 많이 사용하던 시기였고 링크드인은 이메일 개봉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래서 사용자가 메일을 연 시점에 메일이 메일함의 3~4번째 이내에 위치하고 있을 경우 가장 개봉률이 좋다는 결과를 도출하였고 이후 링크드인은 사용자 별로 이메일을 읽는 시각을 측정하여 사용자가 이메일을 확인하는 평균 시각 30분 전에 메일을 발송, 개봉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서비스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링크드인을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해준 것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홍보해주는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가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였을 것이며, 소비자가 공유하고 싶을 서비스의 가치를 찾고 자동적으로 공유될 장치(도구나 캠페인, 기능삽입)를 만든 것이 바로 그로스해킹이었다. 브랜드가 브랜딩을 하는 목적과 유사하지만, 방법에 있어서 서비스 자체의 개선으로 접근하는 것이 다르다.
네 가지 사례 모두, 자사의 서비스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통해 발견된 문제나 개선하고 싶은 과제를 적절하게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영구적인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낸 사례들이다. 무엇보다 서비스 개선을 함에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가 가진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이를 소비자에게 제시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고 마케팅 효과는 상당했다. 한번 바꿔놓으니 그 개선사항은 영구적인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냈다. 서비스의 무언가가 바뀌면, 그건 바로 서비스에 속한 기능이 되고 서비스 자체가 된다. 당연히 영구적인 효과가 되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알 수도 있는 사람’은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는 기능이며, 페이스북의 사용을 촉진하는 영구적인 동기요소다.
마케팅을 대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국내에서 그로스해킹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한가지 우려되는 건, 그로스해킹이 마치 마케팅 방법론으로 필수 성공기법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버튼 하나 바꾸면, 쿠폰 하나 주면 자연스럽게 서비스가 알려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로스해킹의 성공사례로 나온 스타트업들은 누구나 인정할만한,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갖춘 스타트업이었다. 기존에 없거나 기존보다 좋은 서비스였고 서비스의 성장을 그로스해킹때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로스해킹으로 단기간의 큰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큰 효과를 기대하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면, 이 과정 자체가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되고, 브랜딩이 될 것이다.
그로스해킹을 통해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건, 그들에게는 서비스 자체가 광고였고 마케팅이었다는 점이다. 서비스가 잘 나올 수 있도록 마케터가 제품과 서비스의 모든 과정 속을 들여다보며 최고의 제품,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던 자세가 중요하다. 마케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의 자세의 관점에서 보면, 그로스해킹은 충분히 의미가 크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마케팅을 바라볼 때,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면밀히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케터든 마케터가 아니든 어떤 인력이라도 자신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그로스해커가 될 수 있다. 데이터 분석보다는 데이터 해석이 중요하며, 데이터 해석은 기술적인 지식이 약하더라도 무방하다.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의문을 던질 줄 알고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시켜 생각할 줄 안다면, 누구나 그로스해킹을 할 수 있다.
그로스해킹만으로 마케팅을 운영하는 것은 우려가 크다
이 글이 광고나 프로모션 등 크리에이티브 마케팅을 아예 중단하고 그로스해킹만으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는 글은 아니다. 상업광고없이 그로스해킹만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처럼 상업광고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알아서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서비스는 극소수다. 그리고 아무리 서비스가 좋아도 사람들이 알게 되는 속도가 느리면 원하는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이에 필요한 것이 그로스해킹과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다. 서비스와 프로모션을 나누는 발상이나 앞에서 언급한 지나친 TV 광고위주는 지양해야 한다. 대신 마케팅을 대할 때 소비자를 향한 서비스의 개선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실천해나가야 하며, 크리에이티브 마케팅은 모멘텀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서비스 개선을 ‘항상’ 고민하면서, 지나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미디어 창구를 고려하여 서비스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가 담긴 광고나 프로모션을 ‘종종’ 진행하는 마케팅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로스해킹은 단기간의 효과를 바라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하는 필수과제라면, 크리에이티브는 스타트업을 단기간에 알리는데 도움을 줄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서비스를 소비자가 좋아하도록 개선시킬 수 있을까
그로스해킹은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의 마케터, 우리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홍보해주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며, 그러기 위해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항상 제품, 서비스의 과정 속에 마케팅 효과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곳이 없을까를 고민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소비자가 우리 서비스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우리 서비스의 마케터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말은 ‘어떻게 하면 우리 서비스를 소비자가 좋아하도록 개선시킬 수 있을까’와 일맥상통하다.
이성길 / 현재 광고회사 Group IDD에 재직 중인 광고기획자이며, 광고마케팅 관련 강사 및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플리토, 토니버거, 트리아뷰티 등 스타트업이나 신규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