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36] “아시아 최대 패션1번지는 우리 손으로”, 브리치
#직장인 A씨는 가로수길에서 친구와 만나 길을 걸어가다 마음에 드는 블라우스를 봤다. 옷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갈 길이 바빠 굳이 매장에 돌아갈 순 없었다. 그래도 걱정은 없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제품이 온라인에도 있기에 그때 봤던 옷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자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시켜 온.오프라인 간 활발한 거래를 도모하는 플랫폼 ‘브리치’는 이진욱 대표와 뜻이 맞은 동료들이 의기 투합해 만든 패션 오투오 전자 상거래 서비스다.
이들은 회사가 설립된 2014년부터 지금껏 가로수길 오프라인 매장 점주를 일일이 만나 입점을 설득하고 거리 지도를 만드는 등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사업을 성장시켰다. 그 결과 월 방문 고객 70만 명, 연간 거래액 100억 원을 돌파한 서비스로 성큼 올라섰다.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과 연결해 고객과 소통하고, IT 혁신을 더해 ‘낡고 고루한’ 기성 세대 식 패션 비즈니스를 탈피해 자신들만의 패션 제국을 세우겠다는 이진욱 브리치 대표를 만났다.
이진욱 브리치 대표
▲B:rand, 우리가 만든 브리치
잘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서비스…오프라인 DB를 접목한 패션 버티컬 플랫폼
우리 서비스는 사업 아이템이 정해지고 난 뒤 셋업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모인 뒤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각자 영역에서 워낙 잘 하던 친구들이었고 그들과 어떤 사업을 할 지 고민한 뒤 나온 게 지금의 브리치다.
그들과 잘 할 수 있고 익숙한 걸 다루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패션 영역에선 미미박스 같은 버티컬 플랫폼이 없다는 걸 파악하고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패션 플랫폼은 이미 잘하고 있는 업체가 많았다. 우리만의 차별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엣지는 ‘오프라인 데이터’였다.
업데이트 된 품목만 15만개, 오프라인 데이터를 접목한 온라인 플랫폼
기본적으로 커머스의 본질은 남들과 다른 상품, 좋은 품질, 그리고 가격 경쟁력이다. 그게 만족되고 나면 참신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차별점이 오프라인 데이터를 포함하는 것이기에 가로수길 매장에 있는 물품 정보를 넣어서 보여줬다. 그 결과 현재 약 15만개의 데이터가 확보되엇고, 제휴된 매장은 천 곳이 넘는다. 올해 안에 20만개의 정보를 선보일 예정이고 서울의 트렌디한 지역 옷가게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에 부산과 광주 등 지역에서도 차츰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같은 물건을 더 싸게’…커머스의 순기능과 선의의 경쟁을 독려한다
브리치에 입점한 매장은 나고 듦이 자유롭다. 대부분은 한번 들어오면 안 나가긴 하지만, 가끔 퇴점 하는 매장이 있긴 하다. 기준치에 비해 온라인 매출이 순조롭지 않은 매장들이 그렇다. 온.오프라인간 매장 운영이 잘 되는 요건은 오프라인의 경우 장소가, 온라인의 경우 상품 경쟁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리 플랫폼의 특징은 장소가 아니라 동일한 조건의 물건을 전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면 더 나은 조건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 이렇게 생기는 생태계의 순기능을 장려하며 나아가려고 한다.
고객 맞춤 UX를 구현한다.
브리치의 비전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데이터 접근성을 넓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데이터는 어느정도 쌓였다. 지금까진 일렬로, 고객 맞춤 추천 방식 등으로 보여줬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온.오프라인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이를 테면 고객이 우리와 제휴한 오프라인 매장 앞을 지나가면 푸시를 통해 제품을 알리거나 하는 방식이다. 이를 옴니채널이라고 하는데, 이를 우리 UX에 활용하는 게 하반기 계획이다.
총 투자금 35억, 온.오프라인 플랫폼 고도화에 힘쓸 것
투자금은 온.오프라인 분야에 각각 쓰일 예정이다. 우선 온라인 분야에선 통합물류,콘텐츠,기술 고도화에 집중된다.
오프라인 쪽도 견고하게 다지고 확장할 생각이다. ‘리치마켓’이라는 게 있다. 팝업스토어로 진행했던 매장인데 앞으로는 매장 수를 늘려갈 거다.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많이 만나야 서비스가 굳건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나온 결론이다. 온라인 커머스는 크고 성장하는 영역이지만, 지금껏 이어져 온 오프라인 시장을 소홀히 하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대기업도 철수한 사업모델…후발주자가 나와도 자신 있다.
운영 노하우가 관건인 사업이다. 우리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 한 대기업에서 브리치가 출시된 지 두 달 만에 런칭했었다. 그러다 최근 2년간 운영하던 사업을 접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린 작은 회사지만 어느정도 포지션 우위에 있었고, 우리식 데이터 구축은 대기업이 쉽게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소신 있게 사업을 운영할 거다.
▲R:oadmap, 우리의 로드맵
선택과 집중으로 얻어낸 15만 건의 오프라인 데이터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영업은 어렵다. 그걸 알고도 접근했다. 초반 1년 간은 터를 잡은 가로수길 모든 매장에 다니며 영업을 했다. 주로 거리의 ‘터줏대감’에 집중 타겟 했다. 보통 거리에서 장사를 오랫동안 잘 해왔고, 고정 팬이 있는 매장을 먼저 공략한거다. 그런 매장이 우리와 협업하기 시작하면 다른 곳을 설득하기 쉽다고 봤다.
발품 팔아 만든 매장 지도, 터줏대감과 지역 상인의 마음을 사로잡다.
우선 터줏대감 기업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키워드 쿼리가 높아서 블로그나 웹문서 정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발품이다. 거의 매일 거리 시장조사를 다니고, 그걸 토대로 거리 매장 지도를 만든다. 우리가 이걸 만든 이유는 구글과 네이버 등 일반 포털에 나오지 않는 가게가 많아서 데이터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들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가게 정보도 많이 알게 된다. 1층 가게가 아니라 지하에도, 2층에도, 혹은 샵인샵 개념의 가게도 알게 되는 거다.
이 지도는 우리가 해당 지역에서 그들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현재는 가로수길 이외에도 홍대, 압구정 등지의 지도를 보유한 상태다.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 사진을 대신 찍어주며 설득했다.
보통 오프라인 매장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그 점에 착안해 초반 1년 간은 협업 의사를 보인 오프라인 매장의 제품 사진을 우리가 전부 촬영해 업로드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우리와 함께 하며 매출이 늘어난 매장이 늘면서 먼저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현재 브리치에 입점 돼있는 매장의 90%는 매장쪽이 합류 의사를 밝힌 곳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배송에 익숙지 않아 통합 물류 센터를 운영한다
우리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배송’이다. 우린 특이하게 ‘롱테일’비즈니스가 많은 편이다. 잘 팔리는 것 말고도 구석에 있는 작은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사는 고객을 둔 업체라는 뜻이다. 이런 제품을 포함하기에 늘 크고 작은 C/S 문제가 있다. 중개플랫폼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서 통합 물류 센터를 열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우리의 방향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여서 신경 쓰며 운영하고 있다.
비플로우,비스토리,비플…우리가 생각하는 3가지
통합물류센터 외에도 비플로우, 비스토리,비플 등 3가지 주제로 올해 비전을 보고 있다.
먼저 비플로우는 상품 준비-포장-배송 등 과정이 무리 없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통칭한다. 표면적으론 브리치는 패션커머스 업체지만 물류 배송 등을 통제할 IT시스템이 함께 성장해야 롱런할 수 있다. 그래서 비플로우를 통해 고도화된 물류 업체로 거듭나려 한다.
비스토리를 통해서는 다각도의 브랜딩을 할 계획이다. 콘텐츠에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이입하는 작업이다. 비플은 ‘이미지 검색’ 등 패션과 IT를 접목한 기술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과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 매칭해주는 것, 혹은 GPS에 기반해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고 맘에 들어했던 제품을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기게 하는 것들인데, 이를 통해 우리가 보유한 데이터에 좀 더 많은 이가 접근할 거라 보고 있다.
▲I: dentity, 우리만의 정체성
3년 간 가로수길에서 패션 한 우물만 파다.
브리치는 2014년 10월 처음 설립됐다. 올해 10월이면 만 3년 째인데, 이쪽 업계는 꾸준히 해서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대중 인지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0년간 커머스를 해온 자타공인 ‘커머스쟁이’
나는 지마켓과 위메프 등 커머스 기업에서 온라인 유통을 10년 정도 했다. 농수산품부터 음식, 패션.뷰티 등 다양한 품목을 다뤘는데, 그 중 평소에 관심 많았던 게 옷이었고 그만큼 재미있었다. 이를 인정받아 지마켓 재팬이 설립 됐을 당시 일본에 건너가 4년 간 패션MD로 일했다. 꾸준히 일 해오던 중 내 사업을 해보고 싶어 지인들과 함께 만든 게 브리치다.
낡고 오래돼 ‘구식’이라는 편견이 있는 패션분야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섬유 산업의 강국으로 불렸다. 그래서 당시 성공한 방식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어쩌면 브리치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기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낡고 오래됐지만 새로운 걸 적용하면 튀는 회사가 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새로운 감성과 판매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뿐만 아니라 스타일쉐어, 지그재그 등 젊고 톡톡 튀는 패션 커머스 기업이 있어 든든하다.
▲C:ommunity, 우리에게 커뮤니티란
커머스의 가장 큰 가치는 ‘상생’, 협력은 언제나 열려 있다.
브리치의 데이터를 갖고 싶으면 제휴를 맺으면 된다. DB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 데이터 제공자 역할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우리는 무한 경쟁보다는 모두가 나눠 잘 살 수 있는 상생을 지향한다. 유통에선 기본적으로 독점은 무의미 하다. 해야만 한다면 꼭 필요한 분야에서 퍼스트무버가 되는 것 말고는 다른 데 힘을 쏟고 싶지 않다.
참고로 스타트업에겐 우리 데이터를 세 번 오픈했다. 앞으로도 협업을 제안하는 곳과는 흔쾌히 함께 할 생각이다.
규모 상관없이 같이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조직이라면 열려 있어
지금껏 인수 제안은 4번 정도 있었다. 서로간 합이 잘 맞지 않아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열려 있다. 회사 규모 상관없이 함께 일하는 팀원이 모두 같이 성장하고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조직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H:orizon, 우리의 지평
한중일을 아우르는 사업을 하고 싶다, 어쩌면 동남아시아에서도
브리치 매출 전체 95%는 한국에서, 가로수길 매장 매출의 70%는 외국인 고객으로부터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요우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올 하반기엔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보려고 준비중이다.
또한 일본과도 연계를 고려 중이다. 일본에서 MD생활을 하기도 했기에 그들의 쇼핑 환경은 어느정도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오프라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기업이 있어도 온라인에선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 오프라인 상품을 한국에서도 살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우리가 그것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 이를 테면 도쿄 하라주쿠의 작은 가게에서 파는 물건을 한국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도 한국 패션을 좋아한다.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지면 진출할 생각이다.
상생 하며 모두가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 것
유통업의 본질은 무조건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브리치의 고객과 고객사가 돈을 잘 벌어야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구조다. 사실 이건 모든 사업의 핵심인 것 같다. 영화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오는 걸 봤다. ‘내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으며,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 알면 성공한다.’
고객과 고객사도 있지만, 브리치를 만들어가는 팀원들도 있다. 결국, 우리와 함께하는 모두가 다 잘 되고 성장하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곳이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
Be rich, 우리와 관련한 모두가 부자 되길
우리 브랜드 이름은 ‘Be rich’, 부자가 되자는 단순한 뜻에서 기인했다. 회사의 방향은 사명대로 간다고 믿는다.
한국의 죠죠타운을 꿈꾼다.
일본에 죠죠타운이라는 플랫폼이 있다. 일본에서 패션 커머스 분야 1등 업체이자 4조원 규모의 대기업이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누구나 아는 명품도 있지만 일본의 하우스 브랜드를 많이 취급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국의 죠죠타운이 되고 싶다.
말보다는 행동…’숫자’로 증명하겠다
브리치에겐 여전히 해결 안된 문제와 부족한 점이 많다. 우리가 생각한 논리대로 흘러가지 않을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재능과 경험을 가진 팀이라고 자부한다. 이 과정을 숫자로 증명해 보이겠다.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는 동양에서 가장 큰 패션 거리를 떠올렸을 때 그 안에 ‘브리치’를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