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기업인 출신이 하면 안 되나?
22, 23일 양일간 제주도 벤처마루에서 개최된 2017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창업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생태계를 이야기했다.
그중 주형철 서울산업진흥원(SBA) 대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은 창업 생태계 현황과 개선점을 제언했다. 아울러 질의응답 형식으로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왼쪽부터)주형철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 사진 = 플래텀 DB
서울창업허브가 21일 개관했다. 설명을 해준다면?
주형철 : 서울창업허브는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델타(Startup Delta)와 크런치베이스를 벤치마킹했다. 기업 DB를 정리해 브랜딩하고 분석 보고서를 만들어 엔젤투자자와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창업 플랫폼이기에 입주한 기업 커뮤니티가 정책을 만들고, 의사결정을 하고 함께 집행하는 구조로 가려한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일반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나?
주형철 : 우리가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그런 프로그램을 잘하고 하고 싶어하는 곳에 공간과 자금, 섭외를 지원하는 형태로 가려한다.
정권과 상관없이 지역에 창업 거점은 필요하다. 어떤 구조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보나?
한종호 : 현재 혁신센터는 미래부가 주관하고 있지만, 엄격히 말해 대통령 프로젝트였고 기계적으로 각 시도에 설립된 경향이 있었다. 현재 지역이 주체가 되게 하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뒤로 빠져주고 지자체와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임정욱 : 현재 구조는 톱다운 방식으로 되어 있다. 모든 시-도가 똑같이 하기보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족한 부분을 매꾸면 된다. 다른 지역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당면과제는 지역에 창업 생태계와 관련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다.
한종호 : 나도 지난 2년 반 동안 강원도에서 운영하며 경험을 했다. 지자체에도 일자리 자금 등 예산은 있고, 우리같은 혁신센터가 중개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지자체가 이 과정에서 정보를 습득해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임정욱 : 서울시와 같이 노하우있는 지자체가 지자체에 전수를 해주는 방법도 좋겠다.
새로 출범할 중소벤처부 장관에 누가 임명될지 관심이 많다. 누가 되면 좋다고 보나?
류중희 : 하마평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들 모두가 학계 사람이다. 기업을 해보고 기업인의 피와 땀을 아는 사람이 하면 좋겠다. 명칭이 중소벤처부 아닌가. 중소기업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중소기업 자체를 해본 사람이 하는게 맞다.
창업지원 정책 중 칭찬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나?
류중희 : 팁스는 잘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중요한 것은 팁스 담당 공무원과 실무를 담당하는 엔젤투자자 사이에서 굉장히 많은 소통이 이루어진다는거다. 사적인 자리에서 발언강도를 세게 함에도 불구하고 담당 공무원들이 수용해 주려고 노력한다. 어찌보면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대화 유무에서 엇갈린다. 우리나라에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 중 나쁜 프로그램은 없다. 모두가 좋다고 해도 무방하다. 서로 대화가 많으면 발전해 이어지고 대화가 없으면 엉망이 되더라.
실리콘밸리는 기술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투자의 혁신이 있었고, 일하는 방식의 혁신과 개방성이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 이 부분이 간과되어 있다고 보는데, 민간중심으로 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류중희 : 투자는 ‘해봐야 안다’고 말한다.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도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문화 저변이 넓어지는 것과 맞닿아 있다. 나랑 연관이 없는 것은 그 분야가 직업이라해도 공부하기 힘들다. 하지만 자신의 이해관계와 연관된다면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투자에 대한 문호가 더 넓게 열렸으면 한다. 문턱이 낮아지면 이 문화가 더 노출이 될 것이고, 자연스레 바뀌지 않을까 싶다.
주형철 : 모태펀드를 없애고, 민간에게 세제혜택을 확실하게 주자고 제언한 적이 있다. 그러면 민간 자금이 유입되지 않겠나. 중장기적으로 정부 지원을 없애고, 민간에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이 옳다.
한종호 : 공무원들이 공부할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드는게 맞다. 우리나라 역대정부는 모두 큰 정부를 추구했다.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면서 근래 정부 지원사업이 과제 대부분에 ‘4차 산업혁명’이 키워드로 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돈을 쓰면 시장은 그것에 맞춰 움직인다. 좋은 의도로 실행하지만 시장이 외곡될 수 있는거다. 창업에 대해서 정부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게 맞다. 선을 긋고 뒤로 빠져줘야 민간중심으로 제대로 움직인다고 본다.
공공부문에서 너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대한 해결책이 있다면.
주형철 : 공공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의 감사 때문에 복지부동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소신있게 하기보다 단기적 성과를 쫓는다. 그 다음이 인사인데, 현재 인사 시스템은 6개월마다 바뀌는 형태다. 그래서 매우 단기적인 프로그램이 양산된다. 때문에 인사를 중장기적으로 하면 좋겠다. 공공기관장을 정권과 같이 가게 한다던지, 인사자율권을 준다면 어느정도 해결이 되리라 본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어렵다.
임정욱 : 해외 대사관 관계자의 불만이 ‘한국측 카운터 파트너가 너무 자주 바뀐다’는 거다. 그들은 3년 정도 거의 비슷한 사람이 같은일을 하기에 일관성이 있는데, 한국쪽 파트너는 그 사이 3번 바뀌는 거다.
한종호 : 이 분야 공무원들이 6개월, 1년마다 순환인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그들이 자리에 있는 동한 할 수 있는 것은 인풋(input)밖에 없다. 아웃풋(output)은 몇년 뒤 후임자에게서 나타난다. 자신의 공이 아니게 되는거다. 현재는 아웃풋에 대한 평가없이 인풋만 챙기는 구조다. 그래서 세리모니나 커팅식 등 인풋만 크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공무원이 나쁜 사람이거나 바보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들도 살려고 그러는 것이다.
주형철 : 당장 전시행정만 없애도 많은 부분에서 해결이 될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