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한국은 스타트업 투자자가 되기 좋은 환경일까?
“정부는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믿고,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만을 채워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하기에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길 바란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22, 23일 제주 테크노파크 벤처마루에서 열린 ‘2017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제언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이번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고 네이버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후원하는 행사다. 행사에는 전국의 창업 관련 105개 기관 관계자 144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틀 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방향을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근래 몇 년간 스타트업으로 대변되는 창업이 세계의 화두다. 민간주도 실리콘밸리는 물론이고 중국의 대중창업, 만중혁신 시범기지, 영국의 테크시티, 프랑스의 프렌치테크티켓, 칠레의 스타트업 칠레 등 정부주도의 스타트업 육성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각 나라마다 스타트업이 향후 국가경제를 이끄는 동력이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지난 정부부터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조와 민간의 입장이 같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례로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세상에 등장한지가 20년이 되어간다. 하루가 다른 이 분야에 20년 동안 계속 똑같은 근간으로 창업지원이 되어온 자체가 시류에 안 맞는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류중희 대표는 정부의 스타트업 초기 투자 지원책에 대해 작정하고 독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법률이 투자 주체를 정의하는 것이 아이러니라 말하며 “투자를 하는 행위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주식회사라는 것의 기본 개념은 투자를 통해 회사를 빨리 성장시키는 것이다. 법률이 투자의 주체를 정의하고 관리를 하겠다는 순간 그 기본 철학이 무너진다.”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에서 투자자는 잠재적 범죄자다. ‘투자자가 자신의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불법’인 것이다. 기업이 알아서 LP를 모아서 펀드를 모으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너무나 당연한 행위인데, 국내에선 불법이다. 이게 왜 범죄인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류 대표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관련된 해결 방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아래는 그의 발표을 정리한 것이다.
정부의 초기 투자 지원은 크게 4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법률을 제-개정해 지원 및 운영하는 것이다. 관련 법률은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창지법),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특법)이 있다. 다만 이 법률이 세상에 등장한지가 20년이 되어간다.
간접투자는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가 있다. 투자매칭으로는 팁스와 엔젤투자매칭펀드가 있다. 그리고 16조 원에 달하는 연구비 및 각종 지원금이 있다. 대부분 정부 지원 사업들이다.
이렇게만 놓고보면 정부지원은 정말 많다. 이번에 편성하는 추경예산 3조 원도 스타트업에 쏟아 붓는다고 한다. 얼핏보면 초기 투자자가 되기 좋은 환경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법률이 투자 주체를 정의하는 아이러니
기본적으로 투자의 주체는 개인, 법인(자체 자금), 펀드 3가지 중 하나다.
한국은 정부에서 투자 주체를 정의하고 관리한다. 자격증없이 회사를 설립해 VC로 벤처 투자를 하는 것이 불법이다. 개인은 엔젤투자자, 전문 엔젤이 있다. 엔젤 투자자도 급이 있다. 법인은 일반주식회사, 유한책임회사(LLC), 창업기획사(액셀러레이터),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신기술금융회사(신기사)로 나뉜다. 정부가 칸막이를 만들어 놨다. 펀드는 개인투자조합,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 신기술금융조합, 창업·벤처전문PEF가 있다. 복잡하고 많다.
법률이 투자 주체를 정의하는 아이러니다. 투자를 하는 행위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주식회사 형태가 만들어지고, 주식회사라는 것의 기본 개념은 투자를 통해 회사를 빨리 성장시키는 것이다. 법률이 투자의 주체를 정의하고 관리를 하겠다는 순간 기본 철학이 무너진다. 이렇게 법으로 정의된 너무 많은 투자 주체가 있지만 크기만 조금 다를뿐 역할은 대동소이하다. 우리가 가게에 사과를 사러가는데 작은사과와 중간 크기 사과, 큰 사과를 각각 다른 가게에서 파는게 말이 되나. 사과는 한 가게에서 팔아야지.
각 주체에 따라 수많은 규제와 제약 존재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동일한 주체가 다른 부처에 의해 관리된다. 예를들어, 창투사와 신기사는 권한이 조금씩 다르지만 8~90는 역할이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가 알력 싸움을 한다.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새로운 투자 주체가 시장에 나올 때 정부는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주식회사 형태로 여러 액셀러레이터가 나와서 이미 활동하고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유령단체였다. 세무소에 가면 “여긴 뭐하는 회사냐. 매출은 없는데 왜 계속 투자해 돈을 쓰느냐”는 색안경을 낀 질문을 자주 받는다. 시간이 꽤 지나서 액셀러레이터 법이라는 것이 생겼는데, 기존에 있는 벤특법이나 창지법에 억지로 끼워 맞추다보니 실행할 수 없는 이상한 법이 만들어졌다. 그 법을 만드는 과정에 우리같은 민간 주체에 와서 실행이 가능한지 물어본 적도 없었다.
기업 LP(유한책임투자자)를 액셀러레이터가 모을 수 없는 아이러니
창지법상 액셀러레이터는 개인투자조합밖에 만들 수 없다. 미국 와이콤비네이터와 500스타트업 펀드에 LP가 개인만 있나? 개인이 어떻게 십시일반해서 그렇게 큰 펀드를 운영하나. 액셀러레이터가 초기 투자를 한다고 해서 자선사업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적은 자금으로만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와이콤비네이터와 500스타트업같은 펀드가 나올 수 없게 법으로 정의해버린 거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위원들과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 공무원들이 투자 생태계를 너무 모른 상태에서 법을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그들이 관할하는 법 위에서 어떤 실행을 했을 때 어떤 여파가 있는지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이해를 한 다음에 의사결정을 해도 되는데, 그것을 안 했다. 그런데도 정부 관계자들은 투자 주체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하다고 본다.
항의를 해도 다른 사람 탓을 한다. 관련 법안을 만들 때 국회 속기록을 보면 가관이다. 대부분의 질의응답을 ‘액셀러레이터가 무엇인지’에 대해 할애를 했더라. 액셀러레이터의 본질에는 접근조차 못 했다.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그들은 왜 공부를 안 하는가?
한국에서 투자자는 잠재적 범죄자다. ‘투자자가 자신의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불법’인 것이다. 이게 왜 범죄인가? 기업이 알아서 LP를 모아서 펀드를 모으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너무나 당연한 행위인데, 국내에선 불법이다. 펀드를 만들면 유사수신행위를 하려는 것으로 본다. 얼마전에 금융위 사람들을 만났을 때 “다음에 올 때는 혼자 오지말고 금융위랑 일해본 로펌 변호사와 같이 오라”고 하더라.
정부 간접 투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와 엔젤투자자는 혜택받기 어려워
우선 정부 각 부처가 출자, 한국벤처투자(중소기업청 관리)에서 관리하는 모태펀드가 있다. 그리고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출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관리하는 성장사다리펀드가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금융위원회 관리)이 관리하는 반도체성장펀드도 있다. 창투사(모태펀드), 신기사(성장사다리펀드) 위주로 지원을 한다. 제작년 개인투자조합에 모태펀드가 지원하는 실험적인 초기 투자 펀드가 실행되기도 했다.
다만 액셀러레이터의 법적 지위가 생겨났지만 모태펀드 등 지원은 불투명하다. 정작 초기 투자 주체인 엔젤이나 액셀러레이터는 정부 간접 투자의 혜택을 보기 어려운 현실인 거다. 현재까진 자신의 돈으로 하는 수 밖에 없다.
팁스는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투자매칭 프로그램에는 팁스(TIPS)가 있다. 팁스는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 만족하는 지원책이다. 팁스의 원래 타겟은 ‘액셀러레이터’였다. 이에 따라 퓨처플레이나 더벤처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 주식회사형 초기 투자사가 대거 참여했다. 다만 최근에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확장 위주 정책으로 현재는 창투사, 신기사는 물론 대기업도 참여중이다. 다만 철학이 바뀌었으면 그것을 공표하고 그에 맞는 변화를 줘야하는데 이전과 다를게 없다.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팁스는 1:5 매칭이다. 1억을 투자하면 5억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5억은 2년에 걸쳐 나눠서 들어온다. 선정된다고 다음날 바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몇개월이 걸릴 때도 있다. 그런데 팁스에 선정될 정도의 팀이면 2년차에는 이미 후속 투자를 받는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5억이 아니라 2.5억을 주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과제중에 2.5억을 받을 수 있는 과제는 많다. 점점 실효성이 떨어지는 중이다.
유명무실해진 액셀러레이팅 공간 입주도 문제다. 이들 공간은 보육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운영사들의 보육 역량 편차가 크다. 역량이 없는 회사도 있다. 선정했으면 운영인력을 뽑아 잘 관리하는지 감시감독을 하거나 안 해도 된다고 지침을 내려야 하는데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미스매칭이 점차 생기고 있다.
또 투자매칭에는 엔젤투자매칭펀드가 있다. 한국벤처투자가 지분을 가져가는 구조로, 주주명부에 한국벤처투자가 들어간다. 다만 주주로써 구주 매각 등에 있어서 유연하지 않아 창업자들이 꺼리고 지분 희석을 막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일종의 간접 투자 성격이다. 엔젤에게 70%를 되사는 옵션이 있지만, 운영이 더 유연해지면 더 많이 활용될 듯 싶다.
‘정부지원금 좀비’를 막으려면?
우리나라에는 연구비와 지원금이 참 많다. 이 제도를 통해 좀비기업이 양산되기도 한다. 스타트업은 현실적으로 이 돈을 받는게 제일 편하다. 지분 희석이 없고, 투자 조건도 없다. 엄청난 페이퍼웍과 정부 시스템을 통한 과제 관리를 감수해야 하지만 제안서만 잘 쓰면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발 및 평가 과정에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원 기업이 어떤사업을 하는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경우도 있다. 심사위원의 말도 안 되는 소리와 싸워본 이들도 많을거다. 전문가가 부족하면 심사위원을 줄이던가, 지원금을 줄여도 될텐데, 과거로 부터 물려받은 것을 그대로 따라가고 부처가 확대 일변도로만 간다. 그래서 좀비기업이 더 늘어나는 근간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정부 지원금이 스타트업이 시장에 집중하지 못 하게 하고 빠르게 피봇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실패했다 판단하고 아무도 투자를 안 하는 상황이라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데, 정부지원에 신청해서 좀비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선발하는 직접 지원금을 줄이고 간접투자와 투자 매칭 지원을 늘여야 하지 않을까?
앞서 말한 문제들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내맘대로 할 수 있다면, 아무 기업이나 원하면 펀드를 만들 수 있게 해야한다. 그게 자본주의 아닌가. 왜 기업이 펀드를 만드는 것을 정부가 막는가? 펀드 규약은 LP들과 알아서 계약서 써서 정하면 된다. 분쟁이 생기면 법원으로 가면 되지 않나. 물론 사기를 치면 엄벌해야 한다.
자금에서 중기청 라인 금융위 라인 이런것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법은 최소한의 주체만 정의하면 된다. 정부 간접 지원 펀드는 부처별로 알아서 만들고 민간 LP처럼 사업방향에 맞는 펀드에 알아서 넣으면 안 되나? 꼭 필요한 펀드에 필요한 만큼 투자하고 결과는 잘 트래킹하고 피드백하면 된다.
스타트업 연구개발을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면 책임을 지는 전문가가 있는 초기투자사나 민간연구소를 통해 매칭하면 된다. 단, 이런 민간 주체들은 지속적으로 결과로 평가하고 적정 숫자를 유지하면 된다. 여기에 정부가 직접 전문가라 불리우는 사람들을 불러와 평가하는 방식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활용하여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공공기관이다. 정부는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믿고,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만을 채워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하기에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