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26세 자전거 덕후, 기업가치 1.6조 유니콘을 키우다.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포(OFO)와 모바이크는 올 상반기 경쟁하듯 투자를 유치했다. 모바이크는 6월 6,8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오포는 20여 일 뒤인 7월 8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금액 뿐만 아니라 텐센트와 알리바바라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이 참여했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모바이크 창업자인 후웨이웨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포착해 창업자 대열에 섰다면 오포의 창업자 다이웨이(戴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창업을 선택한 경우다.
자전거와의 인연
베이징 대학교에서 금융학을 전공한 다이웨이는 석사 진학 전 1년 간 칭하이성 시골에서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하게 된다. 학교가 위치한 곳은 시내와 거리가 먼 산골에 위치해 있었고 물자도, 생활 인프라도 부족한 곳이었다.
변변한 샤워시설이 없었던 탓에 1개월가량 제대로 못 씻은 그는 동료와 같이 시내 대중 목욕탕을 가기로 결정한다. 시내로 가는 길은 녹록치 않았다. 다이웨이의 근무지는 시내에서 5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고 교통편은 원활치 않았다. 타고 기다리고를 반복하며 4번에 걸친 환승을 거쳐 시내로 가는데만 4시간이 걸렸다. 돌아갈 때 버스를 타기 싫었던 그는 자전거를 구매해 근무지로 돌아갔다. 3시간이 걸렸지만 버스보다는 시간이 절약되었고, 버스에서 못 보던 주변 풍경은 그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후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칭하이성 주변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이 경험이 다이웨이가 자전거에 대한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첫 창업의 실패
다시 학교로 돌아온 다이웨이는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동시에 학교 자전거 동호회에서 활동한다. 그러던 어느날 다이웨이는 자신의 자전거가 고장이 나 동호회 자전거 여행 일정에 못 따라 나서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그는 자신처럼 자전거가 고장이 났을 때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없을지 생각한다.
이후 그는 4~5명의 동료를 모아 동호인이 선호하는 산악자전거를 대여해주는 여행사업을 기획했다. 정부의 창업 독려도 한 몫했다. 그 자리에서 자전거 바퀴 두 개와 사람을 그린 것이 현재의 오포(ofo)가 되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시드자금이 없었던 그들은 웨이리에 캐피털(唯猎资本, Will Hunting Capital)의 청년창업자 투자계획 소식을 접하고 밤을 새워 발표 준비를 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100만 위안(한화 약 1억6천만원)의 투자를 받게 된다.
하지만 자전거 구매비용, 직원 월급, 홍보 비용 등으로 첫 투자금은 순식간에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보유하고 있던 자전거는 도난이 빈번하게 발생해 제대로 서비스를 진행하지 못 한다.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다.
다이웨이는 첫 번째 사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한다. 일단 추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첫 투자자를 찾아가 설득했고, 100만 위안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이후 가장 큰 문제인 도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대학생들만 대여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형태를 변경했다. 아울러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자전거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위챗 공공 계정을 이용하여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형태의 서비스를 생각했다.
이 방식은 큰 인기를 끌었다. 2015년 9월 위챗 공공계정을 오픈한 뒤 오포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자전거 대여 건수는 초기 일 100건에서 한 달 만에 3000건으로 증가했고, 3개월 뒤인 12월에는 일 1만건을 넘어섰다. 다이웨이 통장에 처음으로 30만위안(한화 5000만원)이라는 숫자가 찍힌 것도 이 즈음이다. 크진 않지만 의미있는 첫 수익이었다.
투자유치 기회
2016년 춘절(春节)을 지내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샤오후(朱啸虎)라는 투자자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주샤오후는 진사장벤처스(金沙江創業投資管理公司 GSR Ventures)의 대표로 디디다처(현 디디추싱) 등 기업에 투자를 한 유명 VC다. 하지만 다이웨이는 첫 협상 이전까지 그 사실을 잘 몰랐다고 한다. 투자계약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춘절이 지난지 얼마 안 되어 오포는 1000만위안(한화 약 16억 6000만원)의 투자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해에만 총 6번의 추가 투자유치를 하게 된다.
경쟁자 모바이크가 빠른 성장의 동력
경쟁자 모바이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컸던 다이웨이는 안정적인 전략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2016년 8월 모바이크 자전거가 베이징 곳곳에 배치된 것을 목도한 뒤부터 공격적인 확장전략으로 전환한다. 때마침 디디추싱등으로부터 1.3억달러(한화 1,501억 원)규로 투자를 받았기에 자금적으로도 뒷받침이 되었다.
이후 오포는 각 도시로 진출하였고 2주도 안되서 일 사용수 150만을 돌파하며 타오바오, 티몰, 어러머 등에 이어 일 거래량 100만을 넘은 인터넷 플랫폼이 되었다.
IP마케팅으로 모바이크에 대응
모바이크가 후웨이웨이 총재를 앞세운 ‘왕홍’ 마케팅을 한다면 오포는 스타와 IP를 활용한 홍보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포는 유명스타 루한(전 엑소 멤버)를 내세워서 스타마케팅을 진행하는 동시에 공유자전거 업계 최초로 대규모 오프라인 광고 및 판촉행사도 집행한다. 특히 슈퍼배드3 개봉을 앞두고 유니버설픽쳐스와 콜라보로 진행한 프로모션은 미니언과 연관성 때문에 온오프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중국을 넘어 해외에서 新시장 확보
오포는 현재 영국, 미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4개 나라 도시에서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진행중이다. 올해 안에 20개 나라로 확장 할 계획이다.
오포가 성장한 6가지 이유
- 중국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 대중창업(大众创业)과 만중창신(万众创新) 영향
다이웨이는 창업 결심의 배경에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의 영향이 컸다고 말한다. 베이징에 있는 많은 대학생들이 창업을 시도하는 중이었고 자신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고.
- 첫 사업 실패로 경험한 니즈(needs)와 원트(want)의 차이
다이웨이가 처음으로 구상한 사업모델은 산악자전거를 기반으로 한 여행사업이였다. 이 아이템은 있으면 좋은 사업이지만 없어도 무방했다. 본질적으로 ‘원트(want)’에만 머물고 ‘니즈(needs)’를 해결 못 한 것이다. 이후 등장한 공유자전거는 대학생들이 넓은 교내에서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다는 니즈를 해결하며 확산돼 현재는 도시에서 단거리 이동의 니즈까지 해결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 사업에는 운도 따라야 한다.
다이웨이는 창투사에 근무하는 후배를 통해 웨이리에 캐피털이 청년창업투자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급하게 창업을 시작한 케이스다. 첫 사업모델은 실패했지만, 시작을 했기에 현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아무리 대표가 뛰어나도 공동창업자와 팀원이 이를 못 받치면 어렵기 마련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이웨이는 초반 창업 팀을 꾸렸을 때부터 창업경험 및 각영역에서 능력이 좋은 팀원들을 만났다.
- 빠른 시장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
다이웨이는 투자금을 좀 더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싶었지만 경쟁자인 모바이크의 기세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다이웨이는 이에 맞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전략을 바꿔서 공격적으로 시장확장에 나섰다. 이는 현재까지는 옳은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 신중한 투자기관 선택
다이웨이는 투자자를 가르켜 ‘창업자가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이라고 말한다. 돈 많은 투자자보다는 사업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비즈니스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포의 투자사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할 수 있다.
오포의 리스크
오포의 앞날에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 자전거에 부착된 스마트키의 기술적 논란
모바이크에 비해 오포는 여전히 기술적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보안부분에서 여러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 파손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이유는 불명확하지만 중국에서 가장 많은 훼손과 도난이 발생하는 공유자전거는 오포제품이다. 이외에 시마다 교통에 방해가 되는 자전거를 수거해가서 처분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는 자금 여력이 있기에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피해 요소다.
- 무리한 확장으로 인한 자금 부족 우려
현재는 오포와 모바이크에 벤처캐피털을 비롯해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수익모델을 증명하지 않으면 자금적 한계가 올 수 밖에 없다.
- 불투명한 수익모델
중국의 공유자전거 시장은 수직곡선을 그리며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익모델이 불명확하다. 이는 오포뿐만 아니라 모든 공유자전거 서비스의 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