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64] 심리상담을 문자로 한다고?
20대 청년 김동현은 창업과 취업이라는 갈림길에서 뒤도 안 돌아보고 창업을 선택했다. 스스로 만든 서비스로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사업 아이템은 텍스트 기반 심리상담 서비스. 행복한 삶의 조건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이 서비스는 2016년 론칭 이후 2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용했고, 다섯명 중 한 명 꼴로 서비스를 재방문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사용자들에게도 장소와 거리의 장벽을 넘어 위안을 주고 있다.
“행복을 찾는 과정의 든든한 지지대가 되겠다”는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20대에 사업을 시작했다. 취업은 생각해보지 않았나.
직접 만든 서비스와 가치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지금 사업을 하기 전 3년 동안 비영리 단체를 맡아 운영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아마 취업을 선택했다면 한정적인 기여를 했을 거다.
대학생 창업자에 대한 색안경이 있다. ‘창업 놀이’를 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성과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장 우리가 집중하고 설명해야 하는 건 고객이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우리 서비스를 알리고 있다. 감사하게도 인정해주는 사용자가 많다.
심리 상담을 텍스트로 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색적이다. 대면 상담과 어떤 점이 차별화되나.
텍스트 상담이 대면보다 더 좋다기 보단 다른 특징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담의 진입 장벽을 모바일 텍스트로 낮췄고, 본인도 모르게 쓴 언어 표현이 어떤 의미였다는 걸 데이터로 보여준다. IT적으로 풀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후 모인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건 덤이다.
서비스 ‘트로스트’는 비대면 방식으로 50분 동안 상담이 이뤄지는데,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건 어떻게 아나.
원론적인 말이지만 상담 내용에서 드러난다. 고객과 상담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깊게 이뤄졌을 때 만족도가 높다. 오프라인 상담에는 침묵도 상담에 반영된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모바일 심리상담 플랫폼인 우리는 비대면의 한계를 보완해야 하기 때문에 IT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업 기획 시절 얘기가 궁금하다.
여러 모델을 봤다. 그러던 중 화상 진행보다 텍스트에 집중한 토크스페이스(talkspace), 베터헬프(betterhelp) 등이 눈에 들어왔다. 텍스트는 데이터화가 가능하니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국 정서상 비대면을 선호한다고 봤다. 사람들이 마음을 더 많이 여는 방식으로 사업의 핵심 방향을 결정했다.
벤치마크는 ‘잘’ 하는 게 중요하다. 즉 현지화 작업이 필요한데.
해외의 서비스는 상담자가 내용을 보내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연락을 주고받는 형태다. 처음엔 우리도 그렇게 했다. 문제는 힘든 고민을 시간 들여 썼는데 즉각적인 답이 오지 않는 것에 답답해 하더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리얼 타임 베이스로 바꿨다. 그리고 상담사 배정 시스템을 신경썼다. 보통 해외의 서비스에선 고객에게 상담사를 맞춰 배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고르는 걸 선호했다. 그래서 고민을 잘 해결해줄 수 있는 상담사를 선별한 뒤 고객이 프로필과 이력을 보고 최종 선택하도록 했다. 그렇게 하니 불만이 현저히 줄었다. 신규 고객도 불만이 없는 상태로 유입됐고.
창업 당시 어려웠던 점은 뭐였나.
고객과 상담사 두 집단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 상담사는 문자가 어떻게 심리상담이 되느냐 하는 의구심을 나타냈고, 고객은 애초에 심리상담을 부담스러워 했다. 이건 지금도 어렵다.
1호 상담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비대면 텍스트 테라피에 관심이 있던 사람으로 호기심을 갖고 응해 줬다. 이 상담사가 오고나서 점차 입소문이 퍼졌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소속 상담사 중에 기존 오프라인에서 일할 때와 같은 규모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고객을 찾아 나서는게 우선일지, 고민을 해결해 줄 사람을 찾는게 먼저일지 고민을 했을텐데.
현재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사안이다. 우리는 잠재 내담자를 먼저 찾기로 했다. 마켓 사이즈는 타겟팅 해서 마케팅하면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IT라고 봤다. 시장은 현재 확장 니즈가 있으니 이를 통해 제대로 성장하고 싶다.
그 외엔 상담사를 부분 대체할 수 있을 AI 챗봇 기술을 쌓는 것도 고려 중이다. 후자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대개 챗봇 서비스는 정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음식 주문을 받거나 부분 CS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에 비해 상담은 감정의 영역이라 아직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편이다. 완전 대체보다는 사용자의 정보를 파악해 일부 대응해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고객을 찾기 위한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장기적으로 볼 때 재방문율이 높은 건 의미가 있다. 다만 이를 늘리기 위해 억지로 몰아 부치는 방식은 좋지 않다고 본다. 그런 판단을 바탕으로 우리는 고객에게 상담 경험을 자연스럽게 널리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리학 관련 독서모임 또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를 노출시킨다. 혹은 속마음을 털어놓는 커뮤니티에서 우리를 각인 시키는 일도 한다. 상담이 필요한 많은 고객이 우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운영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운영 초반에 선택과 집중을 잘 하지 못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오프라인 센터와 연계하고 오투오 서비스도 생각했다. 이것저것 다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금처럼 텍스트 하나에만 집중했다면 더욱 빨리 성장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당시엔 무리한 사업 확장인 줄 몰랐다.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기존 업계로부터의 저항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성격의 서비스다. 약물처방이 필요한 고객은 기존 업계 서비스를 권한다. 향후 우리가 자리를 잡으면 온.오프라인 연계가 충분히 가능할 거라 본다. 규제가 완화되고 상담에 대한 인식이 더 유연해진다면 연계가 활발해질 거다.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되고 싶나.
행복한 삶에는 건강한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신 건강의 주체는 ‘나’이며 궁극적으로 문제 해결도 스스로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상담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IT 기술을 이용해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트로스트를 이용할 고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소중한 걸 지키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건 나 자신이다. 그런 나를 소중히 여기고 아는 과정에 심리상담이 있다. 심리상담 받기 전 많은 사람이 망설인다.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 것 때문에 상담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용기가 풍성한 삶을 만들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든든한 지지대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