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 도시 곳곳에 ‘자전거 무덤’이 생긴 이유
(Editor’s Note) 베이징 등 1선 도시 폐쇄된 건설 현장이나 주차장에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 대의 공유자전거가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를 현지에서는 ‘공유자전거의 무덤’이라 불리운다. 이 자전거들은 왜 소비자 곁이 아닌 곳에서 비바람을 맞고 있을까?
9월 기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만 15개 업체가 제공하는 공유자전거 235만대가 비치된 상황이다. 50만 대 이전까지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공유자전거는 업체와 숫자가 늘면서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우선 도입 취지였던 교통정체 해소에서 역효과를 내고 있다. 아무 곳이나 세울 수 있다는 도입 초기 정책으로 불법주차가 늘어 교통 흐름과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으며 뒤엉켜 널부러진 자전거들은 도시 흉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서비스가 중단된 뒤 이용자들이 회원 가입시 낸 보증금을 환급받지 못 하는 사례도 등장했으며 11세 어린이가 ofo 공유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네거티브 규제를 지향하는 중국 정부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가이드라인 형식의 규제를 시작했다.
지난 9월부터 베이징시는 ‘공유자전거 발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가이드라인은 공유자전거를 추가로 늘릴 수 없도록 규정한데 이어 운영사에게 자전거 관리를 위한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 자전거에 GPS 설치를 의무화 해 불법주차와 교통장애 유발 등 상황을 처리하기 위한 플랫폼 시스템을 시정부와 공유토록 규정했으며 이용자 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 의무화, 서비스 중단시 보증금 환불과 더불어 자전거를 회수하도록 했다. 여기에 공유자전거 이용 연령을 12세 이상으로 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용자의 실명등록도 강제 규정했다.
베이징 뿐만 아니라 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 도시들 역시 공유 자전거 신규 확대를 중지시키는 등 대비책을 마련중이다. 선전의 경우 연초부터 정해진 장소에만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중국 지역 정부의 규제는 모바이크와 오포 등 상위 기업에게는 큰 이슈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양사는 초기부터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왔으며 현재 해외로 서비스 확장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5위 권 밖 서비스들이다. 하위 서비스는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상당한 투자와 시스템 확충이 필요하다. 때문에 샤오밍단처 등 서비스는 1선도시에서 철수하고 2~3선 도시를 주력시장으로 재설정 중이다.
공유되지 않는 공유자전거들
공유 자전거는 그 효용성과 가격, 결제의 편리성으로 인해 중국의 ‘신 4대 발명품’으로 불리우며 1선 도시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최근 도심의 흉물이자 애물단지로 인식되며 제동이 걸렸다. 아울러 연초부터 소비자 부근이 아닌 도시 외곽에 쌓여있는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
기자가 9월에 찾은 베이징시 하이디엔구 외곽 주차장 부지에는 셀수 없을만큼 많은 공유자전거가 방치되어 있었다. 1평방미터 당 두 대로 계산할 때 주차장에는 약 10,000대의 공유 자전거가 ‘쌓여’있었다. ‘공유자전거의 무덤’이라 불러도 무방한 풍경이었다.
이곳에 방치된 자전거 종류는 블루고고, 유니바이크, 쿨치 등 중위권 플랫폼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구분되는 1,2위 기업 모바이크와 오포의 기종이었다.
일견 이들 자전거 상당수는 최근에 옮겨진 것이 아니었다. 바닥에 자란 강아지풀의 형태를 볼때 오랫동안 비바람을 맞은 풍상이 보였다. 하지만 못 쓰는 폐물이 아닌 이용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실제 QR코드 인증을 하면 자물쇠가 풀렸다. 다만 자전거를 끈으로 묶어놓아 실제 운행은 불가능했다.
이러한 공유자전거의 무덤은 이 곳이 전부가 아니다. 이 주차장은 베이징에 있는 자전거 무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베이징 뿐만 아니라 난징, 항저우, 안후이성 등에도 수천 대의 자전거들이 뭉쳐있는 무덤이 존재한다. 중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 곳곳에 사람이 아닌 사물의 무덤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무덤을 쌓아올린 주체는
자전거들은 시정부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옮겨진 것이다. 주차장 부근에 정차된 시정부의 화물트럭이 이를 증명한다. 화물트럭 유리창에는 ‘불법 비동력 차량 특별 단속(静安寺街道专项整治非机动车)’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즉, 이곳의 자전거는 단속으로 압수된 자전거들이란 의미다.
베이징시 교통국은 지난 8월 18일부터 정해진 장소 외 세워진 자전거를 압수해 왔다. 하지만 235만 대에 달하는 공유자전거를 모두 수령할 수 있는 주차 장소는 없었고, 그간 상당수의 자전거가 압수되어 여기저기 무덤으로 옮겨져 왔다.
기자는 현장에서 실제 ‘불법’ 공유 자전거를 싣고 오는 트럭을 볼 수 있었다. 용역 직원들은 공유 자전거를 조심스레 다루지는 않았다. 그들은 트럭에서 자전거를 바닥에 내던지듯 옮겼다.
그들은 자전거를 열맞춰 늘어놓을 시간이 별로 없다고 투덜댔다. 트럭 운전자는 “트럭 한대당 30대의 자전거가 들어간다. 우리는 정해진 곳에 정차되지 않은 자전거를 수거해 이곳으로 실어 나른다. 대부분 공유자전거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자전거가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 한다. 이대로 가면 자전거 위에 자전거를 쌓아놓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내려놓던 근로자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불법 공유자전거 신고 건수가 너무 많다. 현재 인력으로는 그것만 처리하는 것도 버거운 수준이다. 일반 시민의 신고도 있겠지만, (공유자전거 회사가 늘면서)경쟁사 직원이 의도적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주차장 현장에서 모바이크와 오포 직원을 만날 수도 있었다. 이들은 자사 자전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손상도는 어느정도인지 체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거해 가지는 않았다.
베이징시를 비롯한 시정부들은 각 공유자전거 플랫폼 회사에 압수된 자전거를 회수해 갈 것을 권하고 있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응한 회사는 없다. 회수 인력을 충원하는 것보다 현상 유지가 회사에 덜 부담스럽다는 계산 때문이다. 참고 : 항저우시 7월 발표에 따르면 압수된 공유자전거 대당 10위안의 유지비용이 소요된다.
모든것은 대가가 따른다.
그간 중국 공유서비스, 특히 공유자전거는 공공의 수요와 민간자본, 정부정책 삼박자가 맞아 2년 사이 일상 속 서비스로 성장했다. 하지만 서비스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을 만났다. 대중의 기존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관문이다.
중국에서 공유자전거가 성장을 한 여러 요인중 하나가 눈에 보이는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가 어디든 간에 아무데나 세워둘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1선 도시에서 이는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아직 이에 적응이 덜 된 상황이다. 그 사이 등장한 것이 자전거 무덤이다.
근래 공유경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과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대한 근거로 자전거의 무덤이 증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아울러 공유 플랫폼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기도 한다. 이들이 충분히 관리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문제를 떠나 공유자전거 서비스가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성장통이라 설명한다. 제대로 서비스가 정착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공유자전거 사업자들은 더 이상 견인되지 않는 형태의 방지책을 내놓고 있다. 사용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행동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언제고 자전거 무덤은 없어질 것이고 제 주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다만 대중의 인식과 서비스의 균형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