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설립된 데이블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는 스타트업이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매 월 20%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지난 9월 기준 주요 서비스 제공사 600개를 돌파했다. 이들은 처음, 언론사에 추천 기사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해 광고와 커머스 영역으로 사업을 순탄히 확장했다. 3년 차 스타트업의 멈추지 않는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데이블 이채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뉴스’ 코너를 책임지는 회사
데이블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우리는 사람들이 필요한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컨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Contents Discovery Platform)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우리는 다양한 언론사와의 협업을 통해 독자 개개인의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고 원하는 정보를 추천한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라는 기사 추천 영역이 그 예다.
또 기사 추천과 동일한 UI로 광고 콘텐츠를 전달하는 네이티브 광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난닝구, 고고싱, 호텔패스 등에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해 매출을 증대시키는 개인화된 상품 추천 서비스인 ‘데이블 커머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화 기술이 데이블의 핵심 기술이다. 이를 미디어 분야에 먼저 적용한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나.
특별히 처음부터 미디어를 염두해 둔 건 아니었다. 데이블을 창업하기 전, SK플래닛에서 레코픽(RecoPick)이라는 사내벤처를 했었다. 당시 온라인 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쇼핑몰 의상 추천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온라인 로그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가 통했으니, 온라인과 오프라인 로그 데이터를 합쳐 개인화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을 첫 아이템으로 잡았다.
*옴니채널(omni-channel) :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그런데 옴니채널은 아무래도 오프라인 쪽 데이터를 모으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당시 우리 사업에 대해 언론사가 먼저 관심을 보여줬다. 그래서 우선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미디어사 쪽을 먼저 시작한 거다. 당시 미디어 시장에서는 많은 언론사들이 적극적으로 개인화 기술을 자사에 적용하고 싶어했다. 자연스레 옴니채널에서 미디어 개인화 사업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됐다. 이 영역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네이티브 광고 사업까지 진출하게 된거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시장의 흐름과 타이밍에 맞춰 따라온 셈이다.
설립 1개월만에 케이큐브벤처스에 투자를 받으며, ‘다음카카오가 처음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다음카카오와의 업무적 협력도 이어졌었나.
현재까지는 크게 협력이 없었다. 하지만 협력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티스토리의 개인화 작업이나, 다음 뉴스의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사업을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작년 5월 광고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데이블뉴스를 운영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배운 점은?
좋은 서비스를 만들면 기업들이 당연히 돈을 내고 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반 미디어 고객사들이 ‘서비스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플랫폼 사용 비용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사 추천 기능만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웠던 거다.
그 때 우리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도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초기부터 네이티브 광고 모델을 도입해, 오히려 언론사에게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개인화 추천 기술의 품질 자체는 데이블이 좋고, CTR도 20~30% 높게 나타난다. 세계 1위 수준이다. 그렇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CTR이 2배 정도 확 차이가 나면 모를까, 20~30% 높은 것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물며 우리는 돈을 내라고 하는데, 경쟁사는 오히려 돈을 주겠다고 하니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네이티브 광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 건가.
그렇다. 막연하게 언젠가는 광고 사업으로 수익을 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경쟁사가 등장하면서 선택이 빨라졌다. 해외 사례를 찾아보니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었고, 당시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과감히 선택했고,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잘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 게 성장의 비결
샛길로 새거나, 큰 실패를 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
늘 우리 팀이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업 방향을 잡는다. 뜬금없이 앱 사업이나 게임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인화’,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뭔지부터 시작해보는 거다. 빠르게 시도하고 아니면 빨리 접는다. 이런 작업들을 여러 번 했다. 밖에 티는 안났지만 접은 사업들도 몇 개 있다.
어떤 실패들이 있었나.
자체 미디어를 만들려고 한 적도 있다. 우리 팀 내부에 자체 컨텐츠를 만들 여력과 능력은 없다고 판단했기에, 타 언론사 기사를 아웃링크 방식으로 끌어왔다. 그런데 막상 시도를 해보니, 우리가 큐레이션을 아무리 잘해도 최종 종착지가 각기 다른 언론사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더라. 아직 완전히 접은 건 아니지만, 우선순위에서는 밀렸다.
현재 네이티브 광고 플랫폼 사업의 현황은?
2017년 8월 기준 약 8.4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매월 20%씩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광고 매출을 발생시키는 매체사는 약 1,000개쯤 된다. 아무래도 언론사가 제일 많고, 잡지사, 커뮤니티, 블로그, 앱 등 다양한 매체사가 있다. 애드 익스체인지(AD Exchange)에서 사오는 영역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우리가 직접 확보한 영역에서 노출하는 광고 인벤토리가 8월 기준 월 109억 건 정도다. 국내 네이티브 광고 인벤토리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데이블이 정의하는 ‘네이티브 광고’는 무엇인가.
워낙 업계마다 정의하는 게 달라서 조금 혼란스러운 용어긴 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광고’를 네이티브 광고라고 한다. 예전에 모바일 게임에서 처음 광고가 들어갔을 때 배너 형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게임 안 전광판, 게임 속 TV 화면에 광고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네이티브 광고 종류도 다양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친구들의 소식 사이에 동일한 UI로 삽입되는 인피드( in-feed)형, 데이블처럼 언론사의 기사 추천과 함께 들어가는 추천 위젯 형 등이 그 예다.
네이티브 광고가 기존의 배너 광고에 비해 확실히 효율적이라고 보나?
100%는 아니지만 효율이 좋은 경우가 많다고 본다. 다양한 조사 기관에 따르면, 디스플레이형 배너 광고의 클릭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용자들은 오랫동안 다양한 사이트에서 배너 광고의 형태를 학습했다. 실제 아이트랙킹 기술로 사용자들의 시선을 추적해 보면, 배너 영역은 아예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추천 위젯형 네이티브 광고의 경우, 위젯 영역에서 사용자들이 실제 관심 있어 할만한 기사를 제공해 영역에 대한 집중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수치로도 증명이 되나.
실제 우리가 국내 모바일 뉴스 사이트에서 사용자 그룹을 나누어 위젯에서 그냥 인기기사를 제공했을 때와 사용자 맞춤형 개인화된 기사를 제공했을 때, 도달률을 비교해봤다.
페이지 최하단에 위치한 위젯 영역까지 사용자들이 굳이 스크롤을 해 가면서 도달하는 비율이 대체로 낮은데, 개인화 뉴스를 제공했을 때 약 20% 정도 도달률이 높게 나왔다. 해당 영역에서 나에게 관심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걸 사용자들이 점점 인지하게 되면서, 기사 하단 영역까지 내려가는 사용자의 비율이 20%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사용자들의 관심도가 집중된 영역에 광고를 노출하니 당연히 광고효율은 높아진다. 또 해외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배너광고 대비 네이티브 광고의 성장률이 2배 이상 높게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배너 광고 영역의 일부가 네이티브 광고로 대체될 것이라고 본다.
■ 매달 20%씩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
네이버가 AI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디스코를 출시하는 등, 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 추천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점차 뉴스를 모바일로 읽는 비율이 높아지는 시대에 데이블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일까.
경험과 기술력, 데이터로 요약할 수 있다. 아직까지 해외 기업과의 A/B 테스트에서 져본 역사가 없다. 개발팀의 역량이 뛰어난 것도 이유겠지만, 경험도 중요하다. 우리가 추천 알고리즘만 5년째 만들고 있는데, 알고리즘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평가를 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상시로 A/B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항상 테스트를 진행한다.
매체를 초월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데이블 뉴스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A 언론사 기사 하단에 B 언론사 기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단계가 남아있는지, 그 과정 중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기술적인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여전히 정책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플래텀의 온라인 지면에서 타 스타트업 매체 기사가 추천된다면? 달가워하지 않는 사업자들이 많을 거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거다.
그래서 최근엔 다른 논리로 설득을 한다. 예를 들면 언론사가 트래픽 정체로 고민이 많지 않나. 그들은 늘 새로운 독자 유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론사의 CPM이 10,000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이는 조회수 1000 당 언론사가 1만 원의 광고 수익을 번다는 얘기다. 즉, 신규 사용자가 한 명이 사이트를 방문하면, 언론사는 최소 10원을 벌 수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클릭 당 10원 미만으로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다면, 언론사는 이익이 난다. 그러면 어떻게 CPC 10원 미만으로 사용자를 끌어올 수 있을까? 그때 우리 기술이 필요한 거다.
사용자가 잘 클릭할 법한 기사, 즉 CTR이 10배 이상 높은 기사를 자동으로 잘 찾아서 노출하는 거다. 최근에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서 Traffic Generator(TG)라는 상품을 만들었고, 몇몇 업체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 조만간 공식 런칭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관심 있는 언론사의 많은 문의 부탁드린다.
데이블이 성장해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면 무엇일까.

언젠가는 국내 시장 성장의 한계가 올 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나마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 강점이 있지만, 사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은 커녕 해외에서 사업을 해 본 경험 자체가 없었다. 해외 진출은 꼭 필요할 거 같은데,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그래도 지금은 구글에서 영입한 인재와 현지에서 직접 채용한 동료들이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주요 진출 국가가 어디인가.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시장을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멀고 사업이 힘들 것 같다. 아시아 시장에서 아직 경쟁사가 들어가지 않은 인도네시아, 대만 시장이 가장 유력하다. 일본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대신 시장 자체가 크다. 거기서 10%만 점유해도 큰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향후 투자 유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자체적인 수익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자금 투자 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 해외 진출을 할 때, 미디어사와 광고주 양쪽을 모두 영업해야 하는데 이 중 하나를 해결해줄 수 있는 협력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향후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창업 이후 지난 2년간 매월 20%씩 꾸준히 성장해왔다. 앞으로도 단기 목표는 매월 20% 이상씩 계속 성장하는 것이다.
중장기 목표는 아시아 2억 명의 사용자가 매일 한 번씩 접하는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좋은 기술을 꼭 우리나라 사람들만 쓸 이유는 없지 않나. 현재 일본, 대만 시장에 진출했고,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3년 뒤의 비전인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여정을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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