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창업자,”스타트업 전반 분위기 64점”, 정부 점수는 “56점”
1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7’의 발표 행사를 개최했다. 해당 자리에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오픈서베이 강예원 본부장,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 심사역 등이 함께 참석해 올 한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는 2014년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매년 함께 발표하는 자료다. 매년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의 변화를 분석해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는 취지다. 이번 설문조사는 정보기술 및 지식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의 인식과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9월 4일부터 11일까지 총 8일간 오픈서베이를 통해 진행됐다. 창업자 116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00명, IT 및 지식 서비스 스타트업 재직자 200명이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 창업자, “스타트업 전반 분위기 64점”, 정부 점수는 “56점”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정보기술, 지식서비스 분야에 있는 창업자 116명을 조사한 결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반 분위기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에 64점으로 전년 대비(55점) 9점 상승했다. 내년에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대답이 48.3%로, 그 요인은 분야별 스타 스타트업 등장으로 인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창업자들이 정부의 역할 평가에 대해 매긴 점수는 56점이다. 이 또한 전년에 비해 12점가량 상승했다. 가장 도움이 많이 됐다고 평가받은 정부 대책으로는 ‘인건비 보조'(32.8%)’가 꼽혔다. 또 현 정부 추진 정책 중 가장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는 창업자의 75%가 벤처펀드 조성을 꼽았다. 그런 영향 덕분인지 지난해에는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기반 자금 확보’가 1위로 꼽혔는데 올해는 ‘규제 완화’가 첫 번째 과제가 됐다.
■ ‘진출하고 싶은 해외 국가’ 중국은 1위에서 3위로 하락, 동남아시아 1위로 떠올라
창업자들이 진출하고 싶은 해외 국가는 올해 1위가 동남아시아, 2위가 미국, 3위가 중국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는 1위를 차지했던 중국에 대한 관심이 올해는 한풀 꺾였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양성환 네이버 D2SF 리더는 “중국 진출에 대한 관심이 한순간 높아졌다가, 국가 간 이슈가 악영향을 끼치는 등 여러 번의 좌절을 경험하면서 관심도가 하락한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을 경유한 비즈니스 루트를 찾는 등, 나름의 경로로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는 기업도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가 꾸준히 국내 스타트업의 꿈의 시장으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박희은 알토스벤처 수석심사역은 “동남아시아는 한국이 겪어왔던 역사적 단계를 비슷하게 거쳐갈 것이라는 예상 가능한 시장이고,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창업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면서, “알토스벤처스의 투자사 중에서는 한국에 머무르면서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는 봉봉, 하이퍼커넥트와 같은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거취를 옮기기보다는, 오히려 현지 인력을 한국에 데려와서 채용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해외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창업자들이 해외 진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69.8%로, 지난해 31.3%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해외 진출 시 필요한 요소를 꼽는 질문에서는 시장 분석과 시장 반응 테스트가 43.2%로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으며, 현지 파트너 구축과 현지 네트워크 확보가 차례로 꼽혔다.
■ 창업자들,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와 함께 일하고 싶어’
창업자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로는 김봉진(배달의 민족), 이해진(네이버), 김범수(카카오), 장병규(본엔젤스)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대답은 스타트업 업계 내부와 외부의 대답이 달랐다. 창업자와 스타트업 재직자의 경우 ‘배달의 민족’을 1위로 꼽은 반면, 대기업 재직자는 ‘카카오’를, 대학교 졸업예정자는 ‘쿠팡’을 1위로 선정했다.
강예원 본부장은 “스타트업 종사자와 비 종사자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카카오, 쿠팡 등 업계 내에서는 이미 대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기업들을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꼽을 만큼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일반적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재직자와 대학생 두 집단 모두 대표 스타트업을 묻는 질문에 일부 대기업을 언급하거나 사명을 정확히 언급하지 못하는 응답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계의 성장은 대기업 재직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려하는 재직자 비율(26.0%)은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42.0%)보다 낮았으나 전년보다 창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게 됐다고 대답한 대기업 재직자들은 50.4%로, 전년 대비 10.2% 상승했다. 이처럼 응답한 대기업 재직자들은 정부의 풍부한 지원과 직업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 개인의 특기와 장점이 사업 아이템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이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 최고 인기 벤처캐피털은 소프트뱅크벤처스
가장 투자받고 싶은 벤처캐피털로는 초기 단계에서는 프라이머가, 후기 단계에서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순위권에 없던 알토스벤처스와 캡스톤파트너스가 크게 상승한 점이 주목할만하다.
비보조인지도에서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던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제치고 알토스벤처스가 1위를 차지했다.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미미박스 등 알짜배기 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투자한 점이 인지도 상승에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희은 수석 심사역은 “우리는 오히려 좋은 회사들에게 투자를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었는데, 투자사들이 열심히 해줘서 결과적으로 알토스가 선견지명이 있다는 좋은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실리콘밸리 투자사라는 후광 효과 없이도 좋은 회사들이 알토스벤처스를 선택하게 하기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한지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