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중국 투자업계가 바라보는 한국 스타트업
“빠르게 변하고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무엇을 무기 삼아야 할까?”
중국의 투자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세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 기업의 매력과 가능성은 무엇일까.
31일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플래텀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중국의 한국인 행사에서 권혁태 NP 파트너스 디렉터, 이지인 레전드 캐피털 연구원, 한승희 PwC 전무가 <중국의 혁신, 중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노변정담을 나눴다. 진행은 유재석 원아시아 에디터가 맡았다. 아래는 이날 토론 전문.
위챗과 웨이보는 중국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들의 필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과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이지인 : 중국 소셜 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트래픽을 돈으로 바꾸는 것’에 통달해 있다는 점이다. 위챗을 통해 중국인은 단순 채팅 뿐 아니라 많은 소비 활동을 한다. 웨이보는 트위터의 카피캣으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적자인 트위터에 반해 이미 3년 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액티브 사용자 수도 추월한 지 오래고.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용자 데이터를 매우 잘 분석하고, 이를 활용한 타깃 광고를 적극적으로 한다. 광고를 통해 사용자가 해당 브랜드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게 만드는 데에 도가 텄다. 그것이 중국 소셜 미디어의 큰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 서비스를 베껴 논란이 되기도 한다. 반면 중국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거나 그들을 인수해서 자신의 생태계로 편입시키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가.
한승희 :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3사가 모두 1조 이상의 자금 조달해 창업자들에게만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창업자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센터를 만들고, 1천 개 이상의 회사를 선발해 본인들이 만든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를 사용하게 한다. 스타트업과 자사 간 유기적인 공생 관계를 맺어나가고 있는거다.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던 스타트업이 성공을 하게 된다면, 이를 통해 또다른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게 된다. 결국 BAT 급 자이언트들도 창업 기업과의 공생 관계 속에서 창의성을 꾀하는 식의 생존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에서 아직 대기업 스타트업 간 공생 문화가 조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곧 좋은 선례가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최근 중국의 동영상 공유 소셜네트워크 콰이쇼우(快手, 국내 서비스명 ‘콰이(KWAI)’)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향 중국 스타트업의 수가 적었는데,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중국 서비스가 다수 나오는 추세다.
권혁태 : 더 가속화될 것거라 본다. 중국 인터넷 1세대들은 중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한 뒤 창업한 경우가 많았다. 중국 내에서도 해결할 문제가 많고, 또 내수 시장에서 잘하는 것만으로도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기에 해외 진출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창업 세대는 해외에서 수학하고, 커리어를 쌓은 경우가 많다. 내가 캐나다 유학 시절 만났던 중국 친구들의 경우에도, 자국으로 돌아가 창업을 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렇게 돌아온 해외 유학 인재를 중국에서는 바다거북이라는 의미의 ‘하이꾸이(海歸)’라고 부른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을 이미 잘 알고 있고, 해외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지인 : 과거에는 현지에서 자리를 잡은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시작단계부터 외국 시장을 정조준한 중국 스타트업들이 늘어났다. 뮤지컬리(musical.ly)는 25초 동안 가수의 노래를 립싱크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중국의 서비스로, 현재 미국과 독일 등 서방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8개 국가에서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중동 시장을 타깃으로 성공을 거둔 이커머스 회사도 있고. 모바일 자이언트 기업이 너무 많은 중국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는 중국 스타트업의 선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중국 투자 컨설팅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어떤 한국 기업이 투자처로서 매력있다고 보는가.
권혁태 : 중국 투자자 관점에서 아직 두 가지가 남아 있다. 컨텐츠와 해외 레퍼런스 양이다. 정세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러 연령대와 장르에 맞춰 비즈니스를 잘 풀어나가는 컨텐츠 기업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이 있다. 또 버티컬한 분야에서 해외 레퍼런스가 많은 회사에게는 여전히 중국 측에서 투자하고 싶어한다.
한승희 : 투자 매력도를 결정하는 것은 네 가지다. 첫 번째 브랜드, 두 번째 기술력, 세 번째 기업이 속한 나라의 시장, 네 번째 자원이다. 우리나라는 시장이 크지 않고 자원이 없기에 결국 기술력과 브랜드가 있는 컨텐츠로 투자받아야 한다. 중국이 투자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차이나 앵글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결국 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국에게 어떤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컨텐츠 화두는 AI와 핀테크다. 이 분야에서 브랜딩과 실력이 있다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지인 : 우리팀이 한국 투자를 시작한 지 3년이 됐다. 그동안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특정 섹터의 기업만 투자받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방탄소년단 기획사부터 컴퓨터 클라우딩 관련 분야, 장내 유산균 섭취 식품까지 다양한 기업에 투자했다. 그 회사가 속한 분야보다는 그들이 만드는 상품 혹은 서비스의 완성도, 중국에 진출했을 때 부족한 부분을 투자자가 메워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모든 분야의 기업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꽌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차이가 중국 진출의 진입 장벽이 된다고 말을 한다. 꽌시 이외에 어떤 문화적 어려움이 있고, 또 이를 극복하는 노하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지인 : 어느 나라에 가든 낯선 문화 차이는 존재한다. 다만 그걸 본인아 얼마나 빨리 해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두 유형이 있다. 정공법으로 중국 현지에서 학교도 다니고 사회 생활도 하며 네트워크를 쌓아가는 경우, 좋은 파트너를 만나 관계 문제를 풀어나가는 경우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고 본다. 네트워크가 풍부한 좋은 파트너를 만나 그들에게 나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다. 중국 내에 한국인을 돕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을 찾아 아이디어를 얻는 게 어쩌면 중국 사회에 진입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권혁태 : 접점을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결국 비즈니스는 한가지 결론으로 귀결된다. 어떻게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내고, 어떤 구조 아래서 회사를 확장해나갈 지를 분명히 보여주면 된다. 중국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승희 : 중국의 꽌시는 체면과 연결된다. 친구가 소개해준 상대를 그냥 돌려보내는 것은 그 친구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주게 된다. 관계는 관계를 통해 맺는 것이 가장 속도가 빠르다. 중국에서 투자와 같은 큰 의사 결정은 무조건 탑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표가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 반면 좋은 투자건을 제안해도 아래부터 위로 설득해나가기는 굉장히 힘들다. 이 탑다운 의사 결정 때문에라도 중국에서는 관계 형성이 비즈니스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IT 생태계를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다. 외국 기업이 중국 정책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승희 : 중국 정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도산을 맞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정부가 제2금융권을 열어줬고, 이때 급속도로 성장한 것이 P2P 업체들이다. 초반에는 정부가 규제를 안 했기 때문에, P2P 기업 설립 자체가 쉬웠다. 하지만 최근 P2P 기업의 수가 너무 늘어나면서 규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을 닫는 P2P기업들도 생겨나고 있고. 외국기업의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정책에 상대적으로 대처가 느리다. 또 중국 정부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투자 관련 지침을 5년에 한 번씩 바꾼다. 올해는 권장 산업이었던 것이 5년 후에 제한 산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투자를 많이 받아 회사의 몸집을 불렸는데, 제한 산업이 될 경우 일부 지분을 정부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에 중국의 경제 위기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제 성장에 대한 위기감이 중국 내에서도 있는 편인가.
한승희 : GDP 성장률 7%가 무너지는 순간 ‘중국이 끝났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 성장률은 인도에 이어 중국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 GDP 성장의 30%는 중국이 이끌고 있다. ‘중국 경제가 위기인가’냐고 묻는다면,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대답하겠다. 내 관점에서 위기는 또 다른 비즈니스 모멘텀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
권혁태 : 한마디로 ‘중국이 이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벤처캐피털 PE 시장은 계속해서 자금이 유입되고 좋아질 거라 본다. 언젠가 위기가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점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중국에서 10년 간 지내며 경제 위기설은 꾸준히 듣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지인 :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에 동의한다. 중국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 여전히 좋은 시장이다. 매년 벤처투자액 1위는 미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중국이 70%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중국은 여전히 자금과 기회가 많은 큰 시장이다. 위기가 언제 닥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와 별개로 좋은 기업과 좋은 인재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나라는 현시점에서 중국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이해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