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2월 설립된 이후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총 3번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49개 기업에 투자했다. 작년 12월 기준 롯데액셀러레이터의 6개월 단위 지원 프로그램인 엘캠프(L-Camp) 출신 기업의 후속 투자 유치율은 60%다. 3년 차를 맞이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올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김영덕 상무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롯데액셀러레이터 김영덕 상무
■ 롯데가 보유한 방대한 소비자 접점이 롯데액셀러레이터만의 강점
김영덕 상무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강점을 롯데 기업이 가지고 있는 넓은 소비자 접점으로 꼽았다. 현재 롯데 그룹의 계열사는 95개사다. 그중 83곳이 비금융 권, 12곳이 금융권 기업이다. 김영덕 상무는 “롯데그룹은 수많은 B2C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보유한 고객 접점과 유통 인프라가 스타트업에게는 유의미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엘캠프 기업으로 선정된 공항행 승차 공유 스타트업 ‘벅시는 롯데렌탈의 차량을 이용해 서비스 일부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벅시에 8억 원의 후속 투자를 하기도 했다. 또 롯데카드와의 파트너쉽을 통해 롯데카드로 결제 시 비용의 20%를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벅시는 평창올림픽의 주문형 교통서비스 사업자로 참여하며 올해 큰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비 가청음파 전송 기술을 가진 ‘모비두’는 롯데멤버스와 협업해 음파결제 시스템인 ‘엘페이 웨이브’를 개발했다. 이후 롯데멤버스로부터 7억 원의 후속 투자도 유치했다.
삼성전자 C랩 출신 웨어러블 기업 ‘링크플로우’도 엘캠프를 거쳐 갔다. 세계최초로 360도 촬영이 가능한 넥밴드형 카메라 ‘핏360’을 개발한 링크플로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캐논 측에 그 기술력을 소개하면서 일본 캐논 측과 협업 관계를 맺게 됐다. 작년 말에는 소프트뱅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엘캠프 1기 업체인 맵씨는 재작년 8월부터 롯데닷컴을 통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맵씨에 3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 신기술금융 라이선스 획득, 통 큰 투자 활동 나선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작년 10월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지금까지의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활동이 창업 보육 기관으로서 사회공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계기를 통해 이들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로서 투자 사업에 더욱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더벨 보도에 따르면 작년 10월 13일 금융감독원은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신기술사업금융 전문회사로 등록했다. 원래 자본금은 150억 원이었지만 하나금융투자와 KB 증권에서 각각 50억씩 증자하여 총 250억 원으로 늘어났다. 김영덕 상무에 따르면 펀드는 최소 300억 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운용 계획은 없으며, 펀드의 개수와 성격에 따라 차후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영덕 상무는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초기 단계에 주로 투자해왔다면, 앞으로는 시리즈 A 이후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AI 등 하이테크 분야에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실제 롯데액셀러레이터 포트폴리오 기업의 3분의 1이 테크 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차후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통한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인수 계획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김영덕 상무는 “해외 대기업은 스타트업을 잘 인수하는데, 국내 대기업은 왜 그러지 못하냐는 식으로 단편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국내 M&A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국내에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문화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인수합병 후의 융합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에도 구글, 아마존 등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이 된 회사들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는 “작은 기업을 조금 큰 중견 기업이 인수하고, 그렇게 성장한 기업을 기존 대기업이 사는 중간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개방적이고 팀워크 좋은 스타트업 찾는다
작년 말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엘캠프 4기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했다. 김영덕 상무는 “창업자의 성향이 개방적이고, 팀워크가 좋은 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올해를 기점으로 다양한 외부 벤처캐피탈과 협업하여 공동 투자, 후속 투자 등을 이끌 계획이다. 생태계 내 타 창업 보육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도 꾸준히 구축해나간다. 올해 3년 차를 맞은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또 하나의 목표는 ‘롯데액셀러레이터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업계 내 선배 창업 보육 기관들의 좋은 점을 보고 배우려고 애썼다면, 올해에는 우리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 특이하게 액셀러레이터이면서 펀드를 가진 투자사이기 때문에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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