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로벌 서울 2015] 두 번의 창업과 두 번의 매각, 세 번째는… 배석훈 3D시스템즈 CTO

15일 비글로벌 서울 2015에서 “한국 B2B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서 두 번 엑시트하기”를 주제로 인터뷰 형식의 대담이 진행되었다.

스트롱벤처스 배기홍 대표가 진행한 이 세션의 대담자로 3D시스템즈 배석훈 이사(3D시스템즈 클라우드전략 CTO)나 나섰다. 한국 3D 1세대라 할 수 있는 배이사는 한국에서 아이너스 테크놀로지를 창업해 세계 최고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미국으로 건너가 제품 디자인 SaaS, 팀플랫폼닷컴을 개발해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인물이다.

특히, 배석훈 이사는 창업한 두 회사를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매각한 경험이 있는 연쇄 창업자이기도 하다.

관련 세션 정리해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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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한 동기는 무엇인가?

대학교 다닐 때 스티브 잡스를 보며 창업을 꿈꿨다. 지금이야 잡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당시는 주변사람들이 잡스를 전혀 알지 못하던 때다.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모두 창업을 위한 과정으로 보고 준비해서 시작했다.

주로 해외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한국시장은 우리의 시장이 아니라고 봤다. 팔 생각도 없었고, 살 고객도 없었다. 그래서 첫 제품이 나오자마자 일본으로 갔다. 당시 1년동안 비행기를 40번 탔고, 30번은 일본행이었다. 처음부터 잘된 것도 아니었다. 최초로 고객이 구매하기까지 2년이나 걸렸다. 맨땅의 헤딩이었다. 그러다 도요다를 시작으로 혼다 등 회사들이 우리 제품을 샀다. 일본시장 이후에 유럽에서 폭스바겐 등에 제품이 납품되었다.

이후 가장 큰 시장이라할 수 있는 미국으로 갔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시장이더라. 일본 자동차 회사를 통해 성장한 것이 어찌보면 시행착오였다. 일본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미국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처음에 고전했다. 오기가 생겨서 미국고객이 살 수 있는 제품으로 다시 기획해서 2007년에 다시 진출했다. 그리고 2~3년 후에 마켓 1위를 차지했다. 2009~2010년부터 안정화 되었다.

첫 회사가 안정화되면 생활이 편해졌으리라 본다. 그런데 첫 회사를 매각하고 두 번째 창업을 진행했다. 

첫 회사가 안정화되니 일상이 편해졌다. 치열하게 알고리즘을 본다거나, 더 나은 제품을 위한 기획을 안 해도 됐다. 인사문제, 계약 문제 등 법적인 문제만 해결하러 다녔다. 그런데 점점 행복해 지지 않더라. 그러다 실리콘밸리를 겪으면서 다양한 트렌드를 보게됐고, 2010년 두 번째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첫 회사를 매각하고 두 번째 회사를 시작한 건가?

매각하기 전에 두 번째 회사를 시작했다. 당시 가족을 비롯해 모두 말렸다. 배당도 좋고, 꽤 잘되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안주하면 안 될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평생 일 안 하고 살 정도의 금액이라고 들었다. 왜 굳이 다시 창업을 선택했나?

근본적으로 스타트업은 화려하지도 않고 힘들다. 그리고 생각한 데로 안 될 확률이 될 확률보다 높다. 그런데 나는 선발투수 체질이다. 창업을 한 동기도 뭔가를 만들려고 시작한 것이지, 규모를 키우고 관리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밸류업 등 마무리 투수 역할은 더 잘하는 사람이 맡는게 낫다고 봤다. 그렇게 두 번째 창업을 했고, 첫 회사는 3D시스템즈에 매각했다.

두 번째 회사는 처음부터 엑싯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나? 

첫 회사의 매각과 관련된 미팅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회사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겠더라. 그래서 두 번째 회사를 시작하면서 3년 내 윤곽이 나올거라 봤고, 3년차 때 2~3군데 회사에서 러브콜이 왔다. 매각 직전까지 고민이 많았다. 더 키울지 매각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첫 제안을 한 기업은 상당히 큰 기업이었다. 그렇게 인수제안을 한 첫 회사와 3D시스템즈가 경쟁관계가 있어서 나름 나쁘지 않게 분위기가 형성됐다. 두 번째 창업한 회사는 3년만에 첫 번째 회사를 매각한 3D시스템에 또 다시 매각했다. 한 회사에 두 번 매각을 한 것이다.

첫 창업을 할 때 한국시장은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B2B 소프트웨어는 한국에서 어려운가?

B2B로 성공한 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쪽 산업은 경색되어 있다. 시장이 경직된 것을 우리가 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국은 대기업 위주이고 중소기업은 작다. 더불어 한국시장만으로는 B2B소프트웨어 사업을 하기 힘들다고 봤다. 한국에 안 들어온다기보다, 우리가 판단한 것은 나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도요다가 쓰고 GM이 쓰면 현대자동차가 쓴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첫 시장으로 일본시장이 상대적으로 편하다고 봤다. 기업문화도 비슷하며, 들어가기가 어렵지 들어가고 나면 편했다. 일본의 중견기업은 세계적인 기업이고 말이다.

한국에서 B2B창업을 하려는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메이저리그에 바로진출하는 박찬호 사례가 좋은가, 아니면 한국에서 최고가 된 다음에 진출한 류현진 사례가 나은가?

지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가 시작할 때의 소프트웨어회사는 MS와 MS가 아닌 회사로 구분된다고 했다. 글로벌스텐다드 1등이 아니면 의미가없다고 봤다. 해외로 나가는 것은 시장이 크다거나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전략이었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박찬호가 될지 류현진이 될지는 선택의 문제다. 어느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에 시장성과 전략이 있다면 한국을 먼저 거쳐가는 것이 좋겠지만 쉽지는 않다고 본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곧장 가는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일본에서 미국으로 갈 때 다 뜯어고친 제품으로 갔다.

두번째 회사를 매각하고 다시 직장생활(3D시스템즈)을 하고있다. 세 번째 창업은 생각이 없나?

현재 다시 병이 도지는 중이다. 머리속에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세 번째 창업을 언제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현재가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첫번째 회사의 어떤 경험이 두 번째 회사의 성공에 영향을 미쳤나?

고객에 대한 이해다. 첫 번째 창업을 할 때는 뭐든지 잘될 것 같았다. 시장에 대한 상상만 했지 현실을 알지는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런데 200군데 대리점을 다니면서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우리 물건을 팔아주는지 알게되었다. 부딪치며 알게된거다. 어느정도 시장을 알고 시작한 두번째 창업은 잘될 것 같은 이유가 몇 가지 생각나면 안될 이유는 100가지가 생각나더라.

세간에서 공학을 전공한 이들은 비즈니스 감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창업을 고려하는 엔지니어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굳이 조언을 한다면, 책을 많이 보길 바란다. 추천하자면, 스티브 블랭크의 저서는 도움이 될거라 본다. 또 MBA를 가지 않더라도 그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과정들이 많다. 들어두는 게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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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요한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연예인을 따르는 사생팬처럼 스타트업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