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선 ‘왜 스타트업을 하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오늘(6월 1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센터 ‘위워크 랩스(WeWork Labs)’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서 공식 론칭되었다. 2011년 미국서 처음 선보인 위워크 랩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다수의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위워크 랩스 4개 지점은 소비재(역삼역점II, 90석 규모), 교육(을지로점, 120석 규모), 핀테크/블록체인(여의도역점, 100석 규모), 바이오/헬스케어/서비스(선릉역점, 110석 규모, 7월 오픈 예정)로 집중 육성 분야를 달리한다. 동종 스타트업의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국내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전문기업과 협업해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것을 지원한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등 스타트업 허브를 비롯해 핀테크 연합 데일리금융그룹과 손을 잡았다. 또 창업 경험이 있는 분야 전담 매니저도 두었다.
31일 기자 간담회서 로이 애들러 위워크 랩스 글로벌 총괄 는 “한국은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로 성장했으며, 한국 스타트업들은 세계 무대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해내고 있다”며, “위워크 랩스는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세계에 알리고 국내 사업가와 기업이 해외로 진출 할 수 있는 교량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로이 애들러, 매튜 샴파인(위워크 코리아 제너럴 매니저), 사무엘 황(위워크 랩스 코리아 총괄) 등 위워크 랩스 관계자와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팀 채 500스타트업 코리아 대표, 김유진 스파크랩스 공동대표의 패널토론 및 질의응답.
“이스라엘에서는 스타트업을 왜 하느냐는 질문 자체를 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스라엘처럼 창업하는 것이 자연스럽길 바란다.” 스타트업 업계에 들어온 배경을 묻자 로이 애들러 위워크 랩스 글로벌 총괄이 한 대답. 로이 애들러는 이스라엘 태생이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해외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의 차이점이 뭐라고 보나.
김유진 : 실리콘밸리 생태계와 비교하자면, 기술력과 디자인 등은 한국이 우세하거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부족함이 있다. 그리고 미국은 연속 창업자가 많다. 심지어 IPO까지 한 기업가가 다시 창업을 시작한다. 반면에 한국은 대다수의 창업자가 첫 창업이고, 초기 단계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인다.
로이 애들러 :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비해 조성된 기간이 짧다.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혁신으로 놓고볼때 한국은 전문 국가다. 빠르고 지속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는거다. 전세계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협업하면 환경이 더 좋아질거라 본다. 마케팅 측면이 조금 약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것보다 어려운 것이 기술이다. 한국에는 그것이 있다.
팀 채 : 5~10년 뒤 세계에서 두각을 타나낼 기업이 한국에서 많이 탄생할거라 전망하고 있다. 4년 전 한국에 와서 봤던 스타트업 대표들과 지금 만나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수준은 확연히 다르다. 4년 뒤에는 더 좋아질거라 본다. 500스타트업이 한국에서 투자를 하는 배경이다.
임정욱 : 근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심도있게 조성되면서 해외와 차이가 많이 좁혀졌고, 좋은 창업자도 다수 배출되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 측면에서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졸업 유무를 떠나 (스타트업) 창업자라고 하면 부러워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어느 유명대학 중퇴자 출신 창업자가 자주 듣는 말이 “대학 졸업하면 대기업 갈 수 있을 텐데 왜 스타트업을 하느냐”란 것이라 하더라. 대중에게는 여전히 창업은 위험하다는 인식과 걱정이 존재한다. 이것이 해외 생태계와 가장 큰 차이라고 본다.
사무엘 황 : MIT석사까지 하고 중국에서 첫 창업을 했다. 가족은 박사까지 마치길 바랐고 전통적 직업을 권유했다. ‘인생 망치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말도 들었다. 그 반대를 물리치고 창업을 했다. 내가 창업했던 때와 비교해보면 현재 한국 내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위워크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창업자, VC 등과 교류하고 소통하면 더 많은 변화가 있을거라 예상한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망을 해준다면
임정욱 : 예전보다 스타트업 창업자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창업자와 팀도 많고, 이들은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다. 투자도 많이 늘었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건 수도 얼마 없었고, 몇십 억만 투자받아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같이 투자 소식이 들려올 정도로 빈번하고, 투자와 엑싯(투자회수) 규모도 늘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거라 예상한다.
팀 채 : 500스타트업, 스파크랩, 구글 캠퍼스 서울 등 10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스타트업 기관이 있다. 10년 뒤 서울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 선도하는 위치가 될거다.
로이 애들러 :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 top10 안에 들거다. 그렇지 되지 않는게 놀라운 일이 될거다. 이미 한국에서는 혁신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여타 국가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못 하지 않다. 낙관적으로 미래를 전망한다.
김유진 :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 출신 창업자들이 생태계에 들어오고 있다. 적절한 지원을 한다면 세계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유니콘이 될거다.
위워크 랩스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임정욱 : 위워크라는 사무실 렌트해주는 기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2년 전 한국에 지점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도 확장에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8개 지점을 여는 등 2년 만에 국내에서 자리 잡았다. 우수 스타트업 상당수가 위워크에 입주해 있기도 하다. 위워크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좋아지는 데 일조하고 있고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위워크 랩스가 부가되면 스타트업 네트워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거라 생각한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갈 때 글로벌 네트워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좋은 사례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팀 채 : 한국 스타트업에게 부족한 것이 세계화다. 이것을 위워크 랩스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되게끔 해달라.
로이 애들러 : 위워크는 전세계 지점을 통해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위워크 랩스는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한국 혁신 스타트업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거라 본다.
김유진 : 글로벌 성공이 점쳐지는 스타트업의 첫 단추를 잘 달아주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위워크와 위워크 랩스의 강점이 비슷한데 차이점이 뭔가. 직접 투자는 없나.
사무엘 황 :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되는 액셀러레이팅을 하기 위해 창업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인사들를 매니저로 영입했다. 여성 기업 전담 매니저, 핀테크 분야 전담 매니저도 있다. 아울러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김상범 넥슨 전 이사 등 여러 분야 기업인을 초빙해 멘토링 및 전문 교육도 진행한다. 또 스타트업이 진출하려는 국가에 맞춰 정보도 제공한다. 직접투자 계획은 없다. 우리가 투자를 해야한다는 관점보다, 다양한 투자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국내외 VC와 엔젤투자자에게 단계별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스타트업에게 더 도움이 될거다.
매튜 샴파인 : 위워크는 한국에 투자를 계속해 커뮤니티를 더 키울거다. 내년에 서울에 추가 지점을 더 오픈할 거고 다른 도시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지점을 확장하는 게 위워크 멤버에게도 더 도움이 되리라 본다. 또 멤버 맞춤형 프로그램과 서비스도 제공하려 한다. 위워크 랩스도 그중에 하나다. 위워크 랩스는 초기창업자,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리소스를 제공한다. 유의미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훌륭한 인재들도 영입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고는 있지만, 유의미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만약 위워크 랩스라면 어떻게 돕겠나.
사무엘 황 :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려면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 십여년 전 내가 중국에서 창업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한국사람이 왜 중국에서 창업하냐고 하더라. 가족조차 ‘언어도 모르고, 현지 네트워크도 없고, 돈도 없으면서 왜 가냐고 했다. 내 생각은 심플했다. 시장 규모가 한국보다 몇십배 더 크기에 조금만 성장해도 한국에서 하는 것보다 더 클 거라고 봤다. 언어와 문화는 배우면 되고, 네트워크는 가서 만들면 되고, 투자는 모델이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문제 해결 방식이었다.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창업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거다. 위워크 랩스는 좀 더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얼마전 뉴욕에 방문했을 때 위워크와 위워크 랩스 관계자들이 열렬하게 환영해주더라. 그리고 한국 위워크 랩스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돕겠다 약속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을 고려하듯이 해외 스타트업 역시 한국 진출을 검토한다. 그런 스타트업이 한국에 왔을 때 위워크 랩스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워크 랩스 관계자들은 전세계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커져야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위워크 랩스 입주팀은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건가.
사무엘 황 : 아무나 받는것도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다. 그리고 유행에 따른 창업이 아니라 열정으로 스타트업을 하느냐다. 이 두 가지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 모든 분야 스타트업에게 문이 열려있지만, 위워크 랩스 지점별로 집중육성분야가 따로 있다. 그에 맞는 스타트업이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