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창업부터 매각까지 경험한 그녀의 새로운 도전
초기 스타트업에겐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팀구성도 해야하고, 수익모델도 명확히 해야 하고, 고객이 어디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아이디어만으론 되지 않는 게 사업이다. 때문에 스타트업 창업자는 사업 선배로부터 멘토링 및 시드 투자유치를 희망한다. 시작부터 사업을 단단하고 안정감 있게 성장시키기 위함이다.
우리는 이 일을 행하는 이들을 두고 ‘액셀러레이터’라고 칭한다. 액셀러레이터란 아이디어나 아이템만 존재하는 단계의 초기 기업을 발굴해 업무공간 및 마케팅, 홍보 등 여러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를 일컫는다.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이자 인큐베이터는 2010년 설립된 프라이머다. 프라이머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서비스, 마케팅, 경영 등 회사 운영 전반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창업가들의 성공을 돕는 것을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보여지는 형식은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를 참고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창업자와 함께 만드는 코파운더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컴퍼니빌더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프라이머에 첫 여성 창업가 출신 파트너가 합류했다. 교육용 소프트웨어 기업 엔트리코리아(현 엔트리 교육연구소)를 창업했고, 네이버에 엑싯(exit,투자 회수)한 뒤 현재 네이버 교육 재단(커넥트 재단) 사무국장을 맡고있는 김지현씨다.
김 파트너는 “1세대 창업 선배의 도움을 받아 2세대 창업가로서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초기 스타트업을 옆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성공을 위해 돕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좀 지난 이야기를 해보자. 창업 2년 만에 운영하던 기업(엔트리)이 네이버에 인수 합병됐다.
결과를 내기 위해 전략은 치밀하고 분명하게 세웠다. 우리 사업의 끝이 무엇일지 정하고 운영했단 뜻이다. 다행히 운이 좋았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 오기에, 다가왔을 때 놓치지 않을 수 있게 준비해두는 게 중요하다. 우린 인수되기 1년 전부터 네이버와 파트너쉽을 맺고 일을 해서 충분히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관계를 지속하던 중 내부에서 일 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다며 인수 제안을 받았다.
그 때 제안을 받아들인 주요 이유는 무엇인가. 인수 합병 이슈가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라면 궁금할 것 같다.
우선 네이버가 우리 사업에 진정성을 보였고, 취지에 맞는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들지는 않았다. 만약 인수 제안을 일반 교육 기관에서 했다면 무척 신중하게 고려했을 것 같다. 단순히 영리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사업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프라이머 파트너로 합류했다. 계기가 있다면.
후배 창업자를 직접 만나 돕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1세대 벤처 창업가로부터 경험과 노하우를 듣고 성장한 2세대 창업가다. 창업부터 엑싯까지 경험한 만큼, 배우고 경험한 것을 후배 창업자와 나누고 싶었다. 기회가 돼 프라이머 파트너로 합류했다.
프라이머에는 따로 심사역이 없다. 아울러 여성 창업가에 주목하는 액셀러레이터다.
프라이머엔 ‘창업을 먼저 경험한 선배 창업가가 직접 좋은 팀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성장을 돕는다’는 원칙이 있다. 이에 파트너 중심으로 운영 된다.
프라이머는 성별을 따지지 않고 투자를 해왔다. 클럽 멤버 중 여성이 대표이거나 창업 멤버에 합류해 있는 팀 비율은 전체의 약 30%정도 된다. 여담인데 프라이머의 투자 팀엔 2,30대가 타깃인 가벼운 서비스가 많은 편이라 내가 경험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직간접적으로 도울 일이 많을거라 본다.
프라이머가 팀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재능보단 진정성, 경험보단 원칙, 돈 보단 경영’이라는 가치 아래 팀을 본다. 우선 진정성이 있어야 사업을 오래 끌고 가는 힘이 생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무언가가 있어야 힘들어도 꾸준히 할 수 있다. 종종 원칙 없이 개인기로 사업하는 팀을 본다. 그런 곳은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
나는 두 명으로 창업해 현재 40명 넘는 조직을 맡고 있다. 처음엔 경험으로 운영했으나 조직원이 늘어 날수록 어렵더라. 어느 순간부터 원칙 안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했다. 그래서 작은 팀일수록 원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프라이머에선 경영을 하나의 기술로 본다. 장사로 돈을 버는 게 아닌 사업체를 경영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거다. 이런 가치를 이해하고 지켜낼 만한 팀을 찾는 데 노력하고 있다.
본인이 창업을 했을 때 멘토링 경험과 비교해볼 때 프라이머의 멘토링은 어떻게 다른가.
창업 당시 경험이 많지 않아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고, 협력사가 비즈니스를 제안해왔을 때 대처 방법에서 고민이 많았다. 만나서 정보만 유출되는 게 아닌지 걱정도 됐었다. 이럴 때 선배 창업가의 조언은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다만 내 사업과 멘토가 경험한 분야가 달라 세부적인 부분에서 결이 조금 다를 때가 있었다. 반면에 프라이머엔 다양한 분야 전문 파트너가 존재한다. 이들이 1:1 멘토링을 진행하기에 사업에 맞는 멘토링을 경험할 수 있다고 본다.
프라이머는 파트너 만장일치로 투자팀을 선정한다. 이견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정확히 말하면, 펀드를 맡은 파트너끼리의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견이 있으면 투자를 안 한다.
김 파트너는 어떤 팀에 주목하고 투자할 계획인가.
현재 ‘건강한 삶 기술창업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기술을 통해 건강한 삶을 만드는 창업팀에게 투자하는 펀드인데, 거기서 액셀러레이터의 본질에 맞게 좋은 팀을 발굴하고 투자해 성장을 도우려 한다.
프라이머 액셀러레이팅을 경험한 스타트업 관계자 중 어떤 이는 밀착 멘토링이 좋았다고 하고 어떤이는 아니라고 했다.
프라이머의 액셀러레이팅엔 초기 창업팀과 함께 파트너가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다. 이 때 일부 파트너는 창업가 생각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제시하기도 한다. 자신의 주관이 명확한 창업가 중 이러한 조언을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열린 마음을 가진 창업가라면 이를 큰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 프라이머의 특장점으론 ‘기수(배치) 제도를 꼽는다. 기수로 운영하기 때문에 그 기간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동료 창업가를 만나 서로의 소통하고 장점을 공유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 만남의 장을 마련해뒀다. 온라인 커뮤니티 채널을 제공하고 정기 워크샵을 비롯해 비정기 모임도 자주 가진다. 동료 창업가를 만나는 건 서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다. 업이 달라 경쟁자가 아닌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다. 회사의 대표는 외롭게 싸워 나아가는 자리다. 이를 헤아리고 함께 하는 동료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프라이머 파트너들이 직접 교육, 멘토링 하는 코스웨어 프로그램(엔턴십)을 없앴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
클럽멤버(투자한 팀)가 아닌 스타트업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운영된 게 엔턴십이었다. 요즘은 외부에 좋은 교육 프로그램도 많아졌고, 프라이머 클럽팀이 많아지면서 다른 팀을 멘토링 할 만한 여력이 안 돼 중단했다. 하지만 엔턴십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스마트창작터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년 평균 1~2천명의 예비 창업가가 교육을 받고 있다.
멘토링을 원하는 스타트업은 많으나 액셀러레이터는 적어 소통 창구가 원활해졌으면 한다는 의견이 있다. 프라이머에선 이를 위한 어떤 개선안을 가지고 있나.
프라이머의 우선순위는 투자한 창업팀의 성공을 돕는 것이다. 때문에 외부 활동이나 외부 소통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 향후 파트너를 더 늘려 외부 소통 및 기여를 하려고 한다.
초기 스타트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 보나.
고객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엔트리 사례를 들어 얘기하면, 우리 서비스의 유저는 학생이었으나 고객은 교사였다. 이에 선생님 친화적인 툴로 만들었다. 전국의 어떤 선생님이라도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말이다. 고객을 정확히 세분화해 개발한거다. 고객에 따라 영업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이를 알아야 시장 크기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1억 짜리 시장을 위해 1억원을 투자 받겠다고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지금껏 만났던 스타트업에게 해준 주요 조언은.
사업을 하다 보면 빨리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가령 사업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규모가 큰 정부 사업이나 외주 용역을 마주할 때다. 작은 이익을 좇다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원칙과 방향성 없이 가다 좀비가 된 기업을 많이 봤다. 처음엔 어렵더라도 사업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하고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본질에 맞게 오래, 멀리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