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sight스타트업인터뷰

[인사人사이트] “스타트업에도 HR이 필요한가요?”

스타트업 HR담당인 지인이 ‘요즘 그 일 안 한다’고 했다. 보통 HR담당은 기업에서 인적자원(human resources)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인사를 비롯해 넓게는 노무, 총무, 교육, 인재개발까지 맡는다. 지인도 그에 걸맞는 노력을 해왔다. 회사 내실을 다지기 위해 본보기 될 만한 기업 사례를 연구하고 그것을 조직에 적용시키려 했다.

그러다 최근부터는 HR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이 필요 없어진 게 이유란다. 특히 내부에 분란 요소로 지적되었던 직원이 퇴사를 하며 평온한 분위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라 말했다.

의문이 생겼다. 요주의 인물이 사라지면 문제도 같이 해결됐다고 볼 수 있을까. 정확히 조직문화란 무엇일까. 조직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3년차 스타트업 HR담당자 A,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거쳐 스타트업을 창업한 B를 만났다. 특히 A가 속한 스타트업은 인턴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이탈자도 발생하지 않은 조직이다.

이들과 커뮤니케이션, 복지와 직원간 상관 관계, 오너십과 자존감 등 조직문화를 둘러싼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 인사문제를 고민하다 HR담당이 된 ‘A’

A는 HR쪽으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A: 전 직장에서 원치않은 직무로 고민이 있었다. 당시 스트레스와 겪던 슬럼프를 사측에 토로했는데, 단순히 팀 이동을 통해 적응하라는 방안이 나왔다. 내가 바랐던 해결책은 아니었다. 직무 고민이나 회사 문제 등을 발견할 때마다 관련 논문을 찾아 소셜네트워크에 정리했다. 이를 관심 있게 본 지금 회사의 대표가 입사 제안을 했다. 조직 고민을 함께 해줄 사람을 찾던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합류한 지 8개월 째다.

대표로부터 처음 받은 미션이 ‘팀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애써달라’는 것이었다고.

A: 시작 단계의 스타트업 상당수가 지인으로 이뤄져 있는 것에 비해 우리 조직은 공동창업자 외 모두 면접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부 소통 이슈가 있었다. 그리고 주관이 뚜렷한 공동창업자 간 대립이 있을 때 제지할 사람도 필요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조직에서 의사소통 문제로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금도 문제가 완벽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많이 개선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소통 창구 역할을 하다 보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소비될 수 있는데. 

A: 업무를 떠나 잘 듣는 성격이다. 전공도 심리학이이고. 학창시절부터 상담센터에서 인턴을 하며 내공도 어느정도 쌓여있다. 아직까지 이 역할로 인해 힘들었던 적은 없다. 팀원 모두 열린마음으로 내 의견을 받아들여주기에 그럴거다.

업무적 갈등이 사람에 대한 불신이 되기도 한다. 그런 감정의 골이 쌓이면 조직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도 있고.

A: 그럴 수 있다. 여기서 대표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일례로 지금 우리회사 대표는 ‘문제가 생길 때 회피하는 사람은 가해자’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다. 실제 내부에서 의사소통 방식으로 인한 갈등이 커졌을 때 대표가 적극 나섰다. 결국 문제가 발생해 힘들었던 사람, 문제가 됐던 사람 모두 떠나지 않고 해결되었다.

감정을 골을 얕게 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어떻게 해결한 건가. 

A: 양측의 의견을 듣고 나머지 팀원의 의견도 청취했다. 그과정에서 모두가 문제 삼는 이슈라는 걸 확인했다. 이후 공식적으로 문제 당사자에게 전달했다. ‘당신의 의사소통 방식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팀워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개선할 만한 방식을 찾아보자’고 말이다. 문제 당사자로 지목된 이는 전혀 몰랐던 눈치였다. 자신의 말에 누군가 상처를 받고 있었다는 것에 당황해 하더라. 그와 동시에 내부 사정을 아는 제3자를 통해서도 당사자에게 이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우리의 의견을 수용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슈가 해결돼 다행이었다. 현재도 여전히 이런 문제는 신경 쓰고 있다. 꾸준히 상황을 지켜보고 상처가 될 만한 얘기가 나왔을 때 팀원과 얘기하며 감정을 다독이고 있다.

사람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이니 ‘말’에 대한 이슈는 꾸준히 제기될 듯 하다.

A: 맞다. 아예 소통과 관련된 행동강령을 따로 만든 회사도 있다. 우리도 규칙이 있어야 향후 일이 발생해도 무리 없이 해결된다 보고 있다.

갈등은 ‘오해’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A: 그래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매일 짧게 공유하고 있다. 하는 일이 달라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말한다. 다른 팀원이 일을 하는 이유와 취지를 아는 게 중요한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관건은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하고 공유한다는 점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에서 조직문화를 경험한 창업가 ‘B’

B는 크고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여러 형태의 HR을 경험했다. 단상을 말해달라.

B: 첫 직장은 연매출 4조5천억 원 규모의 대기업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터놓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숨기기 바빴다. 고객만족을 기업의 가치로 내세우는 곳이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음도 깨달았다. 실망하고 퇴사했다. 일반 사원의 입장에선 입사 전후 외엔 인사 부서가 뭘하는 곳인지도 잘 몰랐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400명 정도 재직 중인 중견기업이었다. 경력직만 채용하는 게 특징인 곳이었는데, 1년이 지나면 대부분 퇴사했다. ‘다운 스트림’ 방식으로 직원을 대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는데, 회사는 그들을 극한으로 몰아세우며 시험하는 문화였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 보수적인 분위기도 한 몫 했다. 기존 조직원은 새롭게 합류한 이의 의견을 잘 듣지 않았다. 조직문화가 사람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에 방점이 찍히면 회사나 개인이나 모두 손해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론 이때 HR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옮겼다. 규모있는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 문화나 환경에서 기대한 것은 없었나.

B: 작은 규모의 기업이기에 조직문화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다만 개인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은 어느 정도 기대했다. 다니면서 소통이 중요하단 걸 느꼈다. 만약 기대한 만큼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졌다면 더 오래 다녔을 거다.

커뮤니케이션, 원칙, 성장, 열린 자세… 조직문화의 필수요소

지금껏 나온 얘길 종합하면 ‘커뮤니케이션’으로 귀결된다.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이 근무하기 좋은 직장인 것 같고.

B: 다른 얘길 수 있는데, 성장이 목적인 스타트업과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기업의 조직문화 구축은 다를 수밖에 없다. 후자는 내부에서 어떤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해관계에 부딪힌다. 각자 역할마다 해야 할 일을 적절히 분배해주는 것도 조직문화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만약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역할로는 다른 사람이 보고해야 하는 일이라면 안 하게 된다. 이는 기업 규모와 상관 없이 많은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 본다.

중요한 건 ‘존재감’이다. 조직 내에선 누구나 자신의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 이를 잘 설계해 부딪치지 않게 구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입사부터 퇴사까지 결을 맞춰 명시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들어 ‘접대’가 근절된 회사가 있다 치자. 그런 곳에서 접대한 사람이 승진하고 인센티브를 받으면 모순 아니겠나.

커뮤니케이션만큼 원칙도 조직문화 형성에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또 어떤 게 필요조건일까.

A:  ‘팀원의 성장’이다. 회사에 충실할 때 그려지는 자신의 미래가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당장의 성장과 성과가 중요하기에 이를 간과하는 곳이 많다. 그러면 주니어만 남는 조직이 된다. 이해는 되지만 안타깝다.

B: 스타트업에 한정해 얘기하자면, 조직문화 기틀이 없는 회사에는 세 가지 이유가 존재하다. 갖추는 방법을 몰라서 안 했거나, 중요성은 알지만 미뤄 놓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거다. 사실 이런 이유는 핑계다.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지만, 조직문화는 내부 동의를 거쳐 만들어야 하는 필수 요소다.

복지만큼 중요한 동기부여는 ‘개인의 성장’, 거기에 필요한 건 ‘피드백’

조직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복지’다. 다만 복지가 좋은 회사엔 ‘좀비’도 많다고 한다. 

A: 복지가 좋아 일이 재미 없어도 버티는 이들을 심심찮게 봤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전직장이 그랬다. 식대가 넉넉히 제공되는 곳이었다. 그걸 한도까지 꽉꽉 채워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았다. ‘연봉이 많지 않으니 이거라도 많이 써야지’ 하는 보상심리였다. 문제는 그게 몇몇의 일탈이 아니라 문화처럼 자리잡았다는 것이었다. 회사를 위했다면 본인 복지 이전에 회사 사정도 생각했을거다. 직원의 문제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애사심을 기업이 심어주는 데 실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스타트업은 직원의 복리후생을 신경쓸 정도로 여유롭진 않다. 어떤 걸로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해야할까. 

A: 앞서 말한 것은 반복이다. 팀원의 성장이다. 대신 방향을 잡아주는 건 회사가 해야 할 일이다. 만약 기업과 직원간 원하는 바가 다르면 맞춰가며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여담이지만, 우리 조직은 팀원의 성장을 돕기위해 개인 프로젝트 시간을 준다.

개인의 성장은 수치화 할 수 없다고 보는데 이를 어떻게 검증하고 측정할 수 있을까. 

B: 정량화하기 어려우니 정성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변의 평가가 관건인 듯 싶다. 성장하고 있음을 대표나 동료가 꾸준히 피드백 해주는 것이다. 조직장 및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돈’과 ‘일과 삶의 균형’, ‘프로젝트를 통한 순수한 성취감’ 등 목표는 모두 다 다를 수 있다. 리더가 개인의 희망사항에 맞게 일을 할당하고 적합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운영하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칭찬이 능사는 아닐거다. 피드백은 어때야 할까.

B: ‘잘 하고 있어’에 ‘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한다.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해주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피드백이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공유되면 질적 성장이 보다 빠르게 이뤄질거라 본다.

A: 조금 날카롭더라도 구체적인 피드백이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 나도 그랬다. 특히 HR은 멤버들의 피드백이 정말 중요하다. 대표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만족하고 좋아하면 더 신경 써서 내부 규칙을 고민하게 된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진솔하게 소통하려는 리더가 필요하다.

본인이 경험한 좋은 리더 유형을 이야기해 준다면.

B: 잘못 판단했을 경우 이를 인정하는 합리적인 리더가 있었다. 직원에게 일의 흐름과 맥락을 이해시켜주는 사람으로, 먼저 묻지 않아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일을 정확히 알려주고 의문점을 풀어줬다.

A: 이전 직장에선 양심을 속이며 일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 점을 상사에게 토로하면 듣는 것 외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기업 전반적으론 대외적인 이미지만 신경 썼다. 외부에는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이라고 홍보했지만 내부에선 꾸준히 불만이 제기됐다. 그에반해 지금 대표는 솔직한 타입이다. 자신의 상황을 기탄 없이 밝혀 오해의 소지를 차단한다. 그래서 서로 조심한다. 솔직함이 완충 작용이 된다.

다른 모든 덕목을 갖추고 있다해도 돈을 못 벌어오면 기업 대표로 낙제점일텐데.  

B: 초기든 안정화된 단계든 회사 대표는 수익구조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때문에 일일이 직원 문제를 신경쓰지 못 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내부에 아무리 좋은 HR 담당자가 있어도 대표의 관심이 없으면 변화가 더딜 수 밖에 없다.

경험한 보상 제도 중 공유할만한 것이 있다면. 

B: 우선 전사적으로 KPI를 내리는 기업이 있었다. 사업장마다 난이도가 달라 절대점수 70점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각 소속 조직장이 정성평가로 진행했다. 절대점수 70점을 기록한 사람이 정성평가에서 D를 받기도 했다. 주관적으로 조정된 결과였다. 두 번째 기업은 평가기준은 있지만 어떤 이유로 등급을 받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인센티브의 백분율로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짐작하는 정도였다. 둘 다 좋은 제도라고 하기는 어럽다.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건 여러모로 난해한 일이다. 모두가 한 자리에서 합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 과정이 간과되면 다음은 더 어렵다.

마지막 질문이다. HR, 왜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까.

B: HR은 조직의 일원이 기업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찾게 해주는 관점과 현실적인 동력을 주는 매개체다. 사실 HR은 창업자에게도 필요하다. 자리마다 취해야 하는 성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직원과 대표 모두 유저에게 좋은 서비스를 전해야 한다는 본질은 같지 않나. HR은 그런 의미에서 계속 논의돼야 한다.

A: 간단하다. 삶과 일을 바꿀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HR에 관심을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 / 인생의 최고 목표는 행복입니다. Stephanie Seo is a Editor of Platum. She covers a korea startup’s ecosystem with their team. She wants to watch the Korea startup growing into a great global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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