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계산기를 꺼내면 안 된다” 24번 사업 실패한 남자가 깨달은 것
“내가 계산기를 꺼내면 상대도 계산기를 꺼낸다. 사업은 숫자라 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사업에서 성과를 만드는 건 숫자가 아니라 목표와 신념과 철학이다.”
30일 제주 하얏트 리젠시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서 영어교육기업 야나두의 김민철 대표가 24번에 걸친 자신의 실패담을 특강형식으로 들려줬다. 코스닥 상장(IPO)을 앞둔 야나두는 김 대표의 27번째 사업이다.
김 대표의 학창시절 방점은 학업에 있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학교 짱’에게 얻어 맞은 후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경쟁심을 키웠고, ‘간신히 4년제 대학에 갈 정도’로 공부에도 큰 취미가 없었다. 대신에 여행을 좋아해 대학생활 대부분을 배낭을 매고 다녔다. 그는 “여행 과정과 사업 프로젝트는 닮아있다. 예산과 동선을 짜야하고 시간을 맞춰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모든 것을 감안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은 야나두가 직원들에게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복지로 나타난다.
그는 24번에 걸친 사업에서 좌절을 맞봤다.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시작한 첫 사업은 구도 부산에서 야구신문을 창간한 것이다. 1억 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한 푼도 못 벌고 2~3억 원의 빚만 남긴채 실패했다. 그는 “로드맵 하나 없이 그저 좋아서 무작정 시작했다.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의 중요성, 경청의 중요성이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가장 큰 패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특히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주변의 바른 지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큰 교훈이 되어 지금은 ‘잘 듣는 귀’를 가지게 되었다.
이후에도 23번의 크고 작은 실패가 더 있었다. 쇼핑몰, 카페, 학원, 노점, 도시락 사업, 망고수입 등 안해본 것이 없었다. 몇몇 사업은 유의미한 이윤을 남겼지만 들어온 것보다 나간게 많았다. 사업 도전을 하며 날린 돈만 150억 원이 넘었다.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되돌아보고, 시행착오를 줄여나갔다.
야나두는 2016년 김 대표가 인수한 27번째 사업이다. 쉬운 시장은 아니었다. 바위처럼 단단한 1위 업체가 공고한 상황에서 야나두는 계란과 같은 팀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간 실패를 한 번에 만회하는 성과를 보여준다. 2016년 30억 원의 매출을 냈던 야나두는 2017년 10배가 넘는 3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다. 그해 홈쇼핑 판매 첫 날 14억 원의 매출이 터지기도 했다. 2016년 경쟁기업의 1/20 수준이었던 트래픽(네이버 트랜드 검색량)도 지난해 말 따라잡았다. 올해는 지난해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야나두는 선택과 집중으로 ‘새로운 1등’, ‘다르다’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 대표는 “모델 비용 등 광고비로 30억 원을 썼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실 7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1위업체와 같은 무대에서 경쟁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모든 것을 반대로 가려고 했다. 다른 선택지를 전략적으로 택한 것이다. 저쪽이 파란색이면 우린 노란색, 경쟁업체가 남자 선생님을 내세우기에 야나두는 여자 선생님을 내세웠다. 경쟁사가 매스미디어를 타깃으로 했으니 우린 소셜미디어로 갔고, 그들이 희극인 광고 모델을 쓰고 있어서 우린 배우 모델을 섭외했다. 경쟁사와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모두 바꿨다. 선도 경쟁사에게 갈고리를 걸어 같이가는 전략, 레퍼런스 포지션을 노렸고 그게 성과를 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영어교육사업을 하지만 영어를 못 한다. 학창시절에도 물리 등 좋아하는 과목만 잘 했다. 그는 회사 대표가 모든 걸 잘하는 우등생일 필요는 없다 말한다. “회사 업무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잘 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 하면 차별적 경쟁우위, 위닝포인트를 찾을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대표일 일”이라고 말한다.
야나두 인지도를 끌어올린 배우 조정석 섭외 스토리도 공개했다. “경쟁사가 최고의 희극인을 모델로 쓰고 있기에 우리는 S급 배우 모델들에게 연락을 했다. 직원들이 조정석이 좋겠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아울러 모델에이전시 대표도 같은 의견을 냈다. 첫 사업 실패에서 얻은 경청의 교훈이 있어 주변의 말을 듣기로 했다. 계약을 하고 얼마 안 되어 조정석이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가 히트하면서 마케팅에 힘이 더 실렸다. 회사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성공이라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신념과 철학이라 강조했다. “내가 계산기를 꺼내면 상대방도 꺼낸다. 숫자 앞에서 만나는 거다. 사업에 있어 숫자가 중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숫자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내가 실패한 24번의 사업 모두가 그랬다. 우리가 성과를 낸 주요배경에는 공익성이라는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는 신념과 철학이 있었다. 물론 회사가 손해를 봐야하는 상황 등 난관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었고, 다른 쪽에서 더 좋은 기회를 얻었다. 비즈니스는 분명 숫자 중심이고 결과 중심이다. 하지만 일을 도모하고, 목적지에 도착하게 만드는 건 계산기가 아니라 목표와 신념과 철학이다. 인재도 그것에 동조하는 사람을 영입한다.”
야나두는 빠르게 성과를 낸 기업이다. 더 높이 올라갈거라 평가를 받으며 상장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말한다. “회사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요인이자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경청하지 않고, (이전 방식을) 카피하고, 자만심을 가지는 것’이다. 야나두를 발전시키고 위기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말할 수 있으니 잘 들어야 하고, 우리의 약점을 파고드는 더 좋은 서비스의 등장은 언제든 있을 수 있기에 자만심은 금물이다. 앞선 사업에서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