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人사이트] ‘카오스멍키’ 시대에서 살아남는 위기 관리
기업은 적극적인 PR 뿐만 아니라 방어적인 태도의 PR도 필수다. 홍보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임무처럼 여겨지는 항목이다. 그렇다면 실수하지 않는 홍보를 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나무PR 유태양 대표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미디어와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 소비자 집단에서 발생한 리스크 사례를 짚으며 대처방법을 소개하며 외부 문제에 잘 대처해야 지속가능한 브랜딩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하 강연 및 질의응답.
나무 PR 유태양 대표/사진=플래텀 DB
‘카오스 멍키’를 두고 오가는 담론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인기를 끈 ‘카오스 멍키’라는 도서가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경험해본 지은이가 실리콘밸리를 두고 ‘미친 원숭이가 날뛰는 곳’이라 명명한 것이다. 국내 벤처 업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시 정의하면 ‘혼돈과 풍요’의 벤처업계라고 말할 수 있겠다. 현재 업계는 유동성 과잉이 지속되면서 ICO를 통한 자금 모집, 벤처/사모펀드 수 급증, 엔젤 투자자도 늘고 있다. 동시에 정부 규제 리스크도 여전하다. 핀테크, 카쉐어 등 신산업 스타트업이 신음하고 있다. 게다가 사내 뉴스가 실시간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기도 하다. 촉망 받는 스타트업이 내부자의 폭로로 언론에 노출되고 순식간에 몰락한다. 벤처업계란 기회도 많지만 리스크도 공존하는 것이 서부개척사회와 비슷하다. 이와 같은 벤처업계에선 야누스의 얼굴처럼 능동적/수동적 PR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사업에 큰 타격을 입더라도 빠르게 회복해 운영할 수 있다.
홍보의 2가지 면: 능동적PR/수동적 PR
홍보는 우선 능동적, 적극적인 PR이 있다. 주로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신뢰성을 강화하는 취지의 홍보를 일컫는 것으로, 보도자료 배포 및 기자 네트워크 등 여러 네트워크를 쌓는 일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 소셜네트워크나 바이럴 마케팅도 여기에 해당된다. 다만 이 홍보는 모든 기업에게 필요한 건 아니다. ‘B2B’ 업종 중 확실한 매출처를 가진 곳, 이미 충분한 투자자를 확보한 곳 등에선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대중의 인지도가 높아져야 하는 O2O 업종일 경우 요구되는 방식이다.
수동적 PR이란 리스크를 관리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PR은 사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준법감시(compliance)에 따라 홍보 파이프라인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실제 미국, 영국의 중견기업엔 CRO라고 해서 위기관리만 대처하는 최고책임자를 따로 두기도 한다. 수동적 PR 시 해야 할 첫 단계는 회사가 지닌 발생 가능한 문제를 점검하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평판에 대한 내용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포털을 비롯해 블라인드와 잡플래닛 등을 꼼꼼히 모니터링해 내부 폭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만 두 홍보 방식 모두 ‘휴민트(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얻은 정보 또는 그러한 정보수집 방법)’를 잘 구축해야 한다. 카오스 몽키 판에선 여러 리스크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내부 이슈부터 정부 규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방어적인 PR을 위해 홍보담당자는 동종업계 동향도 파악해야 한다.
수동적 PR 프로세스
크게 사전 점검, 사후 대응, 재발 방지로 운영 된다. 먼저 사전에 점검할 땐 ‘휴민트’를 구축해야 한다. 휴민트는 단순히 네트워크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규제산업의 경우 정부 동향을 수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B2C 산업은 경쟁사 정보를 흘려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자사를 흠집 낼 수도 있으니 동향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포털과 SNS 상에서의 리스크도 잘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성희롱, 종교, 문화적 차이에 따른 준법 감시를 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인종 이슈도 잘 따져봐야 한다. 만약 문제가 터졌을 땐 신속하게 사태를 파악한 뒤 대응 방침을 선택해야 한다. 사태 파악도 되기 전 다짜고짜 사과문을 내는 기업이 있다. 이렇게 되면 상황에 따라 사과문을 몇 번 더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단 한번 적절하게 보도하기 위해 사태를 다각도로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론 대응방침이다. 경우에 따라 회사의 본질 등 바꿀 수 없는 건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리스크가 노출됐을 때 사과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이때 사과 광고를 진행해 인지도를 높일 것인지, 무대응을 해서 최대한 빨리 잊혀지도록 할 것인지 빠르게 선택해야 한다. 다만 중요한 건 ‘휴민트’다. 관련 파이프라인이 갖춰지면 조기 차단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수습기사를 발송해 대중에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욕 안 먹는’ 사과문 작성법
사과문에선 관련 문제를 정확히 지적해야 한다. 여기서 변명, 이유 기재는 하면 안 된다. 게다가 사과문에 자사 문제를 모두 기재할 경우 논란을 재점화 하기 쉽다. 쓸 땐 핵심 이슈만 작성해 써야 한다. 수면 아래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 동시에 책임소재가 명확해야 한다. 가능한 한 대표의 이름으로 발송해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이 때 재발 방지 관련 약속이 없는 사과문은 논란을 몰고 올 수 있다. 관련 영업 행태를 계속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했고 향후 어떻게 하겠다는 걸 기재하는 게 좋다.
홍보는 ‘점, 선 ,면’으로 이뤄져 있다
홍보에서의 점은 가장 좋은 PR이다. 기사거리를 제보해 보도하고 인터뷰도 하고 궁극적으론 인지도를 올리는 방식인 것이다. 다만 이는 점처럼 ‘spot’의 특성을 가진다. 제대로 된 홍보 전략을 펼치려면 목표를 설정해 천천히 나아가는 ‘길게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홍보의 정수는 길게 끌고 가는 ‘선’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선 수많은 리크스가 있으며 관련한 선을 넘어야 한다. 또는 가볍게 생각한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이에 관련한 선을 끌고 가는 모든 팀을 ‘면’이라고 칭하고 싶다. 홍보에선 점, 선, 면을 모두 잘 다뤄야 기업의 인지도 및 안정적인 운영을 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이하 이어진 청중과의 질의응답.)
Q.스타트업 입장에서 휴민트는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개별 기자와 접촉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전화해 만나자는 ‘콜드콜’은 곤란하다. 기자에게 프로답지 못하단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을 통한 소개로 만나되 이메일, 페이스북과 같은 SNS 채널로 연락하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미디어는 분야별 관할 부서가 따로 있다. 만약 기사를 보도하고 싶다면 어느 매체의 어느부서의 어떤 기자가 우리 산업을 담당하는 지 알아야 한다. 이를 알아내는 방법은 포털에 검색해보는 것이다.
정부 규제 및 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휴민트로는 정부 주무부처 관계자가 있겠다. 실무자보단 공보관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연락을 받는다. 이들에게 정부의 현 입장을 들으면 큰 도움이 될 거다.
이와는 별개로 과도한 경쟁을 하는 업체가 있다면 홍보 담당자와 직접 만나거나 다른 업체 관계자를 만나며 연대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Q.콜드콜밖에 할 수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능성을 높이는 콜드콜 사례를 소개해달라.
기자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서사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니 스타트업도 기존의 미디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풀어낸다면 그걸로 기사화할 수 있다. 혹은 기존 미디어가 풀어내는 방식을 사업의 뉴스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이럴 땐 구체적인 수치와 예시를 활용해보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다.
뉴스 보도에선 ‘여의도 n배’, ‘축구장 n배 면적’이라는 비유가 흔히 쓰인다. 대부분 여의도와 축구장이 얼마나 큰 지 정확하게 모른다. 다만 구체적인 예시를 들면 기사화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기자가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들은 동시에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그러니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에서 최근 트렌드를 검색해보거나 포털의 검색순위를 찾아보자. 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을 중심으로 올리면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다.
Q.보도자료의 기본 형식부터 어떻게 갖춰야 할 지 모르는 신생업체다. 조언 부탁 드린다.
보도자료의 형식부터 갖춰야 한다. 이때 보도자료가 언제 작성해 배포 가능한지, 담당자는 누구인지,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글 서두에 밝혀야 한다. 이후 내용을 작성한 뒤 관련 이미지를 첨부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진 보도자료라면 퍼블리싱 비율에서 차이가 많이 날 거다.
‘국내 최초’, ‘업계 최대’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미디어는 궁금해한다. 이때 내용이 진실인지 담당자에게 묻고 싶은데 메일에 담당자 연락처가 없으면 사실 확인이 어려우니 작성하지 않을 거다.
Q.경쟁업체의 전방위 비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순 선공격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상대가 공격한다면 한 단계 높이 대응해야 한다. 사실 업체간 비방은 종종 송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민사로 진행할 시 증거는 우리가 다 제시해야 한다. 도를 넘은 비방이 발견되면 일일이 캡쳐해 형사고소 진행 및 민사적 손해배상 청구를 빠르게 해야 한다.
다만 이 점은 알아야 한다. 대중은 기업간 소송이 전개될 때 내용은 알지 못하고 업체만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말이다. 이렇게 될 것임을 감안해도 문제가 심각하다면 공격 당한 업체가 먼저 선수 치는 게 맞다고 본다.
Q.위기가 닥친 B2C 기업은 SNS와 언론 중 어떤 채널에 공식입장을 표명하는 게 좋을까.
대응 방식은 신중하게 정하되 대중과 소통하는 면면이 많은 기업이라면 sns에 우선 올리는 게 맞다고 본다. 대신 정정보도는 조심히 다뤄야 한다.
Q.기업을 두고 사실과 다른 기사가 보도될 경우, 미디어 관계상 그냥 두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기자에게 연락하는 게 급선무다. 그게 수동적인 PR의 기본이다. 잘못된 기사는 정정요청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만약 들어주지 않으면 데스크에 한번 더 연락해봐야 한다. 다만 기자 입장에선 모든 사실확인을 거쳤음에도 오보를 냈을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대응을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사실확인을 해준 이가 업계 권위자일 경우 언론과의 트러블이 생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홍보 담당자는 가급적 반박하는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
Q.최근 몇 년 간 고위직 간부 리스크가 몇몇 기업으로부터 불거졌다. 그 중심엔 SNS가 있었고. 간부의 SNS는 어느 정도까지 활용돼야 할까.
대표 자신이 유명인사고, 이를 통해 발언이 공식화되는 경우라면 SNS 계정을 해도 무방하지만 개인계정으로 활발히 운영하는 대표라면 반대다. 이로 인해 잃는 게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해외 슈퍼 셀러브리티는 자신의 SNS 계정담당자를 따로 두고 운영 하기도 한다. 즉 발언이 공식화되기 전 내부 필터링을 거친다는 뜻이다. 루머도 한 순간에 확산되는 게 SNS다. 그만큼 조심히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