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1] ‘이야기를 모아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곳’ 설낭 김형아 대표
설낭. 이름이 특이하다. 이야기 설(設)자에 주머니 낭(囊)이어서 직역하면 이야기 주머니인 셈이다. 이름만 듣고는 대단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대표를 만나고 나니 역시나 특이했다.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예비사회적기업 설낭을 만나보자.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예비사회적기업 설낭 대표 김형아입니다. 나이는 83년생 31살입니다.
설낭을 만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회사는 만들기 전에는 대학교를 3학년 중반까지 다니다가 집안사정으로 중퇴를 했습니다. 중퇴를 하니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애매한 입장이 되어서 어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주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글을 쓰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소설가 지망생으로 글공부를 하다가 현재 설낭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2010년 말 수원시민창안대회공고를 우연히 지하철역 광고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대회에 나갔습니다. 말이 좀 생소한 이 창안대회는 희망제작소가 수원시에 위탁을 해서 진행한 첫 대회였습니다. 수원시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공모전이었는데요. 이 대회는 다른 대회에 비해 좀 독특했던 것이 1회성 공모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아이디어를 정해진 예산과 금액 안에서 현실화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했습니다. 저는 이때 제출했던 아이템이 화성안의 행궁 주변도시가 개발이 안되고 옛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것에 주목했습니다. 문화재가 있다 보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었고 이런 옛스런 모습들이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골목골목 들어가서 지도책을 만들고, 정조시대에 맞춰진 수원화성의 이야기들을 조금 시대폭을 넓게 해서 관련된 이야기들을 조사하고, 저의 짧은 단편소설과 마지막에는 마을에서 보물을 찾는 퍼즐까지 추가해서 제출을 했고 입상을 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시도자체는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지네요.
제가 건축공부를 해서 그런지 도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건축공부를 하게 되면 도시뿐만 아니라 지역, 도로, 환경 등에 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저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이템을 찾을 때도 관광으로 접근 한 것이 아니라 도시 역사를 생각하다가 관련된 아이템이 나왔다고 봅니다.
입상하고 나서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나요?
아니요 전혀요. (웃음) 입상한 아이템을 가지고 수원시나 문화재단 등을 찾아가서 이야기 해 봤지만 예산문제나 아이템 실현가능성 등으로 난색을 표했습니다. 다소 난감했어요.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회사가 없으면 곤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 때 수원시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회사 만들 때 사회적기업쪽으로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습니다. 사회적기업에 관해서는 그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 회사를 만들면서 수원시에서 열린 사회적기업경진대회도 나가고 그렇게 사회적기업에 관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사회적기업경진대회에서 우수아이디어로 선정되어 2012년 1월에 회사를 설립하고 2012년 6월에 예비사회적기업이 되었습니다.
예비사회적기업 제출하실 때는 그럼 어떤 사업아이템으로 기입하셨나요?
디자인 기획 교육사업으로 받았습니다.
구술사라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술사가 사업까지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회서비스의 일환인데요. 언젠가 책을 보니까 책으로 구술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싶어서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문화재쪽에 접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진행중에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구술을 해주실 분과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중고등학생을 모아서 구술사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인당 6회정도를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을 기록하고 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무엇을 구술하나요?
자신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기록하는 자신의 생애사라고 보면 됩니다. 어려서 어디서 살았고, 무슨 일을 했고, 어떤 공간에서 지냈고 등등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도 모르고, 4.19혁명 등 근현대사의 한획을 그은 사건도 잘 모릅니다. 혹은 북에서 오신 어르신의 이야기라면 더더욱 생소하고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매년 기록해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컨텐츠로 만들고 있는데요. 이야기를 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는 제작된 책을 선물로 드리고 있습니다.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좀 불분명하지 않나요?
네. 그런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박물관, 수원시등과 주로 일을 했었습니다. 박물관에서는 기획전 전체 혹은 홍보물 전체를 맡아서 해보라고 하셔서 관련된 업무를 해왔습니다. 주로 디자인기획, 교육관광프로그램기획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단순하게 인쇄물 납품하는 차원이 아니라 저희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기획부터 할 수 있어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로 공공기관을 상대로 하다 보니 앞서 질문 주신 것처럼 수익이라는 측면에서는 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진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던 끝에 가구를 제작해서 설낭만의 컨셉을 입혀서 판매하려고 기획중입니다. 자체 쇼핑몰은 8월 오픈예정이니 그때 좀더 수익적인 면을 이야기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비사회적기업 지정받으실 때 일자리창출형인가요? 사회서비스형인가요?
사회서비스형입니다.
젊은 미혼의 여성분이 사회적기업하는데 어떠신가요?
불편함은 없습니다. 젊은 사람이 뛰어들어서 한다는 것에서 기특하다고 생각하시고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얻고 있는 편입니다.
회사의 대표로써 힘든 점은 없나요?
회사를 유지하고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이 수익성도 생각해야 하고 사회서비스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쉬는 날이 없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많이 먹게 되더라고요.(웃음) 사실 리더십이라는 점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직원들이 나를 믿고 따라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직원의 어디까지를 허락하고 어느 선까지 사정을 봐줘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내가 남 밑에서 일할 때랑 사장으로 남을 대할 때랑 입장이 달라서 그런 점이 조금은 힘이 듭니다.
주위에서는 사회적기업을 한다고 하니 뭐라고 하나요?
원래 특이한 성격이어서 부모님들은 손을 놓았습니다. 별명이 4차원일 정도로 좀 엉뚱한 편이 었어요. 사회적기업도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니 마음대로 하라고 격려해 주시는 편입니다. 남자친구도 이런 저의 생각에 많이 동의를 해서 제가 작년에 불러들여서 현재는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교육도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교육을 하는데 사실 100% 무료교육이에요. 차상위계층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서 수원 사회복지과에 아이들을 보내달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글쓰는 것은 내가 가르쳐줄 수 있으니까 논술을 쓰는 법을 알고 싶다면 혹은 공모전에 나가고 싶다면 내게 이야기해라. 도와주겠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공모전에 팀으로 나가서 상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무료로 주말마다 아이들 교육을 진행중입니다.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닌데요
그렇죠. 수익이 나진 않아요. 하지만 주말에 시간을 낼 수는 있습니다. 돈되는 일을 평일에 계속 궁리하고 주말은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습니다.
기관쪽 관계자들은 설낭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심사위원분들이 10분이 넘는데 재심사 같은 거 받으러 가면 1년 전 저희 회사의 일들을 모두 기억을 하고 있으세요. ‘너네 아이디어가 참 좋았는데 왜 가구를 만드니?’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오히려 잘했다. 사회적기업이라도 기업이니 먹고 살아야한다. 사업을 다각화 한 건 잘한 것이다.’ 라고 상반된 의견을 주는 등 각자 의견이 모두 다릅니다. 대체적으로 아직 1년차이고 예비이니까 ‘더 열심히 해봐라’라고 이야기를 해주시는 편입니다.
사회서비스가 부족한 사회적기업들도 많이 있는데요. 이런 기업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회적가치가 있어 내용면에서 참신하면 더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것이 많긴 힘드니까.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일자리 창출만이라도 차상위계층이 먹고 살수만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가깝게는 저희 아버지 연세가 60이 다되어 가시는데 일을 할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거에요. 노년층이 늘어나는데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것이 현실인데 일자리창출형 사회적기업도 그 나름대로 의미를 저는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사회적기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나만의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익과 사회적가치를 같이 이룬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이 둘의 조화를 잘 이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사회적가치의 비중이 높아 이 둘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 중입니다.
설낭이란 회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야기를 모아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회사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마무리는 공간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설낭에는 스토리가 있고 설낭에는 마을과 역사가 있습니다. 현재 진행하는 사업과 앞으로 진행될 사업 모두 이런 설낭만의 스토리, 마을, 역사가 묻어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