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인2018] 비슷하지만 다른 중국에서 ‘디자이너’ 하기
강소연씨는 SK플래닛과 화웨이를 거쳐 현재 아시아 최대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텐센트의 시니어 디자이너다. 그는 학창시절 중국에서, 중국기업에서 일할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1년 간의 여행이 계기가 되어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과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게 된다.
그는 23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플래텀 공동주최로 개최된 ‘중국의한국인’ 행사서 한국에서 중국으로 커리어 범위를 확장한 이유와 디자이너 관점에서 본 한국과 중국 기업의 차이점을 이야기했다.
학창시절 중국에 가게 될거란 생각은 못 했다.
대학 등 정규 교육과정도 한국에서 다 했고 첫 직장도 SK플래닛이었다. 다만 디자이너라면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이야길 많이 들어 해외에 관심이 많았다.
중국과의 인연은 부모님이 상하이 주재원으로 갔을 때 부터다. 학교를 1년 휴학하고 중국 문화체험을 하려했다. 당시 중국은 지금처럼 발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1년 간 친구도 사귀고 여행도 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다. 중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해외로 간다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싱가폴, 홍콩으로 갈거라 생각했다. 중국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화웨이에서 오퍼를 받다.
한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한국 기업에 취직을 했다. 중국말을 조금하는 한국인 디자이너였다. 언어랑 문화를 안다는 것이 알려져 중국에서 디자이너로 취업할 생각이 없냐는오퍼가 왔다. 시대가 변했으니 중국에서 재미있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해 중국행을 선택했다.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였다.
중국어를 어느정도 할 줄은 알았지만 업무에 차질이 안 갈 정도로 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면접도 영어로 했다. 업무조건도 영어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주변 상황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본사임에도 외국인이 얼마 없었고 모든 업무는 중국어로 진행되는게 다반사였다. 나와 업무로 연결된 디렉터도 영어를 잘 못 했다. 중국어를 못 하니 영어잘하는 주니어를 곁에두고 순차통역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소통이 잘 될리 없었다. 직원간 토론이 안 되니 빠른 의사결정도 어려웠다. 업무를 보기 어려웠다. 적응해야 했다. 중국어에 집중했다. 6개월 간 주니어 디자이너를 괴롭히며 공부해서 업무가 가능한 수준까지는 되었다. 그 이후 헤드헌터를 통해 글로벌 5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로 간다.
텐센트라는 기업의 특징
텐센트에 가서 처음 느낀 것은 팀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이었다. 한국에 가서 디자인 팀빌딩을 할 정도였다. 사내에 갖가지 행사가 많다. IT회사다운 활동도 많이 한다. 팀활동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텐센트는 기본적으로 팀이다. 공동체 주의가 배경이다. 그래서 개인보다 팀으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의 문화와는 다른 부분이다.
텐센트는 토론을 기탄없이 한다. 중국기업의 풍경이기도 하다.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는다. 각자 주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한국과 비슷하지만 낯선 풍경이다. 일에 밤낮도 없다. 새벽에도 위챗에 뭔가를 올리면 바로 피드백이 올라온다.
진급도 스스로 결정한다. 진급기간이 되어 자신이 있으면 스스로 진급시험 신청을 한다. 진급을 위해 인터뷰 준비를 해야하고 그 시스템을 통과해야 한다.
디자인 관점에서 중국 표준과 글로벌 표준
중국 표준과 글로벌 표준은 약간 다르다. 나도 중국에 가서 처음에는 글로벌향으로 디자인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중국의 표준이 있었다. 글로벌 표준은 학습을 통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메뉴의 구성이다. 하지만 중국은 전자상거래든 여행기업이든 분야는 달라도 레이아웃과 스킨이 거의 비슷하다. 중국은 기능위주, 기능의 편리성이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컬러감도 풍부해야 한다. 사용자의 이목을 끌기 위함이다. 화웨이나 텐센트가 큰 디자인 업데이트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정말 소소하고 별거아닌 변화라 여길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큰 변화다.
중국은 내수중심 시장이다. 전세계 인구의 1/4이 이 곳에 있다. 하지만 1, 2선 도시와 3, 4선 도시가 다르다. 성별, 도시별 차이점도 있다. 사용자 계층도 많고 그 계층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것도 각각 다르다. 그래서 디자인 등이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같으면서 다른 중국과 한국
중국에 분명 만만디 문화는 있다. 느리다기 보다는 변화에 대한 조심스러움이다. 하지만 정교하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다. 중국은 데이터를 볼 때 문서가 아니라 아이트래킹 등 온갖 신기술을 활용해 모은다.
한국사람이 중국을 생각할 때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중일은 젓가락을 쓰는 문화권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그 모양은 제각각이다. 나에게 맞는 것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중국의 젓가락이 편할 때 까지 연습해 습관화 시키는 것도 서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