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안 망하고” 플래텀 창간 6주년 소소한 회고
[손요한 플래텀 편집장]
1. 6년 6개월 전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스타트업 미디어가 기획되고 있을 현 발행인(대표)과 나는 주축이 아니었다. 10여 명 발기인 중 두 명이었다.
2. 둘 다 스타트업을 잘 몰랐고 거창한 비전도 없었다. 미디어를 만든다고 하는데,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다. 기고자 정도로 역할을 한정짓고 있었다. 회사명이자 매체명인 ‘플래텀’도 우리가 짓지 않았다.
3. 발행인은 당시 기획자로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모 기업에서 연봉 1억을 제안받은 상황이었고, 이직이 예정되어 있었다. 본인이 이 매체를 대표하게 되리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4. 발기인 중 매체가 잘 될거라 생각하지 않은 유이한 사람이 발행인과 나였다. ‘맨땅의 헤딩’이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언론매체로, 신규 미디어로 자신과 직원의 밥벌이를 감당하는 것이 어렵다는 건 직간접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2012년 9월 17일 사이트가 오픈될 때까지 이 매체에 적을 둘거라 예상하지 못 했다.
5. 작은 계기가 생겼다. 발행인이 5년 정도 커리어를 쌓으려 했던 기업에서 개인사정으로 이른 퇴사를 하게된 것. 몇일 고민하던 발행인은 ‘지금 아니면 언제 하나’라며 덜컥 방향키를 잡았다. 나도 발행인이 그라서 회사에 합류하기로 했다. 6년 4개월 전 이야기다. 대단한 조합은 아니었다. 두 사람에게 있는거라곤 십수 년 정도의 인터넷 경험 뿐이었다.
6. 11월 16일 자본 천만 원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정식으로 회사가 된 것이다. 같은 날 지금은 없어진 카페베네 광나루지점에 앉아 첫 회의도 했다. 만 6년 전이다. 이듬해 12월 27일 첫 기자를 채용할 때까지 1년 여 간 두 사람이서 매체를 꾸렸다.
7. 시작단계에서 네트워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매체 발안자를 비롯해 여러 주주와 발기인이 초기 동력을 제공했다. 선배 매체는 사무실에 남는 자리를 배려해줬다. 무명의 매체에 양질의 기고를 해준 외부 필진도 성장에 큰 몫을 했다.
8. 초창기는 마음 내키는 곳에서 업무를 봤다. 외부 취재할 일이 없으면 집이나 카페 등에서 모바일로 일을 했다. 자주 찾은 미팅 장소는 포스코 건물 지하 카페였다. 첫 스타트업 인터뷰도 그곳에서 했다. 미팅이 많아져 사무실은 창간이후 3개월이 되어서야 마련했다. 회사 비품은 노트북 두 대와 모니터 두 개, 책 몇 권이 다 였다.
9. 발행인도 나도 스타트업을 몰랐다. 인터뷰하면서 창업자에게 배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10. 돈이 될거라 생각하고 시작하진 않았다. 재미있어서 했다. 창간이후 3년 간은 직원 월급 밀리지않고 줄 수 있는 것 만으로 만족했다. 회사가 돌아가는게 신기했다.
11. 인수, 합병, 투자 제안 등도 몇 번 받았다. 남의 얘기라 생각하던 것이었다. 신기했다.
12. 창업도, 스타트업도, 매체도 잘 모르던 사람이 모여 미디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었고, 전문가 수준의 인력 구성도, 준비가 충분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실행했고 잘 못 된건 하나하나 고쳐나갔다. 능력이 일천해 시간도 많이 들여야 했다.
13. 어쩌다보니 안 망하고 6년을 채웠다. 그사이 사람이 늘었고 회사 체계도 갖춰졌다. 살아있으니 미약하나마 인지도도 생겼다. 당분간 망할 계획도 없다.
14. 운이 좋았다. 그것 외 다른 수사는 사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