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대기업과 투자사가 스타트업과 공존하는 법
22-23일 양일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서 진행된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 2018’에는 국내외 대기업, 연구기관, 투자사 관계자들이 모여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생태계 방향성을 제시했다.
23일에는 박영훈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전무,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가 벤처투자사와 대기업 입장에서 상생안을 제안했다. 이택경 대표는 국내 엔젤투자 생태계 현황을 짚은 뒤 창업과 투자의 선순환을 위한 제언을 했으며, 박영훈 전무는 GS홈쇼핑의 스타트업 투자와 협업사례 및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윈윈을 말했다. 이하 두 사람의 발표내용 정리.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초기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
6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같은 비전을 가져갈 수 있는 훌룡한 팀과 초기 가설 검증까지 필요한 시드머니가 필요하다. 아울러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 방향이나 지분구조, 조직 등을 잘 구비해 놓지 않으면 후일 큰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
선배 창업자의 조언도 중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된다. 이럴때 유경험자의 조언은 살이되고 뼈가 된다. 네트워킹도 무시하면 안 된다. 팀원을 뽑을 때,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려면 무시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리고 멘탈관리다. 옆에서 지켜보면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스로도 관리해야 겠지만 조력자의 다독거림도 필요하다.
-초기 투자는 난이도가 높다.
초기 투자는 기본적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카드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카드 한 장만 보고 판단해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업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도 멘탈관리가 필요하다. 투자자는 팀의 자질만으로 미래를 판단해야 한다. 때문에 팀을 볼 수 밖에 없다. 초기투자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팀이다.
*이택경 대표는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팀에서 보는 것을 태도, 능력, 실행력이라 부연했다. 그는 “어떤 팀은 능력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조금만 힘들면 붕괴된다. 멘탈이 약하거나 창업동기가 안 강한거다. 그래서 창업팀과 만나면 ‘태도’ 부분을 체크한다. 그리고 ‘능력’이다. 달리말하면 ‘자질’이라 할 수도 있다. 학생팀이든 직장팀이든 간에 얼마만큼 러닝커브가 빨리 올라가느냐를 확인한다. 하고있는 아이템이 자기들이 잘 하는 것인지를 보는거다. 아울러 ‘실행력’도 중요하다. 피칭을 잘 하는 것이 실제 진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나이가 많더라도 젊은 사고를 가진 사람이 있고, 젊은데 올드한 사람이 있다. 생물학적 나이보다 정신적 나이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투자자가 잘 아는 분야일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아울러 초기 팀은 필요한 것이 많기에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간다. 그리고 후속투자유치는 필수다. 투자자들과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그리고 회수기간이 길다. 운이 좋으면 M&A등으로 빠르게 할 수도 있겠지만, IPO까지 간다면 앞단의 투자자는 1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게 맞고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단순한 수익성으로 접근하는건 어려울 수 있다. 사명감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엔젤투자 사례
2001~2002년 전 회사 구주를 매각하고 내 비즈니스 감각이 어느정도 확장 가능한지 테스트(엔젤투자)를 해봤다. 잘 아는 IT분야를 비롯해 타분야에도 투자를 했다. IT분야에 3건, 바이오에 한 건, 오프라인 서비스업에 4건 등 총 8건의 투자했다. 작게는 3000만 원, 많게는 3억 원이었다.
결론은 IT에서 2승 1패, 바이오는 실패, 오프라인 사업 투자는 1무 3패의 성적이 났다. 이 과정에서 결국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 성과가 난다는 것을 배웠다. IT분야 투자 성공이 나머지 실패를 만회했다. 그리고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뭘해도 잘 할것 같은 팀은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 해내더라.
-개인이 아니라 조직으로 투자한 사례
내가 속한 매쉬업엔젤스는 연간 1200개 팀의 자료를 검토하고, 그중 400개 후보팀을 미팅한 뒤, 약 15개 팀에 투자한다. 성과는 나쁘지 않다고 자평한다. 그간 70팀에 90억 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M&A포함 94%가 살아있다. 2013~2014년 투자팀 73.7%, 2015년 투자팀 90%, 2016년 투자팀 80%가 후속투자를 했다. 누적 후속투자 유치 금액만 2000억 원 이상이다. 우리가 투자한 금액의 20배 정도의 후속투자 유치를 한 것이다.
회수사례는 대표적으로 4건이 있다. 호잇컴퍼니는 하우투메리에 인수되어 투자한지 6개월만에, 짜이서울은 2년 1개월 만에 했다(나이스그룹에 M&A). 라인과 네이버에 인수된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운영사)는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구주 일부를 매각한 스타일쉐어(4년 6개월, 시리즈B투자유치 당시)가 있다. 스타일쉐어는 기간적으로 보면 평균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엔젤투자, 한국의 엔젤투자
엔젤투자라는 용어는 1920년대 브로드웨이 공연 자금을 지원해준 것에서 유례되었다. 106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본격화 되었다. 대체적으로 실리콘밸리는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고 초기 투자를 감행한다. 초기 데스밸리를 넘는 다리 역할을 하며, 규모도 VC보다 적지않다. 주로 성공적인 창업가, 대기업 임원 등 비즈니스 실무자가 한다.
한국은 90년 벤처붐과 함께 호황을 이뤘지만 2000년대 벤처거품이 꺼진뒤 급격히 감소한다. 이후 2017년 엔젤투자 규모가 2814억 원으로 다시 증가 중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1/100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엔젤투자자는 일반인, 전문직, 자산가, 일부 성공한 창업가, 비즈니스 실무자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성과 양도 중요하지만 성공한 창업자 비즈니스 실무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자금측면만으로 보면 정부지원사업이 엔젤투자를 일부 대체한다. 일부 블랙엔젤의 존재가 문제가 되고있다. 과도기적 문제다. 미국은 60년 시작한데 반해, 우리는 90년대에 시작해 역사가 짧다.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리라 본다.
-훌룡한 선수가 반드시 훌룡한 코치가 되는 건 아니다.
성공한 창업가가 모두 훌룡한 투자자가 되는 건 아니다. 투자자를 하다 적성이 안 맞아 다시 창업자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훌룡한 투자자가 되는 허들 중에 하나는 성공한 창업자의 강한 자아다. 앞선 사업에서 성과가 있었기에 자신만의 방식이 유일한 정답이라 생각하는 것에서 나오는 이슈다. 사업에는 도움이 되는 마인드이지만 투자자로서는 마이너스가 될 때가 있다.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설교가 아니라 창업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게 배울 때가 많다.
제일 중요한 것은 투자자는 주인공이 아니라 조력자라는 것이다. 투자자가 창업자보다 강하게 주장하는 것, 선생님 역할은 자제해야 한다.
전업투자자로 변신하려 한다면,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안고 가야한다. 창업보다 더 긴호흡이 필요하다. 엑싯까지 10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충분히 여유로운 자금이 필요하다.
-선순환되는 스타트업 생태계로 가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스타트업을 위한 정보처럼 초기투자자들을 위한 정보가 보다 많이 공유되어야 한다. 뒷단 VC는 정보공유가 잘 되는 편이지만, 초기 투자쪽은 아직 성공사례가 적고 정보가 많지 않다.
물론 투자는 책으로 배울 수 없는 부분이다. 자전거를 이론으로만 배울 수 없듯 실전이 중요하다. 직접 경험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혼자하기 어렵다면 기존 VC에서 심사역 또는 벤처파트너로 경험을 쌓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엑싯(자금회수)은 영원한 숙제다. 엑싯을 통해 자금도 선순환되어야 하지만 인재도 선순환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IPO와 M&A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사회적인 마인드 변화도 필요하다. 창업가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수합병이나 자금회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구조의 선순환이라 생각해 달라.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세제혜택과 구주인수 프로그램은 좋은 방향이라 본다.
[박영훈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전무]
-구 경제모델의 성과와 신 경제 모델의 결합
과거 50년 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이끈건 대기업 모델이었다. 하지만 현재 큰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반면에 현재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기업형태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기반 기업이다. 태생적 배경이 우리 경제발전 모델과 큰 차이가 있다. 이 갭을 해소하는 것이 대기업의 관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적인 모델이 나오고있고,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성과를 버리고 갈 수는 없다. 글로벌에 나타나는 신경제의 장점과 기존 성과의 결합을 고민해야하는 시기고, 그걸 해결하는 접근 방법이 필요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그리고 CoE
GS홈쇼핑은 수년간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있다. 누적 30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한국과 해외에 400여 개의 포트폴리오사가 있다. 절반은 직접투자 나머지는 펀드로 했다. 이렇게 투자를 한 이유는 GS홈쇼핑이라는 대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재무적인 성과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피투자 기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반 VC와는 접근방식이 다른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형벤처캐피털, 혁신성 또는 전문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대기업에서 출자한 회사 혹은 조합)이기 때문이다. CVC는 전략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다.
우리의 주요 포인트는 피투자사와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다. 그래서 양쪽의 통로역할을 하는 조직이 내부의 CoE(Core of Excellence)다. CoE는 기술, 비즈니스 컨셉, 스킬, 분야별 전문성 등 핵심영역의 전문가 집단으로 기업의 리더쉽, 모범경영 사례, 리서치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투자한 회사를 지원하는 한편 그 노하우를 회사 코어 비즈니스에 전달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역할이다.
최소량의 법칙에 나타나듯, 식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넘치도록 공급되는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향소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도 초기로 갈수록 이와 비슷하다. 초기 기업일수록 필요역량과 보유역량의 불균형이 심하다. 특히 제일 부족한 역량이 회사의 발전을 막는다. 그래서 우리는 피투자 스타트업을 관찰하고 적절한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 부족한 것을 단기간에 집중해 성장을 돕는다. 그게 CoE의 역할이다. 해외서는 안드레센 호로위츠(미국의 IT벤처 투자 전문 회사)처럼 1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피투자사에게 집중하는 VC CoE사례도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사례
투자사입장이지만 우리가 잘하는 역량, 대기업만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역량을 필요한 스타트업에게 전달했다. 펫프(펫프렌즈)라는 회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스프린트라는 방법론을 활용해 엑스퍼트팀이 함께 회사의 UX, UI 리뉴얼에 참여해 지원했다. 그것이 서비스에 잘 반영되었다. 또 지에스샵의 노하우를 지원해 CS프로세스와 역량 강화를 도왔다. 일례로 다노(다이어트 노트)의 경우 사업이 커가며 악성고객으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홈쇼핑 20년 노하우는 해당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 13년 경력의 전문가와 함께하는 세션을 마련해 법적한계와 관련 사례, 어떤것을 주고 어떤것을 주면 안 되는지를 알려줬다. 스타트업으로부터 몇년을 해도 몰랐을 것을 몇 시간만에 알게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3년 정도 활동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피투자 기업과 긍정적인 성장 사례도 나왔다. 기여하기도 했지만 많이 배우기도 했다. 아울러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있었다. 내부 전문성 및 CoE 구성원을 통해 다양한 포스터링(성장지원) 서비스를 제공했고, 포트폴리오사의 장점과 경험을 오픈 이노베이션 촉매제로 활용해 신규 비즈니스 개발로 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새로운 기술, 상품을 가진 회사와의 협력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한 툴을 도입해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대기업이 빨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빨리 스타트업의 장점을 도입하면 좋겠지만 그걸 책과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체화하기 힘들다. 그래서 미국 500스타트업(실리콘밸 액셀러레이터이자 투자사)의 디스트로 도조(Distro Dojo)’라는 그로스해킹 방법론을 작년에 체험했다. 디스트로 도조는 초기 스타트업이 빠른 성장을 이루기 위한 법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그 12주 과정에서 스타트업을 제대로 알게되었다. 조직변화, 데이터 보는 법, 회사 변신에 필요한 것을 배워서 활용하고 있다.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에 참여해서 배운 가치라 할 수 있다.
-대기업 벤처투자시 제약조건 및 대안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성장시키려면 현재 금지되어 있는 지주회사 내 CVC 설립 허용이 필요하다. 대기업 사내 벤처투자는 한계가 있다. 일단 의사결정이 느리고, 벤처투자에 따른 손익의 변동성도 증가한다. 지주회사 CVC가 허용된다면, 보다 더 자유롭고 유연한 벤처투자 환경이 조성되어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거라 본다. 아울러 대기업 계열편입에 따른 혜택 축소는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런 상생의 구조,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