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sight인터뷰

[디자인人사이트]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한 디자이너 이야기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는 어떻게 일할까? 조이코퍼레이션의 최완섭 디자인 총괄은 2년 간 ‘1인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년 전 두 명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팀을 꾸렸다. 그가 고군분투한 총 4년의 기간 동안, 맡고 있는 실시간 채팅 상담 서비스 ‘채널톡’도 1만 개 이상의 기업이 사용하는 솔루션으로 성장했다. 채널톡 내의 상담 버튼은 국민 40%가 봤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첫 직장을 스타트업으로 선택해, 맨땅에 헤딩하듯 조직과 함께 성장해온 이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이코퍼레이션 최완섭 디자인 총괄

현재 조이코퍼레이션에서 디자인 총괄을 맡고 계시죠. 어떻게 팀에 합류하게 됐나요?

대학교 때 조이코퍼레이션 팀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었어요. 중간에 개인 스튜디오를 차렸다가 제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팀이라는 확신이 들어 초기 멤버로 합류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는 건 이곳이 처음이고요. 현재 채널톡이라는 서비스의 디자인과 프로덕트 매니징을 맡고 있고, 입사 4년 차가 되었습니다. 디자인 팀은 저 포함 2명이에요.

1인 디자이너로 팀에서 일한 기간도 꽤 되겠네요. 

그렇죠. 초기 2년 정도는 혼자 일했고, 그 후 2년 정도는 팀원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디자이너로서 가장 먼저 했던 작업이 뭔가요. 

먼저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을 했어요. 물론 디자이너로서 스타트업에 입사하면 눈에 거슬리는 게 굉장히 많을 거예요. 로고도 바꾸고 싶고, 전체 디자인에도 손을 대야 할 것 같고. 욕심이 생기죠. 그런데 그런 큰 변화를 설득해내기 위해서는 먼저 팀이 필요로 하는 걸 잘 수행해냄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과제를 하나씩 해나가는 거죠. 제 경우에는 당시 조이코퍼레이션이 워크인사이트라는 B2B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었는데, 첫 과제로 그래프 디자인을 보완하는 작업을 했어요. 그걸 하면서 로고도 바꾸고, 홈페이지도 바꾸고 나름 주도적으로 제가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바꿔나갔죠. 한 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소위 말하는 예술가적 기질의 디자이너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게 좀 힘들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매일매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으니까요.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최초의 디자이너는 아티스트라기보다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 가까워요. 또 팀이 원하는 것을 적절히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좋고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일단 한 명의 사람으로서 내가 스타트업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그렇다면 디자이너로서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시작하는 것의 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 직무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서비스에 많이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또 회사와 같이 성장하는 재미가 있고요.

보통 국내에서는 디자이너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다고들 하잖아요. 대기업도 그런데, 스타트업은 더 심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도 있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반드시 성장할 만한 팀, 믿을만한 리더를 찾아서 들어가야 합니다. 대표가 디자인 실무에 대해 잘 몰라도,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면접 몇 번으로는 그걸 파악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대학을 막 졸업한 후배들에게는 ‘반만 걸쳐라’라고 조언해요. 먼저 프리랜서로 외부에서 일을 하거나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으로 서로 합을 맞춰보는 거죠.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곳은 절대 가선 안 되고요. 보수를 적정 수준으로 주는지도 꼭 확인해야 해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보통 초기 팀은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요. 여유가 없는 극 초기 팀에게도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제가 보기에는 사업가, 개발자, 디자이너로 이루어진 팀의 합이 좋아요. 마케팅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프로덕트 성격에 따라 좀 다를 수 있어요. 제품력으로 승부를 보는 팀이라면 마케팅보다는 디자인에 먼저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또 디자이너가 없으면 마케팅하기도 실질적으로 어렵고요. 내부에 디자이너를 두고 있는 것이 여러모로 스타트업에게 강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예쁜 포장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프로덕트의 첫 기획 영역에 속해있는 일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일하시면서 ‘스타트업에서 디자인 팀은 이렇게 움직여야 좋다’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나요?

이건 디자인 팀뿐 아니라 저희 전체 팀의 기조인데, ’70점짜리를 빠르게 내놓자’는 거예요. 100점짜리를 내놓을 수 있으면 당연히 좋죠. 그런데 완벽하게 만들려면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저희는 심미성, 사용성이 70점 수준인 프로덕트를 빠르게 내놓고, 고객사의 피드백을 빠르게 흡수해요. 그렇게 수정을 거쳐 100점짜리를 만들어 가는 거죠.

그래도 너무 엉망인 제품을 마구잡이로 내놓아서는 안 되잖아요. 나름의 하한선이 있나요. 

적어도 50점 이하로는 내놓지 않아요. 빠르게 결과를 내놓으면서도 퀄리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자체가 기본적으로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해요. 그래야 그래픽이나 구성 요소를 가지고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볼 수 있죠. 저희 팀은 되도록 심미적인 부분에서는 기본 훈련과 의견 일치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UX만 가지고 논의를 하려고 해요.

지금 담당하고 계시는 채널톡 버튼은 국민의 40%가 한 번씩은 본 유명한 버튼이라고 들었어요. 그만큼 고객사가 많다는 의미이겠죠. 채널톡 기획 과정에서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쳤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UX 측면에서 수정을 많이 했어요. 채널톡은 채팅 상담 서비스인데, 상담을 분류하는 방식을 몇 번이나 바꿨죠. 처음에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아주 단순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사용자가 불편을 겪는다는 걸 파악한 후, 개선을 거친 결과 오늘의 채널톡이 되었습니다. 채널톡 안에는 팝업 메시지 광고 기능인 ‘푸시봇도 포함되어 있어요. 홈페이지 방문자 정보를 파악해서 타겟팅 광고를 할 수 있죠. 제가 직접 디자인한 서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없는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는 어떤 지표를 보고 고객의 불편이나, 개선점을 찾아내나요. 

결국 직접 사용해보는 거예요. 저희 팀 스스로가 채널톡의 헤비 유저거든요. 우리가 제일 많이 쓰는 프로덕트이니까, 우리가 불편한 점을 먼저 개선해요. 그리고 고객사 미팅을 통해 인터뷰도 여러 번 진행합니다.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최근 트렌드도 많이 반영하시는 편인가요. 

트렌드에 민감한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나침을 경계해야 해요. 프로덕트는 작품이 아닌데, 전위적이면 곤란하겠죠. 그래픽 부분에서는 트렌드를 반영해도 좋은데, UX 부분에서는 사용자들이 학습되어 있는 일반적인 형식을 따르자는 입장이죠. 메인 구성이 무난해야 사용성이 좋으니까요.

아까 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럼 반대로 타 부서가 어떻게 업무 요청을 해야 디자이너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나요?

목적이 명확한 기획안을 가지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생각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참고 자료를 여러 개 찾아와서 보여주셔도 좋아요. 그럼 디자이너는 이 사람이 어떤 의도로 이 자료를 가져다줬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죠. 단순 모방이 아니고요. 자료에 A와 B라는 요소가 섞여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이 이 자료를 선택했는지를 파악해야 해요. ‘플랫한 디자인이 마음에 드시는 건가요, 이 UX의 내용 전달 방식이 좋으신 건가요?’리고 묻는 식으로요.

보통 눈치 가지고는 안되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 해요. 상대가 ‘못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왜 필요한지를 물어야 하는 거죠. 액자를 걸고 싶은 것인지, 옷을 걸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 못을 다른 모양으로 디자인할 수 있잖아요.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모든 작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디자이너는 개발과 기획 사이에서 허브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진의 파악을 하는 역량이 뛰어나야 하고요.

조이코퍼레이션은 대화를 많이 하는 조직인가요? 

저희는 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요. 말을 많이 한다는 얘기죠. 그래서 조용한 조직에서 일했다가 오신 분들은 방해받는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과제에 따라서 일 년에도 몇 번씩 책상 구조를 바꿉니다. 관련자들끼리 최대한 동선을 줄이려고요.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들에게 조언해주실 것이 있다면요. 

아마 할 일이 굉장히 많고, 또 혼자 작업하는 기간이 꽤 오래 갈 거예요. 그럴수록 커뮤니티나 네트워킹 활동을 활발히 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팀에서도 혼자 일하고, 주변 친구들이 다 대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고립감을 느끼기 쉽거든요. 그래서 비슷한 입장에 있는 또래 혹은 선배들과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자신이 잘해나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조이코퍼레이션 디자인팀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현재 채널톡의 성장세가 좋은 편이에요. 올해도 2~3배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걸 달성하기 위한 몇 가지 단계가 있는데요. 챗봇, SNS 연동 등 굵직한 기능들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디자인 팀은 그 기능들을 잘 붙여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잘 먹고 잘살고 싶습니다!

기자 / 영양가 있고 재미있는 스타트업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argot Jung is a Editor of Platum. She is covering the startups and also an member of the startup. She writes about news of startups and IT trends in Korea and China. She’ll do her best to convey information that can be helpful to entrepreneurs in a easy to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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