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왕 ‘위챗’의 권좌를 노리는 도전자들

중국드라마 ‘창업시대(创业时代 2018)’ 홍보 포스터

지난해 황쉬엔(黄轩)과 안젤라베이비가 주연을 맡은 ‘창업시대(创业时代 2018)’라는 드라마가 중국서 방영되었다. 한 스타트업 창업가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해 창업을 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으로, ‘토크박스(Talkbox)’라는 실제 서비스를 모티브로 했다.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며 토크박스 출시 당시의 중국 상황들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토크박스는 홍콩계 스타트업 ‘그린토마토’가 2011년 1월에 론칭한 서비스로, 중국 최초의 음성 메신저다. 당시 중국은 메신저 서비스의 발흥시기였다. 텐센트 위챗과 샤오미의 미랴오(米聊)도 그 즈음 출시되었다. 토크박스는 출시되자마자 화제를 모았다. 여타 텍스트 메신저에 비해 음성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내 샤오미가 ‘미랴오’에 음성메시지 보내기 기능을 추가하며 경쟁자가 되었고, 텐센트는 그린토마토측에 투자 조건으로 ‘중국내 서비스 철수, 해외시장 집중’을 내걸었지만, 그린토마토가 이를 거절한다. 투자협상이 결렬되자 텐센트는 위챗에 자체 기술을 적용해 음성메시지 기능을 추가하며 후일 최종 승리자가 된다.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것이지만, 당시 그린토마토의 결정은 오판이었던 셈이다. 토크박스는 위챗에 쫓겨 중국사업을 접은 뒤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으나, 네이버 라인이라는 경쟁자에 패해 결국 사라진 서비스가 되었다.

위챗에 날아온 3개의 도전장

1월 9일 저녁, 광저우(广州)에서 열린 ‘2019 위챗 오픈클래스 프로’에서 위챗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장샤오룽(张小龙) 텐센트 부총재는 “많은 회사들이 우리를 따라하지만 위협적이지 않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는 시장 최강자 위챗의 자신감이기도 했다.

위챗(微信, WeChat)은 2018년 9월 기준 10억 82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450억 건의 메시지가 전송되고 있다. 위챗은 매월 10억 8천만 명이 대화하는 소통의 창구이자 결제 플랫폼이며, 뉴스와 콘텐츠가 유통되는 창구다. ‘위챗은 생활방식’이라는 위챗의 슬로건처럼 위챗이 없는 중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올해도 위챗을 목표로하는 도전자들의 행보가 시작되었다. 위챗 오픈클래스 프로6일 후인 15일, 약속이나 한 듯 위챗을 겨냥하는 3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동시에 출시됐다. 윈거쯔넝(云歌智能)의 마통MT(马桶MT), 바이트댄스(字节跳动)의 두어산(多闪), 콰이루커지(快如科技)의 랴오티엔바오(聊天宝)이 그것이다.

위챗의 지난 경쟁자들

사실 위챗은 중국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아니다. 8년 전 도전자로 시작해 우여곡절과 모기업의 지원으로 최대, 최고가 된 케이스다. PC시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인 메신저는 텐센트의 QQ로, 6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다수의 기업이 메신저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금이야 10억 8천만 명이 쓰는 서비스지만, 위챗은 출시될 때만 하더라도 참신함이 부족한 그저그런 메신저 서비스 중에 하나였다. 위챗 기능 대부분은 QQ에서도 가능했고, 채널과 자원은 QQ쪽이 더 풍부했다. QQ를 두고 위챗을 쓰는 것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토크박스를 따라한 음성메시지 보내기(语音) 기능을 비롯해 휴대폰을 흔드는 것으로 친구 맺기, 모멘트(朋友圈)로 일상생활 공유하기, 근처에 있는 친구 찾기, QR코드 기능 등 개성적인 기능이 하나 둘 추가되며 시장 반응은 반전한다. 특히 위챗의 음성메시지 보내기, 주위에 있는 친구 찾기(查找周围的人), 흔들기(摇一摇)는 위챗의 티핑포인트로 꼽힌다. 이후 위챗은 기하급수적인 사용자 증가세를 맞이하게 된다. 기존 QQ 가입자들이 위챗으로 넘어온 것도 크다. 여기에 텐센트는 빠른 속도의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IOS와 안드로이드를 비롯해 심비안 등 다양한 OS와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게 채널을 확장한다. 위챗은 출시 이듬해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시장 제일 앞에 서게된다. 아울러 2014년 3월 결제 기능이 추가되면서 단순 메신저가 아닌 생활 플랫폼이 되어 넘을 수 없는 성벽을 쌓기에 이른다.

위챗에 가려져 있지만 중국내 1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자칭’ 경쟁 서비스는 다수 존재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전 분야에서 경쟁상대인 알리바바는 기존 PC메신저 라이왕(来往)의 모바일 버전을 2013년 출시했으나 두각을 나타내지못 했고, 2015년 1월 딩딩(钉钉)이라는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를 출시해 2017년 12월 가입자가 1억 명을 돌파했다. 2011년 8월에 출시된 위치기반 채팅앱 모모(MOMO陌陌)는 2018년 3월 월 사용자수 1억 명을 돌파했으며 2014년 12월 미국에서 상장까지 했다. 하지만 위챗의 아성을 넘기에는 한참 모자른 상황이다. 위챗의 초기 경쟁상대였던 미랴오는 현재 샤오미 사내 메신저로 전락했으며, 심지어 위챗 로그인 기능까지 제공한다. 샤오미 직원 대부분이 위챗을 쓰기 때문이다.

위챗의 새로운 도전자들

2018년 8월, 중국 스마트폰 메이커이자 소프트웨어 기업인 추이즈커지(锤子科技)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2018년 설립된 콰이루커지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메신저 서비스 ‘즈단돤신(子弹短信, 총알문자)’가 소개된다. 콰이루커지는 추이즈커지의 피투자사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음성으로 입력하면 문자로 출력하는 STT(Speech to Text) 기능으로 출시 사흘 만에 애플스토어 무료 SNS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11일만에 가입자 5백만을 돌파하는 등 거칠것 없는 초반 행보를 보인다. 아울러 출시 일주일만에 1억 5000만 위안(한화 249억 원)의 투자까지 유치한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인수대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즈단돤신은 올해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재탄생해 위챗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5일 베이징(北京) 콰이루커지는 ‘랴오디엔바오(聊天宝)’를 공개했다. 랴오톈바오는 즈탄돤신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기존 STT 기능을 기본으로, 영상 속 음성을 문자로 출력해 전송할 수 있는 기등들이 추가되었다. 아울러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라는 강력한 아군과 손을 잡아 기술과 자금, 채널 측면에서 확장을 보장받게 되었다.

틱톡(抖音, Tiktok)의 모회사 바이트댄스(字节跳动)는 베이징에서 쇼트 클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메신저 ‘두어산(多闪)’을 발표했다.

두어산은 영상을 기반으로 한 메신저로 기존의 문자, 음성으로만 대화를 주고 받던 메신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촬영된 영상은 7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지인들과 영상을 공유하는 메신저 컨셉으로 주 타깃층은 90호우 젊은층이다.

동영상 플랫폼 콰이보(快播)의 창업자인 왕신(王欣)은 광둥성 선전에서 위챗을 잡을 무기로 ‘마통MT’를 공개했다.

마통은 회원 가입없이도 익명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개 토론형 메신저 서비스다. 문자를 비롯해 이미지로 채팅할 수 있으며, 홍바오를 이용해 멤버를 모을 수도 있다.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이용해 주변에서 토론 중인 주제에 참여할 수도 있다. 메신저 내 모든 활동은 익명으로 이루어지며 각 토론 주제들은 60분 후에 자동으로 종료된다. 초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몰려드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 해 현재 마통MT는 문자인증 불가로 신규가입이 막힌 상황이다.

세 서비스는 ‘위챗을 잡겠다’는 목표로 출시되었만, 냉정히 말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높다. 시장의 초반 평가는 월 사용자수 5억 명이 넘는 틱톡의 메신저 버전인 두어산이 그나마 영향을 끼칠거라 평가되고 있다. 텐센트는 위챗에서 세 서비스의 공유를 차단하며 발목을 건 상황이다.

플래텀 중국 연구소 소장 /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시선으로 중국 현황을 관찰하고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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