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서비스를 개발한 것이 계기가 되어 텐센트에 합류한 장샤오룽은 중국 PC시대에 족적을 남긴 뛰어난 개발자이긴 했지만, 굴러온 돌이자 모바일 시대에선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2010년 장샤오룽은 마화텅 텐센트 회장에게 메일을 쓴다. 그는 ‘메신저에서 모바일 시장의 미래를 봤고, 이를 준비하지 않으면 회사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모바일메신저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득한다. 마화텅은 바로 답메일을 통해 개발을 하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전적으로 신뢰한 것은 아니다. 마화텅은 장샤오룽 외 2개 팀에게 동시에 메신저 서비스 개발을 지시한다. 텐센트 특유의 내부 경쟁을 유도한 것이다. 장샤오룽은 QQ메일 개발팀과 함게 메신저 서비스 개발에 몰입한다. 녹녹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미 여러 기업이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고, 심지어 출시해 인지도를 높이는 곳도 있었다. 회사 내 입지도 넓은 상황이 아니었다. 장샤오룽은 서비스 개발의 해답을 사용자에게서 찾았다. 사용자가 습관적으로 클릭하는 위치, 사진 화소까지 세심하게 연구했다. 그렇게 2011년 탄생한 것이 중국인의 생활패턴을 바꾼 플랫폼 위챗(Wechat, 웨이신微信)이다.
쟝샤오룽은 위챗에 음성전달 서비스(语音)를 추가하고, 유저를 모으는 방편으로 문화적 요소 등 개성적인 기능을 추가한다. 휴대폰을 흔드는 것으로 친구 맺기, 펑요췐(위챗 모멘트)으로 일상생활 공유하기, 근처에 있는 친구 찾기, QR코드 기능 등이 적용되었다. 여기서 위챗의 티핑포인트 3가지가 등장한다. 바로 음성메시지 보내기(语音), 주위에 있는 친구 찾기(查找周围的人), 흔들기(摇一摇)가 그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위챗은 기하급수적인 사용자 증가세를 맞이하게 된다. 더 나아가 홍바오 등을 통해 위챗의 상업적 가치를 만들어 내 경쟁자 알리바바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원천을 마련한다. 이후 장샤오롱은 텐센트 부총재로 임명되어 회사를 이끄는 리더로 격상된다. 업계에선 장샤오룽을 ‘위챗의 아버지’, ‘텐센트의 모범교본’, ‘중국 모바일 생태계를 바꾼 인물’로 평가한다.
지난 1월 9일 저녁, 광저우(广州)에서 열린 ‘2019 위챗 오픈클래스 프로’의 하이라이트는 위챗의 아버지 장샤오룽(张小龙) 텐센트 부총재의 4시간에 걸친 강연이었다. 그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전문을 정리했다.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 (Dieter Rams)가 말한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을 정의했는데, ‘디자인’을 ‘제품’으로 치환해도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좋은 제품이 창의적이어야 하고 반드시 혁신적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좋은 제품이 유용하다.
-세 번째로 좋은 제품은 아름답다.
-네 번째는 좋은 제품은 사용하기 쉽다.
-다섯 번째는 좋은 제품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여섯 번째 원칙은 좋은 제품은 정직하다.
-일곱 번째는 좋은 제품이 오래되어도 도태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여덟 번째 좋은 제품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다.
-아홉 번째는 친환경적이며 자원도 낭비하지 않는다.
-열 번째는 될 수 있는한 최소한으로 만든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간에 제품은 모두 도구다. 도구 설계의 원칙에도 좋은 디자인의 원칙은 적용된다. 하지만 시장의 많은 제품들이 이를 간과한다. 업계의 많은 PM(프로덕트 매니저)들이 자신이 속한 회사에 의해 오도되는 경우를 본다. 회사가 직원의 KPI(성과지표)를 트래픽 모으고 그걸 현금화 시키는지로 판단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 목표를 가지게 되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트래픽을 긁어 모으는 것이 된다. 이건 텐센트와 위챗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위챗을 좋은 제품으로 만들어 사용자들과 나누는 것이다.
운 좋게도 나는 PC시대에 폭스메일(foxmail, 중국 10대 개발 서비스로 평가되는 서비스)과 QQ메일을, 모바일 시대에 위챗 등을 경험했다. 많은 제품들을 거치면서 어떤 것이 좋은 제품인지, 어떤 것이 나쁜 제품인지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는 감을 갖게 되었다.
여러분은 하루 위챗을 얼마나 쓰나.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위챗을 사용하는 시간 중 어느 것이 더 많나. (아마 위챗과 더 오래 보낼거다.) 만약 위챗이 사람이라면, 그는 여러분과 가장 친한 친구인 셈이다. 여러분은 가장 친한 친구의 얼굴에 광고를 붙일건가. 친구를 만나기 위해 광고를 먼저 봐야한다면 어떻겠나.
흥미로운 부분은 텐센트는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많은 변화를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 위챗 7.0버전의 UI는 큰 변화가 있었다. 업데이트 후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다고 피드백을 했다. 사실 어떠한 개편이든 사용자들의 불만은 있을 수 있다. 익숙한 인터페이스가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달 10억 명이 쓰는 서비스에서 선호도 조사를 할 순 없다. 다만 서비스 개편 결정은 앞서말한 좋은 디자인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 위챗 7.0버전 출시 전 내부에서 오랜 시간동안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구 버전을 쓰기 싫어지더라. 사용자들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거부감이 들겠지만, 적응한 후에는 받아들일 것이라 믿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제품이 끊임없이 시대에 적응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단지 사용자들이 불평한다고 해서 변화를 주저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위챗의 시작은 미약했다
위챗이 등장한지 8년이 되었다. 위챗은 8년 전 어느날 밤 내가 마화텅(马化腾)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위챗을 만든 우리 개발팀은 QQ메일을 중국내 1위 메일 서비스로 만든 조직이다. 메일 서비스를 하며 많은 시도를 했고, 위챗의 구독, 모멘트 등 기능은 이때 시도했던 것의 연장이다.
위챗을 생각한 것은 Kik(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이 등장했을 때였다. PC기반 문자 메시지로는 모바일 시대에 소통의 한계가 있음을 직감했다.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에 기회에 있다고 봤다. 우선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의사소통 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마침 한 팀이 QQ메일 모바일 버전 작업을 하고있어 그들과 함께 위챗을 개발했다. 두 달 뒤, 첫 번째 버전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위챗의 기원이고 기념비적인 첫 단계였다.
당시 우리가 견지한 원칙은 위챗이 자연스런 성장 곡선을 보이지 않으면 보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첫 5개월 동안 위챗이라는 상품이 사용자에게 얼마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 관망했다. 사용자가 원한다면 자발적으로 전파할 것이고, 원치 않는다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봤다. 당시 우리는 사용자들이 수동으로 친구를 고르게 했다. 그리고 과도하게 제품 알리기에 힘쓰지 않았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으나 위챗의 출발은 매우 건강했다.
2.0버전을 내놓았을 때까지 위챗은 빠른 성장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완만하게 상승곡선을 그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중국을 대표하는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가 되었다.
위챗은 시대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
위챗의 원동력 중 하나는 도구로써 시대와 함께 성장하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위챗의 처음 목표는 사용자가 쓰기 좋은 도구가 되는 것이었다. 당시 유저들은 서비스를 열 때마다 나오는 광고, 유도 링크 등 형편없는 사용자 경험에 익숙해져 있었다. 문자메시지 상당수는 스팸이었다.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좋고, 편리한 도구를 만들려고 했다.
위챗의 슬로건은 ‘위챗은 생활방식’이라는 거다. 위챗은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위챗의 지불기능, 홍빠오 등은 대중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플랫폼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면 더 큰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 플랫폼의 목적은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가치를 더 드러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우리를 따라하지만 위협적이지 않다
현재 많은 회사들이 우리를 따라 샤오청쉬(미니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회사마다 성격이 다르기에 우리의 걱정거리나 위협거리는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이다. 우리의 미니프로그램은 가치 창조를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탈중심화 전략을 취한다. 만약 우리가 미니프로그램 순위를 마음대로 한다면 이 생태계는 없어질 것이다. 텐센트가 투자한 회사가 만든 것이라도 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3년 전 미니프그램을 만든 이유는 앱과 웹보다 사용자경험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미니프로그램이 아주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좋은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았다. 검색 등 미진한 부분도 개선해 미니프로그램 페이지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려 한다. 미니프로그램의 평가 시스템도 보완하려 한다.
모든 미니프로그램이 알림을 보내기 시작하면 사용자경험은 낮아지고 스팸처럼 인식될거다. 우리는 사용자가 수락한 상황에서만 알림을 보낸다. 미니프로그램과 개인간의 연결은 아직 미해결 문제다. 점차 보완할 계획이다.
미니게임은 돈은 되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미니게임은 성과를 내는 서비스다. 그러나 고품질 게임이 많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텐센트는 위챗팀에게 수익의 압박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미니게임을 만들고 있을까. 그리고 미니게임의 방향은 어디에 있을까.
외부에서는 게임을 미니프로그램으로 만들면 미니게임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아이디어 플랫폼’이라 생각한다. 미니게임은 각종 아이디어를 담을 수 있는 하나의 개체이다. 그래서 나는 미니게임의 수익 증가폭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가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경험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플랫폼에 아이디어가 충만할 때 더 가치 있어지고, 사용자들이 더 찾게 될거다.
공식계정의 공유량이 줄어드는 것은 콘텐츠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
많은 사람들이 공식계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식계정이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 콘테츠 질 저하 등으로 공유량이 줄고 있다. 이 문제를 내부에서 분석한 적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가 매력적이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현재의 공식계정에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장려하려 한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 장려는 위챗이 당면한 큰 문제이다.
위챗 모멘트에 영상 기능을 넣은 이유
위챗은 사교도구다. 사교는 집단이 생기면서 발생했다고 본다. 사람이 집단에서 바라는 것은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소통을 하게된다. 한때 소통의 본질을 고민한 적이 있다. 모범답안은 없겠지만, 내가 찾은 답은 ‘이미지를 남에게 주입시키는 과정’이라는 거다. 내가 설정한 이미지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왜 위챗 모멘트에는 사진만 올릴 수 있냐고 묻는다. 답은 단순하다. 개인의 이미지는 사진으로 보여줄 때 드러내기 쉽기 때문이다. 문자는 난이도가 높다.
소셜네트워크에 게재된 내용이 실제 개인의 상황을 잘 반영하지는 않는다. 종종 지나치게 과장된 경우도 있다. 우리가 모멘트에서 보는 것은 타인의 가장 좋은 상태일 뿐이다.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도구는 없다. 하지만 근접하게 접근시킬 수는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실시간 영상 기능을 추가했다. 우리가 동영상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라기보다 모멘트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모멘트 내 영상은 개인과 방문자간 인터랙션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상은 저장되지 않는다. 하루만 지나면 사라진다. 기록이 아니라 개인의 또다른 면모로 보여주는 것에 방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1.0버전인데 계속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소셜 추천은 콘텐츠 구독 상품을 만들기 위한 시도
콘텐츠로 대중적인 구독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모멘트 밖에 콘텐츠 구독 플랫폼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 칸이칸(看一看)을 만들었다. 칸이칸에는 ‘좋아요’와 ‘추천’이 있다. 하나는 소셜 추천이고 하나는 시스템에 의한 기계 추천이다. 기계 추천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 최근 몇 년간 내가 읽은 책과 영화 대부분은 친구가 추천한 것이다. 의사결정을 도와주는데 소셜 추천은 내부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스템이기에 사교에 보다 접합하다. 사람들은 사교 시스템 내의 콘텐츠에 관심을 가진다. 소셜 추천은 단순한 콘텐츠 구독이 아니라 사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저들은 다양한 계층, 지위의 사람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보게된다. 아직은 초기 버전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다. 끊임없이 최적화를 꾀하려 한다.
AI도입은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것
위챗에는 AI로 추천하는 배경음악 기능이 있는데, 많은 유저들이 본인이 찍은 사진과 잘 어울린다고 평해주고 있다. 우리는 유행을 쫓아 AI를 하는게 아니라 실제 생활에 적목하기 위해 한다. 배경음악 추천 외 또 다른 AI 기능을 만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우리는 좋은 기술은 제품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기술은 묵묵히 뒤에 숨어있어야 한다. 아울러 AI 기술을 제품에 적용할 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면밀하게 생각해야 한다. 학습을 통해 AI 의사가 사람 의사를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오진과 잘못된 처방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도구는 사람이 조정했다. 잡스는 ‘컴퓨터라는 도구는 자전거와 유사하며 사람의 능력을 확장시킨다’라고 했다. AI도 일종의 도구지만 전통적인 범위를 넘어서 사람을 조정하기도 한다. 사람을 조정하는 도구는 생각을 많이 해야한다. 많은 이들이 서비스 유저라고 하면 매우 멀고 낯선 거라고 여기는데, 우리는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봐야 한다.
가치가 창조되는 공간으로 ‘위챗’을 만들 것
많은 사람들이 위챗이 앞으로 할 것을 묻는다. 위챗은 매달 10억 8천만 명이 쓰는 서비스지만, 여전히 우리가 할 일은 더 많은 유저를 찾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많은 서비스를 위챗 안과 밖에서 시도할 것이다.
위챗 팀은 KPI를 설정해 본적이 없다. 어떠한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을지만 생각한다. 다만 우리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유저들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가치를 창조해 내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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