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틱톡 매각이라는 키워드로 세계 경제계가 요동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글로벌 비즈니스 거래가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어젯밤, 이 거래의 최종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결정안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트럼프는 ‘틱톡 아메리카’라는 새 법인을 만들어 미국 투자자들이 약 50%의 지분을 보유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바이트댄스의 기존 투자자들은 새 법인의 약 3분의 1 지분을 보유하고, 바이트댄스 자체는 19.9%의 지분을 유지하는 구조다. 이는 사실상 중국 자본을 절반으로 줄이고, 미국이 지배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했다. 그의 백악관에서는 JD 밴스 부통령,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등이 머리를 맞대고 틱톡의 운명을 논의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미국 내 틱톡 인수 후보들의 이름이 오갔을 것이다.
인수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흥미롭다. 트럼프의 지지자로 알려진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가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된다. 앤드리슨호로위츠의 공동창업자 마크 앤드리슨은 트럼프 취임 이후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 직원 채용을 돕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백악관 AI 수석정책고문인 스리람 크리슈난도 앤드리슨호로위츠 출신이다.
여기에 블랙스톤, 오라클도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심지어 아마존까지 막판에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경우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J.D. 밴스 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서한 형태로 제안서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틱톡 매각’의 근거가 된 ‘틱톡 금지법’은 지난해 4월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명분으로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넘기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당초 매각 시한은 올 1월 19일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행정명령을 통해 이달 5일까지로 75일 연장했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는 41세의 청년 기업가 장이밍이 있다. 그는 불과 15년 전만 해도 신형 휴대전화 구매를 고민하던 80년대생 청년이었지만, 이제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중국 최고 부자가 되었다. 장이밍의 순자산은 575억 달러(약 84조6000억원)로 평가되며, 이는 텐센트의 마화텅(566억 달러)과 눙푸산취안의 중산산(541억 달러)을 넘어선 수치다.
장이밍은 2012년 바이트댄스를 창업했고, 2016년 중국에서 ‘더우인’이라는 이름의 숏폼 비디오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이후 국제 시장에서 ‘틱톡’으로 출시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현재 틱톡은 전 세계에서 10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만 1억 7000만 명의 사용자가 있다.
이런 틱톡의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틱톡의 전 세계 매출은 360억 달러로, 이 중 3분의 1이 미국 내 매출이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거래 규모가 약 400억~5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틱톡 매각 협상의 마감 시한은 이제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틱톡이 미국에서 계속 살아있기를 바란다”며 매각을 압박했고, “결정은 내가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트댄스가 미국 구매자에게 틱톡을 매각하거나 틱톡 매각 승인을 돕는다면 “약간의 관세 인하를 받을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문제는 바이트댄스와 중국 정부가 트럼프의 이 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바이트댄스는 이미 중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틱톡을 매각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5일까지 매각되지 않으면 미국 전역에서 틱톡 운영은 금지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한 경우 기한을 또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기업 인수가 아닌,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다툼이다. 천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기업의 운명이 한 정치인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글로벌 비즈니스가 얼마나 지정학적 요인에 좌우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현대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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