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성공하면 CEO는 각광받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실무자가 있다는 건 알려지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에 출간된 ‘생존력(직장인을 위한 생존 메뉴얼)’은 엘리트가 아닌 오늘도 내일도 고군분투하는 직장인의 이야기이다. 책 제목에서 ‘직장인’을 ‘스타트업 팀원’으로 치환해도 무리없이 적용되는 내용이다.
이 책의 저자는 홍석희 마이뮤직테이스트 PM이다. 홍 PM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사회생활 시작은 대기업 개발자였다. 안정적이고 연봉도 높았았지만 변화가 더딘 조직이었다. 자기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여겨 그는 과감히 사표를 던진다. 그리고 뉴욕 소재 디지털 에이전시의 인턴으로 입사한다.
“상관들이 업무시간에 주식이야기를 하는 것을보고 그만뒀어요. 그리고 미국 뉴욕으로 갔죠. 이전 직장에 비해 연봉을 많이 깎고 간거라 가족 모두가 말렸어요. 뉴욕이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저한테는 살기 힘든 도시였어요. 지하철에 한 걸음만 옮겨도 인터넷이 끊겼고, CD도 반강매를 당하기도 했죠. 또 정규직 오퍼를 받기까지도 오래걸렸어요. 생활을 해야했기에 가라오케에서 바텐더 등 일을 하며 충당했죠.”
그는 미국회사에 개발자로 들어갔지만 얼마 안가 업을 UX디자이너로 바꾼다.
“개발자는 소위 ‘천재과’와 ‘뭘하는지 모르는 과’ 두 종류에요. 미국가서 제대로 확인한건데, 저는 후자더라고요. 당시 회사 상사도 제가 개발자로는 안 맞다 조언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UX디자이너로 커리어를 바꿨죠. 당시 미국에서 아이폰 영향으로 UX 관련 직업이 뜨는 추세이기도 했고요. 이후에 키오스크 디자인부터 맥심과 협업하는 디자인까지 맡아서 했죠.”
미국에서 창업도 경험한다. 뉴욕타임즈 에디터들과 함께 창업에 도전한 것. 하지만 6개월 만에 파산했다. 꿈은 높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창업 의지만 가진채 홍 PM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회사라 판단한 마이뮤직테이스트에 입사하게 된다. 대기업에서 시작해 미국중소기업, 그리고 한국 스타트업으로 온거다.
“점점 회사 규모가 작아진다고 가족이 걱정했어요. 사실 우리 회사를 가족에게 설명하는게 어려워요.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비즈니스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에 설립된 마이뮤직테이스트는 특정 가수의 공연을 보고 싶은 팬들의 요청을 기반으로 장소와 수요 인원 등을 파악해 공연을 기획하는 회사다. 가수와 기획사가 먼저 공연 기획을 하고 팬들에게 알리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팬들의 선요청을 통해 실질적인 공연 수요를 예측하여 성사시키는 방식이다. 다수의 해외수상을 비롯해 사업성을 인정받아 2016년 1000만 달러, 2017년 1100만 달러 규모 투자유치도 한다.
29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테헤란로 북클럽에 홍석희씨가 연사로 나섰다. 그는 이날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자신의 업무방식을 공유했다.
(이하 강연 요약)
기록이라 부르고 증거라 읽는다
나는 기록 덕후다. 주별 달성 테스크, 캘린더에 테스크 배치, 매일 업무일지 작성을 한다. 아울러 회사 내 모든 활동을 기록한다. 나중에 그것과 다른 이슈가 다른 팀원이나 부서에서 제기될 때, 혹은 내가 들은 내용과 다른 목소리가 들릴 때 그 기록을 증거로 내민다. 리더들이 상충되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대표 등 리더들은 접하는 정보가 많기에 생각과 결정이 시시각각 바뀐다. 어제 말한 것과 오늘 말한게 다른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럴때 기록한 것을 근거로 ‘뭐가 맞는 결정이냐’고 확인한다. 서로 오해없이 갈피를 잡을 수 있다. 내가 똑똑한 사람들과 경쟁하는 방식이다.
공유빙자 자랑하기
일을 열심히 하면 윗사람이 알아줄 것 같지만 경영자들은 바쁘고 정신이 없기에 체크하기 어렵다. 그래서 스스로를 어필하는 자랑이 필요하다. 팁이라면, 상관에게 조언을 구하는 형식으로 인사이트도 얻고, 본인이 한 일을 알리는거다. 물어보기 전에 중간 중간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타부서에 찾아가 그들이 하는 일을 파악하는 동시에 본인이 한 일도 공유하면 금상첨화다.
나는 의사결정자들에게 잡다한 슬랙을 많이 보낸다. 제안도 많이하고 내가 뭘 하고있는지도 열심히 알린다. 내가 ‘NCT전략’이라 부르는게 있다. 리더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거다. 5개 정도의 안을 보내고 그중에서 픽(pick)해달라고 한다. 사실 이건 AB테스트 같은거다. 일반적으로 시안 정할 때 여러개 옵션을 가지고 아이데이션해서 결정하지 않나. 판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가려면 근거와 자료를 견고히 만들어야 한다. 내가 제안한 것 중에서 결정하게 하는것으로, 바쁜 리더들의 귀찮은 일을 줄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건 제안서나 소프트웨어, 전략, 사업계획서를 쓸 때도 활용되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을 하면 논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로 설득해라.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옵저베이션을 배웠다. 사용자를 관찰하는거다. 나는 살면서 울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우리 서비스 이용자들이 가수 콘서트를 본 뒤 울면서 나오더라. 그들을 이해해야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거라 생각하기에 열심히 살피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내 KPI를 상대방의 눈으로, 한 직급 위 사람의 눈으로 본다. KPI는 기업은 물론 개인이 달성해야할 목표같은 거다. 나의 KPI와 상대방의 KPI는 다를 수 있다. 개발팀의 KPI와 디자인팀의 KPI가 같지 않다. 때문에 상대방의 일과 내 일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로 접근해서 살펴야 한다. 이것과 관련 내용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있다. 참고하면 좋다.
개인 성장에 필요한 것.
꾸준하게 정보를 접하고 공부하는게 필요하다. 나는 정말 많은 스터디에 참여해서 공부한다. 디자인 관련 책도 보고 하버드 리뷰나 미디움, 테크크런치 등 매체에서 정보를 얻는다. 디자인 모터, 디자인디테일스 등 팟캐스트도 도움이 된다. 이를통해 인사이트를 얻들 수 있었다.
의지 문제긴 하지만, 온라인 교육 서비스의 프리패스와 평생수강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됐다. 나도 많이 등록했는데 끝까지 한게 별로 없다. 제일 손쉽고 좋은 공부법은 사내 세미나였다. 앞장서서 여러 직군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무자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다른 회사 실무자들과의 그룹스터디도 도움이 되었다. 그들의 프로세스가 일을 하는데 좋은 참고가 되었다.
업무가 바빠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PT처럼 배운다. 일례로, 나는 UX를 알고 싶어하는 마케팅 실무자에게 A부터 Z까지 알려주고, 그 사람은 나한테 퍼포먼스 마케팅을 알려주는 형태의 재능교환을 한 적도 있다.
연봉협상을 위한 준비물
내가 한 업무가 회사 혹은 팀의 KPI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카이브를 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내 가치와 시장이 평가하는 내 가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정량적으로 표현이 되면 좋다. 내가 주니어들에게 자주하는 말이, 최대한 면접기회가 있으면 많이 가보라는 거다. 회사는 팀원에게 줄 수 있는 연봉에 한계가 있다. 이직을 통해 올려야 한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가치와 시장의 가치를 맞춰야 한다.
플랜B를 준비하자.
자신에 대한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 물론 실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가고싶은 팀이 있으면 잡 스크립션(Job scription)을 해서 최신 스킬 셋 트랜드를 파악하는게 좋다.
해외기업을 염두에 둔다면 이력서 스킬업도 필요하지만 먼저 링크드인 셋업을 하는게 좋다. 링크드인은 친구숫자를 늘리기 힘들다. 처음에는 관심분야를 검색하고 관련자에게 다 친구신청을 해라. 잡타이틀이 비슷하면 받아준다. 링크드인 친구가 500명 이상이면 업계에 어느정도 한다는 인상을 준다. 500명이 넘어가면 나한테도 친구신청이 들어온다. 관리를 해놓으면 잡오퍼가 제법 온다.그리고 링크드인에서 전문가들에게 질문해라. 가능하다면 커피라도 한 잔 해라. 어떻게 일하는지 정보도 듣고,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도 시켜줘라. 업계가 좁아서 인력은 돌고돈다. 헤드헌터, 리쿠르터들과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레퍼런스 체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 평소에 평판관리가 필요하다. 때문에 직장을 나올 때는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하다. 회사에 싫은 사람이 있더라도 자본주의 미소로 대해라. 언제 아쉬운 소리를 하게될 지 모른다.
면접 시 자신이 주도적으로 한 프로젝트를 우선시하라.
면접장이나 이력서에 대기업과 한 프로젝트를 맨 먼저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정도 프로젝트는 수십, 수백명이 하는 일이다. 면접관도 그건 잘 안다. 그보다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프로젝트 위주로 설명하는게 좋다. 그리고 프로젝트 진행 중 발생한 문제점, 한계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회사의 PR이 곧 퍼스널 브랜딩
나는 회사의 이슈를 여러 채널에 포스팅한다. 회사홍보도 하고 내 열정도 보여주는거다. 그게 퍼스널 브랜딩으로 이어진다. 세미나나 수업을 다녀오면 그 내용을 요약해 포스팅한다. 처음에는 큰 관심을 못 받았지만, 지금은 읽어주고 반응하는 친구가 제법 늘었다. 개인적으로 지그재그, 토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등에서 이를 잘 한다고 본다.
회사 팀원이 아니라 개인으로 살아남기를 준비한다.
2017년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병원에 2주 정도 입원하라 했는데 붕대를 감고 출근했다. 워커홀릭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정신이 번쩍들었다. 내가 회사원으로는 인정받을 수 있지만, 개인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다음 스텝을 생각했다. 나 개인의 스토리를 써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거다.
20살 때 내가 30대가 되면 람보르기니를 살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이자리에 걸어서 왔다. 예측은 잘 안 맞는 복잡계에 속한다. 뭔가 성과가 나려면 운과 상황이 맞아야 한다. 비트코인을 2013년에 알았다. 관련 콘퍼런스에 가면 1비트코인을 모두에게 줬을 때다. 당시 행사에 열심히 가서 비트코인을 모았다면 람보르기니를 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스로 찍은 영상을 유튜브 처음 올린게 2014년이다. 하지만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이 몇십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실천이 부족했던거다. 퓨디파이나 방탄소년단 등은 실천을 한 것이 주효했다. 매일 올리고 시청자와 소통한다. 그게 연결이 되어 정점에 오르게 된거다. 꾸준히 시도해야 블랙스완을 발견한다.
- 직업의 경계를 허물자. 골고루 할 줄 아는 ‘제너럴리스트’
문제는 똑똑한 사람이 너무많다는 거다. 스페셜리스트가 많은거다. 나는 제너럴리스트다. 하지만 개발과 디자인 그리고 비즈니스까지 제너럴하게 다 할 줄 안다. 그게 스페셜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프레임 경계를 없애려 노력 중이다. 내가 할 일, 다른사람이 할 일을 명확히 구분지어 버리면 나 스스로의 성장하는 것을 막는거다. 그래서 커리어 전략을 짤 때, 테크와 디자인, 비즈니스의 교집합을 만들고 있다. 그게 내가 가치와 생존전략이다.
- 직업도 분산투자. ‘사이드 프로젝트’
직업도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회사에서 연봉 20%를 매년 올리는건 힘들다. 개인삶을 포기해야 가능할거다. 하지만 관점을 회사 밖으로 돌리면 쉬울 수 있다. 회사에서 연봉을 높여야한다는 프레임에 갖히면 그게 안 보인다. 이걸 깨는 방법 중에 하나가 사이드 프로젝트다.
일례로, 나는 처음에 사내 세미나를 하면서 직원 교육을 했다. 이후에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무료 강연 요청이 와서 했다. 무료 강연은 시장 진입비용이라 생각했다. 그 다음에 유료 특강기회가 생겼다. 그게 심화되니 교육 기업 등에서 정규강의 요청이 왔다. 사내 세미나 연사에서 전문 강사가 된거다. 1년 반 정도 해보니 커리큘럼 PPT만 2000장이 쌓이더라. 가까운 목표는 기업과 대학에서 UX강의를 하는거다.
- 일기를 쓰다 책 저자로
지금은 보통사람들도 글을 쓰는 시대다. 미디엄에서 내가 구독하는 유명한 디자이너들은 글 하나를 올리면 몇십만, 몇백만 뷰를 찍는다. 나도 여러 채널에 글을 썼고, 심화되어 책을 냈다. 저자라는 말을 쓰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글로 돈을 벌수 있게 되었다. 그게 칼럼이나 강의 제안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다 콘텐츠다. 그걸 연봉올리는 소스로만 쓰는건 아깝다. 글을 열심히 쓰니 기회가 왔다.
- 사이드프로젝트에서 외주프로젝트로
사이드 프로젝트의 장점은,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거다. 틀려도 된다. 이게 제일 좋다. 회사는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틀려도 안 되잖나. 작년에 하나였던 사이드 프로젝트가 지금은 6개나 된다. 고진감래는사이드프로젝트에 적합한 표현이다. 스타트업이나 테크기업에서 MVP(최소제품)라는 것이 있듯 사이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점점 디벨롭하는거다. 물론 회사에서는 회사일만 한다. 사이드프로젝트는 회사 밖에서 한다.
- 유튜브도 한다.
시작단계지만 나름 프로덕트를 갖춰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콘텐츠는 돈과 같다. 널리 퍼지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가치가 만들어진다.
어차피 대부분 실패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나’라는 프로덕트를 실험하는 거고 짧은기간 KPI를 가지고 하는거다. 실패가 많은건 당연하다. 확률상 10개 중 하나가 될까 말까다. 인풋대비 아웃풋을 생각하면 뭐든 시작조차 못 한다. 즐기는게 중요하다. 즐기고 오래하다보면 터질 수 있다. 큰 걸 생각하면 힘들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거부터 하는게 좋다. 그것이 연결되면 나중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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