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시장 가격과 실제 회사 가치가 맞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혼란”
“창업자 10명 중 7명은 투자 시장 혹한기 체감…비용 절감, 흑자 사업 집중, 투자 유치 계획 조정, 매출 다각화 전략 마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22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창업자, 스타트업 종사자, 대기업 재직자, 대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해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를 공동 발간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예리 오픈서베이 팀장의 트렌드 리포트 2022 요약을 시작으로 이기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모더레이터), 이진석 한국벤처투자(KVIC) 벤처금융연구센터 센터장,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김천지 토스 컬쳐에반젤리스트(CE) , 장현지 구글스타트업캠퍼스 매니저 등 패널들이 투자와 채용을 주제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는 약 54점으로 전년대비(79점) 대폭 하락했다. 창업자 10명 중 7명이 지난해(2021년) 대비 스타트업 생태계가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응답했다. 1년 전에 비해 생태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이유로는 ‘벤처캐피탈의 미온적 투자 및 지원’이 57.1%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에 창업자 61%는 1년 전에 비해 ‘스타트업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인식 확산’을 긍정 요소로 꼽았다.
또한, 정부 역할 평가는 62.1점으로 작년(69점)보다 소폭 감소했다.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창업자는 상대적으로 정부 역할에 높은 평가를 줬다. 창업자들은 세제혜택/세금감면(7.4%), 금융 규제(6.4%), 노동/노무 관련 규제(6.4%)을 완화가 시급한 정부 규제로 꼽았다.
창업자 82%는 지난해 대비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창업자 54.5%는 작년 대비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주로 경기침체, 투자 시장 위축, 금리인상,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작년 대비 투자 유치가 어려워 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창업자 58%는 벤처투자 시장 혹한기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69%는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투자 유치 단계별로 살펴보면, 시리즈 A 투자 이상 스타트업 창업자의 인지 및 체감 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 49.5%가 벤처투자 시장 혹한기 이슈로 인해 기업의 투자 유치 계획 일정을 앞당기거나 미루었다고 응답했다. 시리즈A 투자 단계 창업자들은 65.5%, 시리즈 B 투자 단계 이상 창업자들은 52.8%가 투자 유치계획이 변동되었다고 답했다. 창업자들은 투자 혹한기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 비용 절감(52.0%), 흑자 사업 집중(48.5%), 투자 유치 계획 조정(43.5%), 매출 다각화 전략 마련(41.5%)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스타트업 재직자가 생각하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토스(23.2%)가 가장 많이 응답되었고, 뒤를 이어 배달의민족(9.2%), 당근마켓(8.0%) 순으로 응답됐다. 일하는 방식을 알고 싶은 스타트업 역시 토스(23.2%), 배달의민족(10.4%), 당근마켓(6.8%)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재직자가 생각하는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토스(14.0%)가 가장 많이 응답되었고, 일하는 방식을 알고 싶은 스타트업으로는 카카오, 토스, 배달의민족 순으로 나타났다.
김천지 토스 컬쳐에반젤리스트(CE) 는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에 포함되어 기쁘다”며, “토스의 문화는 한 마디로 자유와 책임이다. 업무에서 실행 권한이 팀원에게 있다. 일을 추진할 때 상급자의 컨펌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의사결정을 하기에 실행 속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그는 채용관련 이슈에 대해 “구직자가 어떤 마인드셋, 스킬셋이 준비되어 있느냐에 따라 선택권이 이동한다”고 말했다.
가장 선호하는 벤처캐피탈(VC)을 묻는 질문에는 알토스벤처스(16.5%)가 1위로 뽑힌 가운데, 소프트뱅크벤처스(13.5%), 한국투자파트너스(6.0%), KB인베스트먼트(6.0%)가 뒤를 이었다.
가장 선호하는 액셀러레이터로는 프라이머(11.5%)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블루포인트파트너스(10.0%)와 스파크랩(7.0%), 퓨처플레이(7.0%) 매쉬업엔젤스(6.0%) 순으로 나타났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는 자본과 함께 VC와 액셀러레이터를 경험하는 거다. 스타트업을 대하는 태도와 투자 이후의 성장 지원 등이 순위에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피투자 기업의 가치를 성장시키는 것이 하우스의 역량을 좌지우지 하는데, 그런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용관 대표는 투자 혹한기 상황에 대해 “실제 시장 가격과 기업 가치가 맞춰지는 과정이고 이격(離隔)이 큰 회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바이오 등 유통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얼어붙고 있고, 이전 기업가치의 1/3로 평가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투자자들은 시장가격과 기업 가치의 차이가 맞춰지길 기다리는 추세이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VC의 회수와 투자가 멈춘 상황이다. 자산가치의 재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업가치 하락 속에서도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는 운이 좋은 것이다. 그 단계까지 못 가는 기업이 더 많다. 사업은 긴 여정이고 생존해야 다음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회사의 핵심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회사의 핵심에 더 접근하면 효율성과 경쟁력이 올라가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고용 시장에 매서운 한파가 불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대규모 인원 감축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도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확대하기 보다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새로 채용하기 보다는 기존 인력을 바탕으로 효율화하거나 재조정하는 중이다.
반면에 초기 스타트업은 여전히 인재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장현지 구글스타트업캠퍼스 매니저는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과 다르게 얼리스테이지 스타트업은 인재확보가 여전히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자금 확보와 함께 인재를 영입해야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경제 상황 악화 가능으로 인해 창업자 40.5%는 2023년에도 지금의 분위기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37%는 지금보다 부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응답자 22.5%에 비해 현상 유지/부정 전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관 대표는 “내년이 실물 경기는 더 안 좋을 거라 전망된다. 투자는 선행하는 측면이 있기에 반전이 일어나는 흐름을 잘 예측해야 한다. 자금 유동성이 좋을 때는 기술특례 상장이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관련 모험자본이 많이 줄었다. 스타트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어갈 때까지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며 “근래 신약분야가 어려워진 반면 합성생물 분야, SaaS, 우주공학 모델에는 투자가 많이 집행되고 있다. 아이디어가 좋거나 창업자의 시장 대응과 역량에 따라 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벤처투자 혹한기를 체감하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번 트렌드리포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창업자들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모델을 손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스타트업들이 핵심 비즈니스 중심으로 체력을 키워낸다면 충분히 겨울을 이겨내고 다가오는 봄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는 2014년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매년 함께 발표하는 자료다. 매년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의 변화를 분석해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는 취지다.
이번 설문조사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의 인식과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총 5일간 오픈서베이와 리멤버(창업자)를 통해 진행됐다. 창업자 200명, 대기업 재직자 250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취업준비생 200명이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