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가 전략 투자한 잡화점 ‘미니소’, 신유통 첨병될까
몇년 전 중국 거리에서 처음 ‘미니소(miniso名创优品)’ 매장을 봤을 때 로고 색감에서 유니클로를, 진열방식에서 무인양품(MUJI)을, 명칭에서는 다이소를 떠올렸다. 매장 로고에 일본어가 보인 것도 있고, 신규 매장 오프닝 세리머니에 매장 직원이 기모노를 입고있어 자연스럽게 일본 브랜드라 생각했다. 미니소가 중국 브랜드(중국 지분 100%)로 ‘미니멀리즘을 판매하는 장소’를 표방한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조금 지나서였다.
미니소는 중국의 무인양품을 지향하는 SPA 브랜드다. SPA브랜드란, 제품을 직접 제조해 유통까지하는 전문 소매점을 일컫는다. 짧은 간격으로 새 스타일의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한편,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것이 이 SPA 브랜드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 전략이다. 실제 미니소는 매장 느낌과 제품 구성 상당 부분을 무인양품 등에서 차용했다.
이 기업이 근래 주목받는 이유는 정체기로 들어선 중국 경제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2013년 중국인 창업자 예궈푸와 일본인 디자이너 미야케 준야가 손을잡고 설립한 미니소는 광저우 1호점을 시작으로 중국 3, 4선 도시를 집중 공략해 확장해 왔다. 예궈푸는 일본 여행에서 200엔 샵 등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한다.
미니소는 현재 2000여 개의 중국 내 매장과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등 78개 국에 1000여 개 스토어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은 약 180억 위안(약 3조 원) 규모. 전년대비 1조 원이 늘어난 수치다.
저렴한 생활용품을 파는 수많은 업체가 경쟁하는 가운데 후발주자로 나선 미니소가 갖는 경쟁력은 ‘가성비’와 ‘가심비’다. 매장 내 전시된 3000종 제품 과반이 10~30위안(한화 1600원~5천 원) 사이의 가격이다.
가성비 높은 전자제품이 많은 곳으로 젊은층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어 밀레니얼 세대, 여성층이 주로 찾는다. 스스로를 ‘일본 디자인 기반인 회사’라고 소개하며 메이드 인 차이나를 희석시킨 전략도 어필하고 있다. 특히 학생과 여성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 소품이 많다. 트렌드를 읽어 반영된 상품 디자인은 물론 가성비로 부담없이 들러 한 두 개 구매를 할 수 있는 매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니소 등 노브랜드의 성장은 소비자의 의식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보유한 물건으로 부를 과시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산업이 공유경제 비즈니스다. 자동차와 자전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빌려쓰는 것이 이들이 선호하는 소비인 것이다. 이들이 소비주체가 되면서 품질이 좋으며 저렴한 제품에 대한 니즈가 늘었다. 미니소의 주요 고객인 18-35세 젊은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소비패턴은 극명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쾌적한 쇼핑 환경을 더했다.
미니소는 시작부터 글로벌 트랜드와 정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전통 오프라인 브랜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에서 정 반대로 오프라인 위주의 행보를 펼쳐온 것이다. 이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이 전략이 대세가 된 상황이다. 온라인으로 성장한 샤오미가 제 2의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중국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오포의 상승세가 이를 증명한다.
미니소는 200명이 넘는 미니소 구매 담당자들은 매주 글로벌 트랜드와 동향을 파악해 그에 맞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 자체 디자인한 제품은 중국 내 800여 개 공장에서 생산한다. 노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각 제품에 미니소 로고를 붙여 노브랜드의 브랜드를 추구한다. 각 공장에서 발굴한 유니크한 아이템도 구매해 전시한다.
아울러 자주가도 볼 것이 있는 제품 진열을 한다. 미니소의 제품 회전율은 평균 21일에 불과하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과 배송 물류 시스템은 이 기업의 보이지 않는 강점이다. 소비자 트랜드에 바로바로 반응하는 정책이다.
미니소의 성장을 곱지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의 지재권 침범의 대표사례로 동종 브랜드 ‘에모이’와 함께 지목되기도 한다. 샤오미가 애플의 산자이로 시작했듯, 미니소 역시 무인양품의 외형을 상당부분 차용했기 때문이다. 미니소도 이를 의식한듯, 근래는 지적재산권을 가진 제품 공급자와 직접 협력하는 방향으로 상품을 개발 중이다. 현재 미니소에서 전시·판매되고 있는 품목의 80% 이상이 자체 기획한 브랜드 상품이다.
대다수의 제품을 중국에서 제조해 단가를 낮추고 있지만, 해외 매장에서는 현지 구매자 취향에 맞는 로컬 브랜드를 발굴해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 일본, 한국, 스웨덴, 덴마크 등에 500여 명의 제품 디자이너를 고용해 ‘북유럽 스타일의 심플한 제품’을 다수 내놓고 있다.
미니소는 지난해 9월 텐센트와 힐하우스캐피털 등으로부터 10억 위안(약 1,666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유치를 했다. 미니소의 첫 외부 자금 조달로, 금액보다는 텐센트와의 협력에서 주목받는다. 텐센트식 신유통 첨병으로 향후 미니소가 스마트 스토어로 가는 전초단계라는 분석이다. 이를 발판삼아 미니소는 IPO를 추진 중이며, 2022년까지 해외 7,000여 개 매장을 포함하여 1만 개 이상의 매장을 열고 연간 1000억 위안(16.6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2016년 8월 서울 신촌서 첫 매장을 연데 이어 현재 전국에 60여 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