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스타트업이 실패를 통해 배운 것
사무실 간식을 골라서 보내주는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 ‘스낵포’와 직장인을 위한 사내식 정기배송 서비스 ‘그랜마찬 오피스’의 공통점은 직장인의 먹고사니즘 고민을 해결해주는 콘셉트라는 것이다. 아울러 앞선 실패를 통해 탄생한 프로덕트이기도 하다. 27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107번째 테헤란로 커피 클럽 연단에 이웅희 스낵포 대표와 구교일 그랜마찬 대표가 섰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업 아이템은 소비자로부터 나와야 하고, 서비스 핵심 역량은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두 번의 창업 실패를 통해 배운 것
무엇을 팔지를 고민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첫 창업을 했다. 제품을 잘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사줄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더 나아가 가본적도 없는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다음 창업 아이템은 내가 하고싶은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트렌드를 살펴보니 사람들이 영상을 즐겨보기에 해외영상에 자막을 입혀주는 서비스로 두번째 창업을 했다. 플랫폼 사업이라 개발이 들어가야 했는데, 그때는 여력이 안 되서 외주를 맡겼다. 밖에서 하는 개발이라 사용자 피드백 반영, 빠른 수정, 보완이 어려웠다. 어설픈 결과물을 냈고, 시간과 비용만 낭비했다.
1년 6개월 간 두 번의 창업에서 배운건, 소비자로부터 아이템이 나와야 하고, 개발 등 서비스 핵심 역량은 내부 팀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찾는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소비자를 찾아간다…세 번째 창업의 콘셉트
지금 서비스(스낵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에서 찾았다. 창업 이전 7년간 회사 조직에서 신사업 개발을 했다. 전 사업 때 첨단 IT회사 즐비한 판교에 둥지를 틀었는데, 주변 회사를 살펴보니, 간식에 대한 니즈가 있는 반면 구매방식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 그 간극을 매운다면 좋은 기회가 될거라 봤다. 40만 원 예산으로 시작했다.
세상에는 간식의 종류가 너무 많다. 대형마트에있는 것도 일부에 불과하다. 직원 입맛에 맞는 간식을 기업 담당자가 일일이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아울러 세상 모든 간식을 소비자가 다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구매자가 입맞에 맞춰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 간식이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찾아가면 된다고 봤다. 그게 스낵포의 콘셉트가 되었다.
소비자는 새로우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간식을 선호한다. 우리 서비스는 주문자가 몇 가지 설문에 응답하는 것으로 간식을 큐레이션해서 보낸다. 지금은 구글닥스로 받는다. 일례로, 한 기업은 전 직원에게 간식관련 설문 계정을 연다. 1차로 기업 담당자가 컨펌하고 거기에 맞춰서 우리가 제공한다.
맛, 향, 칼로리 구성, 남성·여성 취향 등 설문 정보를 바탕으로 맞는 제품을 찾는다. 우리가 직접 다 먹어보고 매칭한다. 1년간 운영하며 회사, 가정, 인원 등 고객군 별로 특성이 다름을 알았다.
매출 90%는 B2B에서…끝없는 개선 과정
사람이 대응하는 큐레이션이다보니 아무래도 분류과정과 배송이 오래 걸린다. 그걸 머신러닝으로 해결하려고 개발 중이다. 정부 R&D로 올해 9월까지 완료하는 게 단기 목표다 소비자 피드백을 받아서 계속 개선시키고 있다.
기업 고객은 작은 편의점을 업무공간에 옮기는 형태로 제공한다. 상품 구성과 물류, 설치까지 직접 방문해서 셋팅한다. 토탈간식케어 서비스인 셈이다. 매출의 90%는 B2B에서 나온다. 매출기준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역은 강남과 판교다. 비바리퍼블리카나 블랭크코퍼레이션, APR등에서 이용 중이다. 일반, 프리미엄 간식, 회사 다과도 제공 중이다.
편의점 형태는 관리포인트가 많아 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자금사정이 좋은 기업은 부담이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허들이 있다. 그래서 편의점 기업과 협업해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마케팅에 돈을 쓴 적은 없다.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를 관리할 뿐이다. 검색량으로보면 네이버에서 들어오는 비율이 80%정도다.
스낵포는 이제 1년 지난 스타트업이다. 4명이 시작해서 지금은 8명이다. 100원 매출이 힘들다는 걸 아는 팀원들이 모여 노력하고 있다. 다른건 몰라도 국내에서는 간식을 제일 잘 준비할 자신이 있다. 간식이 필요하면 연락달라.
필요에 의해 관심을 가진 가정간편식 시장
대학생 시절인 2016년 간편식 HMR(가정간편식)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학교가 반월공단 한 가운데 있어 식사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특히 방학 때는 같이 밥먹을 친구도 없었고 먹을 곳도 찾기 어려웠다. 학생회장이기도 해서 학생 복지차원에서 반찬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제품을 발굴해 벌크로 받아 포장해 새벽에 자취방 문거리에 걸어줬다. 우리학교만 하다가 주변 4개 대학으로 넓혔다. 돈이 되지는 않았다. 원제품가에 1000원 정도 더 붙였다. 내 차로 배송을 했는데, 배송에 경험이 없다보니 자취방을 찾는데도 오래걸렸다. 전문가가 있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수요를 확인했고, 기술이 해결해주는 과제도 있지만 맨파워도 필요함을 알았다.
서비스 영역 확장…경험부족으로 실패, 팀해산
넓게 타겟팅을 해 지역기반 반찬배달을 하려고 했다. 지역 300여 개 반찬가게를 다니면서 매장과 메뉴 발굴을 했다. 당시 콘셉트는 반찬가게와 배송을 연결하는 거였는데, 잘 안 되었다. 음식배달 앱에 반찬가게가 많이 없는 이유와 같다. 자장면은 주문을 받고 바로 만들지만, 대부분의 반찬가게는 그날그날 만드는 메뉴가 다르고 계획한만큼만 판다. 즉시주문을 받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현장상황에 밝지 않았던 거다.
피봇 고민을 했다. 앞서 찾아간 300여 개 반찬가게 중 80군데는 문을 닫은 곳이었다. 업주가 아프면 문을 못 열기도 했다. 중소상공인이라서 지속성에서 위험요소가 있었다. 그래서 좋은 가게를 발굴해서 마켓플레이스로 전국으로 배달하는 형태로 피봇을 했다. 이륜차 배송이 아니라 택배기반이었다. 그런데 큰 기업에서 비슷한 반찬배송을 시작하더라. 물류나 경험치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2017년 8월에 팀 해산을 했다. 1년 넘게 하면서 배운건 현장에 답이 있다는 거였다.
에피소드라면, 팀 해산 후 혼자 남았는데 앞서 신청한 IF2017행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사업 계획을 세운다는 마음으로 학교 후배에게 밥 한끼 사준다 말하며 참여했다.
혼밥하다 새로운 기회 찾아
4개월간 가산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직장인이 어떻게 밥을 먹는지를 알게되었다. 가산은 밀집된 빌딩 구조로 오피스가 많다. 지하에 구내식당, 일반 식당도 많았다. 그런데 직장인들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더라. 선택지도 부족했고 매뉴의 중복이 많았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 줄을 서야하는 번잡함, 식사시간 때마다 발생하는 만원 엘리베이터의 불편함도 보였다.
문득 가성비가 좋은 편의점 도시락이 보였다. 다만 편의점에서 3분간 데워 비닐봉지에 넣어가는 직장인의 모습에서 감정을 상승시키는 요소가 낮아 보였다. 그래서 들어갈 수 있는 공유오피스 등에 가서 탕비실을 살폈다. 도시락에 쓰는 플라스틱 용기 현황을 본거다. 그 과정에서 기회를 봤다.
직장인의 심리를 챙기는 서비스
한 끼라도 고민하지 않고 먹고, 일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직장인을 위한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직장인이 강남에서 한 끼를 먹으려면 8천원 정도 쓴다. 지역 특성상 임대료가 높아 단가가 높은 회식용 메뉴에 몰려있다. 점심 때 먹을만한 곳, 메뉴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서비스라면 가능성이 있겠다 봤다. 그래서 직장인을 위한 사내식 정기배송 서비스 ‘그랜마찬 오피스’를 시작했다.
강남, 서초를 중심으로 하고있다. 좋은 물류회사를 만나 그외지역은 새벽배송도 한다. 기존 도시락 배달은 냉동제품이었고 따뜻하게 배송되지 않았다. 우리 3분정도 데워야 하지만 냉동이 아닌 형태다. 가성비를 생각하는 동시에 감정적으로 챙김을 받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패키징도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했다.
앞선 서비스와 이 서비스는 둘다 지역기반으로 한다는거다. 이전 사업에서 어려웠던 건 품질관리였다. 아울러 고객의 니즈도 명확하지 않았고 그 수가 많지도 않았다. 강남, 서초는 들어갈때부터 수요가 있었고, 직접 생산을 하며 관리를 하고 있다. 앞선 사업에서 인연이 된 ‘그랜마’ 두 분과 조리과학고 청년 쉐프가 음식품질을 관리한다. 고객이 만족할만한 가격 안에서 구조를 맞추고 있다.
일별 사이클을 맞춰가며 다양한 메뉴를 제공 중이고 배달과정에서 마음에 안 드는 반찬이 있는지, 더 먹고 싶은게 있는지 등 피드백을 많이듣고 반영한다. 회사에 1평의 공간만 주면 사내식당도 만들 수 있다.
우리 서비스는 직장인의 심리를 헤아리는 것을 콘셉트로 한다. 누군가에게 챙김을 받고있다, 회사가 나를 챙기고 있다는 가치를 제공하려고 한다. 우린 먹은 뒤의 가치를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