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人사이트] 스타트업이 해외 전시회에 갈 때 준비해야 할 것
“MWC에 4번 참가한 퀵소(Qeexo) 이상원 대표에게 MWC에 오는 이유를 물은적이 있다. 그는 ‘우선 많은 사람들이 오기에 기업홍보는 물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할 수 있으며, 기업 의사결정권자들과 미팅이 가능하다’는 답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직원 사기진작’이라고 부연했다. 부스를 차리고 자사 기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들고, 평소 고객을 만나기 어려운 개발자 등이 현장을 경험하며 느끼는게 많다는 것이다.” –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세계 3대 IT전시회로 불리우는 MWC, CES, IFA는 글로벌 대기업의 각축장이다. 전세계 미디어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각 기업은 신제품과 신기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의사결정자들이 모여 합종연횡을 발표한다.
올해 CES와 MWC는 각국 통신사와 장비 제조사들이 자사 5G 기술 성과를 알리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5G 외교’를 활발히 펼쳤다. 각 기업 간 협력에서 중국기업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기술부분에서 중국의 성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이 분야 협력 파트너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은 화웨이다. 화웨이는 이번 MWC에 4개의 대규모 부스를 꾸려 5G 관련 기업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각설하고.
MWC, CES, IFA를 비롯해 국내외서 열리는 IT전시회의 근래 트랜드는 스타트업 특화관이다. 4YFN(MWC), 유레카파크(CES), IFA 넥스트(IFA), 이노벡스(컴퓨텍스) 등 스타트업 섹션에 모인 전세계 스타트업은 글로벌 IT기업 못지않게 주목을 받아왔다. 국내서도 매년 다수의 스타트업이 참가해 작지않은 성과를 거둬왔다.
하지만 이들 IT 전시회는 참가만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글로벌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은 주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만반의 준비가 없으면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오기 쉽다.
14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테헤란 로 런치클럽서 장재희 토룩 CMO(마케팅 총괄)이 스타트업 입장에서 참여한 MWC2019에 대한 리뷰를 했다. 그는 MWC에 가기 전, 가고난 후, 부스운영 등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해 공유했다.
2012년 1월 설립된 토룩은 소셜로봇(반려로봇) ‘리쿠’의 개발사로 2017년 케이큐브벤처스와 카카오브레인으로부터 투자유치를 한 바 있다. 이하 강연내용 정리.
“12만 평방미터(3만 6천평) 규모의 전시장에서 열린 올해 MWC는 방문객 10만 9천 명, 200개 나라에서 7900여 명의 기업 CEO가 왔으며, 2400개 회사가 전시했다.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3000여 개의 미디어가 왔다. 스타트업에게 좋은 비즈니스 기회가 있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MWC 가기 전에 고민해야할 것
우리가 15제곱미터(약 4.5평) MWC 부스 임대로 나간 비용이 3500만 원이다. 대기업이 큰 부스를 꾸리는 것이 비해 매우 작은 규모다. 그나마 타 스타트업과 반씩 나눠썼다. 여기에 참석한 팀원 출장비 등이 추가로 들었다. 정부기관의 지원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우린 매출이 없어서 탈락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큰 비용을 들였는데 주목성이 떨어지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작은 기업은 어떻게 해야할까. 전시는 쇼다. 전시회 참가 전 무엇을 보여줄지, 무엇을 얻을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부스가 시작포인트다. 15제곱미터 공간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를 찾아야 한다.
부스는 이뻐야한다. 눈돌아가게 이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제대로 부스 시안을 만들어 보내야한다. 대기업 부스는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 찾아온다. 우리같은 스타트업은 한국에서도 낮설기에 주목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부스는 무조건 눈에 띄고 이뻐야 한다. 멋진 사람을 볼때 눈을 돌리는 것과 같다. 부스에 텍스트가 많으면 안 된다. 많은 기업이 부스에 설명을 넣으려 노력하는데, 경험상 10%정도만 그걸 읽는다. 글자보다는 그림, 색상에 더 눈길을 보낸다.
부스도 브랜딩을 해야한다. 우리가 어떤회사고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한 마디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회사 카피와 제품 카피를 준비해 갔다. 제품명 ‘리쿠’라는 이름을 방문객에게 온전히 전달하려고 했다. 리쿠라는 로봇이 인간의 삶을 위한 좋은 로봇이라는 것을 인지하게끔 브랜딩을 담았다.
콘텐츠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비디오 자료는 추천한다. 우린 로봇이 친구가 되고 생활 속에 어떻게 녹여지는지를 담은 영상을 계속 플레이했다. 그걸 끝까지 본 방문객이 많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험이다. 데모를 준비하면 이목을 끌 수 있다. 아울러 브로셔, 비즈니스 카드, 스티커, 배지 등 방문객이 가지고 싶어하는 프리 기프트도 준비했다. 해외 전시회는 CEO가 가는게 좋다. 제품을 주목한 방문객이 대표를 찾는 경우가 많고, 미팅도 그자리에서 이루어진다. 부스에 의사결정자가 상주하는게 좋다.
준비가 부족하면 추가비용이 든다. 결과적으로 우린 브로셔 준비를 적게해 갔다. 비즈니스 미팅을 우선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째날이 안 되어 다 떨어질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현지에서 국내대비 2배 이상 비용을 써가며 프린팅을 했다.
MWC 운영을 하며 경험한 것
MWC서 우리같은 스타트업 부스의 포지셔닝은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아닌, 지나가다 들리는 부스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갔는데 텅텅비면 낙담할 수 밖에 없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기본은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걸어야 한다는 거다. 첫 날 살펴보니 상당수 방문객이 1m 떨어져서 눈으로만 보다가 가더라. 그래서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걸었다. 그러니 거리가 줄어들더라. 가까이 오고나면 우리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거다.
대부분 방문객이 길어야 몇분 정도 있다 가지만, 비즈니스 카드를 가져간 사람들 중에 심심찮게 연락이 온다. 그래서 시연이 중요하다. 우리야 하드웨어 기업이니 가능한 일이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은 시연이 어려울 수 있을거다. 하지만 전시회에 참석했다면 현장에서 짧은시간에 제품을 보여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린 리쿠가 살아있는 로봇임을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갔다. 로봇의 렌즈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모습, AI를 통해 어떻게 로봇이 움직이고 행동하는지도 보여줬다. 이 부분에 취재진이 관심을 많이 가졌다.
아울러 FAQ를 준비해가야 한다. 영어는 모국어처럼 익숙하지 않다. 방문객이 제품에 대해 뭔가를 물어볼 때 말문이 막히면 안된다. 사전에 스크립트를 만들어 팀원들과 리쿠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적어 외웠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물어봐도 술술 나오게 숙지하고 갔다.
우리 부스를 찾은 방문자의 기억에 남아야 한다. 우린 로봇을 만져볼 수 있게 했다. 방문객에게 안아보라고 건내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더라. 로봇의 피지컬리티를 느끼고 감정을 느끼는게 보였다. 돌이켜보면, 부스를 찾은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에 공유하고 싶게 자랑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미디어를 활용하라. 비즈니스 미팅은 부스에서 하는게 좋다.
GSMA(MWC 주최측)에 부스 신청을 하면 미디어 리스트를 준다. 우선 우리 카테고리에 나오는 미디어 수백 개를 찾아 소개 메일을 보냈다. MWC2019라는 문구를 제목에 꼭 넣어야 한다. 미디어들은 행사 전 수천통의 메일을 받으니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메일에는 우리 회사와 프로덕트, 그리고 부스 위치를 명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프로덕트 이미지를 본문 안에 넣어야 한다. 제품 설명이 있는 링크는 유용성이 떨어진다. 본문에 가장 매력 넘치는 이미지를 선택해 함께 보내는게 좋다. 취재요청 메일이 오면 시간을 잡고 진행하면 된다.
미디어가 오면 부스 앞에서 촬영을 한다. 그런 모습 자체가 모객에 도움이 된다. 밥을 먹을 때도 로봇을 들고다녔는데, 통신사를 비롯해 로컬미디어 등에 나가니 식당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더라. 미디어에 실리면 많은 도움이 된다. 행사기간 중 우리가 실린 뉴스 검색을 매일했다. 영어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로 취재가 되고 보도가 되었다. 그걸 트위터 등으로 재전송했다. ‘MWC 투어’라는것이 있다. 대부분 투어는 1~20명 규모로 관료나 기업 CXO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 부스는 투어에 포함되어 그들이 올 때마다 체험하게 유도했다.
MWC에는 미팅 장소가 따로 있지만, 우린 부스로 불렀다. 미팅 장소에 가면 준비한 데모를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준비를 잘 했음에도 방문객이 안 온다면
별 수 없다. 찾아가야한다. 우린 사람들이 많이가는 트래픽이 많은 부스로 갔다. 예의가 아니니 부스 안에는 안 들어갔지만, 밖에서 트래픽을 만났다. 재밌었던 건, 어느 대기업 부스에서 서성이는데 나가라고 안 하고 들어오라고 하더라. 직원들이 우리 로봇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우리 프로덕트의 특수성 때문에 가능했을거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되었다. MWC 마지막날에 행사장 전체적으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우린 리쿠를 데리고 메인 스트림으로 갔다. 다행스럽게도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효과가 일어났다. 제품이 귀엽고, 이뻐서 가능했을거다. 운이 좋았다.
해외행사는 팀워크를 믿어야 한다.
마무리하자면, 앞에 언급한 내용 외 가장 중요한 건 팀워크다. 우리가 유의미한 성과를 낸 배경도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MWC에 참석하는 것 자체로 팀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아울러 행사를 하면서 우리 프로덕트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깊게 이해하는 계기도 되었다. 한국에 있는 멤버들에게는 행사 기간 내내 성과를 공유했다. 결과적으로 팀을 하나로 묶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하 장재희 CMO와의 일문일답)
아무리 행사 준비를 잘 했다해도 돌발상황은 늘 있다.
브로셔가 그렇게 빨리 떨어질지 예상하지 못 했다. 솔드아웃이 예상돼 바르셀로나에서 프린트 업체를 찾아서 추가로 했다. 디자이너가 함께있기에 빠르게 대응이 되었다. 또 로봇을 하루 종일 돌렸기에 과부하가 발생하기도 했다. 만지게 했기에 쓰러트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생각대로 안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한 거다. 물론 바로 수리를 하게 그 부분은 준비해갔다. 하지만 수리시간 중에는 못 보여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대안, 대처가 되는 프로덕트를 가능한 범위에서 많이 준비했다. 로봇이 마음대로 안 되면 비디오를 보여주는 등 여러 상황 발생시 가동할 수 있는 플랜B를 만들었다. 보여줄게 많으면 대응의 여지가 넓어진다.
CES나 MWC에서 평소에 만나기 힘든 기업을 많이 만나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얻는게 쉽지는 않다. 인지도 외에 실직적인 효과가 있었나.
MWC 이후 전세계에서 구매 요청 메일을 많이 받았다. 당장 판매할 수 없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주문이 들어온다는건 긍정적이다. MWC에 앞서 1월 CES도 회사비용으로 참가했다. 이후 영국 파운데이션포럼에서 우릴 초대했다.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고 하더라. 그것도 성과라고 본다.
여러 IT전시회에 스타트업 특화관이 있다. 도움이 된다고 보나.
우리의 경우 스타트업관에 있는 것보다 유명한 회사 옆에 있는게 더 나았다. 투자자 등 스타트업 관계자와 접점을 찾는건 좋지만, 아무래도 메이저 언론사들의 주목도는 떨어진다. 취재 우선순위에서 스타트업관은 밀릴 수 밖에 없다. 우린 MWC 때 큰 기업 부스 옆에 있었다. 덕분에 그 기업 부스에서 파생된 트래픽을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