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한국인2019] 실리콘밸리 기업과 우리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건 시간밖에 없다
외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한다는 것,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은 여러면에서 문턱이 높다. 언어적인 문제, 문화적인 차이, 업무적인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은 모두 녹록한 과정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하기 힘든 이 도전을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한국인으로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2일 분당 그린팩토리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주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6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실리콘밸리, 실리콘앨리 등에서 창업, 취업, 커리어를 쌓은 9명의 연사가 나서 북미 창업 생태계와 트랜드를 전했다. 이번 행사는 1차 예매 7분, 2차 예매는 2분만에 마감되어 등 시작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행사장에는 약 3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행사 첫 연사는 ‘온디멘트코리아 미디어(이하 ODK 미디어) 차영준 대표가 나섰다. ODK 미디어는 한류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차 대표는 미국에서 헐리우드등 전 세계 영화사 및 방송국등과 일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ODK미디어를 미국 보스톤에서 창업해 비디오스트리밍 서비스를 북남미 포함 27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ODK미디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75여 개 방송국 및 제작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여러 유수 투자사로부터 시리즈B(Series B) 투자를 유치했다. 그중 2015년 GS홈쇼핑으로부터 23억 규모 투자를 했다.
이날 차 대표는 “창업은 끝이 없는 마라톤”이라며, “스타트업은 바다로 나가는 새끼 거북이와 같다”라고 말했다. 이하 강연 정리.
스타트업은 바다로 나가야하는 새끼 거북이와 같다.
스타트업은 바다로 나가야하는 새끼 거북이다. 새끼 거북이가 바다로 간다는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여정이다. 거대한 바다에 뭐가 있는지 들어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게 많다. ODK미디어의 초기 스토리가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간접 경험이 되길 바란다.
32개국 여행, 25개 직업, 3번의 창업…도전과 경험을 통해 찾은 길
ODK미디어는 한국에서 낮선 회사일거다. ‘온디맨드코리아(OnDemandKorea)’, ‘온디맨드차이나(OnDemandChina)’란 비디오스트리밍 서비스를 75개 파트너와 협업해 27개국에 제공 중이다. 우리 미션은 콘텐츠와 제작자를 글로벌 시청자와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총 시청시간은 2500년 분량이다. 우리 서비스는 한류팬과 한류스타를 연결하는 일도 하고있다.
개인적으로 ODK미디어가 세 번째 창업이다. 앞서 25개의 직업을 거쳤고 32개국을 여행했다. 그런 노력을 하다보니 좋아하는 걸 일찍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미디어였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
ODK미디어를 시작한 이유는, 우선 내가 헐리우드 경험이 있고, 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보였고, 한국 컨텐츠 산업의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창업 전 전세계 방송국과 일을 많이 했다. 그런 선진화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한국 미디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넷플릭스 등 OTT사업자들이 등장해 성장과 확장을 하던 2011년 회사 설립을 했다. 당시 많이 들었던 것이 한국 콘텐츠가 5~10년 뒤 큰 역할을 할거라는 거였다. 그런데 한국 콘텐츠의 해외 유통과정을 살펴보니, 수없이 많은 불법 사이트에서 대중없이 오고가고 있었다. 양질의 한국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는데, 불법유통으로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을 바꾸자는 마음이었다.
실리콘밸리 성공 스토리를 보면 차고에서 시작하는 기업 사례가 많다. 우린 차고는 커녕 창고조차 없어 내 방에서 회사를 시작했다. 책상도 없어서 박스를 가져다 깔고 코딩했다. 2012년 MIT에 가서 아이디어를 피칭을 한 뒤 첫 오피스를 얻었다.
창업은 끝이 없는 마라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정으로 원하는 분야를 찾는거다. 우리에겐 미디어였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공유하는 걸 기본으로 했다. 그래야 실현 가능하다. 전세계에서 우리 아이디어가 첫 번째일 확률은 매우 적다. 아이디어는 공유해야 자연스럽게 피드백이 따라온다. 아울러 주변에서 같은 것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창업은 끝이 없는 마라톤이다. 오늘 뭔가를 해결하면 내일은 더 큰 도전과제가 생긴다. 회사가 성장하면 할 수록 더 감당하기 힘든 도전과제가 찾아온다. 이걸 극복하려면 어떤 사람과 함께 문제해결을 해나가느냐다. 팀빌딩이 중요한 배경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다양한 일을 했다.
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펀딩 등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시작할 때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 우린 회사를 시작할 때만해도 VC 등 투자자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몰랐다. 결국 겁없이 시작한거다. 내 신용카드를 긁어가며 1년간 버텼다. 다행스러운건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첫 투자는 엔젤투자였다. ODK미디어로 대학교 프로젝트를 했을 때 팀원이었던 스위스 친구가 베트남 식당에서 밥 먹자고 하더라. 밥을 먹고난 뒤 그 친구가 안주머니에서 전재산이라며 2만 달러짜리 수표를 투자금이라고 주더라. 그게 우리의 첫 투자유치다. 게이블이라는 친구인데, 평생 형님이라 여기고 있다.
두 번째 투자는 메일을 통해 연결되었다. 실리콘밸리쪽에서 우리 서비스와 팀을 안다고 연락이 왔다. 기회가 된다면 실리콘밸리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그게 투자를 고려하는 맥락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우리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주는 내용이라 찾아가서 만났다. 실리콘밸리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처음으로 간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5만 달러 투자유치를 받았다. 다음 단계로 가는 마중물이 되었다.
우리가 실리콘밸리 인재를 이기려면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등 여러 기업을 보며 기업이나 근무자나 자기관리에 투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세계 인재들이 모여 일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좋은 것을 먹고 있었다. 두려우면서도 가슴이 뛰었다.
그들과 비교해 우리가 뭘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더 나은게 생각이 안 났다. 결국 답은 일과 삶의 밸런스에서 찾았다. 그들과 우리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건 시간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하기위해 합숙을 시작했다. 오렌지카운티에 있던 팀을 모두 보스톤에 모았다. 당시 취미생활, 외부외출도 없었다. 집중해서 일만했다. 심플 라이프를 추구한거다. 그래야만 그들을 따라갈 수 있다고 봤다.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7년 전 우리의 사업 분야는 정보를 찾기 힘든 영역이었다.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며 찾아가서 배워야 했다. 우리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가치와 목적을 찾아 작게나마 시작했기에 오늘이 있었다. 시작은 작았지만, 시작했기에 좋은 사람과 업계를 배웠다. ODK미디어는 그런 도전을 하는 회사이고 바다를 알아가는 거북이다. 팀원 한 명 한 명이 성장해서 회사 가치도 높아졌다.
링크드인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의 말 중에 회자되는 것이 “창업이란 절벽에서 떨어지는 와중에 비행기를 조립해 날아올라야 하는 일”라는 표현이다. 그만큼 스타트업을 해 성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창업을 한다는 건 ‘선택’, ‘목적’, ‘행복’이 키워드다. 뭔가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한다는 건 개개인의 선택이다. 그 선택은 이전에 풀지 못한 것을 해결하는 것이기에 그만큼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려고 한다면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걸 달성하는 과정에서 실패는 불가피하다. 목적이 명확해야 실패를 딛고 달려나갈 수 있다. 그래야 나중에 행복이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