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스타트업

[천준범의 스타트업 공정거래 #5] 경쟁사의 M&A를 막아라!

치열하게 경쟁하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그리고 고생한 창업자들이 보상을 받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주식을 팔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회사에 관심 있는 투자자 또는 대기업에게 주식을 파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분의 현금화를 주로 엑시트(exit)라고 부르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썩 마음에 드는 용어는 아닙니다. 창업자는 자식과 같은 회사와 사업을 ‘털고 나가기’ 위해서 지분을 현금화하려는 마음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아직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사모펀드(PE)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 FI) 또는 유사한 업종에 있는 대기업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 SI)에게 주식을 팔아 회사의 경영권을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창업자들에게는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경우가 더 선호되는 것 같습니다. 주로 단기적인 가치 상승 목적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달리, 전략적 투자자들은 사업을 더 잘 이해하고, 또 보다 장기적인 목적으로 회사를 인수하기 때문에 주식 가치를 더 넉넉하게 쳐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카카오가 김기사를 운영하던 ‘록앤올(Locnall Inc.)’을 인수한 것, 오픈마켓 11번가를 운영하던 SK플래닛이 신선식품 이커머스 ‘㈜헬로네이처’를 인수한 것, 그리고 종합 식품업체인 동원이 반찬 배송 스타트업 ‘더반찬(theBanchan)’을 인수한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대기업에 인수된 스타트업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자금력과 네트워크, 훌륭한 인재 풀과 함께 체계적인 경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런 소식이 청천벽력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같은 업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다른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입니다.

작은 동네에 구멍가게 몇 개가 열심히 손님을 끌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중 하나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인수되어서 매장도 확장하고 구색도 더 풍부하게 갖춘 후 인테리어도 훨씬 고급스럽게 단장해서 오픈했다면 어떨까요? 그만한 돈이 없는 다른 구멍가게들은 곧 폐업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공정거래법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작은 회사들이 경쟁하는 작은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엄격하게 심사하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④ 기업결합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2. 대규모회사가 직접 또는 특수관계인을 통하여 행한 기업결합이 다음 각목의 요건을 갖춘 경우
가. 「중소기업기본법」에 의한 중소기업의 시장점유율이 3분의 2이상인 거래분야에서의 기업결합일 것
나. 당해기업결합으로 100분의 5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게 될 것

쉽게 말해, 라이트 급 선수들이 경기하는 사이에 헤비급 선수가 들어오는 것은 막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조항을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대기업이 어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했는데, 그 업계가 원래 대기업이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았던 시장이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인수합병이 업계를 망치는 것인지 철저히 심사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꼭 이렇게 중소기업들만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더라도, M&A 때문에 갑자기 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덩치를 키운 경쟁자의 갑질 또는 부당한 행위가 시작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몇 년 전까지는 이런 경쟁자의 M&A에 대해서 다른 경쟁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특별히 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경우도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M&A를 승인한 후 경쟁자들이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사법적인 판단이 내려진 것입니다.

물론 이 사건에서 경쟁자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경쟁자들이 그런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충분한 논리와 이유가 있으면 사법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M&A 승인에 대해서 제동을 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경쟁자들의 소송에 의해 M&A가 금지되거나 당사자들이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M&A는 시장의 구조와 경쟁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큰 거래입니다. 이에 대해서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어쩌면 M&A 자체의 당사자가 아니라 경쟁자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경쟁자들이 합병해서 덩치를 키우거나 대기업에 인수되어 체급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라면, 이제 이러한 M&A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이러한 방법을 현명하게 활용하여, 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 천준범 변호사 

*원문: [천준범 변호사의 스타트업 공정거래] #5. 경쟁사의 M&A를 막아라!

대한민국 부티크 로펌의 선두주자 “법무법인 세움”.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던 변호사들이 스타트업을 위한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하기 위해 뜻을 모아 최초의 스타트업 전문 로펌으로 출발했습니다.

올바른 가치관, 견고하게 쌓아온 압도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에 디딤돌을 놓았으며, 독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와 규모에 따라 신속하고 효율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트렌드

“당신은 왜 스타트업을 떠나려 하는가”

트렌드

“스타트업 대표는 월급을 받아도 될까”

트렌드 투자

‘투자자의 시간’ 펀드 운용 문법 읽기

트렌드

“완주를 위한 현명한 페이스, 42.195km의 창업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