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활용한 ‘테크핀’ 기업이 금융혁신 주도할 것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는 16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등장으로 테크핀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핀테크가 기존 금융 시스템에 ICT 서비스를 적용한 것이라면, 테크핀은 ICT 시스템에 금융 서비스를 도입한 것을 뜻한다.
테크핀 시대를 선도하는 ICT 기업은 금융기업 대비 비용, 유저, 데이터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를 제외한 글로벌 ICT 기업의 금융 사업은 그동안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각각 9억명과 8억명 이상의 모바일 페이 유저를 보유한 알리바바와 텐센트 대비, 글로벌 ICT기업들의 모바일 페이 유저수는 수천만 남짓한 수준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한중섭센터장은 “알리바바, 텐센트 대비 그동안 미진한 성과를 냈던 글로벌 ICT 기업들의 금융 사업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활용으로 인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바일이 곧 은행인 디지털 친화적 금융 환경이 갖춰지고, 금융 인프라 장벽 및 통화의 상이성으로 인해 금융 사업에 곤란을 겪고 있던 글로벌 ICT기업들이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자산을 도입하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개도국에서는 모바일이 곧 은행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글로벌핀덱스(Global Findex)에 따르면 전 세계 17억 명이 은행 계좌는 없지만 이들 중 약 2/3은 모바일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개도국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성장할 잠재력이 높다고 전망했다. 케냐에서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은 모바일 머니 엠페사의 성공이 대표적인 예이다.
리서치센터는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테크핀 기업들로 “스타벅스-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 (ICE)-마이크로소프트”와 “골드만삭스-애플” 두 가지 네트워크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스타벅스는 전 세계 각종 통화로 막대한 예치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통화상이성으로 인한 관리 문제에 봉착해있다. 리서치센터는 이를 ICE, 마이크로소프트와 공조하면서 스타벅스가 봉착한 예치금 관리 문제를 비트코인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로 해석했다. 이를 기반으로 스타벅스가 대출, 자산관리, 보험 등 비트코인에 특화된 각종 금융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18년 10월 아르헨티나 현지 은행과 파트너쉽을 맺고 커피 은행 지점을 오픈했다.
한편, 리서치센터는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협업하면서 아이폰을 ‘디지털 자산 금융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지난 3월 골드만삭스와 협업해 애플 카드를 출시했다. 리서치센터는 애플이 소매금융이 약한 골드만삭스를 금융파트너로 택한 이유를 디지털 자산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가 2019년 공개한 ‘은행의 미래’ 영상에는 ‘암호화폐 계좌’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골드만삭스는 디지털자산 금융 플랫폼 서클(Circle), 지갑 서비스 빗고(Bitgo), 비트코인 결제 및 송금 기업 빔(Veem) 등 디지털자산 부문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서치센터는 이 두 가지 네트워크 외에도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금융기업과 ICT 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이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점점 더 많은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명운은 대기업의 공세를 견뎌내고 어떤 협업 모델을 제시하는 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